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ber's 1st EP <Romantic Refuge> (2024년 2월 12일 발매)
'가장 낭만적인 도피처'
트랙리스트
1. (TITLE) 흐릿해
2. 우린 너무 달라서
3. (TITLE) 진심으로
4. 밤
5. 너만큼
https://youtu.be/knAzWxn1vfE?si=hx0kg0UegI3_5Q-_
romantic: 애정의, 낭만적인, 아름다운, 몽상적인
refuge: 피난(처), 피신(처), 도피(처), 은신(처), 쉼터
생각 없이 걷다 네 생각이 나서 잠시 멈췄어 너무 선명해서 두 눈을 감고 볼을 꼬집어 봤어 꿈은 아닌데 자꾸만 눈물이 흘러 이젠 아무 의미 없지만 잊을만하면 넌 꼭 나타나서 내 하룰 전부 망치지만 그쯤 했으면 됐어 날 놓아줘 이젠 네가 꿈에 나와도 흐릿해 You are not a love 천천히 그렇게 - 흐릿해
Only like my self when i'm with you I can't forget that night 다 널 위해 했던 것들뿐인데 아무 의미 없네 너에게 난 뭔데 I'm losing my mind 우린 너무 달라서 끌렸고 때론 비슷해서 가끔 삐끗했어 말해줘 how to love? - 우린 너무 달라서
끝이 정해진 만남은 너무 괴로워 이젠 너랑 뭘 해도 아무렇지 않아 좋은 이별은 없겠지만 생각보다 힘들 걸 잘 알잖아 좋을 때 만 좋았지 나쁠 땐 우린 남들보다 더 했잖아 우린 그저 그렇게 점점 잊혀져 가면 돼 저기 모래성처럼 그냥 휩쓸려가면 돼 - 진심으로
내가 더 잘할게 네가 외롭지 않게 이젠 습관이 됐어 솔직히 조금 지쳐 넌 내가 많이 밉지 난 그런 널 달래지만 오늘 밤은 왠지 마지막일 것 같은 밤 Girl tonight 무슨 말부터 꺼내야 될지 Please, don't hate me 모든 밤을 지나 우린 늘 함께였잖아 babe - 밤
그날처럼 오늘도 비가 내렸어 우산을 나눠 쓸 때 어깨가 젖는지도 모를 만큼 널 아꼈었단 걸 너도 알고 있을까 너 없이 오늘도 내 하루는 아무 일 없이 흘러가겠지만 부디 오늘 밤엔 네 생각이 안 나길 바래 난 그거면 돼 - 너만
가끔 유튜브와 플랫폼 속 정보의 바다에 빠졌을 때, 이미 수면 위로 떠올라서 많은 이들에게 주목을 받는 수보다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 빛을 보지 못하는 수가 훨씬 많음을 체감하게 된다.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수단이 늘어났다는 건 정보를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의 수 역시 늘어났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는 문화적으로도 크게 확장되어 누구나 글과 책을 쓰고, 영화나 드라마같은 영상을 촬영하며, 다양한 분야의 음악을 직접 만들고 부를 수 있는 세상이 됐다. 특히 음악 중에서는 힙합과 R&B가 SoundCloud(사클)과 같은 여러 플랫폼을 통해 수많은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쏟아내고 있다. 그래서 오늘은 그 중에서도 우연히 유튜브의 플레이리스트에서 내 귀에 걸린 Sober(소버)의 미니 앨범을 리뷰해보려 한다. (그리고 이후에도 종종 디깅 과정에서 흥미롭게 들었던 인디 앨범들을 리뷰할 생각이다.)
앨범의 제목 [Romantic Refuge]에 대해 Sober는 '가장 낭만적인 도피처'라는 해석을 세웠다. 그리고 이러한 대전제에 맞게 앨범을 이루고 있는 5개의 트랙은 지금 떠나고 없는 과거의 인연에 대한 미련이 주를 이룬다. 거리를 걷다가 문득 떠오른 기억으로 인해 괴로워하거나(흐릿해), 차이에서 비롯된 괴리와 부조화로 인한 오류를 겪기도 하며(우린 너무 달라서), 익숙해진 자리를 도려내기 위한 시도에서 견디기 쉽지 않음 아픔을 겪기도 한다(진심으로). 또한 곁을 떠나려는 이의 존재를 붙잡아보려 애를 쓰기도 하고(밤), 분리의 순간을 곱씹으며 자신이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을 돌아보기도 한다(너만). 이러한 공백을 망각하려는 무수한 시도는 원인도 목적지도 알 수 없는 도피에 독특한 색채를 입힌다. 왜냐하면 톨스토이의 말마따나 행복의 이유는 대부분 비슷하지만 불행의 이유는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사랑을 맺는 순간은 비슷비슷하지만 그 사랑이 깨지는 순간은 다양한 사연이 원인이기에 빈칸을 피하려는 도피에 낭만이 더해지는 것이다.
사랑을 시작하는 순간은 시점을 알 수 없지만 대부분은 비슷한 방향을 통한다. 처음 본 순간 단번에 사랑에 빠지는 소수의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애정은 호감도가 쌓이고 쌓여서 상한을 돌파할 때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확산된다. 하지만 타오르기 시작한 불씨가 꺼지는 이유가 바람, 물 등 다양한 것처럼 사랑이 꺼지는 원인은 셀 수 없이 많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식어버리거나, 사소한 것부터 중요한 것까지 수많은 갈림길에서 선택이 갈리거나, 혹은 순식간에 감정의 변화를 이끌어낼 정도로 돌이킬 수 없는 큰 사건이 터지는 등 여러 이유가 찬란했던 사랑의 시간을 파국으로 이끌고 간다. 뭔가를 쌓아올리거나 올라가는 건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그것을 쏟아내거나 내려가는 건 한순간이라는 게 자연의 섭리처럼 여겨지는 상황에서 사랑 또한 예외가 되지는 않는다.
게다가 사회 속 인간 관계의 개념을 완전히 흔들어 놓은 코로나19가 지나간 후에, 사람들은 보다 가벼운 관계를 쉽게 만들고 끊어내게 됐다. 과거의 관계는 오래 이어지는 묵직한 사이가 많았다면, 요즘에는 쉽게 친해지고 쉽게 해어지는 게 더 주류가 된 느낌이랄까. 그런데 이와 같은 가벼운 경향이 범람하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코로나 이전의 시간을 떠올리며 그리워하고 그 기억들에 '낭만'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몽환적인 음악과 가사에 붙어 있는 '낭만적인 도피처'라는 이름표는 듣는 이에게 다양한 해석의 선택지를 전달한다. 비슷하게 시작해서 다양한 갈래로 찢어지는 무수한 사랑의 순간에서 우리가 도망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랑의 선택지는 몇이나 될까. 어쩌면 가벼운 관계가 성행하는 요즘 낭만적인 사랑을 찾는 것이 쉽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렇기에 이러한 과거의 흔적을 떠올리고 생각하는 음악의 가사가, 이전보다 더 마음을 울리는 느낌이 든다.
저도 이 앨범 듣고 너무 좋아서 cd까지 샀었는데, 이렇게 리뷰로 보니 또 반갑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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