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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넥도트는 명반인가

Parkta19587시간 전조회 수 405추천수 5댓글 2

(이 글은 에넥도트에 대한 글이기도 하지만 나라는 사람의 개인적인 경험 그리고 에넥도트를 둘러싼 맥락과 내가 그걸 접한 상황에 대한 글이기도 하다. 당연히 개인적인 안목의 부족과 제한된 시야의 문제로 많은 문제가 있을 것이다. )


에넥도트는 명반인가. 도발적인 질문일 수도 있다. 이제 이 앨범은 발매된 지 10년 가까이 되어가고 힙합을 넘어 2010년대 한국음악을 대변하는 '명반'이 되어있다. 


당최 명반이라는 다수가 사용하지만 다수가 오해하는 이름은 무엇일까. 

나는 단순히 대중음악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예술들 - 영화나 연극, 음악, 미술, 문학 -이 다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결국에그 형식의 존재이유를 증명하는 것이다. 그 예술만이 해낼 수 있는 무엇인가를 성취해야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나는 이 명제가 대중음악, 정확히 음반이라는 형식으로 취합되어서 들리는 곡들을 만났을 때 미끄러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아마도 이는 나의 얄팍한 음악적 지식과 통찰력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동시에 이 앨범이라는 기묘한 양식에서 오는 것이기도 하리라. 이 문제는 차치하고 나는 일단 여기서 명반을 나름 정의하고 가고 싶다. 결국 하나의 앨범으로 대변되는 비전을 공유하면서 좋은 곡들이 내용과 형식에 어울리면서 취합되어 있을 때 명반이라고 부르고 싶다.


 그래서 앞에 나오는 질문을 다시 던지고 싶다. 에넥도트는 명반인가. 그런 면에서 나는 빈약한 안목으로 감히 말하자면 명반이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또다른 지점에서 말하는 명반으로서의 위상에 대해서 언급하고 싶다. 이센스의 에넥도트는지금 누명을 제외하면 그 어떤 한국힙합앨범도 도달하지 못한위치에 오른 듯한 느낌이다. 한대음 혹은 몇몇 리스트들에서 이 앨범은 빠지지 않으며 많은 리스너들은 최고의 앨범서 이 앨범을 선정한다. 그러니까 이 조잡한 글에서 내가 던지고픈 질문은 이거다. 과연 에넥도트는 다른 앨범들 - eat, zissou, 이방인, 12, 노비츠키, 저금통, 다른 사람들은 여기다 다른 작품들을 추가할 것이다 등등 -보다 확연히 다른 레벨에 있는 작품인가.


좀 다른 측면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이센스라는 이름이다. 이센스에게는 어느 시점부터 여러 수식어들이 붙기 시작했다. 리릭시스트 혹은 진실된, 무거운 등등. 하지만 한국힙합을 진지하게 들어온 몇몇 청자들이 지적했듯이 데뷔 이후 이센스의이미지는 노는 것 좋아하고 랩 잘하는 청년의 이미지에 가까웠다. 소위 무겁고 사회와 힙합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하는 이미지는 아니였다는 말이다.(이건 2000년대에 태어난 나 자신이 제대로 알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오류가 있을 수도 있다.) 아마도 이런 이미지가 생긴 데에는 이 에넥도트가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에넥도트의 소재는 묵직하고 이센스의 냉소와 분노, 슬픔을 오가는 듯한 태도는 이를 배가시킨다. 하지만 우리가 되짚어야하는 부분은 그가 이 앨범을 옥중에서 발매했으며 이 앨범을 녹음했을 때는 여러 상황들로 인해 누구라도 진지하게 삶을 되돌아보고 고민했을 거라는 사실이다. 앞에서 열거한 말들이 이센스를 묘사하는 잘못된 표현이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저런 표현들이 이센스라는 래퍼를 그리고 에넥도트를 무엇인가 규정한다는 불편한 느낌을 개인적으로 지울 수가 없다. 


더더욱 이것을 가중시키는 것은 2015년 당시 중학생이였던 나의 기억이다. 분명히 그 때 나는 늘 그랬듯이 예민했고 글을잘 썼으며 다방면의 예술에 관심이 많았고 책을 좋아했다. (본인이 생각했던만큼은 아니였지만)나름 지적이였고 호기심은 충만했다. 당시 쇼미더머니 등등으로 힙합은 분명히 메인스트립에 진입해있었다. 하지만 당시 나는 힙합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런 나에게도 이 앨범을 둘러싼 반응들은 전해졌을 정도로 뜨거웠고 그걸 대변하는 말이 딥플로우의 코멘트였다. 드디어 한국의 일매틱이 나왔다 는 말은 일매틱의 위상과 이센스의 환상적인 실력과 맞물려 여러 말들을 양산했고 소위 하이프를 만들어내는 데 일조했다. 그리고 앨범이 발매되자 즉각적으로 명반의 위치에 올랐고 한국힙합의 어떤 상징이자 승리의 기념비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이걸 실시간으로 목격했고 무지성적으로 수용했고 기억했다. 에넥도트는 명반이다는 확고한 진리였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난 에넥도트와 이센스에 대해서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리드머에 올라온 평을 보고서 다시금 날 의문에 빠지게 한 것은 결국 우리가 에넥도트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는 있지않나 하는 되돌아봄이였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가 듣고 싶어하고 보고 싶어하는 것- 쇼미 혹은 등등으로 대표되는 종류와 반대되는 리얼한 것,한국힙합의 구원자, '진짜 힙합', 혹은 한국사회와 씬에 대한 일침과 성찰 등등-을 투사하고 수용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고민이 나에게 생겼다. 켄드릭의 앨범이 나올 때 거의 모두가 흑인인권과 인종차별, 미국사회의 증오 라는 프레임을 가져오는맥락과 비슷하게 다가온다. Next level을 들을 때 나는 이센스의 스토리텔링과 플로우에 감탄하며 마지막 감탄사를 들을 때면 그 상쾌함과 시원함에 늘 감명받지만 '브랜뉴뮤직, ‘쇼미더머니’ 등을 겪으며 바라보기 민망해지고 있는 한국 힙합 씬을 약간의 판타지 부여와 함께 구원하는 것 같은 짜릿함'(리드머)를 느꼈는 지는 의문이다.

 

이 앨범의 사운드가 90년대 골든 에라를 연상시키는 붐뱁이라는 점도 어쩌면 이 앨범을 바라보는 시점을 고정시켰을 수도 있다. 트랩의 시대에 단단한 붐배비트 위에 올라온 절륜한 랩과 진지한 가사는 분명히 의미가 남달랐을 것이며 지금까지없었지만 응당 있었어야할 무언가 - 한국힙합의 정체성을 정당화시켜줄 완성도를 가진 정통힙합-으로 보였을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그에 따라 90년대를 연상시킨다는 점은 창의성과 도전의식이 상대적으로 약화되었다는 단점으로 여겨질 수 없었고 이 앨범의 방법론과 접근이 새로운 방향성과 미학을 제기하기보다는 기존의 것을 잘 정리하는 것에 가깝다는 불만 역시 큰 의미가 없어진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든다.


에넥도트에 대해서는 할 말이 너무나 많다. 아마 이것말고 앨범에 대해서만 해도 넘칠 것이다. 내가 강조하고싶은 사항은 2015년에 너무 빠르게 이 앨범을 추대한 것은 아닌지,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을 이 작품서 보고자한 것은 아닌지 등등이다. 

이 작품은 너무나 빨리 평가받았고 너무 많이 말해졌지만 역설적이게도 아직 덜 말해졌다. 이제 이센스는 이방인과 저금통이라는 자신의 또다른 면들을 담은 좋은 앨범들을 들고 있다. 다시금 다른 방식으로 에넥도트를 듣고 말해야할 때이다.


(이 글은 나원영 씨가 쓴 언니네 이발관 명반의 탄생을 읽고나서 쓴 잡문임을 밝히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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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7시간 전

    언니네 이발관 1,2,5집과 함께 에넥도 무조건 명반

  • 1 1시간 전
    @물결

    외람된 이야기지만 언니네 이발관 1집은 참 풋풋하고 좋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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