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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 체리와 골드부다, 마이애미에서 자라난 이 남매는 언제나 독특함이 무기였다. 이것이 이들로 하여금 잠시나마 스윙스 사단과의 동행을 가능하게 했고, 이들과 결별한 이후에도 소스 카르텔(SAUCE CARTEL)이라는 새 플랫폼 위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할 수 있게끔 했던 원동력이었다. 동양 문화의 키치한 활용, 기이한 발음에 기반한 독특한 퍼포먼스는 처음에는 밈으로서 소비되기도 했으나, 이후 <CHEF TALK>에서 국내*외를 넘나드는 협업과 트랩, 멈블 랩의 클리셰에 대한 창의적인 재해석을 보여주며 한국 힙합의 또 다른 미래상을 보여준 이들로 차츰 재평가 받았다. <SPACE TALK>는 이 괴짜 남매의 또 한 번의 발전을 보여주고 있다. 힙합을 기반으로 락, 일렉트로니카까지 끌어들여 완성한 댄스 음악의 최전선은 당시 한국의 어느 음악보다도 미래에 위치한 것이었다.
세우, 닥스후드와 같은 걸출한 비트 메이커들로부터 양질의 트랩 비트를 공급받았던 전작들에서 한발 더 나아가, 골드부다가 총괄 프로듀싱을 넘어 직접 모든 프로덕션을 주도하여 이들 남매의 커리어에서 가장 광범위한 사운드가 편성되었다. 힙합을 기반으로 하되, 하이퍼 팝을 중심으로 락, 알앤비, 일렉트로니카, 케이팝 등 폭넓은 범위의 사운드를 끌어들여 콘서트, 라이브에서 대중과 같이 호응할 수 있을 분위기를 조성하려 했다. 본인들은 '부다 크렁크(Budda Crunk)'라 칭한 각 트랙의 사운드들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골드부다가 서구 팝 시장의 트렌드에 얼마나 도통한지, 그리고 그 재해석에 얼마나 능한지 실감하게 된다. 정글과 드럼 앤 베이스("Power Rangers", "CATWALK", "@ FRND", "# seeyoutmr"), 저지 클럽("Golden Mulan", "꿈", "WHO WE R *"), UK 개러지("MEMORY (dodumi adventures)") 등 20년대 초-중반을 풍미하고 있는 댄스 뮤직의 하위 장르들을 적극적으로 차용하는 한편, 여기에 팝 펑크("Power Rangers", "Rockstars"), 얼터너티브 락("@ FRND"), 플럭앤비("WAMEME"), 트랩("Struggle"), 테크노("천사춤")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사운드가 복잡하게 혼재-재해석 되고 있다. 언뜻 보기에는 혼란스럽기까지한 <SPACE TALK>의 장르적 확장은 숏폼 시대에 걸맞은 30분 이내의 짧은 러닝타임과 더불어, 인스트루멘탈에 자유자재로 섞이는 릴 체리와 골드부다의 퍼포먼스에 힘입어 원활하게 섞인다. 따로, 또 같이 움직이는 이 남매는 "Golden Mulan"의 주술성, "CATWALK"의 앙칼짐과 과격함, "Struggle"의 몽환을 자유로이 오가며 이 앨범의 사운드에 있어 또 하나의 악기 역할을 한다. 골드부다의 걸쭉한 톤이 "Power Rangers", "Rockstars"의 락적인 접근에 자연스럽게 동화되고, "천사춤", "MEMORY (dodumi adventures)"에 릴 체리의 앵앵거리는 톤이 사이키델릭한 분위기를 조성해 내는 부분은 단연 앨범의 백미라 할 것이다.
앨범 내내 다 장르 간의 복잡다단한 혼재가 반복되고 있으니 만큼, 이들에게 있어서는 이를 원활히 받아줄 얼터너티브한 인력들을 고루 선발할 필요가 있었다. 그랬으니만큼, 이모코어의 요소가 반영된 "Power Rangers"에 평소 인디 락에 큰 영향을 받아온 바밍 타이거의 머드 더 스튜던트가 합류하는 것은 더없이 자연스러운 그림이었다. 마찬가지로, 릴 체리와 팝에 대한 지향과 펑크 문화에 대한 관심을 공유하는 재키와이가 "춤"의 폭발적인 베이스 위를 노니는 것 역시 그 조화가 탁월하다. 사운드클라우드에서 건져올린 이들이 앨범에 마이너리티와 혈기를 더하는 부분은 또한 앨범에 있어 중요한 조미료가 되어준다. 부산 출신의 이모 랩 아티스트인 타이론 로렌트(Tyroné Laurent)가 머드 더 스튜던트와 더불어 "Power Rangers"에 녹아들고, 왕년의 케이팝 스타인 민 - 미쓰에이의 그 사람이 맞다! - 이 릴 커비와 팜께 하이퍼 팝을 소화하며, 심지어는 릴 체리와 골드부다가 지향하는 장르리스한 펑키함의 원류였을 리코 내스티(Rico Nasty)까지 앨범에 공존하여 사나운 기세를 드러내는 부분은 이들 남매가 지닌 음악적 그릇의 크기를 능히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얼핏 복잡함을 넘어 혼란해 보이기까지 한 이 '부다 크렁크'가 우리에게 수용 가능하고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것은, 그만큼 이 남매의 각 장르에 대한 깊은 이해도와 더불어, 자신들의 음악적 지향점을 명확히 설정하여 능수능란하게 추진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제는 장르 간의 통섭은 너무도 익숙한 일이 되었다. 이러한 통섭이 반복되다 보면, 필연적으로 음악적 본질에 대한 고민과 혼란을 마주하게 된다. 그만큼 음악에 있어 자신의, 혹은 팀의 정체성을 설정하고 이를 영리하게 추진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해졌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SPACE TALK>의 지향점은 명확하다. 힙합과 댄스 뮤직의 토대 위에 펑크와 하이퍼 팝까지 자유자재로 섞어가며 '관중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우주적인 흥을 지닌 음악'이라는 목표를 이 앨범은 완벽하게 충족시킨다. 자신들의 보컬 퍼포먼스까지도 일종의 악기처럼 활용하며 주조해낸 고도의 흥, 혹은 서브 컬처적인 요소의 차용이라는 자신들의 정체성이 명확했기에 이들의 공격적인 확장이 더욱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이렇게 완성된 앨범에 드러나는 이들 남매의 팝 랩에 대한 음악적 비전은 확실히 이단적이나, 동시에 미래적이고, 또한 매력적이다. 골드부다가 크루를 이탈한 현시점에서도 지속적으로 교류를 이어가고 있는 이 기상천외하고 천재적인 남매의 앞날을 더욱 지켜보고 싶어지게 하는 그런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Best Track : Power Rangers (feat. Mudd the student, Tyroné Laurent), CATWALK (feat. Rico Nasty), MEMORY (dodumi adventures)
이래저래 할 리뷰는 많은데 글이 잘 써지지 않네여.....
화지 잇은 진짜 올해 중으로 리뷰하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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