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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크원 상업예술은

에일란2시간 전조회 수 168추천수 3댓글 1

나중에 시간이 되면 제대로 감상평을 한번 길게 써보고 싶은데,

 

당장 생각나는 것만 가볍게 적어보자면.. 후반부가 너무 아쉽네요

 

종착역에서 사랑 - 평화 - 자유 까지 이어지는 라인은 정말 몰입해서 잘 들었고 이 다음엔 어떻게 되나 기대했는데,

 

다시 제자리에서 사랑에 대해 근본적인 회의를 느끼는 듯한 침체된 분위기로 가다가 마지막 트랙인 상업예술에서 바로 밝은 분위기로 전환되는게 좀.. 뭐랄까요 감정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는 듯해요

 

다시제자리, 상업예술 둘다 개별적인 곡 자체로 들었을땐 좋은 곡이라고 생각하는데,

 

앨범 단위로 들어보면 자유 트랙에서 전여친에 대한 증오심을 무슨 공포영화라도 보는 것 마냥 극단적으로 연출해놔가지고, 이거 수습하려면 그만큼 증폭된 감정선을 뒷부분에서 잘 해소해야 할텐데 그걸 어떤식으로 풀어나갈까 하는 생각으로 다음 트랙을 들었거든요,

 

근데 고작 4분 33초 밖에 안되는 트랙에서 마지막에 '내 대답은 똑같아! 지금까지 실수들이 날 만들었잖아!' 라면서 바로 깨달음을 얻은 듯한 모양새를 보인 후 바로 마지막 트랙인 상업예술로 넘어가니 뭔가 자유에서 보여준 충격이 제대로 수습이 안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었던거 같습니다

 

어떻게보면 이 앨범에서 '자유'라는 트랙이 양날의 검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솔직히 곡 자체는 처음 들었을 때 엄청 충격적이고 신선하긴 했습니다. 후반부에 톤 높아지면서 절규하는 부분은 더이상 랩이 아니라 무슨 뮤지컬 배우가 싸이코패스 연기하는 것 마냥 장르를 넘나드는 수준이었는데 이게 힙합의 오리지널리티를 중시하는 입장에선 평가가 박할 순 있어도 그냥 얼터너티브한 음악이라 생각하고 들으면 상당히 신선한 시도였고 곡 퀼리티도 좋았다고 봐요. 서사적으로도 만약 종착역에서 바로 자유로 넘어갔다면 급발진처럼 느껴졌겠지만, 자유가 나오기 전에 이미 '사랑'과 '평화' 두 곡에서 겉으로는 자신이 자유롭다 말하지만 'X발년아'를 남발하면서 전혀 자유롭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아이러니함에서 이미 폭발하기 일보직전인 화자의 감정을 충분히 빌드업 해놨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어떨때는 자유보다 평화가 더 무서운 트랙 같다는 생각도 듬)

이별통보를 받은 남자가 쉽게 그녀를 잊지 못하고 그것이 병적인 집착으로 이어지게 되는 스토리는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흔하게 나오는 전개지만, 영상 매체가 아닌 음악에서 이렇게까지 직설적이고 공포스러운 형태로 이별 후의 감정을 표현하는 경우는 솔직히 처음 들어보는거 같아서 어떤면에서 전 이 곡이 상업예술에서 가장 전형적인 발라드랩의 클리셰를 벗어나 있는 곡이라 생각합니다. 

 

근데 문제는, 이 곡이 워낙 임팩트가 강하다보니까 듣는 사람 입장에서 앨범 속의 화자가 전여친에 대한 분노와 증오심을 극복함과 동시에 한편으론 그녀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고, 음악을 하는데 있어서도 좀 더 열린 마인드를 가지게 되는 '상업예술'로 나아가기까지의 과정이 그만큼 너무 급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거 같아요. 마치 영화 리뷰 유튜버가 영화 속의 디테일하고 세세한 장면들은 다 생략하고 대략적인 줄거리 이해만 돕기 위해 핵심적인 장면들만 뽑아서 10분 내로 정리해놓은 영상을 보는 것처럼, 상업예술도 자유 이후부터는 뭔가 더 있어야만 할 것 같은 장면들이 편집되거나 생략된 느낌이 강합니다. 스토리를 대략적으로 이해하는데는 지장이 없지만, 감정선을 제대로 따라가고 공감하기엔 '이별 후의 집착과 애증이 절정에 다다랐던 남자가 어떻게해서 그 집착을 내려놓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되었는지'에 대한 과정이 너무 간단하게 정리된 듯한 느낌입니다.

테이크원 본인도 이걸 느꼈는지 완전판에서는 다시 제자리와 똑같은 비트 위에 '창동'을 하나 더 추가했고, 그 뒤에 랩 없이 악기연주만 들리는 '다시 시작'이라는 트랙을 추가하고 그 뒤에 바로 상업예술이 나오게끔 변화를 주었는데요, 확실히 이 버전이 일반판보다는 훨씬 낫긴 합니다. 기본적으로 러닝타임 자체가 길어지니 자유에서 청자들의 귀에 박아놓은 분노의 정서가 어느정도 희석될 시간이 더 생기기도 했고, 무엇보다 다시시작 트랙 마지막에 역에서 내릴때 나오는 안내방송 사운드 집어넣은게 꽤 괜찮았어요. 어찌보면 상업예술 속 화자는 종착역에서 그녀를 떠나보내긴 했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그녀와 이별한 것은 아닙니다. 상업예술의 그녀는 여전히 화자의 마음 속에서 집착과 미련으로 남아 사랑 - 평화 - 자유 등 화자의 마음 안에 있는 다양한 감정의 노선을 떠돌며 그를 괴롭혀왔거든요. 표면적으로는 이별을 했으나 내면적으로는 그러지 못한 상태로 계속 살아왔던거죠. 그렇게 한참동안 내면 속에 있는 감정의 선로를 떠돌다가 시간이 지나 마음을 어느정도 정리하게 되고 그 선로에서 내려옴으로써 비로소 진정한 의미에서 이별을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의미라 생각합니다. 진정한 의미의 종착역인 것이죠. 그래서 이런 이유 등으로 종합해봤을 때 완전판은 일반판보다 훨씬 낫긴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후반부가 아쉽다라는 생각은 변하지 않는 것 같아요. 애초에 다시 제자리에서 사랑에 대해 근본적 회의를 느끼는 질문들을 반복하다가 '내 대답은 똑같아! 지금까지 실수들이 날 만들었잖아!'라며 바로 긍정적인 바이브가 나오는 부분은 여전히 급박한 감정전환 같다는 생각이 들고, 무엇보다 자유에서 전여친을 아파트에서 밀어버리고 자신도 죽는 연출을 보인 이후에 이게 마치  한낱 꿈이나 화자의 상상 속에서 일어난 일이었던 것처럼 처리해버린것도 좀 힘이 빠지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자유라는 트랙이 이 앨범에서 양날의 검 같다고 말한거에요. 앨범에 대한 몰입감을 극대화한 일등공신이자 동시에 앨범 전체의 완성도에 제일 안 좋은 영향을 끼친 것 같아서. 테이크원이 그럼에도 뒷부분을 어떻게든 자연스럽게 잘 수습했다면 좋았겠지만 애초에 스토리가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형태로까지 간 이상 이걸 '악몽'으로 처리하는 것 외에 별다른 전개가 생각 안나는 것도 사실이고..

 

여튼 제 감상은 그렇습니다. 개별적인 곡 단위로만 놓고 봤을땐 강남이랑 청담 이거 두개 빼곤 다 좋게 들었어요. (개인적으로는 당산이랑 이수를 제일 많이 들었음)

 근데 앨범 전체로 들었을땐 항상 후반부가 늘 아쉽다는 생각이 드는건 어쩔 수 없는 거 같습니다. 곡 자체가 구리면 이런 말 하지도 않는데,사운드도 좋고 랩도 좋고 분명 자유까지는 잘 들었기 때문에 더더욱 아쉽다라는 표현 밖엔 할 말이 없네요.. 리드머에서는 이거 2.5점 줬던데 완전판 기준으로는 너무 박한 평이라 생각하지만 솔직히 일반판 기준으로는 어느정도 납득이 갑니다.. 거듭 말하지만 자유에서 상업예술로 넘어가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급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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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3분 전

    저는 개인적으론 이러니 저러니 해도 잘 만든 앨범 같다고 생각해요

    원래 계획했다던 음원 외적으로 상업예술의 드라마를 채워줄 영상이 나와줬다면 좋았을 거 같긴 한데 생각처럼 진행이 안된 거 같아 아쉬울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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