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강혁을 아시나요
이제 알아주세요
https://youtu.be/TtTZzNRbdbE?si=AaDC7a83-GoD7wQu
얼마 전 나온 강혁의 새로운 노래를 들었다. MV를 준비한다기에 9월에 나오는 새 앨범이 나오는가 했는데, 그건 아니고. 아는 사람과 가볍게 만든 노래 같았다. 골 때리는 가사와 컴퓨터 교실에서 배운 디자인으로 만든 듯 작위적으로 꾸며진 뮤비, 중독성 있어 잊을 수 없는 멜로디로 단번에 나의 이목을 끌고 있다. 오늘 다시 들으면서 안 건데, 시간 별로 스크립트까지 나눠 놨고, 설명 란에 가사도 적혀 있다. 그것도 파트별로. 대체 그는 무슨 생각으로 이 노래를 만든 걸까. 앨범이 잘 안 풀리기라도 했던 걸까. 잊을 수 없는 누군가를 그리워했던 걸까.
이유야 어쨌건 가볍게 들을 수 있어 좋은 노래였다. 비의 '차에 타 봐', 시아준수의 '이 노래 웃기지', 나르샤의 '삐리빠빠' 를 잇는 현 시대의 숨듣명을 꼽으라고 하면 단연 이 곡을 꼽고 싶다.(오해하지 마라 비하가 아니라 진짜로 이 노래를 높이 산다는 얘기다)
그만큼 강혁이라는 아티스트가 더욱이 유명해지길 바라며 개인적인 감상을 적겠다.
노래 내용은 전체적으로 짝사랑 대상으로 추정되는 여자인 '그녀' 를 찾는 스토리다. 삼거리포차, 와이키키에서 그녀를 보고는 '오늘을 기다렸다' 는 인물. 해당 장소들에서 처음 그녀를 보고 사랑에 빠진 건지, 그녀를 어떠한 경로로 먼저 알게 되었는데 그녀가 저 장소들에 있는 걸 확인하고 그녀를 찾을(정황상 고백할)각오를 한 걸지. 명확하게 알 수 없다. 후술할 뮤비의 마지막 장면을 생각하면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 어찌되었든 그녀를 찾는다, 사람을 찾는다, 사랑에 빠졌다는 비장한 각오를 후렴구에 반복하며 그녀를 찾으러 나서는 여정이 시작된다.
1절은 강혁의 벌스다. 탈색머리, 짧은 치마라는 그녀의 특징을 읊으면서 '대통령이면 너랑 사귈' 거라는 말로 진득한 마음을 드러낸다. 이 결심은 선언에서 그치지 않는다. 법도, 한문철도 말릴 수 없는 자신의 간절한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그녀의 아버지의 밥을 먹어주며 그녀의 부모님께 잘 보일 궁리를 한다. 그의 마음은 다음 벌스에서도 볼 수 있다. 여가 생활을 즐겨야 할 피씨방에서 그녀 생각을 하고, '결혼식은 맥도날드, 신랑 얼굴(정황상 자신의 얼굴)은 디카프리오' 라며 구체적인 상상까지 한다. 그러나 '예쁘니까 햄버거나 날러, 계산은 합의금 받은 걸로 퉁치고' 처럼 여성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건지 다소 의문이 드는 가사들도 나온다.
이어서 2절을 보자. 1절과 비슷한 초반부 가사에 이어 그녀와 이어지지 못한다면 그녀가 미울 거라는 다소 소심한 솔직함을 드러낸다. 이후 가사들은 1절보다 노골적이다. '사랑은 지루해요 난 지루가 아닌데도', '너 몇살이니 민증 까봐' 처럼 사랑노래에는 어울리지 않는 골 때리는 가사의 연속이다. 물론 사랑 표현도 있다. '이런 나를 당신은 절대 모르길 바라요 이렇게 그대를 향한 내 마음을 아나요' 라는 가사는 모르길 바라면서 아냐는, 다소 모순된 말로서 절절한 사랑을 은유한다. 그녀와 함께 할 미래를 상상하며 행복의 나래를 펼치지만(넌 내 제육 싸게, 우리 애는 똥싸개. 그녀가 자신의 밥을 해주고 아이를 낳아주는 미래 상상으로 추정), 어디선가 나를 찾는 목소리(현실)는 그에게 현실을 깨닫게 한다. 눈을 감음으로서 소심한 저항을 하는 건 덤.
그녀를 보았냐는 끊임없는 훅으로 끝난 노래는, MV 속의 카톡 화면으로 막에 이른다. '그녀' 가 아닌 '지혜' 라는 이름을 가진 하나의 독립된 존재로 등장하는 그녀의 남자친구가 있다는 거절. 거절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고양이가 보냈다' 며 이모티콘과 함께 농담을 던지는 그. 사랑할 수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었지만 이뤄질 수 없단 걸 알았을 때. 그 때의 좌절감은 사람을 이토록 추하게 만든다.
위에서도 말했듯, 전체적으로 재밌고 가볍게 듣기 좋다. 거북한 욕설도 없고 발랄한 분위기의 음악이다. 성적인 가사는 조금 나온다만 웃고 넘길 수 있는 수준. 에너지 넘치는 클럽 특화 음악을 만들어오던 강혁이 이런 음악도 할 수 있단 걸 새롭게 알았다. 9월에 낼 앨범이 더욱 기대된다.
한 눈에 반해 모든 해 줄 기세로 사랑을 찾아 떠났지만, 결국 이어지지 못했다는 가슴 아픈 결말. 실연을 해 본 사람이라면 뼈저리게 공감할 거다. 결혼식은 어디서 할지 계획도 세우고, 일상 속에서도 마냥 보고 싶고, 민증 좀 보자는 어줍잖은 조크로 관심을 끌려 해도 결국 그녀는 내 사람이 아니다. 그녀에게도 마음이 있으니까. 원망할 수도 없다.
결말 이후의 그는 어떻게 될까? 그녀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새 여정을 떠날까? 그녀를 위해 깨끗이 포기하고 새 인연을 찾을까? 나만 봐주지 않으면 밉다는 그녀에게 집착이라도 할까? 어쩌면 그 역시 그녀보단 그녀를 사랑하는 자신을 더 사랑했던 건 아닐까? 그녀를 사랑이라 부르며 찾아 나선 그가 어쩌면 그녀에겐 무섭지 않았을까...
우리 모두가 그가 될 수도, 그녀가 될 수도 있다. 진정한 사랑은 찾아 나서지 않더라도, 언젠가 나타나 주지 않을까? 모두가 사랑 때문에 고생하지 않고 무탈히 살길 바라며 두서없는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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