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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총정리] 이센스(E SENS) - 『이방인』

title: CMIYGL코지보이8시간 전조회 수 113추천수 1댓글 1

이방인.jpg

 

<들어가며>

 '한국 대중음악상' 최초 '옥중 수상' 및 힙합 앨범으로는 두 번째로, 한국 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앨범 상'을 수상하며, 평론가와 리스너 모두에게 극찬을 받은 명반 『The Anecdote』 발매 이후, 1년 6개월에 수감 생활 뒤, 약 3년 만에 돌아온 정규 2집인 『이방인』. 『이방인』이 발매된, 2019년에는 힙합 신에 큰 파장을 일으킨 씨잼의 『킁』이 발매되어, '올해의 힙합 앨범상'을 수상하지는 못했지만, 오히려 발매 당시보다 시간이 지나며 점점 평가가 오르는 앨범이 『이방인』이라 할 수 있다.

 

['이방인'에 대해]

 

https://youtu.be/SqkcVMa-_58?si=js8pN5pLvUI5Dm7Y

 

 『이방인』이라는 이름부터 의미심장하다. 지금 보면 앨범 자체와 너무 딱 맞아떨어지는 이름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이방인'이라는 제목을 염두에 두고 만든 앨범인가 싶지만, 이센스가 처음에 생각한 제목은 '손님'이었다. 이센스 본인의 인터뷰에 따르면, '2013~2014'연도 즈음부터 신에서 약간 거리감 있는 위치에 있었고, 실제로 1년 6개월 수감 생활을 하여, 그동안 세상과 '단절'된 채 있었기 때문에, 그러한 상황에서 힙합 신과 '세상'에 돌아온 자신을 반가운 '손님'처럼 맞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손님'이라는 제목을 염두에 두었다고 한다.

하지만 '손님'은 외부에 존재에 불과하다. 우리가 바깥에서 들어온 '손님'을 반갑게 맞이해주는 이유는, 그가 '손님'이기 때문, 즉 그 사람이 여기에 짧게 머무르다 갈 사람이기 때문이다. '손님'이 떠나지 않고 그 지역(혹은 그 세계)에 오랫동안 남는다면, 그 사람은 더 이상 '외부에서 잠깐 왔다 가는' '손님'이 아닌 '외부에서부터 우리의 세계로 이주해온' '이방인'이 된다. 이센스 역시 『이방인』이라는 제목이 "내가 외부에 있을 거라는 의지보다는 내가 돌아와보니, 어느 정도 '이방인'에 위치에 있어서 '이방인'으로 이름을 짓게 되었다."라고 밝힌다.

실제 앨범에 전반적인 내용 역시, '손님'보다는 '이방인'이 훨씬 자연스럽고, 타당하다. 이센스는 『이방인』에서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과 사람들에 겉으로 봐서는 보이지 않는 추악한 면과 그 내면에 여러 복잡한 심리를 들여다보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며 그런 과정에서 자신이 좋지 않다고 여겨지는 모습이, 자신의 내부에도 있는 것이 아닌지 돌아보는 가사를 쓴다. 이러한 '시선'은 '외부'에 있는 사람이 봐서 이야기한다면, 아무 의미 없는 말이 된다.

 

김수영 시인.jpg

 

시인 김수영은 자신의 수필 《상동 유감》에서 "부정하고 타락한 세계를 보는 자 역시도 세계 밖이 아닌 세계 안에 있다."라고 남겼다. 내가 속한 '공동체'를 악이라고 치부할 때, 그럼 그 공동체의 일원인 내가 '그 공동체 밖'에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는 김수영 시인의 날카로운 물음은, 『이방인』 속 이센스의 태도와도 많이 닮아 있다. 이센스는 『이방인』에서 꾸준하게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과 인간에 부정한 면에 대해 비판의 시각을 보내면서도, 계속하여 자신에게도 그러한 면이 있지 않아 돌아보는 모습을 보인다. '공동체'에 속해있지만, 그곳에 완전히 융화되어 있지 않고, 마치 주변인인 것 같이 있지만, 그럼에도 그 공동체에 속해있는 사람, 이센스 스스로가 '아 이 단어 좀 외로워 보이는데'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외로운' 느낌이 많이 드는 '이방인'이라는 제목은, 『이방인』에 전체적인 흐름과 내용과 딱 어울리는 제목이라고 할 수 있다.

 

<앨범 평>

BANA.webp

 

레이블 'Beats And Natives Alike' 줄여서 'BANA'라고 부르는 이 회사에, 현재 이센스가 남아있지는 않지만, BANA의 높은 음악적 역량과 이센스가 어우러져, 또 다른 명반인 『이방인』이 탄생했다.

 

프랭크.png

 

『이방인』에 전체적인 엔지니어링은 'XXX'의 비트메이커이자 프로듀서인 'Frank'가 담당하였는데, 그의 사운드적 재능이 『이방인』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곡 전반에 '냉소적인(cynical)'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이러한 분위기와 흐름을 앨범 전체까지 이어가는데 'Frank'의 역량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에넥도트.jpg

 

이센스의 지난 정규 1집 『The Anecdote 』는 '일화, 개인적인 진술'이라는 영 단어 'Anecdote'처럼, 이센스 본인의 어린 시절부터, 힙합 신과 방송계에 들어오는 과정과 그때의 여러 생각들에 대해 집약해놓은 앨범이다. 그때 전곡을 프로듀싱 한 'Obi'의 능력과 이센스의 가사 및 메시지가 결합되어 한국 힙합에 손꼽는 명작이 탄생하였는데, 이센스는 『The Anecdote』 작업 당시, 심리적으로 굉장히 힘들고, 본인이 가장 어두운 시절에 나온 앨범이었다고 평한다.

『이방인』은 이 시기를 벗어나, 자신이 진짜로 추구하는 '음악'에 도달하기 이전에 중간 정도쯤에 해당하는 앨범이라고 스스로가 평가하였다. 『The Anecdote 』과 이센스라는 인물에 시간에 따른 성장과 변화가 담겨있어, 각 시기를 떠올리면서 이야기하는 앨범이라면, 『이방인』은 '수감 생활' 이후 세상에 돌아온 이센스가, 세상과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느낀 심정이 그대로 담겨 있는 앨범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과거를 돌아보기 보다, 그 당시에 본인이 보고 있는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앨범이라는 지점에서 『이방인』이보다 '현재성'이 강한 앨범이며, 그러한 감정이 더욱 진솔하게 그려진다는 특징이 있다.

『이방인』에 전반적인 분위기는 '냉소적(Cynical)'인데, 베이스와 드럼 사운드가 강조되는 사운드 구성이 이러한 분위기를 더욱 잘 살려주며, 이센스의 가사 자체도, 세상과 사람에 대해 자신만의 '견해'를 계속하여 보인다.

『이방인』에서 주로 이야기되는 주제는 크게 3가지이다. 첫째는, 남들이 하는 말과 남들이 해봤다는 경험, 느낌을 믿지 않고 오로지 '내 피부에 와닿는 것만' 믿겠다는 이센스의 태도, 두 번째는, 자신에게 답답함을 유발하는 서울과 일을 벗어나, 이제 편히 쉬고 싶다는 마음, 세 번째는, 자신을 물욕적이고 염세적으로 바라보지만, 자신이 가장 우선시하는 것은 '돈'이면, 결국 '돈'이 없으면 '꿈'도 '안정'도 얻을 수 없다는 지극한 현실 인식이 『이방인』에 드러난다. 이센스는 이러한 자신의 철학과 살아온 삶의 과정을 『이방인』에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있다.

 

<개인적인 감상>

 

환상수첩.jpg

 김승옥의 소설 《환상수첩》은 시골에서 서울로 상경한 주인공 '정우'가 서울에 '악'을 보고 혼란스러워하며, 고향에 돌아가지만, 고향 역시 '악'에 물들어 있는 모습을 발견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상경'과 '서울의 악', 그리고 고향은 다를 것이라 생각했지만, 고향 역시 '악'이 있다는 김승옥의 인식은 실제 '순천'이 고향인 그의 경험에서 비롯된 표현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느낌은 이센스의 『이방인』에서도 똑같이 느껴진다.

 

https://youtu.be/7Iggy9Qrays?si=ON66vaPes9yUX4Vx

 

아침이면 풀냄새 나는 곳 나의 고향

한 시간 정도 걸리는 시내를 부지런히 오갔지

밤이면 뜨거운 여름 여자들이 이뻐

Yeah, 난 살기 좋은 데서 자랐지 (이센스 - 'Back in time 중')

 

서울에 대해 답답함과 반감을 표현하는 그의 태도는, '경산'이라는 동네에 대한 그의 애정을 생각해 보면 더욱 자세히 느껴진다. 어린 시절 '꿈'을 안고 상경하며, 가난한 생활을 하며, 본인이 '역겹다'라고 생각한 모습까지도 참아내면서 하면서 '가난에서 벗어난' 그의 삶은 그의 이전 작 『The Anecdote』에도 드러난다. 이제 그러한 '성공'을 거둔 뒤, 여전히 서울에 있으면서 서울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은 "서울과는 다른 밤과 다른 표정에

섞여 살고 싶어 내가 살기에 여긴 불편해"라고 이야기한 「CLOCK」에 가사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개인적으로는, 글을 쓰는 '나'가 『이방인』에 특히 더 몰입되고 공감되는 지점이 해당 부분이다. '나' 역시 상경하여,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대학생으로서, 원래 살던 지역과 사뭇 다른 서울의 풍경에 답답하고, 당황스러운 순간이 많다. 어린 시절부터 같은 언어와 콘텐츠를 향유하며 자랐지만, '서울'이라는 지역에 살며 생활하던 이들과 친구들의 생각과 삶의 방식은 '촌('나'의 고향은 제주도이다.)'에 살다가, 운 좋게 대학에 붙어 서울로 와서 살아가는 나의 삶의 방식과 그 궤가 많이 다르다. '나' 역시도 서울에서 '이방인'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기에, 『이방인』이라는 제목이 의미하는 바가 단순히 힙합 신에서의 '이방인'만에 의미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이센스가 『이방인』에서 나타내는 '냉소적'이고 그들에 대해 의심하는 태도에 개인적으로 더 몰입되기도 했다.

 

<감상평>

 이렇듯 『이방인』은 앨범 이름과 앨범의 전체적인 주제, 그리고 앨범에 전체적인 사운드와, 앨범 커버가 만들어내는 '냉소적(Cynical)'인 분위기가 일품인 앨범이다. 앨범 전체의 사운드적인 완성도와 주제의 일관성, 그리고 그러한 것이 조합되어 만들어진 분위기가, 앨범 자체적으로는 『The Anecdote 』보다 앨범의 흐름과 분위기의 일관성 면에서 더욱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원글: https://blog.naver.com/kszysaa/22352727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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