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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쿤스트 정규 2집-CRUMPLE

title: DeepflowAlonso20008시간 전조회 수 759추천수 5댓글 6

https://blog.naver.com/alonso2000/223832054129

 

 

 

 

2010년대 중후반에 즈음하여 한국 힙합에 등장하였던 여러 스타 프로듀서 가운데 코드 쿤스트는 가장 작가주의적인 방향을 견지하던 이었다. 건조하고 거친 드럼에 몽환적이고 배음 가득한 연주를 곁들이고, 여러 군데에서 채집한 보이스 샘플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청자의 감흥을 끌어올리는 그의 방법론은 이내 넉살, 씨잼, 리듬파워와 같은 신예부터 개코와 같은 거물까지 끌어들이는 강한 인력을 발산하였다. 특기할 부분이 있다면, 코드 쿤스트의 영향력은 그야말로 삽시간에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음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발매된 Ep <Hear Things>로 소개된 그의 음악에 반응한 이들을 모아서 1년 뒤에 바로 내놓은 첫 정규 <Novel>이 호응을 얻었고, 그 뒤 전작을 만드는 과정에서의 부산물을 토대로 게스트들의 서사를 곁들여 확산한 결과물이 바로 초기 코드 쿤스트의 역량의 최고점에 위치한 명작, <Crumple>인 셈이다.

지나가다 우연히 들린 식당에서 아무렇게나 시킨 메뉴의 맛이 기가 막힐 때, 여행지에서 둘도 없는 절경을 봤을 때, 디깅하다가 끝내주는 노래를 들었을 때, 이런 감탄의 순간마다 우리는 자기도 모르게 표정을 찡그린다. 코드 쿤스트는 삶에 있어서 그러한 결정적인 순간들, 감동적인 순간들에 대해 주제를 던진 다음, 그 내용은 앨범에 참여한 21명의 게스트들에게 온전히 일임하였다. 코드 쿤스트 자신의 결정적 순간을 비트 만으로 추상적으로 표현한 인터루드들을 앨범에 배치 후, 이에 걸맞은 아티스트들을 포진하여 하나의 주제를 공유하되 그 방향과 표현은 실로 다양해졌다.

 

 

 

 

스윙 리듬 위의 음울한 반주가 앨범을 연다. 우탄의 거친 톤에는 한이 가득하다. 성공의 기준을 단정하는 차가운 현실이지만 그의 야성과 울분을 부딪혀 가며 잘 난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닌, 못나고 평범한 이들의 랩 콘서트를 개최시킨다. 우탄의 한은 이내 코드 쿤스트의 주요한 파트너인 씨잼의 야심으로 이어진다. 2년 안에 뭔가 보여주기로 했던 씨잼과 어머니의 약속은 그의 동력이 되었고, 이윽고 아직 모자랐던 자신을 부끄러워했던 과거와 성공이 목전에 다가와 확신에 가득 찬 현재가 교차되는 순간은 <Crumple>에서 가장 허슬과 열정이 솟구치는 순간이기도 하다. 미니멀하되 세심한 브레이크 비트 위의 앰비언트한 공간감, 어딘지 장난 같기도, 아련하기도 한 어린아이들의 소리, 그 리듬을 지르밟듯 꾹꾹 눌러쓴 야심을 토하는 씨잼의 타이트한 랩 퍼포먼스, 이를 재구성하는 DJ SQ의 스크래칭......최소한의 요소로 쌓아 올리는 야심은 앨범이 추구하는 솔직한 미학이 무엇인가를 예고하는 티저와도 같다.

전작 <Novel>의 핵심 트랙인 "Organ"을 가볍게 재구성한 소품인 "Good Bye Novel (Skit)"은 코드 쿤스트 자신의 성장을 보여주고 싶었던 대목이라고 한다. 그 뒤로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성장의 정서를 품은 채 게스트들의 주관과 예술관을 향해 뻗어나간다. 이것이 가장 단적으로 드러나는 트랙이 있다면 단연코 스킷을 지나가자마자 기계적 기괴함으로 반기는 "에디슨"이다. 코드 쿤스트의 제일의 지음이라 할 수 있는 넉살은 예의 날카로운 톤과 미끄러운 플로우 디자인으로 공들여 설계한 인더스트리얼한 소스들을 휘젓는다. 다양한 관점과 창의력에 대한 갈망은 발명에 대한 은유, 그 대명사와도 같은 '에디슨'이라는 역사적 인물을 차용해 강력하게 표출된다. 창의력의 방향은 자아에 대한 심도 있는 탐구이다. 자메즈의 재기 넘치는 표현 들을 단출한 베이스 리프와 드럼 룹으로 포장 후 독특한 소스들을 곁들여내는 모습은 그 자체로 자아를 파고드느라 목마른 이들이 마주치는 샘물과도 같다. 낮은 채도로 이어지던 앨범은 "Queen"을 마주하며 일순 밝아진다. 여왕처럼 모시는 사랑하는 이와의 낭만적인 하루는 네오 소울의 그것과 같은 끈적한 그루브 형성과 당시 크루 리짓 군즈에서의 동료이기도 한 타임(Blnk-Time, 現 BLNK)의 자유분방하고 걸쭉한 멜로디로 재구성된다.

자아와 낭만을 지탱하는 것은 결국 자신만의 뚜렷한 주관과 규칙일 것이다. "나만의 룰"에서의 자신만의 표현에 능숙한 기리보이와 언제나 여유로움을 말해 온 어글리덕과의 조합은 그래서 더욱 타당하다. 각자의 주장기인 투박한 정박과 정교한 엇박이 맞부딪히는 데서 오는 기묘한 쾌감은 감각적인 베이스 운용과 개성적인 편곡을 거쳐 제대로 빛을 발한다. 후반부의 마지막 벌스에서 랩을 거세하고 드럼 소스까지 교체하며 준 섬세한 변주는 뒷 트랙인 "Directors"의 주체성으로까지 연결된다. 락적인 트럼에 트립 합에 가까운 몽환적인 키보드가 끼어들며 형성되는 농밀함에 되려 전작에서도 준수한 호흡을 보여줬던 리듬파워의 둘 - 행주, 지구인. 보이비는 당시 군 복무 중이었다. - 과 던밀스의 명료하고 구수한 퍼포먼스를 곁들인다는 전략은 모순된 듯하지만, 그 상반되는 부분이 더욱 자연스럽다. 자신이 감독인 삶, 주체적인 태도를 외치는 곡의 특성 상 이들의 개성 넘치는 퍼포먼스를 그대로 담아낸 것이 되려 그럴 듯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그러한 태도가 있기에 "그렇다고"에서 팔로알토는 자신의 지금에 대해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급하게 완성된 곡이었음에도 트랩에 가까운 경쾌한 리듬과 블루지한 기타 위를 타이트하게 조이는 그의 솜씨, 이에서 전달되는 자신감은 코드 쿤스트의 숙원을 풀고도 남는 것이었다.

 

 

 

 

코드 쿤스트는 앨범 작업 중 생일을 맞았다. 인터루드인 "1218"의 잔잔히 퍼지는 피아노와 오르간에는 생일에도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는 속상함과 그럼에도 자신이 음악을 하고 있다는 기묘한 기분 좋음이 공존한다. 그러한 기분, 자신의 삶에 대한 느낌이 <Crumple>의 세번쨰 파트의 주된 테마가 된다. 인터루드를 지나자마자 등장하는 제목부터 그렇다. "What I Feel", 자신이 느끼는 것에 대한 주제에 있어 가장 연이 없어뵈는 도넛맨과 오왼 오바도즈(現 오왼)를 공존시킨 것은 트랙이 지니는 보편성을 더욱 증폭시킨다. 그루비한 재즈 힙합 위에 두 MC의 다른 결의 깔끔함과 단정함이 머무른다. 각자가 다른 훅을 가져왔고, 트랙 이후로 코드 쿤스트 본인의 재즈 피아노 연주와 내레이션이 이어지는 자못 복잡해 뵈는 구성임에도 이것이 정갈하게 맞아 떨어진 것은 그만큼 서로가 자신의 순수한 느낌을 말했고, 이를 가장 단정한 형태로 조합해낸 코드 쿤스트의 솜씨가 그만큼 유능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은은한 재지함은 "눈먼 자들의 도시"로도 향한다. 넉살과 코드 쿤스트라는 조합은 "에디슨"과 동일하나 느낌은 사뭇 다르다. 세상 사람들은 '보이는 것', 그러니까 숫자와 이미지, SNS와 컨텐츠에 주목하지만, 어쩌면 진정한 행복은 보이지 않는 곳의 느낌, 서로의 살갗의 온기와 오래전의 따스한 추억에 위치한 것일지도 모른다. 로즈 피아노의 체온이 넉살의 쨍쨍함을 산뜻히 안으며 자아내는 감정은 우리의 눈에는 쉬이 잡히지 않는 것일수도 있다. 그렇기에 그 감정은 더욱 절절히 다가온다.

<Crumple>이 지니는 또 다른 의의는 코드 쿤스트가 힙합의 영역을 넘어선 부분까지 더러 모색하기 시작했다는 것이기도 하다. "Love Scene"만 해도 그렇다. 흑인 음악에도 어느 정도 발을 걸치고 있되 본질적으로 락에 가까운 뮤지션인 메이슨 더 소울(現 카더가든)을 위해 코드 쿤스트는 힙합의 드럼에 과감히 브릿팝의 서정적인 기타 리프를 끼얹었다. 이 트랙은 스토리라인이 특히 명확하다. 어느 동양인이 백인 여성을 짝사랑하다 그것이 좌절되자 자진한다는 메이슨 더 소울의 스토리텔링에 코드 쿤스트의 '우리는 흑인들과 백인들의 음악에 영감을 받아서 하고 있지만, 어떻게 보면 우리는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다. 그들에게 전한다.'라는 메시지는 락과 힙합이 공존하는 "Love Scene"의 아트 폼과 상당히 잘 들어맞는다. "미도"에 이르러 락과 힙합의 공존은 더 극적으로 드러난다. 블루스 락이 연상되는 소스를 곁들인 느긋한 비트만큼 리짓 군즈 특유의 여유와 잘 어울리는 것도 드물다. 영화 <올드보이>의 미도가 느꼈던 고독, '아직 도달하지 못함'이라는 미도의 본의가 결합되며 생기는 싸늘함과 메슥거림을 되려 늘어지게 드러내는 이들의 팀워크가 익숙한 듯 정겹다.

"Dope (Interude)"의 피아노에서 오는 쌀쌀함은 그대로 술자리에서의 어느 넋두리를 옮겨온 듯한 "Life Is Crazy"로 흐른다. 이전 트랙들의 마음가짐과 느낌이 다시금 삶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주목은 받았으나 아직 뜨지 못했던 뉴챔프의 이야기는 자유자재로 오가는 박자와 날것의 표현, 건반과 베이스, 후렴구의 차가운 브라스를 거쳐 생명력을 얻는다. 잘나가다가도 한순간 삐끗 할수도 있고, 기회라고 잡았던 것이 썩은 동앗줄일 수도 있고, 그럼에도 늦었다고 생각할 때도 늦지 않은 것이 결국 미친 삶이다. 결국 이 숱한 고난도 경험의 일부이니까, 온갖 주소를 전전하며 생긴 경험이 끝끝내 '마포구 255 조성우 작업실'에 이르는 화지의 이야기 또한 미친 삶의 이야기일 지도 모른다. 원래도 차분한 로우톤과 그루비한 랩을 활용해 스토리텔링과 작가주의에 능한 것이 화지의 제일 큰 장점이지만, 그가 말하는 '길거리의 영감'을 도시에서의 여러 찰나에서 얻은 소리샘과 유독 지저분한 드럼과 건반, 노이즈와 배음을 통해 이미지화 시킨 데에는 역시 곡의 주인인 코드 쿤스트의 역량을 무시할 수 없다. 결국 그렇다. 온갖 경험과 신념, 감정을 품고 나아가는 것이 우리네 삶이지만, 때로 부딪혀 좌절하기도, 이를 툭툭 털고 일어나기도 한다. 누군가의 인생이란 영화의 한 컷을 잘라내 스틸로 올렸을 떄, 그 찰나의 미장센은 관객을 감탄시키기 충분할 수도,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다만 그렇기에 우리는 삶에 열심히 임하여 투쟁하는 것일 지도 모른다. 영화의 감독이자 편집자인, 동시에 첫 관객인 내가 돌아봤을 때 보다 많은 컷이 명장면이기 위하여.

스탭롤이 다 올라오고 나면 쿠키 영상이 있기 마련이다. 구구스타가 로세미(Rosemi)라는 이름으로 끈적하게 부르는 중독적인 멜로디도 있겠고, 앨범 완성을 자축하는 코드 쿤스트의 에튀드도 있음직 하다. 때때로 삶의 낭만적인 부분이 남겠지만, 이는 어쩌면 인생의 덤 같은 것일 지도 모른다. 대개의 인생은 달리다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 또 달리고, 부딪히고, 길을 잘못들다 다시 길을 찾는 일의 반복일 공산이 클테니까. 그럼에도, 코드 쿤스트가 21명의 삶과 생각을 옴니버스 - '모든 이를 위한'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 의 형식으로 그려낸 결과물은 마냥 서글프지만은 않다. 언뜻 보기에는 못나고 모났을 지라도, 그것들이 나름의 생각과 사상, 마음을 지녀 합쳐지고 충돌하며 하나의 그림을 그려낸다. 여러 빛깔이 병치되고 때로는 섞이며 그림은 보이는 것 이상의 아름다움을 지니게 되었다. 기어이 완성된, 얼굴이 찡그려지는 감탄과 감동의 순간은 유기적으로 짜여져 참여자 각자의 개성으로 흘러가게 된다. 그렇게 누군가의 결정적인 찰나가 또 다시 누군가의 심장에 꽂혀 또 다른 감탄을 자아냈다. 이를 이룩해 낸, 코드 쿤스트의 기술과 지휘는 유독 별들이 많았던 2015년 한국 힙합 씬에서 가장 빛나던 순간의 하나였다고 감히 확신한다.

Best Track: Golden Cow (Feat. C Jamm, DJ SQ), 에디슨 (Feat. 넉살), What I Feel (Feat. 도넛맨, Owen Ovadoz), 주소 (Feat. 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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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 title: DeepflowAlonso2000글쓴이
    8시간 전

    https://drive.google.com/file/d/1i-3Hs9YboVFj2hlZXNBwZ_8RF5WNwuwf/view

     

     

     

    본 리뷰는 HOM#23에서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 title: DeepflowAlonso2000글쓴이
    8시간 전

    P.S. 크럼플 1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8시간 전

    행복해보이는 코쿤도 좋지만 저때 코쿤은 낭만이있다

  • 6시간 전
  • 4시간 전

    1, 2집 코쿤 그립다

  • 34분 전

    멋진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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