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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예수는 길거리에서 자라 났다 - Christmas Baby 앨범 후기

HDP2시간 전조회 수 133댓글 0

*제목과 소제목은 소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햇빛사냥' 의 목차를 오마주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DT98RidrFQ&list=OLAK5uy_m_bWKx5iP-0YwxnRv7jVGjgt2FjOXzGIo



앨범 나온 당일 날에 헤드폰을 안 챙겨서 이제야 들었다.



멜론 댓글에서 다들 웃기만 하길래 이번 곡은 개그인가 하고 들어봤는데 전혀 아니었고, 존나 쩔어서 듣는 내내 희열에 젖었다. 성탄절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즐겁고 발랄한 이미지를 뒤집고 스트릿베이비만의 방식으로 탄생한, 전래동화의 이면 속 잔혹한 면을 들여다 본 기분이었다. 나는 이런 류의 색다른 해석을 매우 좋아한다. 남들 많이 하는 게 인기가 많으니 많이들 한다지만 이렇게 색다른 크리스마스 캐럴(이라고 할 수 있을까...)도 있어야 세상에 다양한 색이 존재하지 않겠는가. 짧고 굵은 앨범 속 4곡을 듣고 이건 꼭 리뷰를 써야겠단 결심이 들어 블로그를 열었다. 최근에 Box클럽 공연 가니까 스베 팬들 많던데 이 글을 보게 된다면 당신들의 의견도 댓글로 한 번쯤 남겨줬으면 좋겠다.



지금부터 적는 글은 온전히 내 주관적인 의견이며 실제 아티스트의 의견과는 무관함을 미리 밝힌다. 그리고 써 보니까 이거 리뷰보단 걍 오타쿠망상글임... 음 이딴 과몰입오타쿠새끼도 있구나! 하고 읽어주길 바란다.





크리스마스 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는가? 화목한 가족들과의 시간? 연인과의 데이트? 친구들과 노는 시간? 맛있는 음식과 가슴이 두근거리는 선물? 사람마다 각양각색의 대답이 돌아오겠지만, 대체로 긍정적인 얘기가 나올 것이다. 성탄절 노래들도 마찬가지다.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고, 종소리 속에서 썰매를 타는 등 종교적인 의미에서 신의 탄생일을 축복하는 주제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러나 Christmas Baby는 다르다. 첫 트랙 '징글벨' 에서 스트릿베이비는 평범하게 징글벨 노래를 부른다. '흰 눈 사이로 썰매를 타고 달리는 기분 상쾌도 하다.', '종소리 울려라 종소리 울려. 기쁜 노래 부르면서 빨리 달리자.' '흥겨워서 소리 높여 노래 부른다.' 분명 행복하고 활기찬 가사지만 부르는 목소리는 어쩐지 쓸쓸하고 조용하다. 이런 역설된 분위기가 후에 나올 다음 곡들을 더욱 고조시킨다.




1. 때로는 크리스마스를 모르는 아이도 태어난다



다 알던데 난 몰랐어 뭔지 christmas


*


어릴 땐 불우했나 i dont know

갖고 싶음 훔쳤네 갖자 나도

사실 쳐웃어서 울렸네, 뺏어 돈도

들어봐, 세상이 나빴네 몰랐어 *도


*


갑자기 억울해서 그냥 썼어

근데 그냥 모를래 christmas



-크리스마스는 빨간날 中-



모두가 행복에 잠겨 떠들석한 분위기에 홀로 크리스마스를 모르는 한 아이가 있다. 쉬는 날인줄만 알았던 빨간 날이 사실 선물도 받고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날이란 걸 아이는 눈치를 봐온 끝에 홀로 깨닫는다. 선물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숨기고 싶어 할머니가 불교라고 변명거리를 생각하지만, 털어놓을 상대 없는 혼잣말로 집어 삼킨다(할머니 믿으시지 budda, 안 꼈어 애들 수다). 왜 아이는 크리스마스를 몰랐을까? 미국에 가기도 전에 시작한 불법적인 일 때문이었을까(아랫집 옆집 건달). 불우한 집안 사정 탓이었을까(말 못하고 다니잖아 집이 가난해, 그건 다 아마 엄마 도망가는 바람에).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는 단지 갖고 싶다고 누군가에게 부탁하는 대신, 훔치고 뺏는 부적절한 방식(갖고 싶은 훔쳤네 갖자 나도, 뺏어 돈도)으로 욕구를 해소했다. 한창 사회 속에서 지도받고 사랑받아야 할 아이는 집을 나간 엄마와 아무것도 몰랐던 자신에게 세상이 나빴을 뿐이라고 원망한다. 단지 불행했던 유년 시절이 너무나 억울해서, 이런 삶이 아니었다면 어땠을지 같은 생각조차 할 힘이 없다. 힘든 현실을 잊기 위해 그가 할 수 있는 건 눈물을 집어 삼키는 일뿐이었다.



통통 튀고 흥겨운 비트 위로 얹힌, 덤덤하게 이야기하듯 뱉은 랩은 이 슬픈 사연을 더욱 부각시킨다. 듣다 보면 어느덧 훅을 따라 부르는 자신을 볼 수 있다.



2. 길거리의 무자비는 산타에게도 예외가 없지 



Street baby comin to town

물건들 들고, 돈 준비해 놔

시장에 있는 거 다 들고 왔어

넌 뭘 사면 좋을지나 고민해 봐


-내가들을캐롤 中-



크리스마스를 아무 것도 없이 보낸 아이는 청년이 되어 많은 것들을 나르는 어른이 됐다. 물건을 나르는 게 흡사 산타할아버지를 연상시키지만, 아이들에게 선물과 희망을 나눠주는 산타와 달리 청년은 불법적인 물건들을 자신의 이득을 위해 가져왔다는 차이가 있다. 이 모습을 본인도 의식한 건지 죽은 산타를 기리듯 빨간 텍사스 져지를 입고, 도시로 돌아오기 위해 신분세탁까지 하는(돌아오면서 했어 신분 세탁 Just cuz i had to come back to the town)치열한 시간을 딛고 돌아왔다. 



잘 지내겠다고도 인사 못하고 왔는데 잘 지내 ur g

우리같이 배운 거 써먹으면서 너 생각해 miss u my g

그 시간 없었으면 나 아마 쟤네들처럼 됐을 거야 거지

보고 싶은데 못 가고 가도 못 보겠지만 내 마음 알지?

와서 니 꿈까지 got it 여기 한국에선 82

82, 팔이라 불러 thats trap, ya of course on top, where im at



어린 시절과 달라진 건 그 뿐만이 아니다. 떠나기 전 문득 그리울 정도로 가까워진 동료들(gang)이 생겼고, 그들과의 시간이 아니었다면 거지가 됐을 거라고, 불우했던 자신 같던 '쟤네들' 을 언급한다. 82(한국)에서 팔이가 되어 높은 곳에 오르자, 사람들은 벌벌 기고 여자들은 옆에 낄 수 있게 됐다. 지긋지긋한 과거는 잊을 정도로 나이도 먹었다(나이 생각하자 알잖아 u thirty). 더 나아가려는 야망도 있다(문화를 바꿔야겠어 여기 싹 다 그래서 정했어 우리의 거래장소 세종문화회관). 죽어버린 산타 대신 자신을 축하할 캐럴을 원했지만, 드문드문 드러나는 덜 자란 그의 미성숙함과 잘 풀리지 않는 상황(알아 근데 눈깔 돌아 안돌아 다 갖고 왔는데 없다잖아 돈이)은 여전히 그를 유년 시절에 이어 괴롭게 한다.



3. 삶은 살아가는 걸까 죽어가는 걸까 



It goes like

living life crazy

i wanna go back

u dont have to Bae

i know what you wanna say

u worrying bout meh cuz im

taking all these pills

its okay cuz ive been taking these for years


이게 내 심장을 뛰게 해 ye

넌 그걸 다 알면서 많은 걸 기대해 ye

힘들어 평범하게 잠들고 깨는 게 hmm

숨겨놓은 며칠은 im dead awake

Damn it feels like my heart stopped


Can u feel my heart beat?


-heartbeat 中-



가장 가까운 상대와 대화하듯 뱉은 이번 트랙으로 마무리. 


약을 먹은 지 몇 년은 되었다는 그는 사랑하는 사람의 걱정을 뒤로 한 채 오늘도 약을 먹는다. 평범하게 자다 깨는 게 어렵고, dead awake(살아 있지만 죽은 것 같은 느낌)를 견디기 위해 약을 먹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중독된 폐인이다. 옛날로 돌아가고 싶다고, 내가 약을 먹을 수 밖에 없는 걸 알면서도(상대가)너무 많은 걸 기대한다고 한탄하는 가사에 맞게 곡도 조용하지만 무언가 한에 받힌 애절한 톤이다. 사람들은 인생을 살아간다고 한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수명이 줄어드니 사실상 죽어가는 게 이론적으로는 옳다. 살아 있다는 감각(heartbeat)을 느끼고 싶어 약을 먹지만, 그럴수록 생존과 멀어지는 이런 아이러니함을. 본인조차도 어쩔 수 없어 나랑 있지 않아도 된다(u don't have to bae), 내 심장 소리가 들리냐는 무의미한 말만을 반복하며 노래는 끝이 난다. 개인적으로 Street love 앨범의 xan talk나 imfu 와 같이 들으면 어울린다고 생각중.




크리스마스 노래라고 해서 처음에는 Merry Drillsmas 같은 기존 캐롤에 힙합을 섞은 가벼운 퓨전 곡을 예상했다. 들어본 결과, 다른 의미로 기대 이상이었다. 내가 앨범에서 가장 높이 평가하는 지점이 서사인데, 짧은 앨범 속에서 각자 하나하나의 곡들에 각자의 서사가 있어서 좋게 들었다. 스트릿베이비의 음악을 비평하는 사람들은 항상 '플로우나 내용이 매번 똑같다. 이러면 오래 못 갈 거다.' 는 지적을 해 왔는데, 이 앨범이 그 말들에 조금은 반박이 되지 않았을까? (부대찌개 맛집에 와서 부대찌개만 한다고 성내지 마라.)



한편으로는 스트릿베이비 개인이 많이 걱정됐다. 내용이 실화일 수도 픽션일 수도 있지만, 모든 창작물에는 어느 정도 삶의 배경이 배이기 마련이다. 억울해서 그냥 적어 봤단 가사처럼, 이 음악이 '내가 이렇게 힘들었어. 나 그래도 잘 살려고 노력하고 있어.' 라는 말처럼 들리기도 했다. 창작 의도야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다지만, 앞으로 다가올 크리스마스에는 희망차고 행복한, 가난 선물 걱정 없이 행복한 시간만 가득했으면 하고 개인적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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