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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나믹 듀오 정규 10집-2 Kids On The Block

title: Kendrick Lamar (4)Alonso20002024.05.14 16:54조회 수 1120추천수 4댓글 4

https://blog.naver.com/alonso2000/223445425143

 

 

 

 

20년이다. 강산이 두 번 바뀔 동안, 한 아이가 태어나 성인이 되는 그 시간 동안 다이나믹 듀오는 굳건히 한국 힙합의 한 귀퉁이를 지켜왔다. 이들의 롱런의 비결은 무엇일까?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이들의 음악이다. 정규로만 세어도 2년에 1번 꼴로 결과물이 나올 정도로 이들은 성실했다. 이 성실함의 영역 하에서 평범한 인간적 공감대에 기반을 둔 훵키한 흥겨움이라는 콘셉트가 꾸준히 이어졌고, 이는 마니아를 넘어 일반 대중들까지 두루 아우르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이 기본값 위에서, 이들은 신예들과 어울리며 씬의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장착하기도 하고, 때로는 장르적으로도 키를 돌리며 자신의 본령을 꾸준히 기억하려 했다. 그렇게 다이나믹 듀오는 숨 가쁘게 20년을 달려왔다. 그래서였을까, 이들의 10번째 정규는 몇 달에 걸친 싱글 발매를 통해 이들의 20년간의 행보, 더 나아가 이 뚱보와 대머리의 음악 인생 전체를 돌아보고 반추하는 추억 여행과 같은 형태로 기획되었다. 다만 이들의 과거 곡의 역주행, 그리고 경연 프로그램 타이업 곡의 흥행으로 인해 이들의 반추는 생각 외로 길어졌다. 그 사이 본디 10곡이었던 앨범도 12곡으로 벌크 업 되었다. 이들의 추억여행의 종착지는 어디였을까. 지금 이 리뷰를 통해 잠시 이들과 같이 걸어보자.

<2 Kids On The Block>의 구조는 다이나믹 듀오의 20년이 넘는 디스코그래피에서도 제일 서사적이다. 원래 이들의 인생담을 극화할 드라마와의 타이업 프로젝트이기도 했거니와, 우연찮게 맞아떨어진 20주년과 10집이라는 상징성과도 맞물리는 좋은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레이와 코드 쿤스트, 토일 등 메인 스트림의 한복판에 위치한 프로듀서들부터 ikkbo, 썸데프, 이안 캐쉬 등 비교적 언더그라운드에 가까운 인물들까지 이들의 인생에 어울리는 OST를 적재적소에 세팅해 주었다. 이렇듯 프로듀서 라인업이 다양해진 만큼 앨범이 아우르는 사운드의 범위도 풍부해졌다. 이들이 처음 음악에 발을 들이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전반부에는 그레이, ikkbo 등이 붐뱁과 재즈 힙합을 위시한 고전적인 장르로 차분한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 두드러진다. 이러한 오래된 소리에 대한 탐구는 디제이를 대동한 구성으로 보나, 올드스쿨한 샘플과 드럼의 운영으로 보나 여러모로 80년대 릭 루빈의 냄새가 물씬한 썸데프의 "피리부는 사나이"에서 정점을 찍게 된다. 반면, 성공으로 인한 괴리와 회의, 그 속에서의 성숙을 담은 중반부는 오히려 대중적인 흐름을 가져가며 자칫 우울할 수도 있는 이야기의 진입장벽을 낮추었다. "정우성이정재"에서는 이들이 오랫동안 보여왔던 디트로이트 사운드에 대한 애정이 돋보이고, 이를 Padi와 토일이 각각 쓸쓸함과 유쾌함을 오가며 어쿠스틱하게 받아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성숙해진 이후 궤도에 올라온 이들의 이야기는 도리어 트렌디한 사운드에 담겼다. 영광의 순간과 그 이면의 그림자가 이안 캐쉬의 타이트한 트랩 넘버 2개에 각기 나뉘어 서술되고, 그 사이의 고독과 책임감을 그려내기 위해 ikkbo가 다시 등판하여 재즈 냄새 살짝 섞인 PB R&B를 선사해 준다. 코드 쿤스트의 재지하고 몽환적인 터치로 여러 갈등의 순간 끝에 얻은 여유와 자기 긍정이 그려지고, 세계와 미래로 나아가려는 초심을 가장 그들다운 사운드인 훵키한 붐뱁으로 다지는 "피타파"로 이들의 드라마가 마무리된다. 이렇게 완성된 이들의 음악은 언제나처럼 명료한 결을 지니고 있으며, 그렇게 명징하게 직조된 순간순간에 새겨지는 인간적인 장면들은 우리를 두 베테랑의 인생과 일상 속으로 끌어들인다.

 

 

 

 

26년간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담아내기 위해 다이나믹 듀오는 언제나처럼 장르 씬 외의 인맥들까지 적극 활용하였다. 인트로에서부터 이병헌의 낭랑한 목소리가 짙은 몰입으로 다가오는 데다, 성공 이면의 차가운 현실에 대해 건조히 충고해 주는 정만식의 내레이션도 강렬하다. 출세 이후의 괴리감을 유쾌하게 풀어주는 피식대학의 콩트에서는 옛적 다이나믹 듀오 앨범에서 자주 보였던 노홍철의 그림자가 언뜻 스치기도 한다. 트렌드에도 절대 둔감하지 않았던 그들답게 국내 얼터너티브 씬의 블루 칩인 태버 부터 아메바 컬쳐의 신예 허성현도 끌어들여 트랩 비트 위에서의 완성도를 충족하려 했고, 릴러말즈 같은 경우에는 아예 페르소나 격 프로듀서인 토일까지 대동하여 선배를 서포트하였다. 특히 다이나믹 듀오가 20년간 쌓아온 크레딧이 무색하지 않게끔 게스트들의 퍼포먼스에서도 이들에 대한 존경이 묻어 나오는 것이 제일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힙합을 다이나믹 듀오로 입문했다던 비와이의 샤웃아웃도 그렇고, 다이나믹 듀오의 앨범에 참여한 것이 성공의 증표라 말하는 pH-1의 벌스는 이들이 살아온 오랜 음악 인생이 후배들의 존경을 거쳐 이어지는, 왠지 모르게 찡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DJ 프리즈부터 크러쉬까지 다이나믹 듀오의 오랜 음악적 동지들도 이 역사적 콤비의 그간의 행로를 같이 응원하고 축하해 주는 듯하다.

초등학생 때부터 사실상 평생을 같이 해온 두 지음(知音)의 이야기는 어느덧 역사가 되었다. 동료의 배신이라거나 갈등과 같은 부침도 여럿 있었고, 대중성과 퀄리티 양쪽에서 거머쥔 영광스러운 장면들도 있었다. 이 모든 영욕의 순간들이, 이들의 언제나와 같은 인간적인 필치로 재구성되어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은 그 자체로도 큰 감동이라 할 만하다. 때로는 구체적으로, 때로는 추상적으로 그려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음악적 하드웨어는 이번에도 그들다운 예리함과 따스함으로 가득 차 있다. 여기에 이들을 보고 꿈을 꾸었던 후진들도 꿈을 이루어 이들과 같이 걸어가니, 이들이 음악 인생 동안 쌓아온 유산들이 <2 Kids On The Block>에 오롯이 배어있다. 과연 이 행로의 종착역은 어디였을까? 마지막 트랙인 "피타파"에서 다이나믹 듀오는 해외에서의 공연에서 다시 신인이 된듯한 기분이었음을 토로한다. 결국에는 초심이다. 이러한 일관성, 혹은 장인적일 정도의 한결같음이 이들의 역사를 완성시킨 것이다. 어쩌면 회갑을 넘어도 요양원 전국 투어를 돌겠다던 이들의 농담이 허언만은 아닐 듯하다.

Best Track: 19, 정우성이정재 (Feat. 피식대학), 피타파 (Feat. pH-1, JU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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