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멀리 볼 수 있던 이유는 거인의 어깨 위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뉴턴이 한 말인데요
이게 참 정곡을 찌르는 말인 게, 결국 그 천재 뉴턴도 선대들의 시행착오를 보며 쌓여진 결과물을 보며
와 시발 저게 그거구나! 했단 이야기고 세상 모든 분야가 그렇습니다.
내연차가 없이 전기차가 뚝딱 나왔을까요? 모든 것은 앞서 나간 것들에게 영향을 받으며 발전해요
예전 음악들 중에 지금 들으면 못 듣는 게 참 많습니다. 그 시간을 버티고 살아남은 것들이 클래식이고 지금까지 이름이 남았습니다
00년대로 따지면 한국 힙합으로 따지면 누명, 언디스퓨티드, 다이나믹듀오 1집, 가리온, 에픽하이 4집, 데몰리쉬 정도나 이름이 나올까요?
10년대 초중반으로 잘라도 열꽃, 24:26, 탑승수속, 프라이머리 1집, 11:11 정도가 끝입니다. 중후반부터는 우리가 기억하는 것들이 생겨나요
근데 그런 것들이 뚝딱 생겨났냐
그건 당연히 아니고요
PC통신 시절 모 레코드샵에서 음반 사다가 이거저거 뜯어보면서 음악 만들던 분들이 계셨습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건 아니었지만 이걸 한국어로 도입하는 건 그 비슷한 난이도였을까요
이런저런 말도 참 많았어요. 한국어 발음 구조상 라임이 형성이 안 된다는 분들도 있었고, 한국어는 영어랑 달라서 라임 안 맞춰도 운율 생길 수 있는데? 하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간 분들도 계셨고 학교 종교 육교 식의 각운이 최선이라는 분들도 계셨죠
그 논쟁에서 승리한 게 버벌진트와 SNP 방법론이고, 결국 우리는 모두가 그 방식대로 가사를 쓰고 있습니다.
이 패러다임에서 새롭게 발전한 게 킁에서 나온 특유의 발음 늘여 만드는 라이밍인데, 이건 본인만 할 수 있는 수준이라 와 개쩐다! 에서 끝나고 판은 못 바꿨습니다
지금 보면 아니 그냥 당연한 거 아니야? 있던 거 그냥 찾아낸 거 아니냐? 하실 분들도 많을 텐데
그렇지는 않았어요.
그 당시 PC통신으로 음악 만들던 분들은 사실상 언어학 연구 비슷한 걸 하고 있었을 거예요
우리는 영어랑 뭐가 다르길래 라임 짜는 게 이리 어렵냐 부터 시작했을 거예요. 그 뒤로 한국어 발음 구조부터 하나하나 뜯어보고 음성음운론적 구조 알아보고 그럼? 입모양이 비슷한 모음들을 나눠 배치하고 스네어에 투포를 맞춰보고 반복하고 반복하고
이런 과정에서 작사법이란 게 나누어지고 확실한 하나가 승리하게 된 거죠. 그리고 그분들이 갈아넣은 노력과 시간이 토대가 됐습니다. 지금 우리가 올라가 있는 거인의 어깨가 된 거죠
예전 학력고사나 엄청 예전 수능시절 문제들 지금 똘똘하다 싶은 수험생들 보여주면 못 푸는 친구들 하나 없을 거예요.
하지만, 그 문제를 다 분석하고 녹여 만든 문제들과 수없는 사람들의 연구 끝에 나온 발전한 교수법으로 배웠기 때문에 당연히 아는 거 아니냐? 할 수 있는거고
그 똘똘한 친구들도 그 시절 수험생이었으면 똑같이 낑낑거렸을 거예요.
그땐 그게 최선이었으니까
지금을 뛰어넘는 과거는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결국 과거가 될 테고요
그래서 뭐 어쩌라고 1세대 어르신들 개쩌니까 씹지 말라는 거냐? 음악 구린데 어떻게 안 씹음? 뭐 그런 건 아니고요
그냥 그땐 그랬나보다 아저씨들 정말 열심히 하셨구나 정도만 생각해주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 분들 지금은 대개 음악 접고 현생 살고 계신데 고생하셨어요 이 정도 감상 남기는 게 나쁜 건 아니니까요
https://www.youtube.com/watch?v=q8zxlhv2oEo
좋은글 감사합니다
본론하고 다른 얘긴데 전 드렁큰 타이거 8집도 저기 나열된 앨범에 꿇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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