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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Fexo6biaMPw&list=RDFexo6biaMPw&start_radio=1
2005년 3월에 발표된 배치기 1집 Giant의 세 번째 트랙 〈젊은이의 양지〉는 IMF 이후 장기화된 청년 빈곤을 정면으로 기록한 곡입니다. MC 스나이퍼가 설계한 92BPM 붐뱁 드럼 위에 서정적인 스트링 루프가 얹혀 있고, 훅 직전마다 살짝 깎인 저역이 고립감을 더욱 부각시킵니다. 이 질감 덕분에 “아니 그깟 돈 몇 푼 좀 달라는 게 죄요?”라는 첫 소절이 공백 위에 찍히듯 강하게 다가옵니다.
가사는 ‘양지’를 갈망하면서도 끊임없이 ‘음지’로 미끄러지는 삶을 묘사합니다.
“어미 등골 쏙 빼 뜨린 후 I'm sorry mommy”
“삼진아웃 된 이력서”
이러한 가사 속 문장들은 가족 부양의 압박과 취업 실패, 그리고 사회적 낙인을 한꺼번에 꿰매며, 그 시절 청년 세대가 체감하던 구조적 좌절을 단문으로 압축합니다. 탁은 비음 섞인 고음으로 분노를 내리꽂고, 무웅은 박자를 절묘하게 늦추며 서사를 정리합니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MC 스나이퍼의 피처링은 ‘양지’라는 단어를 반복하면서 곡 전체를 하나의 서사 곡선으로 봉합합니다.
저에게 이 곡은 과거를 회상하는 트랙이 아니라, 여전히 진행 중인 현재형 다큐멘터리입니다. 예술가셨던 저의 아버지는 영감 하나로 사업에 뛰어드셨다가 큰 실패를 겪으셨고, 1996년부터 1998년까지 경제사범으로 복역하신 후, 오랫동안 음지의 경계선에서 생계를 이어오셨습니다.
저는 청소년기까지 빈곤과 낙인을 견디며 생존의 감각을 익혔고, 몇 차례의 시도 끝에 서서히 빛을 맛보았습니다. 지금은 그 모든 시간을 재료 삼아, 제 방식대로 조심스럽게 아티스트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음지에서 길어 올린 감정들은 여전히 제 안에 살아 있지만, 바로 그것들이 지금의 작업을 움직이는 가장 깊은 동력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곡을 다시 들을 때마다, 그것은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제 삶의 한 조각처럼 느껴집니다. 배치기가 말한 ‘젊은이의 양지’는 단지 햇볕이 드는 공간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버텨낸 시간, 꺾여도 사라지지 않은 마음, 그리고 다시 한 번 걸어보려는 사람의 방향입니다. 저에게 이 곡은 끝난 노래가 아니라,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문장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도 그 문장은 여전히 진행형일지 모릅니다.
암만 들어도 랩 잘했음 VJ의 억까가 있었던 양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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