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클럽(Ghvstclub)
<Enfant terrible>
2024.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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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클럽의 세 번째 EP입니다
타이틀은 <Enfant terrible>, '무서운 아이'
<Love exposure>처럼 영화에서
타이틀 모티프를 따온 듯 합니다
이 단어의 어원을 생각해보면 고스트클럽과
정말 잘 어울리는 수식어가 아닌가 싶습니다
어원이 뭐냐고? 밑에 글에 쓰여있지롱!
피지컬 후면
제가 소싯적에 빵 좀 날라봐서 아는데
이런 인상의 친구들 평소에는 서글하지만
잘못 건들면 조때는 관상입니다
개기지말고 친하게 지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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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오픈
핫핑크와 노랑의 대비가 인상적인
CD 프린팅
낱장으로 구성된 부클릿
여담으로 커버아트의 일본어는 おぞましい子,
타이틀 그대로 '무서운 아이'로 해석됩니다
부클릿 후면에는 초회 주문자에 한해 새겨준
사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부클릿은 단면으로 아뤄져 있어
안쪽에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이적 작품들의 피지컬에는 여기에
고클 자신의 TMI를 적어주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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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며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다보면, 어느샌가 과거의 부끄러웠던 기억들이 머릿속으로부터 튀어나와 마음을 어지럽히곤 한다. 그렇게 내 머리뚜껑을 뛰쳐나와 침대에 흩뿌려진 몹쓸 기억을 걷어내려 수 번을 뒤척이다 이불을 들춰보면 그곳에 과거의 추악함이 뭉쳐져 웅크리고 있었다. 떨쳐내고 싶지만 언제나 자신의 밤과 함께하는 나쁜 기억들은 지금의 내가 오롯이 안고 가야만 하는 것일까. <Enfant terrible>은 고스트클럽이 과거부터 쭉 지니고 있던 기억들의 편린이다.
프랑스의 예술가 장 콕토(Jean Maurice Eugène Clément Cocteau)는 자신의 연인인 레몽 라디게의 죽음으로 인한 충격과 이로 인해 벌인 정신적 일탈을 극복하기 위하여 한 편의 소설을 집필하기 시작한다. 제목은 <무서운 아이들(Les Enfants Terribles)>. 원래 '뛰어난 재능을 지닌 신예'로 통용되었던 이 단어는 본디 장 콕토가 레몽 라디게를 향해 보내는 찬사기도 했다. 만화책 유리가면의 ‘무서운 아이..!’ 대사를 떠올리면 될까. 하지만 소설과 영화에 와서 이 앙팡 테리블, '무서운 아이'의 의미는 비틀리기 시작한다. 작품 안에는 사회와 유리된, 미성숙하며 왜곡된 가치관을 가진 어린 등장인물들이 생활해나가는 조그만 울타리의 비틀림과 균열, 이로 비롯된 파멸이 적나라하게 그려져 있다.
<Enfant terrible>역시 소개글 말마따나 Y2K 시절을 보낸 고스트클럽이 가지고 있는, 비틀린 과거시절에 대한 기억의 재현이다. 본능 따라 쾌락을 좇으며 지금껏 밑바닥 인생을 전전하고 다녔던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나가기 위해서는 불쾌한 과거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 내는 과정이 필연적이었고, 고스트클럽은 이것들을 아무렇지 않은 양 무심하게 전시한다. 이는 적나라한 묘사와 은유가 뒤범벅이 되어 작품 곳곳에 흔적을 남긴다. <Enfant terrible>의 원 뜻은 '무서운 아이'지만 커버아트의 일본어는 おぞましい子로 적혀있다는 점을 떠올려본다. '무서운 아이'라는 뜻이지만 여기에는 '역겹다'는 의미 역시 내포되어 있다. '무섭다'와 '역겹다'. 의미의 차이가 있지만 고스트클럽이 앨범에서 자기자신을 비롯한 군상들에 대한 묘사를 어떻게 했는지 생각해 본다면, 두 표현 모두 그의 지난 삶을 표현하기에 참으로 적절한 수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에서 구현되는 사운드 역시 세기말의 그것을 떠오르게끔 분위기를 풍긴다. 사실 한국의 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반, 이른바 Y2K 시기는 테크노를 위시한 전자음악과 맞닿아있는 때이지만 레트로트한 질감의, 통통 튀는 바운스감을 띠는 비트는 듣는 이들로 하여금 무심코 ‘과거’라는 단어를 떠오르게 만들고 그가 구현하고자 한 시절과 배경에 자연스러운 당위성을 부여하고 있다.
나아가 주목할 부분은 철저하게 양지, 메인스트림을 부정하는 그의 모습이다. 아웃사이더의 삶을 이야기한 작품처럼 ‘인용음악을 하기 싫어’ 다른 뮤지션들과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는 그의 모습은 음악 면면에도 묻어난다. 타입비트로 꾸려지는 프로덕션과 일부러 정제하지 않은 듯한 톤으로 내지르는 랩과 싱잉, 그리고 여과 없이 뱉어내는 워딩은 스스로의 존재가 악이라는 점을 부정하지 않으며 주류와 의식적으로 멀어지려 하는 모습을 보인다. 자본으로 치장한 위선 대신 내면의 악을 음악으로써 포용하며 자신만의 진실한 아이덴티티를 확고히 만드는 셈이다. 이러한 고스트클럽의 애티튜트가 함축된 트랙이 바로 “악행열차”다. ‘봄에 태어난 모서리’로 자신을 지칭하며, 과거의 몹쓸 행동들을 ‘악행열차에 몸을 싣는’ 것으로 묘사한다. 뽕끼있는 사운드를 적극 활용하여 꾸려낸 비트와 맞물려 그가 구현하고자 했던 비틀린 Y2K의 흥취가 그대로 드러나는 곡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속에서도 고스트클럽이 분명히 지켜나가고자 하는 것은 있었다. 절벽 끝의 그를 지탱하는 것은 비록 타인에게는 왜곡되어 비칠지라도 진심을 다했던 ‘사랑’과 누군가에게 주눅 들어 보이지 않게끔 무장한 ‘자신감’이었다. 영화 <비열한 거리>의 주인공 조인성(김병두 역)의 대사, ‘밥은 굶어도 구두는 닦고 다녀라’는 그의 의식에 그대로 투영되어 곡 “밥은굶어도구두는닦아라”를 빚어냈고, “지브리”에서는 상대를 향한 사랑을 내비치며 아련한 무드의 마무리를 자아낸다. 세상을 바라보는 삐딱함과 이 삐딱한 자세가 쓰러지지 않도록 그의 내면을 지탱해주는 내적 요소에 대한 이야기들이 어우러져 <Enfant terrible>만의 독특한 페이소스를 만들어낸다.
혹자는 이를 ‘음악을 위한 위악’으로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고스트클럽은 커리어 초기 시절부터 자신의 모난 과거에 별다른 정당성을 부여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생기는 상처들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아물며 랩과 노래로써 고름을 뱉어낼 뿐이다. 앨범 곳곳에 흩뿌려진 과거의 흔적들이 지금의 고스트클럽을 만들어낸 셈이다.
앨범을 거듭할수록 고스트클럽은 점차 자신만의 유니크한 영역을 구축해나갔다. 양아치스러운 감성과 더불어 날것으로 때려 박는 랩과 싱잉은 어느새 그의 아이덴티티로 자리잡았고, <Enfant terrible>은 이러한 인상을 더욱 확고히 만들어 준 순간이다. 축축함이 깃들어있는 퇴폐스러움, 이 안에서 번득이는 날카로운 가사와 퍼포먼스로 지난해 <Misfits>로부터 받았던 관심이 한순간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음악적 행보로 보나, 태도로 보나 주류와 궤를 같이하지 않고 독자적인 방향성을 모색하는 그의 모습에 더욱 흥미가 간다. ‘Enfant terrible’이 본디 '빼어난 신예'를 의미했던 만큼, 고스트클럽을 표현하는 데 있어 이만큼 어울리는 단어가 있나 싶다. 이 무섭고도 역겨웠던 아이가 최종적으로 다다를 곳은 과연 어디일 것인가.
https://blog.naver.com/okonechu/223410832515
첫트에 띠용했지만 다시금 설득당하는 고클의 마법 흑흑흑... 2집은 정말 가진 포텐을 모두 꺼내놓으면서 와장창 터뜨려버린 절세의 걸작인 줄 알았는데 새로운 스타일의 변칙으로 이런 앨범을 뽑아내리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슴다 2집 못지 않게 자주 손이 가는 놈이에요
매 앨범마다 다른 스타일을 꺼내들어 예측할 수 없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는게 고클의 매력(불이모지)
또 다시 지겨운 악행열차에서~~
이거 진짜 한동안 맨날 흥얼거리고 다녀씀..,,
텅 빈 집에 남아있어~
마지막 곡이 여운이 장난이 아니었지라 ㄹㅇㄹㅇ
필력이 정말 대단하십니다...... 제가 이 앨범을 들으며 참 느낀 게 많았지만 정작 그것들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는 전혀 알 수 없었는데, 제가 느꼈던 것들이 전부 이 글에 옮겨져 있네요. 꼭 답안지를 보는 것 같아요. 무척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이야기주셔서 감사합니당! 저와 같은 감상을 느끼셨다는 분이 계셔서 괜시리 내적친밀감 들고 막 그러넹??!?
앨범커버 고클 본인이였구나
소싯적에 좀 놀았다는 이야기가 설득되는 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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