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음과 권기백.
이 두 래퍼를 평가할 때, 우린 특별한 잣대를 갖다 댄다.
바로 ‘그 나이 치고'라는 잣대다.
“그 나이 치고 꽤 하네…….”
현재 이 잣대로 가늠했을 때 가장 대표적으로 나오는 래퍼들이 바로 율음과 권기백이기 때문에, 그 둘이 서로 나올 때마다 비교당하는 것이다.
이 잣대를 치우는 방법은 완성도, 오직 완성도 뿐이다.
언젠가 ‘그 나이 치고'란 말을 지웠을 때.
단순하게 ‘꽤 하네'라고 평가할 수 있을 때.
그들은 비로소 ‘기대되는 어린애들'을 벗어나 한 명의 플레이어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권기백은 비프리 ‘FREE THE BEAST’나 최성의 ‘죄인 같은 내 모습 끝을 보내'에서 프로페셔널 못지 않은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율음의 CICADA는 ‘그 나이 치고'를 지우려는 노력이 인상깊은 앨범이다.
레이지(Rage) 장르를 벗어나 본인의 창의적인 영역을 개척했고,
전작들보다 더더욱 번뜩이는 프로덕션을 선사했으며,
그동안 보여줬던 엉성한 랩이 아닌 수준 높은 랩 이해도를 보여주었고,
훨씬 진정성 있는 가사를 썼으며,
본인의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닌, CICADA라는 앨범을 제작하려는, 예술가적 진전성을 보여주었다.
CICADA는 분명히 빛나는 앨범이고, 올해 한국힙합에서 나온 작품들 중에서 손꼽히게 인상적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CICADA는 ‘그 나이 치고'를 지우말큼 완성도가 높진 못했다.
프로페셔널의 결과물이라기엔 2% 부족한 프로덕션적 완성도.
확실히 랩 이해도가 높은 랩이지만, 특색을 느끼기 힘든 랩.
분명 율음의 발전에는 까무러칠만큼 놀랐으나, CICADA에는 콕 짚어낼 수 없는 중학생 특유의 아쉬움이 존재했다.
만약 20살 후반의 무명 신인이 나타나서 이 앨범을 냈다면 어땠을까?
잔잔하게 좀 주목 받았을지 몰라도, 지금 엘이에서 AOTY라고 부를만큼 거론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CICADA에서 보여준 율음의 래핑을, 다른 곡의 피처링으로 쓸 수 있을까?
그 역시 나이대에 꽤 하네 싶긴 했어도, 곡의 감흥을 낮췄을 확률이 높다.
‘그 나이 치고'를 붙여야 비로소 CICADA에서 올해 나온 다른 프로들의 작품과 같은 감흥을 느낄 수 있다.
또, 한계에 관한 아쉬움을 말하겠다.
CICADA는 랩 앨범이다.
율음은 자신의 아티스트적 정체성만큼이나 CICADA에 래퍼로서의 정체성을 부각시키려 노력했다.
그 결과 율음의 랩은 그야말로 일취월장했다.
그렇기 때문에, CICADA는 율음의 한계를 드러낸 작품이다.
율음의 음악성에선 분명 눈부신 포텐셜을 봤지만, 랩에서는 지울 수 없는 한계를 느꼈다.
역사에 남을 래퍼가 되기 위해서 갖춰야할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율음은 그 중 음악성을 분명히 갖췄다.
하지만 랩은?
랩에서 가장 먹고 들어가는 것은 목소리 즉 톤이다.
나플라, 이센스, 빈지노, 등등, 누가 됐든, 그들이 평범한 목소리를 지닌 래퍼였다면 리스너들의 사랑을 받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필자는 스카이민혁의 목소리에서 ‘해방'의 포텐셜을 봤지만,
율음의 톤에서는 빈말로라도 인상깊은 포텐셜을 보지 못했다.
정말로 ‘그 나이 치고'라는 잣대를 떼고 싶다면, 랩에서 방향성적 전환이 필요할 듯싶다.
마치 뻔한 레이지식 프로듀싱과 무지성 랩에서부터, 창의성 있는 프로덕션과 진정성 있는 가사로 방향성적 전환을 이룬 CICADA처럼 말이다.
혹자는 말할 수 있다. 중학생한테 너무 심하게 평가하는 것 아니냐고.
맞다.
중학생인 걸 감안했을 때 율음은 벌써 역사적인 수준이다.
프로덕션에서 보여준 번뜩임, 랩에서 보여준 이해도, 앨범을 관통하는 창의성, 등등.
수많은 영역에서, 율음은 이미 프로의 수준에 들어섰거나 평범한 프로들을 뛰어넘었다.
그렇기 때문에 ‘중학생한테'가 아닌, ‘곧 진짜 아티스트가 될 플레이어'한테 정당한 혹평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율음의 랩 톤이 특출났다면, 나는 CICADA를 ‘양홍원을 뛰어넘을 NEXT가 될 준비를 마친 앨범'이라고 평가했으리라 확신한다.
거기서 프로덕션까지 완성도 높았다면, 정말로 AOTY를 노려봤어도 좋았으리라.
아직은 그 나이 치고 뛰어난 앨범에 불과하다.
BEST SONG: Sky
한줄평: 정당한 아티스트적 혹평을 받을 준비가 되었음을 보여준 율음의 눈부시는 앨범.
작품 외적인 서사는 원래 앨범에 매력을 더하는
굉장히 영향력 높은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우린 이 앨범을 들을 때 잣대를 다른 국힙 래퍼에게 맞춰서 듣는 것이 아닌 중3 아티스트 율음의 성장 서사를 같이 듣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 있어서는 높이 평가할만한 작품이라 생각이 들어요.
오토튠 낀 레이지를 벗어나 자신의 내용을 담은 가사, 본연의 톤으로 본인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려 하는 것 같아 인상적이었네요
+ 그리고 생각보다 국힙에서든 외힙에서든 서사로 인해 더욱 높이 평가받는 작품들이 만연합니다. 저는 그게 나쁘지 않다고 봄
스카이민혁 해방이랑 비슷한 앨범
근데 율음은 힙합 리스너들에게 천재가 아니었던 적이 없어서....
맞긴함
다음앨범에선 그나이치곤을 벗어난 앨범을 보여줄거라고 믿어요
작품 외적인 서사는 원래 앨범에 매력을 더하는
굉장히 영향력 높은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우린 이 앨범을 들을 때 잣대를 다른 국힙 래퍼에게 맞춰서 듣는 것이 아닌 중3 아티스트 율음의 성장 서사를 같이 듣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 있어서는 높이 평가할만한 작품이라 생각이 들어요.
오토튠 낀 레이지를 벗어나 자신의 내용을 담은 가사, 본연의 톤으로 본인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려 하는 것 같아 인상적이었네요
+ 그리고 생각보다 국힙에서든 외힙에서든 서사로 인해 더욱 높이 평가받는 작품들이 만연합니다. 저는 그게 나쁘지 않다고 봄
물론 그런 생각이 이해가 안 가진 않지만, 서사가 앨범에 매력을 더하는 거랑 나이가 앨범의 미완숙을 만회해주는 거랑은 살짝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전자는 아티스트가 하고자 한 것이 제대로 전해진 결과물이라면, 후자는 아티스트가 하고자 한 것의 완성도적 결핍을 나이라는 이유로 눈감아주는 거니까요. 뉘앙스적인 차이가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확실한건 이번 앨범이 율음 커리어의 가장 큰 전환점이자, 율음이 더욱 주목받게 되는 계기가 될것 같네요.
저도 율음의 제대로 된 첫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
전 그저 다음 작품이 너무 기대되네요
개인적으론 나이가 오히려 편견이 되는 느낌.
이 직전까지 율음 작품은 한번 돌리고 손도 안댔는데
이번앨범은 연달아 두번 돌림.
누가만들었다고 해도 그냥 잘 만든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ㅎㅎ
와 완전 저랑 다르시네요..
랩 톤 정말 완벽하다 생각했는데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아직 안들어봤는데 이따 무조건 들어봐야겠네요
전 랩 톤 좋았음
'그 나이 치고' 때문에 율음의 앞으로가 더 기대됩니다
'그 나이 치고'는 이제 곳 벗어날 때가 되었고
말씀하신 것처럼 아티스트 그 자체만의 평가를 받아야 할 때
이번 앨범이 율음 스스로의 나이를 벗어난 아티스트로써의 현재 자신을 되돌아보고
이를 벗어날 수 있을 발판이 될 수 있다고 전 생각합니다.
랩이 본인이 만든 음악에 잘 묻는 느낌이어서 전 좋았습니다
저는 작성자님이 말한 단점들이 강한 장점으로 다가와서 너무 좋았네요 ㅎㅎ
물론 작성자님 글이 다 틀린 말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글 공감됩니다 랩이 아쉽긴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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