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한국힙합 유저매거진 Haus Of Matters #27에 수록되어있습니다. 이 글 외에도 여러 다양한 소개/리뷰글 많으니 시간 날때마다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https://hiphople.com/kboard/32414328
EK <YAHO>
1. YAHO
2. MollyWorld (Feat. GV)
3. FLY
4. 초신성
5. Machine
6. Back In The Building (Feat. Jeremy Que$t)
7. 야관문
8. SKIT (삼각관계)
9. 똑같아 (Feat. 염따)
10. AFTER PARTY
11. 엄마잘
12. MR.P
13. SKIT (블링블링)
14. 해뜰날
15. Religion True (Feat. MILLHAM)
https://www.youtube.com/watch?v=5ZHVX2Qy24Q
https://www.youtube.com/watch?v=fyBiUYmIMzM
EK에게 2024년은 자신의 음악적 실력을 여과 없이 보여 준 한 해였다. <ESCAPE>는 자신의 20대 시절에 대한 회고와 앞으로의 다짐을 정교한 랩 디자인과 탄탄한 프로덕션으로 담아낸, 당해 한국힙합을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뒤이어 나온 <Another trip Mixtape>는 자신의 야망과 스웨깅을 담아내면서도 전작과 다른 잔잔한 바이브를 통해 색다른 매력을 선사한 작품이었다. 두 작품의 지향점은 달랐지만 힙합 장르의 문법을 충실히 따랐던 작품이기에, 사람들은 그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끔 만들었다. 정규 2집 <YAHO>가 여러 의미로 충격적인 작품으로 다가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Welcome 사이버 세계
내 눈은 세 개, 고추는 여덟 개
(중략)
널 그냥 보여 줘 YAHO
(YAHO 中)
첫 트랙 “YAHO”부터 이번 앨범이 전작들과 결부터 다르다는 것을 알린다. 점차 고조되는 인트로, 몰아치는 신스음이 가장 먼저 귀를 사로잡는다. 뒤이어 등장하는 EK는 노골적인 가사를 던지고, 산 정상에 오른 것처럼 힘 있는 소리를 외치더니, 이내 ‘너 자신을 보여 주라’고 독려한다. 상당히 당혹스러운 전개지만, 동시에 신나는 분위기를 자아내는 인트로다. 이조차 맛보기에 불과하다는 듯, 앨범은 다음 트랙 “MollyWorld”를 시작으로 정신나간 광란의 클럽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이렇게 클럽에 발을 들인 우리는 앞서 귀를 사로잡았던 프로덕션에 다시 주목하게 된다. 마이 호미 타르를 중심으로 뭉친 프로듀서진은 하이퍼팝, 디지코어를 비롯한 레이지, 하드 테크노, 드럼 앤 베이스 등의 맥시멀리즘하고 빠른 템포의 댄스/일렉트로니카 계열 프로덕션을 완성했다. 쉴 틈 없이 꽉 찬 사운드는 기본이고, 2~3분대의 짧은 수록곡조차 변주와 속도 조절로 더 짧게 느껴지게끔 만들며 시도 때도 없이 뇌를 자극한다. 그 덕에 작품의 프로덕션은 청자들의 청각적 쾌감을 전반적으로 책임지는, 앨범의 또 하나의 주인공 역할을 한다.
향정신성 약물이 내 몸에 퍼져서
향정신성 약물이 내 몸에 퍼졌어
(초신성 中)
프로덕션이 만들어낸 정신없이 신나는 분위기는, 작품을 관통하는 쾌락주의를 효과적으로 꾸며 준다. 이 주제를 이끄는 주체은 EK다. 이번 작의 그는 <ESCAPE>의 열정 넘치는 청년도, <Another trip Mixtape>의 쿨한 멋을 지닌 래퍼가 아니다. 오로지 쾌락만을 추구하는 클럽의 댄스머신이자 섹스머신이다. 이전에도 종종 섹슈얼한 표현을 사용한 그지만, 이번에는 더욱 문란하고 적나라해졌다. 지극히 자극적이고 저급해졌다. 청각적 쾌감을 야기하는 주체가 랩에서 사운드로 옮겨간 만큼, 랩 구성 역시 프로덕션에 어울리는 단순한 구성으로 변화했다. 중독적인 단순 반복 후렴구를 통해 남아 있는 이성마저 쾌락으로 절여버린다. 그 결과, 드럼 앤 베이스와 테크노를 오가는 “초신성”은 곡의 훅 말마따나 ‘향정신성 약물이 몸에 퍼지는 과정’이 되었고, 후반부에 급격히 속도를 끌어올리는 “야관문”은 오르가즘을 향해 가는 섹스의 막바지 단계로 탈바꿈됐다.
이렇듯 앨범은 저급한 소재와 표현을 중독적이고 경쾌하게 풀어내며, 오로지 도파민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데 열중한다. 이는 현 인터넷 숏폼 트렌드라 할 수 있는 ‘Brainrot’를 연상시킨다. 이는 소위 ‘뇌 녹음’으로 번역되는, 아무런 영양가도 없고 의미도 없지만 한 번에 자극적인 인상을 심어 주는 밈을 통칭한다. 작품 전반에 깔린 하이퍼팝 사운드가 이러한 숏폼 포맷의 유행과 함께 전성기를 맞이한 음악이라는 점, 그리고 초반부에 언급된 ‘사이버 세계’, ‘디지털’ 같은 단어로 미루어 보면, 실제로 앨범 제작에서 이 트렌드가 큰 영감을 주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YAHO>를 가장 잘 즐기는 방법은 뇌가 녹아버린 듯, 머리는 비우고 몸은 뜨겁게 흥분시키는 것이다. “YAHO”의 ‘널 그냥 보여 줘’라는 가사처럼, 자신의 본능을 해방하라는 의미로 읽을 수 있다.
그러나 <YAHO>는 총 15곡으로 구성된 앨범이다. 준비한 모든 것을 1분 남짓의 시간으로 전달할 수 있는 숏폼 영상과 달리, 약 32분 동안 청취해야 한다. 이는 제작 과정에서 도파민을 끌어올리며 청자들의 집중도를 끝까지 유지할 방법도 함께 고려해야 함을 의미한다. 제아무리 ‘도파민의 시대’라고 한들, 고자극에 오래 노출되면 오히려 지쳐 앨범을 도중에 꺼버릴 수 있으니 말이다.
EK와 프로듀서진은 여러 방법으로 이 문제를 풀어나간다. 빠른 템포를 통해 신나는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이를 더욱 고조시키기 전에 숨을 고를 수 있는 트랙을 배치해 귀의 피로도를 줄이며 하이라이트를 맞이할 준비를 하게 한다. “야관문” 이전에 나오는 “Back In The Building”이나 “MR.P” 이전의 “엄마잘”이 그 예시이다. 전체적인 구조 또한 감상 집중도가 가장 높은 “YAHO”부터 “야관문”까지는 쾌감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트랙들을 전면 배치하고, 이후의 트랙들은 도파민을 최대로 끌어올리기보다 턴업되는 분위기를 계속 유지하는 데 집중했다.
흥이 끊길 틈 없는 무대를 잘 설계한 뒤, 앨범 곳곳에 여러 유머 포인트를 조미료처럼 곳곳에 뿌리며 감상의 흐름을 이어가게끔 만들었다. 이 포인트의 대다수는 앞서 언급한 가사에 있다. 노골적으로 풀어내는 쾌락추구적인 가사는 청자로 하여금 ‘가사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즐기는 데 무방하겠다’는 청취법을 자연스럽게 인식시키게끔 만든다. 단순하고 자극적인 표현 역시 원초적인 웃음을 유발하며, 이를 자주 반복되는 후렴구에 배치해 중독성을 강화했다.
EK의 랩 역시 큰 몫을 했다. 앞서 그의 랩 퍼포먼스를 ‘단순한 구성’으로 뭉뚱그려 이야기했으나 구체적으로는 정확한 딜리버리를 유지하면서 이를 음절마다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변했다. 덕분에 단어가 지닌 원초적인 파괴력이 더욱 강조되어 듣는 이의 뇌리에 강하게 남는다. 가사 외에도 익숙한 요소들이 적극 활용된다. 알 켈리(R. Kelly)의 “I Believe I Can Fly”를 레퍼런스한 “FLY”나 ‘인정해 안해’란 이름으로 알려진 밈을 적극 사용한 “엄마잘”처럼 말이다. 특히 “SKIT(삼각관계)”는 천사와 악마가 다투다 쓰리썸을 한다는 얼토당토않는 내용을 TTS로 풀어내 45초의 짧은 길이에도 불구하고 앨범의 방탕한 성격과 원초적인 웃음을 제대로 느끼게끔 만든다.
I just wanna get that pay
왜냐면 형제들 배불리게
Shout out to MBA
물론 다른 친구들도 내 곁에
(해뜰날 中)
그러나 위 사례들과 다른 방향으로 큰 인상을 남긴 곡이 있다. 앨범 거의 막바지의 “해뜰날”이다. 다른 곡들과 달리 이 트랙은 가족같은 이들을 향한 애정을 주제로 하며, 프로덕션 역시 전자음악이 아닌 힙합 색채가 짙은 트랩 비트로 마감되었다. 쾌락주의에 절여진 앨범인 만큼, 가장 이질적인 트랙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그동안 MBA 크루의 멤버들을 향한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냈던 EK의 행보와 가장 닮아있는 곡이기에 예상치 못한 감동을 선사한다.
이는 <YAHO> 속 EK가 우리가 알던 모습에서 변한 것이 아닌, 좀 더 솔직해진 것뿐임을 보여주는 장치기도 하다. 약물과 섹스로 대표되는 자극적인 소재를 적극 활용한 작품이라 그렇지, 본디 쾌락은 우리가 기쁨을 느낄 수 있는 행위를 하면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는 감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저 머리를 비운 채 <YAHO>가 주는 에너지와 즐거움에 몸을 담그면 될 것이다. 그럼에도 저급한 표현에 거부감이 든다면 굳이 이 파티에 동참할 필요는 없다. EK는 이런 사람들에게 아래처럼 일갈하겠지만 말이다.
닥쳐 천사 씨발년아
(SKIT (삼각관계) 中)
오로지 뇌 비우는데 집중하는 앨범에 이성적인 접근을 담은 리뷰가 괜찮을까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막상 또 분석하는 맛이 있던 앨범이었습니다. 의외로(?) 이걸 쓰느라 몇 번 글 갈아엎고 하긴 했다만 쨋든간....
이와 별개로 이전에 썼던 퓨처리스틱 스웨버 <Swag Society 3> 리뷰 때와 비슷하게 가사 인용을 적극 활용해봤는데, 이게 리뷰 가독성도 살려주고 전달하고자 하는 바도 살려주고 하는 것 같아 상당히 유용한 방식으로 다가오네요. 앞으로도 종종 사용해야징
ㄷㅊㅊㅅㅅㅂㄹㅇ
앙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앙
향정신성약물이내몸에퍼져써
아아 이거시 항정신성약물 맛이구나
이 앨범의 유일한 흠은 제레미를 제외하면 피쳐링진들이 너무 깬다는 점...
전 피처링 파트도 나쁘지 않게 들었습니다 ㅋㅋㅋ
사실 본문에는 빼긴 했는데 피처링진들이 대체로 리뷰에서 언급한 '숨고르기 트랙'에 참여한걸 생각하면, 완전 턴업쓋 하기 전에 가볍게 분위기 띄어주는 역할로 참여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도 환기에는 괜찮았다 생각하긴 해요 ek가 혼자서 쭉 갔으면 살짝 루즈해졌거 같긴합니다 다만 퍼포먼스가 대부분 ek한테 밀려서...
염따만 빼면 좋았을 거 같은데
읽어봤지만 또 읽기
항정살이 내 몸에 퍼졌어
학교에서 친구한테 불러줬는데 좋아 죽음
힙알못도 느끼게 하는 미친 앨범
디지털 털 털 털 맛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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