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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꽃'을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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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블로의 현재까지 유일한 솔로앨범 열꽃은 모두가 아는 사건을 겪으면서 얻은 고통을 예술로 승화한 앨범이다. 발매가 10년이 넘었고 이제 타블로는 타진요 사건을 웃으며 넘기기도 가사로 여유있게 받아친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그가 당한 야만적인 폭력은 분명히 한국사회가 기억해야할 사건임에 틀림없다.


열꽃의 핵심은 결국 가사다. 한국힙합을 넘어 한국대중음악사 최고의 작사가라고 해도 과장이 아닌 타블로의 예술적 재능이 극대화된 가사들을 보여준다. 형제나 다름없는 멤버들이 군입대로 부재했고 동료들은 화가 무서워 피하고 대중들은 의심하고 버러지같은 병신들이 공격하는 상황은 그를 자신의 내면과 본인의 가족에 집중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 결과로 앨범의 주된 정서는 고독,우울이다. 경탄스러운 타블로의 리릭시즘은 본인만이 겪었을 특수한 환경의 고통의 정서를 보편적인 공감으로 확대시킨다. 타블로의 가사미학은 그가 보여주는 음악적 스펙트럼을 쉽게 소화해내는 다양성에도 있지만 그가 성취한 문학성에 있다. 일례로 airbag을 보자. 절제된 4박자구성과 낮게 울리는 비트, 나얼의 보컬피처링을 바닥에 깔고 타블로는 본인의 가사를 그 위에 올린다. 타블로는 시각적 심상을 기반으로 본인의 정서를 풍경묘사로 풀어낸다. 타블로는 택시를 타고 가는 귀가의 순간들을 감각적인 이미지들로 포착해내면서 풍경의 외연과 본인의 내면을 오간다. 그 로 인해 이 곡은 일상어들과 추상적인 단어들이 균형을 이루며 고독이라는 감정을 정확히 건져올리는 것에 성공한다. 

 집에서 보이듯 그는 비유력에도 출중하다.' 슬픔이 내 집이잖아. 잠시 행복으로 외출해도 귀가할 마음'이라는 구절에서 슬픔과 집, 행복과 외출을 연결하는 비유는 일반적인 연상을 뒤집는다는 점에서 그의 문학적 역량을 가늠케한다. part 1을 마무리하는 트랙 '밑바닥에서'는 그의 아내를 향한 절절한 애정고백이다. 그의 뛰어난 멜로디감각을 알 수 있으나 죄책감과 사랑을 동시에 표현해내는 언어의 연출력이 빛난다. 예컨대 '넌 괜찮다고 하지만, 괜찮음밖에 줄 수 없나봐.또 다시 난 이 작고 창피한 빈손 내밀기 싫어서,참 바보같이 난 네가 내민 손마저도 빈손이 되게 해.' 같은 가사는 마치 죄책감과 사랑을 한 문장에 담으라는 문제가 있다면 최고점을 갱신할 문장이다. 그는 체호프의 말대로 '달이 있다고 말하지 않고 유리조각에 비친 달빛으로 달을 보여주는' 작가다.

 part1이 문학적이고 비유적인 트랙들로 주제를 전달한다면 part2는 좀 더 직접적으로 본인의 생각을 말한다. 힙합가사를 '라임을 자연스럽게 구사하면서 본인의 이야기를 전하는 글쓰기'로 정리한다면 part 1은 교과서다. 반면 part2는 라임을 강조하고 반복한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그의 감정과 다짐을 강화하며 그의 슬픔과 다시 일어서겠다는 의지를 표출하는 수단이다. '고마운 숨'과 '유통기한'은 희망과 불안을 각기 담아내며 세상을 향해 나아가려는 폭력의 피해자가 보이는 용기를 각인시킨다.


앨범의 사운드와 프로덕션은 절제되어있고 유능한 멜로디메이커이면서 비트메이커인 타블로의 능력을 증명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이 앨범으로 다시금 그의 '학력과 예능'은 어디까지나 그의 능력의 일부임을 입증한다. 

간결한 비트와 직관적인 멜로디는 타블로의 가사를 엄호하는 역할을 하며 타블로는 작가로서 본인의 역량을 폭발시킨다. 그의 앨범 전체의 문학적 성취와 언어적인 연출력이 역사적인 수준이라는 말이다. 에픽하이가 그들의 음악적 균형감각과 당당한 문학적 품위를 잃은 적은 없지만 타블로는 그의 솔로앨범에서 그가 가진 문학적인 자질의 정점을 기록한다. 각 곡들간의 유기성이든, 감성이든, 연출력이든, 비유력이든, 기초적인 라임이든, 그의 문체는 한국어가 성취할 수 있는 리릭시즘의 극한을 달성했다. 타블로가 나아간 곳이 곧 한국힙합이 다다를 수 있는 최대치의 가사미학임을, 작가로서 래퍼가 오를 수 있는 높이가 얼마나 높은지, 하나의 앨범을 조형하고 제작하는 힙합아티스트로서 그의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 그는 완벽하게 증명했다. 무엇보다 그는 아버지와 남편으로서 용기와 책임을 종국에는 실현시킨다. 에픽하이가 월드투어를 돌고 유튜버로서 100만을 넘기고 여전히 건재한 위상을 유지하는 모습을 팬으로서 지켜보면서 그가 결국에는 팬들에게도 아티스트로서 최선을 다했음을 깨닫는다. 하이스쿨로서 이보다 자랑스러운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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