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검색

음악

힙합엘이 줌터뷰 백열한번째 손님 GoldEqualRoom님 인터뷰

title: Quasimoto공ZA2024.06.26 14:07조회 수 128추천수 1댓글 0

인터뷰 전문은 제 블로그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항상 관심 가져주시고 재밌게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https://blog.naver.com/rhdgudtjs12/223416325375

줌터뷰 배경사진 ep.127.jpg

 

Intro : 자기소개

 

공ZA (이하 공) : 안녕하세요, 힙합엘이 줌터뷰를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는 공ZA라고 합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GoldEqualRoom (이하 G) : 안녕하세요, 저는 힙합엘이에서 GoldEqualRoom이라는 닉네임으로 눈팅하면서 가끔 글을 쓰고 있는 대학생 김OO이라고 합니다.

글은 가끔 쓰지만 힙합엘이는 하루에 한 번은 꼭 들거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생각보다 댓글이나 작성 글을 게시하는 편은 아니라, 가입은 2016년에 했는데 지금까지 쓴 글이 10개가 안 될 거예요.

 : 그럼에도 꾸준히 힙합엘이는 방문하신다고 말씀해주셨고, GoldEqualRoom이라는 닉네임은 어떻게 짓게 되셨나요?

G : 지금은 아니지만 제가 고등학교 3학년에 잠시 음악을 업으로 삼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그 시절에 지었던 활동명이었습니다.

제 본명이 김OO인데, 김은 아버지의 성씨를 물려받은 거고 어머니의 성은 방 씨세요. 김은 한자로 금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잖아요? 그래서 Gold를 가져왔고, 방은 그 의미가 아니기는 하지만 Room을 따왔어요.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나는 현재 김 씨지만 사실은 방 씨가 될 수도 있었다라는 의미로 등호를 사이에 붙였어요.

워낙 핫한 프로듀서 중 한 명으로 그루비룸도 있었기 때문에 프로듀서 활동명으로 만들었던 것 같은데, 그 당시에도 힙합엘이도 하고 있어서 닉네임으로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 느낌 있네요. 나는 아버지, 어머니의 핏줄을 이은 자랑스러운 아들 같은 의미잖아요?

G : 그렇죠. 그리고 제가 이름 짓는 걸 좋아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여러 가지 후보군들이 있었는데, 너무 멋진 척을 하기는 싫고, 내가 가진 것 중에서 써먹을 요소들이 뭐가 있을까 고민해보았을 때 나이를 먹어갈수록 점점 부모님의 성격을 닮아가는 게 느껴지더라구요.

어렸을 때 '엄마/아빠처럼은 하지 않을 거야' 같은 게 어느 정도는 있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비슷한 상황에서 부모님과 같은 반응을 보일 때가 많았어요.

그리고 생각 같은 경우에도 부모님과 비슷하게 한다는 걸 조금씩 체감하고 있어 성을 활용하는 이름을 지으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 공감이 가는 멘트네요. 저도 예전에는 어머니, 아버지의 단점 같은 건 닮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지금 살고 있는 제 모습을 보니까 은근히 아버지처럼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구요.

닉네임에 관련된 이야기를 해주셨고, 현재 대학에 다니고 계신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전공은 어떻게 되시나요?

G : 저는 조금은 생소하실 수도 있는 문화인류학을 전공하고 있어요. 보통 인류학과라는 이름은 많이 접하셨을텐데, 예를 들자면 <아마존의 눈물> 다큐멘터리에서 PD와 아마존의 원주민들이 거의 1년 가까이 같이 지내면서 이를 영상으로 남기잖아요?

함께 원숭이 두개골 같은 것도 먹으면서 생활하고 그 안에서 연구가 진행되는데, 특정 사람들이 어떠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할 때 왜 이러한 문화가 생겼는지를 직접 관찰하면서 연구하는 학문이 문화인류학이에요.

그리고 문화인류학과와 더불어 신문방송학과도 복수 전공으로 삼고 있습니다.

 : 그럼 처음에는 문화인류학이라는 학문에 뜻이 있어서 대학에 들어가셨다가, 대학생활을 하다 보니 신문방송학에도 관심이 생기셔서 복수전공을 하게 되신 건가요?

G :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대학을 무조건 사회과학 계열로 갈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성적이 생각보다 잘 안 나와서 처음 정시 지원했던 과를 떨어지고 추가 모집으로 입학했어요.

추가 모집에 해당하는 과 중에 문화인류학과가 있어서 고등학교 때 배운 사회문화가 생각이 나더라구요. 대충 사회학과랑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문화인류학과도 사회과학 계열이니까 괜찮겠지' 싶어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대학교에 입학할 때까지만 해도 음악이라는 꿈의 미련을 완전히 버리지는 못 했었어요. 그러다가 군대를 다녀온 뒤 복학할 때 쯤에 음악은 취미로만 하는 게 맞겠다, 먹고 살 길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기자의 꿈을 꿨었어요.

그래서 단순히 기자를 할 거면 신문방송학과를 전공해야되지 않을까 싶어 복수전공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현실과 이상의 절충안을 찾은 거죠.

시간이 갈수록 가치관이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처음에 음악을 업으로 삼고 싶다고 생각했던 게 사실은 제 스스로의 도피처가 아니였나 싶어요.

그 당시 학교에서의 삶이 친구들과 노는 건 무척 좋았지만, 틀에 박혀 무언가를 해야된다는 건 싫었어서 자유로운 직업은 대체 뭐가 있을까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 때 한창 넉살과 던밀스가 진행하는 힙플라디오를 즐겨봤었어요. 이따가 자세히 말씀을 드리겠지만 제가 넉살의 빅 팬이거든요.

황치와 넉치 한 편이 한 두 시간 정도 되는데, 그걸 반복 재생을 틀어놓을 정도로 좋아했어요. 라디오 속의 래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들의 삶이 너무나도 자유롭잖아요?

새벽까지 음악 작업하다가 자고 일어나서 오후에 설렁설렁 돌아다니다가 콘서트 하러 가고, 친한 사람들끼리 만나서 술 마시는 삶을 보면서 그 사람들의 힘든 점이나 책임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마냥 자유롭다고만 생각한 것 같아요.

회사를 다니는 것보다 음악을 하면 신나게 살 수 있겠다 싶었는데, 점점 나이가 들고 주변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살펴보기도 하고, 직접 음악을 만들어 보니 나 같으면 돈 내고 제 음악을 안 들을 것 같더라구요.

현실에 굴복했다는 느낌까지는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음악은 취미로만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도 힙합 동아리에서 잠깐 활동을 했었는데, 친구들끼리 음악 만들면 신나고 재밌더라구요. 딱 그 정도로만 음악을 즐기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첫번째 질문 : 가장 최근에 들은 노래

기리보이 - "간밤에"

 

 :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철이 든 거네요. 10대 시절에는 래퍼의 즐거운 면만 보고 그들의 삶을 동경했다면, 지금은 현실 속에 다양한 애로사항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음악은 즐거운 취미 정도로만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GoldEqualRoom이라는 이름의 유래, 철이 든 GoldEqualRoom 님의 이야기도 들어보았고, 본격적인 인터뷰로 넘어가보도록 할게요.

오늘의 첫번째 질문입니다. 가장 최근에 들은 노래는 어떤 곡이었을까요?

G : 기리보이의 "간밤에"라는 곡이에요. 이 노래가 <일타 스캔들>이라는 드라마의 OST거든요. 사실 이 드라마는 아버지가 보시는 걸 잠깐 스쳐 지나가듯이만 본 정도라서 내용은 잘 몰라요.

 

 

 

그런데 이 노래를 알게 된 계기는 뮤직비디오에서도 나오듯이 작사, 작곡은 다른 분이 도맡았고 기리보이는 보컬로만 참여했어요.

알고 보니까 이 곡을 만든 프로듀서 데일로그 님이 저희 학교 동아리 선배더라구요. 이 분이 창업 동아리 활동을 하셨었는데, 저도 그 동아리 소속이라서 선후배 교류 행사를 했을 때 이야기할 기회가 생겼었어요.

처음에는 다른 테이블에 계셔서 옆에서 들리는 이야기를 흘깃 들었었는데, 데일로그 님과 친한 다른 선배들이 '형, 기리보이랑 작업하지 않았어요?'라는 내용이 나오더라구요.

저도 기리보이를 워낙 좋아하는지라 귀를 쫑긋 기울이고 있다가, 그 자리의 말미 쯤에 되어서야 같은 테이블에 앉아 관련해서 여쭤보게 되었어요. 그랬더니 현재 작곡 활동을 하고 계시고, 좋은 기회로 기리보이에게 곡이 갔다고 하시더라구요.

선배님의 노래 중에서도 “간밤에” 같은 경우가 특히 제가 좋아하는 기리보이의 말랑말랑한 감성이 살아있어서 저랑 잘 맞았어요. 그래서 자주 듣게 되는 노래가 되었습니다.

 : 힙합 동아리도 아니고 창업 동아리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사람이 기리보이에게 곡을 준 프로듀서였던 거네요.

G : 맞아요. 그리고 재밌었던 게 그 행사가 서울에서 진행이 됐었는데, 제가 강원대학교에 재학 중이라 원래는 끝나고 춘천으로 가야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너무 늦어 서울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저희 형네 집으로 가야하는 상황이었는데, 마침 선배님이랑 가는 길이 겹치더라구요.

같이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는데, 선배님이 작곡가가 되기 전에 꿨던 꿈이 저랑 같다고 하시더라구요.

전공 같은 경우에도 선배님이 졸업하신 본 전공을 제가 복수 전공으로 하는 식으로 신기하게 겹치는 부분이 많았어요.

힙합을 좋아한다는 공통점도 있어서 짧은 시간이지만 내적 친밀감이 솟아 올랐었습니다.

 

두번째 질문 : 최근에 가장 많이 들은 노래

WANIMA - "GONG"

 

 : 어쩌면 데일로그의 운명이 GoldEqualRoom이 되었을 수도 있었겠네요. 첫번째 질문부터 재밌는 에피소드를 풀어주셨고, 관련된 노래로는 기리보이의 "간밤에"를 선곡해주셨습니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서 최근에 가장 많이 들은 노래는 어떤 곡이었을까요?

G : WANIMA라는 일본 밴드의 "GONG"이라는 곡이에요. 제가 소년 만화 애니메이션을 무척 좋아하는데, 이 곡은 원피스 극장판 OST로 삽입되었어요.

 

 

 

<극장판 원피스 스탬피드>라는 작품의 엔딩 장면에서 나오는 트랙인데, 분위기가 엄청 신나고 사람을 끓어오르게 만드는 감정 선이 있어요.

스포일러를 조금 해보자면 루피가 동료들과 극장판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을 정리하고 동료들과 출항을 하려는 타이밍에 해군대장 키자루가 나타나서 빛을 쏘면서 루피 해적단을 막으려고 해요.

그런데 그 순간 불기둥이 생기면서 사보와 악마의 열매의 능력으로 에이스의 영혼이 함께 나타나 키자루로부터 루피 일당을 지켜주거든요.

그 장면이 너무 인상적이라서 계속 찾아보다가, 딱 불기둥이 나오는 순간에 이 노래가 나오거든요. 그래서 이 곡까지 좋아지게 된 것 같아요.

 : 루피의 형제들이 루피 해적단을 지켜주는 장면이 기억에 남았다고 말씀해주셨고, 덩달아 그 장면에 나오는 이 곡까지 좋아지게 됐다고 이야기해주셨습니다.

곡 자체가 시원시원하니 소년 만화 감성이랑 잘 어울리네요. 최근에 많이 듣게 된 이유도 이 때문일까요?

G : 보통 아침에 노래를 들으면서 샤워를 하는데, 오늘 하루는 조금 텐션이 올라가야겠다 싶으면 이 곡을 주로 듣게 되는 것 같습니다.

또, 제가 스포티파이를 현재 사용하면서 플레이리스트를 하나 만들어 놓고, 그 안에 있는 노래들을 반복해서 듣고 있어요.

힙합, 인디 음악, 발라드, 일본 음악 등 다양한 테마로 플레이리스트를 여러 개 만들어놓았는데, 일본 노래가 있는 플레이리스트의 첫 곡이 바로 "GONG"이에요.

플레이리스트가 그렇게 긴 편은 아니라서 1~2시간 정도면 한 바퀴를 도는데, 다른 걸 듣다가도 이 곡이 첫 트랙이니까 들을 게 없다 싶으면 이 노래를 재생하게 되더라구요. 그렇게 최근에 자주 듣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 텐션을 높이는 곡이기도 하고, 일본 노래가 들어있는 플레이리스트의 첫 곡이다 보니 아무래도 손이 많이 간다고 이야기해주셨습니다.

뮤직 비디오를 보니 <극장판 원피스 스탬피드>가 연상되는 배 타는 장면들이 자주 보이기는 하네요. 애초에 원피스 OST로 사용될 노래를 만든 걸까요?

G : 저도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

 

세번째 질문 : 나만 알고 있는 노래

루드 페이퍼 - "BLUE"

 

 : 뮤직비디오에서는 WANIMA의 모습이 보이지만, 원피스 팬들에게는 루피, 사보, 에이스처럼 느껴질 수 있는 "GONG"이라는 곡을 최근에 가장 많이 들은 노래로 선정해주셨습니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서 나만 알고 있는 노래는 어떻게 골라주셨을까요?

G : 힙합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나만 알고 있는 노래는 아닐 것 같은데, 제 주변 사람들 기준으로는 저밖에 모르는 것 같더라구요. 루드 페이퍼의 "BLUE"라는 곡입니다.

 

 

 

이 팀은 지금 너무나도 잘 알려진 쿤타가 보컬로 있는 밴드예요. 레게 장르를 기반으로 한 팀인데, 제가 레게 음악을 평소에 자주 듣는 편은 아니지만 특유의 감성이 좋더라구요.

저는 쿤타라는 아티스트를 "동전한닢 Remix"를 통해서 알게 되었고, 그 때부터 엄청 좋아한다까지는 아니더라도 항상 '이 사람 음악 참 잘하지'라는 생각이 마음 속에 있었어요.

루드 페이퍼의 "BLUE"는 발매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우연히 들었던 것 같은데, 감성이 너무 좋더라구요. 일단 기본적으로 보컬이 훌륭했고, 반주는 잔잔한 발라드와 가까운데 그 안에 레게 리듬이 가미되어 있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대중적이지만 엄청 대중적이지 않은 중도를 지키는 감성이 잘 와닿았습니다.

 : 저도 들으면서 느낀 건데 K-Pop 안에 레게가 섞여 있는 듯하네요. 대중적인 멜로디와 그 안에서 흐르는 레게 리듬 위로 쿤타 특유의 보컬이 섞이니 곡 제목처럼 우울하면서도 신나는 양가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G : 사실 루드 페이퍼라는 팀의 모든 노래를 자세히 다 아는 건 아니지만, 말씀해주신 싱잉 느낌의 "BLUE"와 랩 위주로 흘러가는 "Two Rudi Boyz"라는 트랙도 좋으니 추천 드립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제 주변 사람은 루드 페이퍼의 노래를 아예 몰라요. 그나마 쿤타가 쇼미더머니에 출연한 이후로는 조금 알려졌을 수도 있지만, 그 전까지는 쿤타도 모르는데 루드 페이퍼를 아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거든요.

10년 동안 이 노래가 노래방에 수록되어 있지 않아 아쉬워하고 있고, 주변 사람들에게 잔잔한 노래를 추천해 줄 일이 있을 때마다 루드 페이퍼의 곡을 끼워넣고 있습니다. (웃음)

 : (웃음) 끼워팔기 식으로 루드 페이퍼의 곡을 추천한다고 말씀해주셨고, 저도 쿤타라는 아티스트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루드 페이퍼라는 팀으로 활동하는 지는 몰랐네요.

G : 이런 식으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는 않더라구요. 사운드는 다르지만 두번째 질문에서 답변드린 WANIMA의 노래와 "BLUE"는 어떤 상태에서 듣던 간에 좋다는 느낌을 받아요.

이 노래들을 제외하면 당장 기억나는 건 델리스파이스의 "고백" 같은 트랙이 있는데, 보통 노래라는 게 아무래도 감정의 영향을 많이 받잖아요? 기분이 좋을 때 들으면 더욱 좋은 곡이 있고, 때로는 우울할 때 듣고 싶은 노래도 있는 것처럼요.

그런데 앞서 말씀드린 노래들은 제 기분 상태가 어떻든, 계절이 어떻든, 밤이든 낮이든 새벽이든 언제든 나왔을 때 스킵하지 않고 끝까지 듣는 곡인 것 같아요. 이런 노래들이 더 있기는 한데 지금 당장 떠오르는 건 이 세 트랙이네요.

 

네번째 질문 : 라이브로 듣고 싶은 노래

넉살 - "BAD TRIP"

 

 : 어떤 시간, 어떤 컨디션이든 상관없이 언제 들어도 좋은 곡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루드 페이퍼의 "BLUE"는 주변 사람들을 기준으로 나만 알고 있는 노래로 추천해주셨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보도록 할게요.

라이브로 듣고 싶은 노래인데요. 힙합엘이에서 작성하신 글을 보니 넉살/까데호의 공연에서 직접 후렴을 부르셨다는 에피소드가 있더라구요. 한 번 자세하게 말씀해주시나요?

G : 맞아요. 제가 16, 17년도부터 넉살의 굉장한 팬이 되었고, 항상 공연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쇼미더머니 트리플 세븐 프로듀서 콘서트나 몇몇 공연에서 넉살을 접할 기회가 있었어요.

그중에서도 제가 지금 춘천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데, 마침 넉살과 까데호가 새 앨범 <당신께>를 녹음한 공간이 춘천에 있는 상상마당이라고 하더라구요. 그 인연 때문인지 넉살과 까데호가 전국 투어를 돌 때 모든 공연을 상상마당에서 진행했었어요.

서울에서 두 번, 부산에서 한 번, 제가 살고 있는 춘천에서 한 번 잡혔는데, 제 인생에서 춘천에서 넉살을 볼 기회가 몇 번 없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이건 무조건 가야 된다는 마음으로 예매에 성공했고, 공연장에 대략 500명 정도 있었는데 추첨을 통해 공연을 마친 후 50명 정도에게 사인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하는 거예요.

운이 좋게 제가 50명 안에 들게 되었고, 공연을 즐기다가 중간 즈음 "AKIRA" 트랙을 하시기 전 유머러스하게 멘트를 치시더라구요.

개코 형이 후렴을 맡아줘야 되는데 오늘 개코 형이 오질 않아서 여러분 중에 몇 분 뽑아서 같이 하고 싶다고 하시길래 열심히 손을 흔든 저를 어떤 여자분과 함께 뽑아주셨어요.

그래서 무대 위에 올라가서 "AKIRA"의 후렴을 열창하게 되었습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순간 중 하나예요.

 : 넉살의 팬이 공연장에서 넉살의 곡의 후렴을 부른다니 정말 잊지 못할 기억이 되었겠네요. 안 그래도 VMC 티셔츠 입고 계신다고도 적어주셨던 것 같아요.

G : 맞아요. 트러블 서머라는 VMC가 20~21년도 즈음에 밀었던 브랜드의 티셔츠를 입고 있었습니다. 넉살 님도 제가 입은 옷을 보고 잘 안 팔린 건데 입고 계신다고 농담 하셨던 게 기억이 나네요.

안 그래도 저희 집에 VMC 관련 티셔츠들이 몇 장 더 있어요. 궁금한 나라의 넉밀스, 트러블 서머, VMC 스몰 로고 티셔츠 등등이 있었는데 이 중에서 어떤 옷을 입고 공연장으로 갈까 하다가 트러블 서머가 눈에 띄어서 입고 갔었거든요.

그걸 알아봐주시는 게 재밌었고, 제가 후렴을 마치고 무대 아래로 내려가기 전에 후렴을 불러주셨으니 뭔가를 주시겠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처음에는 CD를 주시겠다 했는데 이미 가지고 있는 상태였고, 그럼 CD에 사인을 해주시겠다고 했는데 이미 50명 안에 들어서 사인을 받을 예정이었잖아요?

넉살 님께서 '아이고 이거 다 가지고 계시네?'라고 하시면서 급하게 두리번거리시다가 우선 아티스트 용으로 준비된 물병을 쥐어주셨고, 셋 리스트가 적힌 A4를 냅다 뜯어서 거기에다가 사인을 해서 주시더라구요.

그리고 이걸 가지고 공연 끝나고 저에게 오시면 어떤 선물을 드릴지 제가 고민을 해보겠다고 하셨어요. 그 때 아마 옵션이 VMC 티셔츠랑 에코백 중 하나였을 거예요. 그래서 당연히 티셔츠를 골랐던 기억이 납니다.

 : 아무래도 에코백보다는 티셔츠가 낫죠. 궁금한 나라의 넉밀스는 정말 오랜만에 듣네요. 제 기억 한 켠 저 멀리서 이 콘텐츠가 갑자기 되살아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기억에 남는 공연 에피소드도 풀어주셨고, 라이브로 듣고 싶은 노래로는 어떤 곡을 골라주셨을까요?

G : 그 때 갔던 공연에서도 잠깐 나왔었지만 넉살의 "BAD TRIP"이라는 노래로 골라보았어요. 이 곡에 대해서 간단하게 소개를 드리자면 넉살의 정규 2집 <1Q87>에 수록된 트랙이예요.

 

 

 

이 노래를 앨범이 발매되기 전에 Jay Park이 진행했던 라디오 프로그램 <Broken GPS>에서 선공개를 했었어요. 그 때까지만 해도 "IWB87"이라는 제목이었죠.

정식 발매가 되기 전 스튜디오 라이브 버전과 공연장 라이브 버전이 유튜브에 공개가 되었었어요. 유독 이 곡을 라이브로 듣고 싶어하고 좋아하는 이유가 처음 접했던 라이브 버전 때문인 것 같아요.

넉살이 워낙 라이브에 강한 래퍼로 평가받기도 하잖아요? 라이브를 잘하는 래퍼들의 곡의 라이브를 먼저 듣고, 그 다음에 음원을 들으면 살짝 심심한 감이 없잖아 있죠.

반대로 들으면 괜찮은데 라이브 후에 음원으로 접하면 음원이 안 좋은 건 아니지만 뭔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BAD TRIP"도 그렇게 느낀 트랙 중 하나이고, 이제 좀 적응이 되기는 했지만 저는 오리지널 라이브 버전의 임팩트가 쉽게 잊혀지지 않아요.

제가 라키엘이 VMC의 장례식이라고 표현한 VMC의 마지막 콘서트도 다녀왔는데, 거기서 "BAD TRIP" 1분 정도 오리지널 비트로 라이브를 했던 적이 있어요. 사운드의 기승전결, 그 안에서 펼쳐지는 넉살의 라이브가 너무 매력적이라서 굉장히 좋았던 경험 중 하나로 남아 있습니다.

인터뷰를 참고한 결과 처음에는 어떤 이야기를 앨범에서 풀어가야 할지 전혀 감을 못 잡고 있다가 버기가 준 이 비트를 듣고 어떤 이야기를 해야할지 마음을 먹게 되었다고 해요. 앨범의 첫 곡으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하는 노래이기 때문에 더욱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다섯번째 질문 : 여행과 관련된 노래

이아람 - "Highway"

 

 : VMC 마지막 콘서트에서 부조도 든든히 하셨다고 말씀해주셨고, "BAD TRIP"의 다양한 버전 중 오리지널 라이브 버전을 라이브로 듣고 싶은 노래로 골라주셨습니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서 여행과 관련된 노래인데요. 여행 가시는 건 좋아하시나요?

G : 여행은 자주 가는 편은 아니기는 한데, 작년과 올해에는 조금 왔다갔다 한 것 같기는 해요. 특히 작년 여름에는 친구들과 몽골 여행도 다녀왔고, 국내로는 속초, 부산 등 많이는 아니지만 나름은 돌아다녔습니다.

몽골 같은 경우에는 은하수가 무척 예쁘고, 별들이 쏟아질 것처럼 보이는 하늘이 기억에 남나요. 또, 재밌는 건 동물이 정말 많아요.

거기에는 말, 소, 양, 물소 등 다양한 동물이 돌아다니고, 우리나라와는 달리 개와 고양이가 많지는 않아요. 대충 세어봤을 때 일주일 동안 제가 봤던 동물 가짓수가 15종 정도 됐던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라고 하면 몽골은 대부분이 평야잖아요? 평야를 자동차를 타고 달리고 있는데 검은 옷을 입은 조그마한 어린 아이들이 언덕 부근에 몰려 있더라구요.

그래서 저 친구들은 언덕에 앉아서 뭐하는 걸까라고 생각하면서 지나가는데 가까워질수록 '어린 아이의 형상이 아닌데 뭐지?' 싶었는데 날아가더라구요. 바로 독수리였습니다.

멀리서 보고 정말 어린 아이인 줄 알 정도로 몸집이 크더라구요. 단체 생활을 하는 것도 그 때 처음 알았습니다.

 : 저도 산골짜기에서 군 생활을 하다 보니 독수리가 얼마나 큰지 대충은 알고 있거든요. 독수리에게 잡아먹히는 동물은 얼마나 무서울까요?

여행 관련 에피소드도 이야기해주셨고, 여행에 관련된 노래는 어떤 곡으로 선곡해주셨을지도 궁금합니다.

G : 이아람의 "Highway"라는 곡으로 골라보았어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제가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스포티파이를 사용하고 있는데, 스포티파이의 가장 큰 장점이 취향 기반 알고리즘이 뛰어나다는 거잖아요?

 

 

 

힙합뿐만 아니라 인디 음악도 요새 자주 감상하고 있는데, 이런저런 노래를 듣고 있다 보면 스포티파이가 알아서 '너 이런 노래도 좋아할 것 같은데?'하면서 비슷한 감성의 곡을 추천해줄 때가 많죠.

"Highway"는 자동 재생으로 알게 되었고, 이 노래를 듣자마자 너무 좋아서 당연히 유명하겠거니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알려지지 않는 곡이더라구요.

그래서 좀 더 기억에 남았고, 드라이브할 때 들으면 너무 좋을 것 같아서 친구들끼리 차 타고 어디 놀러갈 때 제가 틀어주는 노래가 되었습니다. 아직 운전을 하지는 않지만, 조수석이나 뒤에 타서 선곡을 담당하고 있어요. (웃음)

제가 대학교 4학년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나이가 조금 있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보통 조수석에 앉을 일이 많아요. 조수석의 역할이 운전하는 사람을 보조하는 것과 분위기에 알맞는 노래를 트는 DJ잖아요?

차에 탄 사람들의 신청곡을 받는 와중에도 이 곡은 꼭 들어야 된다고 하면서 트는 노래가 "Higyway"입니다.

이 노래를 차에서 틀면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대부분 다 괜찮았어요. 아직 이 곡 별로라고 이야기한 사람을 못 봤고, 노래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 '이 노래 좋다, 누구 노래야?'라고 물어보더라구요. 그럼 제가 신나서 또 대답을 해주고 있습니다.

마이너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들만의 부심이 살짝 있잖아요? 누가누가 더 덜 유명한 노래를 알고 있는지 나름의 경쟁을 하는데, 이 곡이 그 자부심을 충족해줄 만한 노래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나만 알고 싶으니까 이 곡은 절대 유명해지면 안 돼!'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은근 있잖아요? 저는 그런 타입은 아니라 제가 알고 있는 덜 유명한 좋은 노래를 널리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여섯번째 질문 : 취미와 관련된 노래

기리보이 - "그 정도 쯤이야"

 

 : 보물 같은 노래들을 적극적으로 홍보하시는 편이라고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이아람의 "Highway"가 앞서 나만 알고 있는 노래로 소개해주신 루드 페이퍼의 "BLUE"보다 조회수가 낮네요.

힙스터의 기준을 충분히 충족하면서도, 앨범 커버에 산과 바다가 함께 있어 여행 느낌이 물씬 나는 곡을 소개해주셨습니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서 취미와 관련된 노래인데요. GoldEqualRoom님의 취미는 어떻게 되실까요?

G : 저는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는 걸 가장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제가 말이 워낙 많고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아하는 편이라서, 멀리 여행을 떠나고 여행지에서 이런저런 걸 하는 것보다 동네 카페에 가서, 혹은 술을 마시면서 몇 시간 동안 이야기하는 게 더 좋더라구요.

그와 더불어 노래방 가는 것 정도인 듯 해요.

 : 카페에 가면 몇 시간 동안 남들과 대화를 하신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그렇게 긴 시간 동안 대화를 이어나가는 걸까요? 대화의 흐름을 주도하시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G : 제가 처음 보는 사람한테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해요. 그런 경우에는 보통 제 이야기, TMI를 남발하는 거죠.

오래 알던 친구들 같은 경우에는 끼리끼리 모인다고 그 친구들도 대부분 말이 많거든요. (웃음) 대화를 제일 많이 할 때는 저녁 10시쯤에 만나서 새벽 6시까지 이야기를 할 정도니까요.

아무래도 알던 세월이 길다 보니 추억 팔이도 많이 하고, 제가 예전에는 성남 쪽에 살았었는데 지금은 대학을 춘천에서 다니다 보니 그 쪽 소식을 잘 모르잖아요?

아직 성남에 살고 있는 친구한테 성남 소식도 업데이트 받으면서 서로 사는 이야기도 하다가, 요새 연애는 좀 어떻냐, 고등학교 때 그러지 않았냐 등등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몇 시간이 훌쩍 지나있더라구요.

사실 추억팔이를 그렇게 선호하지 않은 친구들과는 이렇게 대화를 이어나가기가 어려운데, 이런 걸 좋아하는 친구들과는 했던 이야기를 또 해도 재밌게 대화할 수 있는 게 좋은 것 같아요.

 : 컨텐츠가 끝이 없네요. 대화 패턴의 결이 맞는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걸 좋아한다고 이야기해주셨고, 덧붙여 말씀해주신 취미인 노래방에서는 어떤 노래를 주로 부르시는지도 궁금하네요.

G : 컨디션에 따라 다른데 보통 랩이 잘 되는 날에는 노래가 안 되고, 노래가 잘 되는 날에는 랩이 잘 안 되더라구요.

그래서 한 번 간을 살짝 봐야 돼요. 가서 고음이 그렇게 많지 않은 발라드도 한 번 불러 본 다음 이 곡도 잘 안 된다 싶으면 재빨리 랩으로 넘어가야 됩니다.

그런데 노래가 생각보다 괜찮게 나온다 싶으면 허각의 "Hello" 같은 고음이 섞인 발라드를 주로 부르게 되는 것 같아요.

 : 랩과 발라드 사이에서 노선을 기가 막히게 타신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럼 취미와 관련된 노래로는 노래방에서 부르는 곡으로 골라주신 걸까요?

G : 네, 제가 노래방에 갔을 때 처음에 부르기 좋은 곡으로 선곡을 해보았습니다. 이 곡은 랩이 잘 되나 안 되나를 간보기 좋은 노래인 것 같아요. 기리보이의 "그 정도 쯤이야"입니다.

 

 

 

이 곡이 보컬과 랩이 반반 섞여 있어서 불러보면서 목도 살짝씩 풀고, 결과에 따라 랩으로 갈지 노래로 갈지 결정하게 되는 것 같아요.

노래방에 가면 보통 1시간 정도 있다보니까 처음 한 두 곡 정도를 이렇게 가볍게 부를 수 있는 노래로 불러요.

그렇게 상태를 본 다음 오늘 노래가 좀 잘 될 것 같다 싶으면 점점 고음이 섞인 노래 위주로 선곡하고, 좀 아니다 싶으면 랩은 상대적으로 목 사용을 덜 하잖아요? 그중에서도 빡세지 않은 긱스의 "Officially Missing You" 같은 쪽으로 가는 것 같아요.

그런데 랩 컨디션도 너무 좋다 싶으면 제가 할 수 있는 곡 중에서 가장 빡센 "MOMM"도 부르고, 만약에 혼코노다 싶으면 VMC 단체곡도 부르고 그러죠. 근데 그건 숨이 너무 차서 조금 힘들더라구요. (웃음)

 : 노래와 랩을 둘 다 소화할 수 있으니 선곡할 수 있는 노래의 폭이 엄청 넓겠네요. 매번 똑같은 노래만 부르면 조금 지겨운데, 그런 점에서는 GoldEqualRoom의 스펙트럼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G : 저도 사실 갈 때마다 부르는 노래들이 비슷하기는 한데, 그런 곡들은 오늘 좀 괜찮게 불러야 한다 싶을 때 많이 선택하죠.

만약 친한 친구들과 가거나 혼코노라면 최근에 새롭게 알게 되거나 빠진 곡들도 많이 불러보는 편이에요. 그런데 이건 좀 아니다 싶으면 그 곡은 잘 안 부르게 되죠.

부르다 보면 사실 이 곡이 저와 맞는지 안 맞는지 딱 느껴지잖아요? 한 번 불러보고 괜찮다 싶으면 더 많이 들어보고 노래방에서도 자주 부르게 되는데, 보컬 톤이 안 맞거나, 박자가 너무 어렵다 싶으면 빠르게 포기하죠.

저랑 좀 안 맞았던 경우는 성시경의 노래였어요. 토이의 <De Capo> 앨범에 수록된 "세 사람"을 중고등학생 시절에 한 번 노래방에서 불러봤었는데, 부르는 와중에 스스로 '이게 아닌데'라고 느껴지더라구요.

그 때부터 성시경의 보컬 스타일은 내가 부르기에는 조금 안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일곱번째 질문 : 과거/현재/미래를 대표하는 노래

과거) 다이나믹 듀오 - "동전한닢 Remix" / 저스트뮤직 - "JUST"

현재) 넉살 - "시대"

미래) 랍온어비트, boy wonder - "buck!"

 

 : 사실 노래방에서 부르기 전에는 '나도 충분히 부를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잖아요? 물론 막상 불러보면 생각처럼 안 될 때가 더 많지만요. 취미와 관련된 노래는 노래방 이야기를 해주시면서 기리보이의 "그 정도 쯤이야"로 골라주셨습니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서 과거, 현재, 미래와 관련된 노래인데요. 혹시 세 가지 테마 전부 골라주셨을까요?

G : 네, 전부 골라보았고 저는 이 질문의 테마를 특정 시점에서는 이러한 힙합 음악을 들을 것 같다로 잡아보았어요.

우선 과거를 대표하는 노래부터 소개드리자면 두 가지 곡이 떠오르는데, 하나는 저스트뮤직의 "Just"이고, 다른 하나는 다이나믹 듀오의 "동전한닢 Remix"예요.

제가 힙합을 본격적으로 알게 된 계기가 바로 이 두 곡 때문이었는데, "동전한닢 Remix"를 통해서 언더그라운드 힙합이 이런 거구나를 알게 되었어요.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너무 오래 전이라서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워낙 유명한 노래잖아요? 제가 힙합이라는 장르를 가장 처음 접했던 건 에픽하이, 드렁큰 타이거 같은 방송 활동을 하던 오버그라운드 래퍼들을 통해서였거든요.

그러다가 래퍼가 26명이나 참여한 노래가 있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듣고 "동전한닢 Remix"를 접했던 것 같아요. 이 곡을 통해서 원래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래퍼들만 알았다면,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MC 메타, 피타입, 도끼 같은 래퍼들도 차츰 알게 되었던 거죠.

"Just"는 비교적 기억이 나는 편이에요. 제가 ABC 마트나 슈마커 같은 신발 브랜드 샵에서 신발을 사러갔었는데, 매장에서 이 곡이 나오는 거예요.

 

 

 

그 때 당시에 스윙스가 브랜뉴 뮤직 소속 아티스트임과 동시에 저스트뮤직의 사장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저스트 뮤직이라는 레이블의 존재는 얼핏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Just"를 듣고, 이게 저스트뮤직의 노래라고 불현듯 생각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되게 웃긴 게 이 때까지만 해도 어느 파트가 누군인지 정확히 잘 몰랐어요.

첫 Verse가 기리보이인가? 씨잼인가? 두 번째 파트는 천재노창이겠거니 막연히 추측만 했었죠. 그러다가 저스트뮤직 소속 아티스트들의 노래를 점점 많이 듣고, 쇼미더머니 시즌 3에 저스트뮤직 아티스트들이 대거 출연했었잖아요?

그래서 저 사람이 씨잼, 기리보이, 천재노창, 바스코구나를 알게 되었고, 덩달아 한국 힙합과 쇼미더머니에도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거 같아요.

저스트뮤직을 시장으로 당시 유행했던 일리네어 레코즈나 하이라이트 같은 다른 힙합 레이블도 알게 되기도 했구요.

 : "동전한닢 Remix"를 통해 언더그라운드 씬과 다양한 래퍼를, "Just"를 통해 어떤 래퍼가 어떤 스타일로 랩을 하는지와 쇼미더머니라는 힙합 예능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이 곡들을 접했을 때는 아마 중, 고등학생 시절이었을 것 같은데 맞을까요?

G : 맞아요. 마침 중학교 2~3학년을 같은 반에서 보낸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힙합을 엄청 좋아했어요.

저도 1~2학년 때까지만 해도 크게 관심이 없다가 3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힙합에 관심이 생겼었는데, 그 때부터 그 친구와 쇼미더머니, 힙합 이야기를 많이 주고 받았었던 기억이 나요. 둘이서 노래방을 가면 "Just" 파트를 나눠 부르기도 했구요.


 : 중학교 시절이라면 쇼미더머니가 곧 힙합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죠. 힙합을 서로 좋아했던 친구와의 추억 이야기도 해주셨고, 과거를 대표하는 노래로는 두 곡을 골라주셨습니다. 현재를 대표하는 힙합 트랙은 어떻게 골라주셨을까요?

G : 크게 봤을 때 제가 가장 좋아했던 유형의 곡으로 골라보았어요. 제가 넉살 팬이 되었던 게 2017년 즈음이라고 말씀을 드렸었는데, 넉살이 또 가사를 잘 쓰기로 유명하잖아요?

넉살의 가사를 좋아하는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가사에서 나오는 재치, 여유로움이나 가사 안에 담긴 뜻을 제가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게 재밌더라구요.

넉살이 가사를 엄청 어렵게 쓰는 타입이 아닌데, 동음이의어를 활용한 펀치라인이 아니더라도 그 안에 담긴 의미가 엄청 꽂힐 수 있다는 걸 넉살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넉살의 노래 중에서 내가 가장 좋게 들은 곡이 뭘까 생각해보니 "시대"라는 노래가 떠오르더라구요.

 

 

싱글 컷으로만 공개된 노래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트랙이기는 하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넉살 노래 중 하나로 당당히 뽑을 수 있어요.

우선 사운드가 무척 마음에 들고, 쇼미더머니 시즌 6에서 준우승을 한 뒤 달라진 넉살의 삶이 곡 안에 담겨 있거든요. 이러한 이야기의 연장선이 넉살의 정규 2집 <1987>에 드러나기도 하구요.

자신이 성공을 맛본 뒤 어떠한 점들이 달라졌는지 비교적 담담하게 이야기를 하는데,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있었어요.

인상 깊었던 가사를 뽑아보자면 처음에 나오는 '약간의 행운으로 허락 없이 태어났네'라는 라인이에요. 그냥 툭 던진 말 같은데 표현이 되게 인상적이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리고 Verse 1을 '랩은 내게 시대를, 엄마에겐 새 시계를'이라는 라인으로 마무리하는데, 말 그대로 넉살이라는 사람이 랩 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달라졌잖아요? 그리고 엄마에게 새로운 시계를 사줄 수 있는 계기가 된 것도 랩이기도 하구요.

그러한 면에서 이러한 가사들이 제 마음에 확 와닿았던 것 같아요.


 : 약간의 행운으로 허락 없이 태어난 사람이, 태어나게 해준 사람에게 랩으로 얻은 성공으로 시계를 보답했다는 걸 넉살의 담담한 스토리텔링으로 잘 풀어낸 것 같네요.

저 같은 경우에도 보통 앨범 단위로 돌리다 보니 싱글 단위로 나온 곡들은 놓치게 되는데, 믿고 듣는 코드 쿤스트와 넉살의 조합과 카더가든의 보컬 또한 감상할 수 있는 트랙이었네요.

현재를 대표하는 곡으로는 좋아하는 래퍼 넉살의 "시대"를 골라주셨고, 미래를 대표하는 곡은 어떻게 골라주셨을까요?

G : 방금 고른 노래와 정반대의 스타일의 곡인데, 요즘 랍온어비트의 랩이 정말 좋더라구요.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생일"과 "buck!" 중에서 고민이 되는데 후자가 조금 더 찰져서 "buck!"으로 고르겠습니다.

 

 

 

제가 한창 붐뱁이라는 장르에 빠졌을 때는 주변 사람들한테 '나는 트랩을 별로 안 좋아해'라고 말을 하고 다닐 정도였어요.

그 때 당시에 제가 느끼던 트랩은 그저 트렌드에 편승한 장르였고, 가사 안에도 깊이가 하나도 없이 '니 여자를 뺏어' 같은 정형화된 의미 없는 스웨깅만 나왔었거든요.

저런 걸 음악이라고 생각해야 되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제가 지향하는 음악과는 정반대의 장르였는데, 점점 나이가 먹어가면서 삶의 난이도도 함께 올라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그러다 보니 최근에는 "시대" 같은 메세지가 담긴 음악보다는 생각 없이, 일상의 BGM 정도로 생각할 수 있는 곡들을 더 많이 찾아 듣게 되는 것 같아요. 현생이 노곤하다 보니 메세지가 담긴 노래를 들으면 오히려 피로감이 더 쌓이는 거죠.

본능적으로 끌리면서도 안에 있는 내용을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음악들에 매력을 많이 느꼈고, 그중에서 랍온어비트는 제가 싫어했던 양산형 트랩이 아닌 완성도가 높은 아티스트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랩을 잘 못하는, 기본기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아티스트들이 트랩 비트에서 깔짝거리면서 '나는 트랩 스타, 나는 랩 스타, 락 스타'라고 이야기하는 게 별로였는데, 탄탄한 기본기를 소유하고 랩을 잘하는 사람이 별로 고민을 안 한 것 같은 랩을 툭툭 뱉는데 듣기가 너무 좋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트랩이라는 장르를 좋아하고 안 좋아하고를 떠나서 직관적으로 좋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마지막 질문 : 인생 곡 혹은 인생 앨범

넉살 - <1Q87>

 

 : 랍온어비트는 이전에 랍스타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기도 했던 근본 있는 래퍼잖아요? 트랩에 대한 이해도도 충분하고, 재치 있는 가사를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닌 래퍼이기에 붐업될 수 밖에 없지 않았나 싶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를 대표하는 노래를 각각 소개해주셨고, 오늘의 마지막 질문으로 넘어가보도록 할게요. 본인의 인생 곡 혹은 인생 앨범을 소개해주시면 되겠습니다.

G : 인생 곡은 아마 "시대"나 "BAD TRIP" 둘 중 하나로 고를 것 같아서 앨범 단위로 뽑아보았는데요. 제 인생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앨범 중 대부분이 VMC에서 나왔던 작품이기는 해요.

그래서 <FOUNDER>, <돈숨>, <1Q87> 중에서 고민을 해봤는데, 그래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래퍼는 넉살이기 때문에 <1Q87>로 골라보았습니다.

아까 소개드리긴 했지만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은 "BAD TRIP"이고, 라이브와 달리 음원 버전만의 매력 또한 있으니 이 노래로 선정하겠습니다.

 

 

제가 VMC라는 레이블을 좋아하게 된 이유를 먼저 설명하자면, 제가 2016년도에는 사실 비와이를 가장 좋아했어요. 비와이도 넉살처럼 라이브에 많은 강점을 보이는 래퍼잖아요?

그런데 비와이의 음악이 점점 제가 지향하는 바와 달라지는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저의 음악 취향을 한 번 되돌아보게 되었는데, 그 때 마침 황치와 넉치라는 힙플 라디오를 접하게 되었어요.

그 때부터 넉살이라는 래퍼에 점점 더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음악도 너무 좋다고 느꼈어요. 그리고 황치와 넉치를 보면 VMC 소속 래퍼들이 많이 나오잖아요? 라디오를 보면서 그 사람들의 인간적인 면과 동시에 음악적인 부분도 함께 매력을 느끼게 됐죠.

VMC라는 레이블 자체가 가사에 기본적으로 신경을 많이 쓰는 래퍼들이 대거 소속되어 있다 보니 제 취향과 잘 맞았고, 그래서 좋아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1Q87> 같은 경우는 제가 군복무를 할 때 발매가 되었었는데, 군 복무를 하면서도 넉살 앨범이 대체 언제 나오나 기다리다가 발매일이 확정되고 나오자마자 바로 들었던 기억이 나요.

이전에 이야기했던 것처럼 넉살의 쇼미더머니 준우승 이후 달라진 자신의 삶에 초점을 맞춰 서사를 풀어나가는 작품입니다.

사실 성공을 경험하면 당연히 좋겠지만, 그 안에서 겪는 허무함이라든지 어떠한 양가감정도 분명히 있을 것 같아요.

넉살이 자신이 느꼈던 감정을 솔직하게 잘 풀어내었고, 이전에 발표한 <작은 것들의 신>은 조금 따뜻하면서도 우리 다 같이 잘 살자라는 행복한 메세지를 담고 있잖아요?

반대로 <1Q87>은 차갑고 냉소적인 느낌이 들어서 치열한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좀 더 어울리는 앨범이 아닐까 싶더라구요. 저도 <작은 것들의 신>을 물론 좋아하지만 최근에는 <1Q87>이 좀 더 손이 많이 가는 편이에요.

 

Outro : 인터뷰 참여 소감

 

 : 간절히 바라던 성공을 손에 움켜 잡았지만, 그 안에서 느끼는 감정은 여러가지 일 것 같다는 말씀과 함께 넉살이 이를 <1Q87>에서 잘 풀어낸 것 같다고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인생 앨범으로는 <1Q87>을, 가장 듣고 싶은 노래로는 "BAD TRIP"을 선곡해주시면서 오늘의 인터뷰가 전부 마무리 되었습니다.

줌터뷰에 직접 참여해보시니 어떠셨나요?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G : 우선 진행을 너무 잘 해주셔서 말이 술술 잘 나왔던 것 같아요. 그리고 문화인류학과에 재학하다 보면 공ZA님처럼 인터뷰를 해야되는 경우가 많아요.

교수님들께서는 어떤 나라에 가서 1년 동안 살면서 연구하시는데, 학부생은 아무래도 그렇게까지는 할 수 없으니 특정한 주제를 정한 뒤 인터뷰도 하고 보고서도 작성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인터뷰어의 입장이 되어본 적은 많지만, 이렇게 인터뷰이의 역할을 맡는 경우는 많지 않아서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인터뷰어로서 말이 너무 많으면 편집하기가 어렵잖아요? 오늘 제가 말이 너무 많았던 것 같아서 정리하시기 어렵지 않으실까 걱정이 되네요. (웃음)

 : (웃음) 아닙니다. 제 걱정까지 해주시니 참 스윗하시네요. 오늘 재밌는 에피소드 많이 풀어주셔서 저도 너무 즐겁게 인터뷰할 수 있었네요.

오늘 참여해주셔서 무척 감사드리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힙합엘이 줌터뷰 모음집 링크] https://hiphople.com/fboard/24321292

신고
댓글 0

댓글 달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글쓴이 날짜
일반 [공지] 회원 징계 (2024.05.21) & 이용규칙17 title: [회원구입불가]힙합엘이 2024.05.21
[공지] 웹사이트 변경사항 안내 (24.03.18)3 title: [회원구입불가]HiphopLE 2024.03.18
인디펜던트 뮤지션 프로모션 패키지 5.0 안내 title: [회원구입불가]힙합엘이 2023.01.20
화제의 글 일반 어어 맞아 그건 모두 사실이야.37 어린권지용 15시간 전
화제의 글 일반 저스디스 오마주한 언에듀 게시물9 크밍 20시간 전
화제의 글 음악 더콰가 쓴 가사 모아놓고 보니 힙합 그 자체네요4 김치힙합 12시간 전
271856 인증/후기 바이닐 엄청 빨리오네 ㄷㄷ1 킫밀이제밀리 2024.06.26
271855 일반 갑자기 빡치네;;4 title: Dropout Bear (2004)bysnow 2024.06.26
271854 일반 사운즈굿 뭐지?1 inv 2024.06.26
271853 일반 킁 lp왔는데 아저씨가 제 lp던져서 배송하네요;;;10 koska 2024.06.26
271852 일반 사운즈굿에서 킁 한정반 구매했는데 일반반이 왔는데..11 어허허 2024.06.26
음악 힙합엘이 줌터뷰 백열한번째 손님 GoldEqualRoom님 인터뷰 title: Quasimoto공ZA 2024.06.26
271850 일반 주비트레인 "무섭다... 이게 힙합인가 싶다"6 마카오킴 2024.06.26
271849 음악 난 괜찮아1 알력 2024.06.26
271848 일반 언더성수브릿지 음악은 들을 때 마다1 title: Kanye West (2)Kan¥ewe$t 2024.06.26
271847 일반 알려드립니다22 우울한낮과밤 2024.06.26
271846 일반 에픽하이 antihero 피지컬 버젼이 살짝 더 기네요3 title: Eminem (2)MarshallMathers 2024.06.26
271845 일반 씨잼 신기루 재평가 받아야 할 거 같네요2 title: 2Pac왕의존재 2024.06.26
271844 일반 심바 같은 래퍼가 틈만나면 다중이2 한국힙합세계화 2024.06.26
271843 일반 힙x) 란마 1/2 컴백3 title: Kanye West (2)Kan¥ewe$t 2024.06.26
271842 일반 국힙버전 rym같은거 없나요?2 title: UTOPIA1번공범 2024.06.26
271841 음악 앨범 추천해주세요7 김위켄드 2024.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