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은 제 블로그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항상 관심 가져주시고 재밌게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https://blog.naver.com/rhdgudtjs12/223258256202
Intro : 자기소개
공ZA (이하 공) : 안녕하세요, 음악 관련 인터뷰를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는 공ZA라고 합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kill kurt (이하 k) :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 살고 있고 랩을 하고 있는 20살 kill kurt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공 : 반갑습니다. 원래 줌터뷰에 신청하는 공식적인 방법이 두 가진데, 하나는 힙합엘이 사이트를 통해 신청해주시는 거고 다른 하나는 제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직접 연락을 주시는 건데요.
kill kurt님은 후자를 선택해주셨는데, 줌터뷰라는 콘텐츠는 어떻게 알고 신청하게 되셨나요?
k : 제가 힙합엘이에 직접 글을 쓴 적은 없지만 눈팅은 자주 하거든요. 그런데 게시판에서 줌터뷰가 꾸준히 언급되길래 뭐 하는 분이지?라는 궁금증이 들어 올려주신 글을 챙겨보고 있어요.
그런데 제 친구 중에 junu라는 프로듀서가 있는데, 그 친구 인스타그램에도 줌터뷰 스토리가 올라오길래 나도 믹스테잎을 내면 한 번 신청해볼까하다가 연락 드리게 되었습니다.
공 : 본인의 믹스테잎이 나올 때 쯤 연락 주시려고 하다가 사운드클라우드에 업로드 하신 후 신청을 해주신 거군요.
찾아주셔서 감사드리고, kill kurt라는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되셨나요?
k : 제가 음악을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시작했는데, 원래는 꿈이 락 보컬이었어요. 그 당시에 좋아했던 사람이 여럿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Kurt Cobain이었어요.
그런데 음악을 계속 하다가 락이랑은 잘 안 맞는 걸 깨닫고 랩을 해보자 싶어서 kurt가 들어간 이름을 짓고 싶었는데, kill을 붙이면 이름에 k가 두 개 들어가잖아요? 그래서 k 맞춤으로 별 생각 없이 kill kurt라고 한 5분 만에 짓게 되었어요.
공 : Kurt Cobain을 좋아하기도 하고, k가 두 개 들어가니 어감도 찰져서 그렇게 지으셨군요.
원래는 락으로 음악을 시작하셨다고 했는데, 랩으로 전향한 이유가 락이라는 장르와 안 맞다고 느껴서잖아요? 어느 부분에서 락과 안 맞았는지도 궁금합니다.
k : 제가 워낙 고집이 세서 단체 활동이랑 잘 안 맞아요. 중학교 때 민망한 퀄리티긴 하지만 친구들끼리 했던 밴드가 하나 있었는데, 참여를 하다가 락에 대한 회의감이 오더라구요.
한국에서 봤을 때 죽은 장르 중 하나니까 대중적인 측면을 놓고 봤을 때 요즘 뭐가 잘 나갈까 싶었는데 힙합이 조금 뜨는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이 장르에서 어떤 사람들이 인기가 많을까 궁금해서 랩을 듣다가 뒤늦게 빠져서 랩을 직접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공 : 그렇게 힙합에 빠지게 되시면서 믹스테잎도 만드시고 줌터뷰도 신청하게 되신 거네요. 이 [SERO]라는 믹스테잎은 어떻게 기획하고 제작하게 되셨나요?
k : 사실은 이 앨범은 제 첫 믹스테잎은 아니에요. 제가 랩 자체를 미국에서 살던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시작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믹스테잎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퀄리티의 앨범을 6개 정도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렸던 적이 있어요.
그런데 이제는 객관화가 어느 정도 되고, 이전에 올렸던 작업물은 아니다 싶어서 새로운 믹스테잎 작업을 하게 되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인 Smino, Isaiah Rashad, Mac Miller 같은 래퍼들 느낌이 나는 타입 비트에 정처 없이 작업을 하다가 어린이대공원에서 탈출한 얼룩말에 대한 뉴스를 봤어요.
'세로'라는 이름의 얼룩말을 보고 딱 이거다 싶어서 이 사건에 영감을 많이 받았습니다. 아마 제 믹스테잎을 들어보신다면 저라는 아티스트의 억압된 자유로움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공 : 앨범 커버와 제목은 어린이대공원에서 탈출한 얼룩말에서 영감을 받으셨다고 하셨고, 믹스테잎을 들어보면 '천조국에서 탈출해서 한국으로 왔다'와 같은 내용이 있어요.
아까 말씀해주셨다시피 미국에서 생활을 하다가 한국으로 돌아오신 거죠? 어떤 계기로 한국으로 돌아오시게 된 걸까요?
k : 한국으로 돌아온 지는 3년 정도 되었고, 학교와 제 의사도 반영되었고 자세히는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복합적인 이유로 한국에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공 :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던 모종의 이유가 있었다고 말씀해주셨고, kill kurt님 본인도 미국에서 계속 생활하기보다는 한국으로 돌아오는 게 맞다고 판단하셨던 것 같네요.
k : 네, 한국에 와서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제가 국내 힙합을 되게 좋아해서요.
공 : 믹스테잎 이야기로 넘어가서 크레딧을 보면 kimlordspirit이라는 분께서 대부분의 곡에 믹스/마스터로 참여하셨어요.
이 분은 어떻게 알게 되신 건가요? 지인이신 걸까요?
k : 인터넷에서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들을 디깅하다가, 인스타그램과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서 이 분이 믹스/마스터가 깔끔하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개인 작업물을 들어보니 본인의 정체성이 되게 강하시더라구요.
멋지고 개성 있고, 퀄리티까지 갖춘 이 분과 음악적으로 엮여보고 싶어서 연락을 드렸는데 되게 잘 해주셨죠.
지금은 군대에 가셨고, 총괄 믹스/마스터를 그 분께 맡기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이루어지지는 않아서 다른 멋있는 분을 찾아서 그 분에게도 어느 정도 맡기게 되었습니다.
공 : 어쩐지 중간 몇 트랙은 kimlordspirit이라는 이름이 크레딧에 빠졌더라구요. 하지만 기회가 되었다면 이 분께 총괄 믹스/마스터를 맡기고 싶었다고 말씀해주셨고, [SERO]의 완성본을 받아보았을 때 만족스러우셨나요?
k : 믹스/마스터 한정 만족했습니다. 아쉬운 점은 저의 역량이지 않았나 싶어요.
공 : 본인을 좀 더 갈고 닦을 필요가 있다고 말씀해주셨고, 피처링으로 참여한 아티스트 분들도 몇몇 계시더라구요.
Tazz, Hush Gang, Matt Mesha 등이 있는데 이 분들도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되신 걸까요?
k : 일단 전부 제 친구예요. Hush Gang은 형이기는 한데 친구 사이로 지내고 있고, Tazz는 제가 락을 접고 랩을 시작했을 때부터 계속 같이 랩을 했던 친구예요. Matt Mesha는 미국에서 만나서 랩을 같이 했던 친구예요.
공 : 본인과 친분이 있는 아티스트를 피처링진에 참여시켰고, 앨범에 수록된 17곡을 들어보니 한국어보다는 영어를 활용하실 때 본인의 리듬감이나 플로우 부분이 좀 더 자연스럽더라구요.
아직까지 한국어로 가사를 작성하시는데 이질감이 있으신 걸까요?
k : 작업하면서 느낀 바로는 없는 것 같았는데 있는 듯 해요. 제가 랩을 처음 시작할 때도 한글로 시작했음에도 영미권 나라에서 랩을 많이 하다보니까 아무래도 그런 부분이 생기더라구요.
그래서 지금 새 앨범을 작업하고 있는데, 거기에서는 아예 한글 비중을 더욱 늘리려고 생각 중이에요.
어쨌든 한국에서 음악을 하는 사람이고, 한국에 있는 대중에게 어필을 하려면 한글이 좀 더 직설적으로 와닿는 방식인 것 같아요.
아예 영어를 쓰지 않겠다는 건 아니지만 제가 부딪혀야 할 한계 중 하나라고 봅니다.
공 : 어차피 한국에서 꾸준히 음악을 선보여야 하니 자신 앞에 놓인 벽을 깨고 싶다고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랩과 음악에 대해서 진심으로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앞으로도 음악 활동을 계속하며 직업으로 삼으실 의향도 있으신 거죠?
k : 네, 계속 음악 활동을 꾸준히 할 예정입니다.
공 : 알겠습니다. 그럼 앞으로의 음악 활동은 [SERO]에서 언급하신 것처럼 Smino, Mac Miller, Isaiah Rashad와 같은 스타일을 지향하실 건가요? 아니면 다른 장르의 음악도 파보실 의향도 있으신 걸까요?
k : 사실 [SERO]에서 영향을 받은 건 공ZA님께서 말씀해주신 아티스트들이 맞지만, 저는 음악을 되게 다양하게 듣는 편이에요.
오늘 진행할 인터뷰의 질문 답변 목록만 봐도 일본 시부야계 밴드도 있고, Funkadelic, Maxwell 등 네오소울, 펑크를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청취하기 때문에 제 음악에도 최대한 다양한 색깔을 넣으려고 노력할 것 같아요.
그리고 최근에는 Pharrell이나 Madlib 같은 프로듀서에 꽂혀서 그 영향도 어느 정도 있을 듯 하네요.
첫번째 질문 : 가장 최근에 들은 노래
Isaiah Rashad - <Chad>
공 : 한 단어로 함축하기는 어렵지만 여러 갈래의 음악에 영향을 받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앞으로도 활발한 음악 활동을 기대하면서 본격적인 인터뷰로 넘어가보도록 할게요.
오늘의 첫 번째 질문입니다. 가장 최근에 들은 노래는 어떤 곡이었을까요?
k : Isaiah Rashad의 <Chad>라는 노래를 한 10분 전에 집에 오면서 들었어요. 이 곡은 뮤직비디오도 있습니다.
제가 잠시 멜론을 사용한 적이 있었는데, 팬 2위를 찍을 정도로 Isaiah Rashad라는 래퍼를 애정해요. 하지만 1위까지는 못 올라가더라구요.
Isaiah Rashad의 매력이라고 한다면 이 래퍼가 소속된 TDE 엔터테인먼트는 서부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이 대거 소속되어 있잖아요?
지역색이라는 게 있을텐데도 Outkast, UGK, Three 6 Mafia 등 사우스 힙합에 영향을 받은 듯한 모습을 줏대 있게 끌고 가는 게 멋있는 것 같고, 자연스럽게 랩도 정말 잘해요.
제가 추구하는 랩의 방향성이 자연스럽고 꾸밈 없는데 멋있는 스타일인데, Isaiah Rashad가 그런 모습에 가장 최적화된 래퍼인 것 같습니다.
공 : 부담 없이 들을 수 있지만 탄탄한 실력을 갖춘 아티스트라고 말씀해주셨고, Isaiah Rashad는 지금까지 총 두 장의 정규 앨범을 발매했잖아요? 1집과 2집을 비교했을 때 어느 작품이 더 끌리시는지도 궁금합니다.
k : 아무래도 1집이 아닐까 싶어요. 제가 그 앨범에 수록된 <4r Da Squaw> 뮤직비디오를 보고 외국 힙합에 빠지게 되었거든요.
사람들 머리 위에 돈 액수가 적혀 있는 장면들을 보고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는지,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그걸 계기로 외국 힙합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1집을 더 많이 들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 Isaiah Rashad의 디스코그래피 중에서 가장 많이 들은 작업물은 TDE랑 처음 계약하면서 발매된 믹스테잎 [Clivia Demo]예요.
Isaiah Rashad가 배고팠던 시절이라서 그런지 야망이 엿보이는데, 그 야망이 꼭 야마 있는 랩으로 표현될 필요는 없다는 걸 보여준 교과서적인 작품이에요.
공 : 믹스테잎에 대한 감상을 라임을 맞춰서 표현해주셨네요. 가장 최근에 들은 노래로는 Isaiah Rashad의 <Chad>로 소개해주셨고, 스트리밍 플랫폼은 어떤 걸 사용하시나요?
k : 지금은 유튜브 뮤직 사용하고 있습니다. 유튜브 뮤직의 장점은 없어요. 항상 갈아치울까 고민 중입니다.
요새 한국 노래도 제 시간에 잘 안 올리더라구요. 그게 너무 열 받아서 스포티파이로 옮길까 생각하고 있어요.
멜론 같은 경우에는 그래도 한국 음원은 18시 맞춰서 잘 업로드가 되는데, 유튜브 뮤직은 답답하게 한참 지나서 올리더라구요.
두번째 질문 : 최근에 가장 많이 들은 노래
Funkadelic - <Can You Get to That>
공 : 그렇게 느리게 업로드되는 부분이 답답하다고 이야기해주셨고, 유튜브 뮤직에서 스포티파이로 갈아타실 의향이 있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서 최근에 가장 많이 들은 노래로는 어떤 곡을 골라주셨을까요?
k : Funkadelic의 <Can You Get to That>이라는 곡으로 선정해보았어요. 이 곡이 수록된 [Maggot Brain] 앨범을 요즘 달고 살아요.
제가 George Clinton의 음악에 꽂혀서 Paliament Funkadelic의 [Mothership Connection] 앨범을 제일 많이 듣기는 했는데, 저에게는 그런 P-Funk보다는 훵크 락이 좀 더 잘 맞더라구요.
제가 Outkast를 좋아하기도 하고, Paliament가 만들어 놓은 것에 숟가락만 얹은 느낌이라는 평가를 받는 1집 [Southernplayalisticadillacmuzik]를 한 번 들어보았는데, 좋기는 하지만 데일리로 들을 만한 음반은 아니더라구요.
슬슬 겨울 날씨가 다가오기도 하고, 제 취향에 맞는 쪽은 훵크/소울 류인 것 같아 이 곡으로 선정해보았습니다.
앨범에서 제일 좋아하는 곡은 사실 1번 트랙이에요. 그런데 그 곡은 기타 솔로가 거의 10분 동안 지속되는데, 그걸 데일리로 듣기에는 아무래도 쉽지 않잖아요.
그 다음 트랙인 <Can You Get to That>은 멜로디라인이나 보컬도 포함된 곡이라서 들을 때마다 흥얼거리고 있어요.
공 : 제일 좋아하는 곡은 따로 있지만 일상생활하면서 듣기에는 조금 벅찬 감이 있어 멜로디를 흥얼거릴 수 있는 다음 트랙으로 선회해서 골라주신 거군요. [Maggot Brain] 커버는 참 볼 때마다 독특하고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k : 땅에 묻혀 얼굴만 보이는 파마 머리의 사람은 여성이라고 하더라구요. 앨범 커버를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저도 궁금해서 이런저런 인터뷰를 찾아보았는데 제대로 된 이유가 나오지 않았어요.
멤버마다 커버의 유래를 다르게 설명하기도 하고, 그 이야기가 진지하다기 보다는 장난 치듯 말하는 것이라 진위 여부도 확실치 않구요.
세번째 질문 : 나만 알고 있는 노래
800 Cherries - <planc-tone>
공 : 앨범 커버를 이렇게 만든 이유는 확실치 않다고 이야기해주셨고, 최근에 가장 많이 들은 노래는 <Can You Get to That>으로 소개해주셨습니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서 나만 알고 있는 노래인데요. 본인만 알고 있는 곡은 어떻게 선곡해주셨을지 궁금합니다.
k : 800 Cherries의 <planc-tone>으로 골라보았어요. 제가 한창 피쉬만즈, 코넬리우스와 같은 시부야계 음악을 디깅할 때 발견한 그룹인데, 시부야계 음악 스타일에 스테레오 랩을 섞은 듯한 그룹이에요.
저는 개인적으로 시부야계 음악 중에서 이 앨범을 제일 좋아하는데, 이 작품의 존재를 정말 아무도 모르더라구요.
공 : 저도 처음 보는 앨범인데, 시부야계를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간단하게 시부야계가 무엇인지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k : 말로 설명하기는 조금 어렵고 아마 앨범을 직접 들려줄 것 같아요. 피쉬만즈의 [Orange] 같은 앨범을 들려주고 말을 조금 아낄 듯 합니다.
왜냐하면 시부야계를 하나의 음악으로 정의하기에는 너무 어렵거든요. 어떠한 분위기라고 하기도 애매한 게 시부야계 음악은 특정한 장르가 아니라 시부야에 있는 레코드 샵이나 쇼핑가에서 틀어주는 음악의 총집합체예요.
그래서 이런 느낌의 음악이라는 표현보다는 이런 장소에서 틀 것 같은 음악이라는 설명이 더 나을 것 같아요.
공 : 한국으로 따지면 홍대 편집샵에서 나올 것 같은 음악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피쉬만즈나 코넬리우스 같은 그룹은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지만, 800 Cherries 같은 경우는 사람들이 전혀 모르는 아티스트기 때문에 질문의 취지에 맞춰서 골라주신 것도 있네요.
저도 인터뷰 끝나고 한 번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들어봤을 때 평화로워지는 느낌이라 마음에 드네요.
k : 이 앨범이랑 비슷한 질감으로 [Mother Earth's Plantasia]라는 작품이 있어요. 식물들을 위한 음악을 콘셉트로 잡고 만든 앨범인데 제가 추천한 [Romantico]와 결이 유사한 것 같아요.
네번째 질문 : 라이브로 듣고 싶은 노래
Jimi Hendrix Experience - <Purple Haze>
공 : 안 그래도 저도 들으면서 Mort Garson 생각을 했는데 비슷한 의견을 가지고 계셨네요. 주변에서 아무도 모르고 계셨다는 시부야계 스타일 800 Cherries의 곡을 나만 알고 있는 노래로 소개해주셨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라이브로 듣고 싶은 노래인데요. 라이브 가시는 건 평소에 즐기시는 편이신가요?
k : 옛날에는 좋아했는데 요즘은 사실 잘 안 간 것 같아요. 앨범 준비도 해야 됐고, 예전에는 사람 많은 거나 페스티벌 가는 게 좋았는데 요즘은 혼자 있는 게 좀 더 좋더라구요.
그런 단순한 이유로 라이브 공연 가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었는데 최근에는 검정치마 콘서트에 한 번 가보고 싶더라구요.
원래는 음악이든 사람 자체든 제 취향이 아니라 검정치마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최근에 발매된 [TEEN TROUBLES]를 듣고 와, 이 사람 좋다라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그렇게 검정치마 뽕이 차 있을 때 공연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갈까 말까 엄청 고민하다가 결국 스케쥴이 생겨서 못 가게 됐어요.
그런데 지금은 뽕이 빠져서인지 검정치마 노래를 잘 안 듣고 있네요. (웃음)
공 : 그럼 라이브로 듣고 싶은 노래로 검정치마의 곡을 골라주신 걸까요?
k : 웃긴 게 그건 또 아니에요. Jimi Hendrix Experience의 <Purple Haze>라는 곡을 라이브로 듣고 싶은 노래로 골라보았습니다.
처음에 나온 기타 리프는 개인적으로 락 역사상 최고의 라인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현재 직접 볼 수 없기 때문에 더 보고 싶어요.
제가 이 공연을 직접 보려면 죽는 수 밖에는 없잖아요. 언젠가 몇십 년 후에 죽어서 저승에서 만나면 한 번 들려줘라 이럴 수는 있겠지만요. (웃음)
정말 존경하는 아티스트 중 하나에 Jimi Hendrix가 있기 때문에 꼭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네요.
공 : 당시 락 씬은 백인 중심의 문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고, Jimi Hendrix가 그런 편견을 부수고 등장한 흑인 아티스트 중 한 명이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좀 더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아야 할 밴드라는 생각이 들고, <Purple Haze>의 리프는 지금 들어도 상당히 잘 짰다는 생각이 들 정도니 그 당시에는 임팩트가 더욱 대단했을 것 같아요.
k : 그리고 앨범 커버 이야기도 꼭 하고 싶은데, 저는 음악을 들을 때 앨범 커버를 굉장히 중요시 여겨요.
이 곡이 수록된 [Are You Experienced]는 제가 Top 3에 꼽는 예쁜 앨범 커버 중 하나예요. 영국판 앨범 표지는 별로인데, 이 버전은 정말 예쁜 것 같아요. 꽃 두르고 있는 것만 봐도 사이키델릭하잖아요?
어떤 인터뷰를 하나 봤는데, 원래는 소속사에서 영국판 앨범 커버를 밀고 나가려고 했대요. 그런데 Jimi Hendrix가 워낙 말 안 듣기로 유명했고, 소속사의 제안에 '싫다, 난 내 맘대로 하겠다'라고 해서 본인의 감독 하에 만들어진 게 바로 이 커버예요.
다섯번째 질문 : 여행과 관련된 노래
Action Bronson - <Latin Grammys>
공 : Jimi Hendrix라는 아티스트의 예술관을 엿볼 수 있는 인터뷰 내용이네요. 사실 이런 꼴통들이 관리하기는 어렵지만 일 한 번 크게 낼 때는 끝장을 보잖아요? 그런 부분이 이 사람을 역사에 남을 만한 아티스트로 만든 게 아닐까 싶습니다.
라이브로 듣고 싶은 노래는 히피 문화를 이끌었던 Jimi Hendrix Experience의 <Purple Haze>로 골라주셨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볼게요.
여행과 관련된 노래인데요. 고등학교 때 한국에 돌아와서 한 3년 정도 지내신 것 같은데, 그 동안 여행을 떠나신 경험도 있으실까요?
k : 여행은 아예 안 갔어요. 그래서 이 질문을 비틀어서 제가 가고 싶은 여행과 그 곳에서 듣고 싶은 노래를 준비해보았습니다.
제가 쿠바나 푸에르토리코 같은 중남미 국가에 대한 환상이 있어요. 그런 데로 꼭 한 번 여행을 가보고 싶은데, 거기사 듣고 싶은 곡은 Action Bronson의 <Latin Grammys>입니다. 이 곡은 뮤직비디오가 있는데, 정말 인상적이니 한 번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중남미에 대한 환상에는 딱히 이유랄 건 없고 제가 누아르 영화를 좋아하거든요. [스카페이스] 같은 영화들의 배경지가 중남미인 경우가 많아서 단지 그 이유 때문에 뭔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뮤직비디오 같은 경우에는 '월드 스트롱 맨'이라는 세상에서 제일 강한 남자를 가리는 TV 다큐멘터리 쇼를 하나도 건드리지 않고 우승자의 얼굴에만 Action Bronson의 얼굴을 합성해놨어요.
되게 신박한 시도였기 때문에 재미있게 봤고, Action Bronson도 정말 이상한 쪽으로 꼴통인 아티스트라서 좋아합니다.
공 : Action Bronson의 얼굴이 들어간 게 은근 매치가 잘 되네요. 곡 제목인 'Latin Grammys'에는 어떤 뜻이 담겨 있을까요?
k : 딱히 별 뜻이 없는 것 같아요. 이름 지을 때 'Latin Grammys 어때? 재밌지 않아?'와 같이 아무 의미 없이 지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노래의 후렴을 들어보면 난 뱃살 때문에 내 발등에 손이 닿지 않지만 여자들과는 어떻게 되든 간에 섹스를 하겠다는 내용이거든요.
들으시면 아시겠다시피 전혀 의미가 없어요. 사실 Action Bronson의 곡 중에서 의미가 있는 노래가 몇이나 되겠나 싶어요.
이 곡도 마찬가지로 정말 생각 없이 만들었고, 그런 Action Bronson의 스타일이 잘 담겨 있기 때문에 즐겨듣는 것 같기도 해요.
이런 노래들은 진지하게 듣는 것보다는 놀면서 듣는 분위기가 강하잖아요? Action Bronson을 예시로 들어보자면 예전부터 이 아티스트는 진지하게 각 잡고 랩을 하는 캐릭터가 아니에요.
그래서 여행에 가서 친구들이랑 놀거나 생각 없이 놀 때 듣기 좋은 아티스트인 것 같아서 여행과 관련된 노래로 <Latin Grammys>를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여섯번째 질문 : 취미와 관련된 노래
Maxwell - <Ascension (Don't Ever Wonder)>
Erykah Badu - <Orange Moon>
공 : 여행에 갔을 때 너무 진지하고 정형화된 분위기보다는 틀과 생각 없이 놀러다니는 게 더 즐겁고, 그런 분위기와 맞는 아티스트와 곡으로 Action Bronson의 <Latin Grammys>를 소개해주셨습니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서 취미와 관련된 노래인데요. kill kurt님의 취미는 어떻게 되시는지 궁금합니다.
k : 취미라고 할 게 딱히 없는데 그나마 집에서 혼자 커피 마시는 거랑 인센스를 태우는 거예요.
그래서 그럴 때 제가 자주 듣는 노래로 두 곡을 들고 왔어요. 일단 첫 번째는 Maxwell의 <Ascension (Don't Ever Wonder)>예요.
공 : 커피를 마신다는 취미와 연관 있는 이름의 아티스트네요. Maxwell은 네오소울 무브먼트를 이끌었던 아티스트 중 한 명인데, 네오소울의 매력이라고 하면 무엇일까요?
k : 저는 소리의 질감과 온도 같은 걸 되게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네오소울 장르의 따듯하고 빈티지한 소리들이 되게 좋은 것 같아요.
저는 혼자서 멍 때릴 때 음악을 편하게 틀어놓고 있는 걸 좋아해서, 커피 한 잔 하면서 듣기에 정말 좋습니다.
사실 네오소울 아티스트들 중에서는 Maxwell보다는 D'Agnelo를 더욱 좋아하기는 하는데, 어쩌다 보니까 오늘 답변 리스트에는 안 들어갔어요.
왜냐하면 D'Angelo는 보통 앨범을 통으로 돌리는데, 그 중에서 한 곡을 고르기가 너무 어렵더라구요. 그래서 네오소울 무브먼트를 이끌었던 다른 아티스트 Erykah Badu의 곡을 두 번째 노래로 골라보았습니다.
애초에 제가 Soulqurians라는 그룹을 되게 좋아했어요. J Dilla, ?uestlove, D'Angelo 등 시대를 풍미한 아티스트들이 대거 소속되어 있었기 때문에 안 좋아할 이유가 없죠.
공 : 그러고 보니 [SERO] 믹스테잎 중 한 곡에서 D'Angelo의 <Brown Sugar> 언급이 있었던 것 같네요. 그걸 보고 네오소울 좋아하시나 보다 추측은 했는데 취미와 관련된 노래로 두 곡을 골라주셨네요.
다른 하나로 골라주신 Erykah Badu의 곡은 무엇일까요?
k : <Orange Moon>라는 7분 정도의 긴 트랙이에요. [Mama's Gun]도 워낙 좋아해서 통으로 돌리는 작품 중 하나인데, 거기서 어떤 트랙을 좋아하지 생각해보니 이 곡인 것 같아요.
특히 백그라운드에 깔리는 풀벌레 소리 같은 걸 들으면 마음이 되게 편안해져요. 가을과 겨울의 쌀쌀한 날씨도 연상되고, 자연의 소리 덕에 힐링하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그리고 후렴에서 'How Good It Is' 라고 반복하는데, 그 한 마디가 정말 좋아요. 그 마디를 되게 천천히 늘어놓는 Erykah Badu의 목소리가 환상적입니다.
공 : 아까 예쁜 앨범 커버로 언급해주셨던 Jimi Hendrix Experience의 앨범과 표지의 느낌이 되게 흡사한 것 같아요.
k : 그렇죠. 제가 좋아하는 앨범 커버들은 다 비슷한 것 같아요. 이러한 색감에 아티스트 얼굴과 함께 아프리카 느낌이 물씬 나는 폰트가 들어가 있죠.
제가 당장 넘버 원으로 꼽는 게 De La Soul의 [3 Feet High And Rising]이거든요. 그 앨범은 오리지널 LP로 갖는게 꿈입니다.
그리고 이 표지들과는 결이 살짝 다른데 무라카미 다카시가 참여한 Kids See Ghosts의 셀프 타이틀 앨범 커버도 정말 멋진 것 같아요.
일곱번째 질문 : 과거/현재/미래를 대표하는 노래
과거) DJ Screw - <Wreckless>
현재) Pharrell Williams - <You Can Do It Too>
미래) Lil Yachty - <sAy sOMETHINg>
공 : 취미와 관련된 노래로 네오소울을 대표하는 두 아티스트의 노래를 각각 한 곡 씩 골라주셨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를 대표하는 노래인데요. 혹시 세 가지 테마 전부 골라주셨을까요?
k : 네, 다 골랐습니다. 과거부터 소개하자면 DJ Screw의 <Wreckless>예요. DJ Screw가 시작한 Chopped & Screwed라는 기법이 되게 저평가받고 있다고 생각해요.
한창 휴스턴 음악에 꽂힌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에 DJ Screw의 앨범을 쭉 들으면서 현대 사우스 힙합 자체에 굉장히 큰 영향을 줬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은 조금 미미해졌지만, 예전 2000년대 사우스 힙합이라고 하면 무조건 앨범이나 디럭스 버전에 Chopped & Screwed 버전이 나왔거든요.
그럼 면에서 DJ Screw라는 사람 자체가 큰 영향을 줬다고 느꼈고, 그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노래가 <Wreckless>이기 때문에 과거를 대표하는 노래로 골라보았어요.
공 : 최근 Metro Boomin이나 트랩 씬에서 활동하는 래퍼들도 Chopped & Screwed 버전으로 앨범을 따로 발매할 정도이니 많은 영향을 준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느릿느릿하고 몽롱해지는 듯한 느낌을 선호하는 편이신가요?
k : 원래는 안 좋아하는데 힙합 한정으로는 좋아해요. 흑인 음악에 이런 기법이 들어가면 좋은 것 같은데, 다른 음악 장르에서는 너무 지루해지는 스타일이 아닌가 싶어요.
공 : 최근 음악의 흐름을 살펴보면 의도적으로 속도를 낮추거나 높이는 게 하나의 유행이 되었잖아요. DJ Screw가 이 정도까지는 예견을 못 했겠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시대를 굉장히 앞서나간 아티스트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과거를 대표하는 노래는 DJ Screw의 <Wreckless>로 골라주셨고, 현재를 대표하는 노래는 어떤 곡일까요?
k : Pharrell Williams의 <You Can Do It Too>로 골라보았어요. 사실 2000년대에 발매된 앨범이라서 현재라고 하기에는 뭐하고, Pharrell도 나이가 적은 편이 아니잖아요?
거의 50이 다 되어가는데도 아직까지 음악 씬에 영향을 끼치는 걸 보면 개인적으로 저는 Kanye와 버금간다고 생각해요.
당장 Kendrick Lamar나 여러 아티스트들만 봐도 Pharrell의 손길을 한 번 씩 탔기 때문에 힙합 이야기를 할 때 Pharrell이라는 이름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서 골라보았습니다.
공 : 제가 힙합엘이나 다른 커뮤니티를 봐도 Kanye를 좋아하는 사람은 수두룩하지만 Pharrell을 고평가해주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아요.
Kanye만큼이나 언급이 되어야 하는 게 Pharrell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팀으로 활동할 때보다 솔로로 작업한 앨범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는 것 같더라구요.
k : 안 그래도 [In My Mind]가 대차게 망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도 전 이 앨범을 너무 좋아하고, 천재라고 생각합니다.
공 : 천재성이 가득한 플레이어이자 프로듀서 Pharrell Williams의 <You Can Do It Too>를 현재를 대표하는 노래로 골라주셨습니다.
[SERO]에도 The Neptunes의 영향을 받았다고 적어주셨다시피 몇몇 트랙에서 Pharrell의 향이 그득하게 나더라구요. 그런 트랙들은 타입 비트를 사용하신 걸까요?
k : 사실 그 앨범은 전곡이 타입 비트기는 해요. The Neptunes 느낌이 나는 트랙을 작업할 때 특정 아티스트의 이름이 들어간 타입 비트를 검색했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제가 유튜브로 비트를 디깅을 되게 많이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마음에 드는 비트가 나온 것 같아요.
공 : Pharrell 하니까 되게 인상 깊은 댓글이 하나 생각이 나는데, 예전에 Ariana Grande가 [Sweetener] 앨범을 발매했을 당시에 메인 프로듀서 중 하나로 Pharrell이 참여했었잖아요?
멜론에서 그 앨범 댓글을 보니까 'Pharrell은 팝 씬의 적폐다'라는 내용이 있을 정도로 Pharrell의 평판이 썩 좋지 못 하더라구요.
아마 특유의 향이 들어가니까 기존의 팝 넙버를 원했던 팬들이 그러한 내용의 댓글을 남긴 것 같고, 굉장히 화가 많이 나셨더라구요.
k : 그런 팬베이스가 있죠. 저는 말을 아끼겠습니다. (웃음)
공 : (웃음) 재밌는 포인트 중 하나였고, 저도 kill kurt와 마찬가지로 Pharrell Williams가 굉장히 훌륭한 아티스트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서 미래를 대표하는 노래는 어떤 곡으로 골라주셨나요?
k : Lil Yachty의 <sAy sOMETHINg>으로 골라보았어요. 원래는 이 곡이 아니라 Ken Carson의 <Me and My Kup>을 소개하려고 했어요.
저는 힙합이 어떤 식으로 발전할까라는 방향성에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해요.
1번, 팝콘처럼 미친 듯이 튀기고 아예 자극적인 사운드로 채운다. / 2번, 다른 장르와의 융합을 보다 적극적으로 한다.
위의 의견 중 후자의 정석을 Lil Yachty가 보여준 것 같아요. 힙합을 했던 사람이 사이키델릭 락도 할 수 있는 거죠.
인스트루멘탈부터 너무 좋고, 비트 듣는 귀는 참 탁월한 것 같아요. 옛날부터 Lil Yachty가 셀렉한 비트 중에는 구린 게 없더라구요.
돼지 비계 낀 듯한 보컬도 무척 매력적이에요. 처음에는 이거 뭐 하는 새끼야? 싶은데 듣다 보면 너무 좋습니다.
Ken Carson의 신보는 나온지도 얼마 안 됐으니 어떻게 씬의 흐름을 이끄는지 좀 더 기다려봐야 되지 않나 싶네요.
공 : Lil Yachty처럼 힙합과 다른 장르의 적극적인 차용이나, Ken Carson처럼 자극적인 레이지 사운드를 좀 더 과감하게 내세우는 방식이 힙합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예측해주셨습니다.
Ken Carson은 확실히 반응이 반으로 갈리더라구요. 혹평으로는 별반 다를 거 없는 자가복제 레이지 사운드라는, 호평으로는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여 레이지 사운드를 한층 더 발전시켰다는 의견도 있더라구요.
이렇게 평가가 나뉘는 게 신기하고 좋든 안 좋든 많은 관심을 받는다는 점이 인상적인 것 같아요.
k : 개인적으로는 [A Great Chaos]로 같은 크루의 Destroy Lonely를 넘었다고 생각해요. Destroy Lonely의 신보는 어떤 느낌으로 만들었는지는 알겠지만 전 너무 실망했어요.
<how u feel> 한 곡 정도 건진 것 같네요. 엠비언트나 슈게이징 장르를 차용했다고는 하지만, 썩 어울리지는 모르겠고 각 트랙의 길이가 너무 길어서 두 번 돌리면서도 이건 아니다 싶더라구요.
마지막 질문 : 인생 곡 혹은 인생 앨범
인생 앨범) 이센스 - [The Anecdote]
인생 곡) 이센스 - <Back In Time>
공 : 저도 Destroy Lonely의 신보를 풀 앨범으로 돌리는 건 고역이라고 생각하고, Ken Carson은 미래를 충분히 기대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를 대표하는 노래를 각각 한 곡씩 소개해주셨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볼게요. 어느덧 오늘의 마지막 질문인데요. 본인의 인생 곡 혹은 인생 앨범을 소개해주시면 되겠습니다.
k : 인생 곡이 인생 앨범 안에 있고, 뻔한 답이기는 하지만 이센스의 [The Anecdote]로 골라보았습니다. 인생 곡은 <Back In Time>이에요.
제가 처음으로 좋아한 힙합 곡이자 앨범이라서 무척 의미가 있어요. 랩을 처음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Sleep Tight>를 듣고나서 였지만, 처음으로 가사를 외웠던 트랙이 <Back In Time>이에요.
그렇게 이센스뿐만 아니라 국힙 전체, 아니 제가 들은 모든 노래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이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곡과 앨범은 질릴까봐 정말 아껴듣게 돼요. Kanye West 같이 너무 많이 듣다가 질린 앨범들이 있거든요.
워낙 좋다 보니까 이 앨범이 그렇게 되면 너무 속상할 것 같아서 아껴서 듣고 있는 중입니다.
공 : 힙합 장르뿐만 아니라 국내 국외 가리지 않고 모든 노래 중에서 <Back In Time>이 최고라는 극찬을 남겨주셨습니다.
이센스라는 래퍼를 통해서 랩에 빠져들게 됐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이센스의 어떤 점을 보고 그렇게 느끼게 되셨을까요?
k : 일단 이센스라는 사람의 삶 자체가 자연스럽고 꾸밈이 없잖아요. 제가 그런 걸 되게 좋아해요.
저는 요즘 래퍼들이 하이엔드 의상을 입고 다니는 걸 보면 조금 인위적인 느낌이 들더라구요. 그런 느낌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물론 그게 잘못 됐다, 힙합이 그런 방향으로 가면 안 된다는 아니지만 제 개인적인 취향과 추구하고 싶은 멋은 이센스인 것 같아요.
[The Anecdote]를 들으면서 내가 잘하면 내 이야기를 해도 사람들이 좋아하는구나, 작품성과 예술성이 뒷받침 해준다면 개인적인 일대기도 사람들이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꼭 사랑 노래가 아니더라도 실력이 있으면 많은 사람들이 들어준다는 사실을 뼛 속 깊게 새겼죠. 결국 제가 못 뜨는 건 너무 솔직해서라는 건 말도 안 된다는 걸 느낀 것 같아요.
내가 못 하는 거구나, 내 실력을 탓하는 게 먼저다, 내가 이센스처럼 잘 했으면 떴다. 결론적으로 탓할 건 본인이거든요.
잘못한 건 나고 탓할 건 인더스트리나 게임이 아니라 제 실력인 거죠. 그런 점에서 되게 인상 깊었던 아티스트였어요.
공 : 꾸밈 없는 삶의 태도와 뜨려면 가장 중요한 건 실력이라는 걸 이센스와 [The Anecdote]가 느끼게 해준 거네요.
k : 네, 항상 제가 정말 잘하고 있나를 생각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뒤돌아봤을 때 사람들이 내 음악에 관심이 없는 건 결국 저라는 사람에게 문제가 있는 거죠.
제 실력을 좀 더 보완해야 그 보완한 실력만큼 사람들이 제 음악에 관심을 가져주기 마련이죠. 당장 사운드클라우드만 둘러봐도 사람들이 '아, 나는 왜 못 뜨지?', '사람들은 왜 나를 모를까?'라고 이야기하는데, 자신 있게 '나 개 잘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싶습니다.
Outro : 인터뷰 참여 소감
공 : 자신을 성찰하는 성숙한 마인드를 20살의 래퍼에게서 들을 수 있었고, 이 같은 생각은 이센스에게 배웠다라고 말씀해주시면서 [The Anecdote]와 <Back In Time>을 인생 앨범, 곡으로 소개해주셨습니다.
마지막 질문을 끝으로 오늘의 인터뷰가 모두 마무리 되었는데요. 인터뷰에 직접 참여해보시니까 어떠셨나요?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k : 되게 재밌네요. 제가 평소에는 말이 없는 편이지만 음악 이야기를 할 때 만큼은 즐겁게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거든요.
줌터뷰에 신청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고, 의미가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공 : 줌터뷰 참여를 통해 [SERO]라는 믹스테잎과 본인의 다양한 음악 취향을 보여주셔서 저도 무척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활발한 활동 기대하면서 인터뷰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참여해주셔서 감사드리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힙합엘이 줌터뷰 모음집 링크] https://hiphople.com/fboard/24321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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