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플로우의 정규 3집 <양화>의 수록곡인 '작두'의 뮤직비디오에서 넉살의 랩을 처음 듣고 충격을 받은 이래로, 나는 그에게 '열광'하지는 않아도 그의 행보는 늘 지켜보고 있었다.
어느 날 그가 밴드와 협업한 앨범을 낸다고 했을 때, 나는 내심 기쁜 비명을 질렀다. 그때 나는 힙합 음악에 잠시 피로감을 느끼고 밴드 음악에 눈을 돌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신께>는 편한 앨범이다.
필요 이상의 진중함도, 참을 수 없는 가벼움도 없다.
감각적인 밴드 사운드 위로 넉살의 목소리가 미끄러지듯 가벼운 춤을 추며 노련하게 올라탄다.
익살스럽게 끄적여 내려간 듯한 가사는 높은 곳에서 바라본 서울의 전경, 우리의 눈동자에는 요란했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한 빛으로 수놓는 도시가 비친다.
서로 다른 장르의 우주가 겹칠 때를 바라보는 일은 언제나 유쾌하다. 전혀 예상치 못한 매력을 발견하기도 하고, 기분 좋은 시너지가 일어나 즐거움과 영감을 주기도 한다.
창작자들에게는 늘 그런 시도가 필요하다. 대중들의 이목은 성공한 사례들에 쏠리지만, 그 사례들의 밑바탕에는 언제나 실패 혹은 좌절로부터 얻은 경험들이 있기 마련이다.
<당신께>는 그러한 시도들과 고뇌들에 대한 수많은 답들 중 하나이자, 한국 힙합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가볍게 읽을 만한 후기글 좋습니다
고맙다 후기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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