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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은 찰나이며, 청춘이여 영원하라, Jazzyfact - <Lifes Like>

title: Dropout Bear (2004)Writersglock2024.03.16 15:45조회 수 2472추천수 18댓글 6

*해당 리뷰는 H.O.M ISSUE #10에서 아름다운 디자인과 함께 읽을 수 있습니다. 


https://drive.google.com/file/d/1-_GHNSc7IdgtesZFQbfaqzN6q5IXUmhV/view?usp=drivesdk

IMG_3469.jpeg

Jazzyfact - Lifes Like (writersglock)

 

젊음이란 뒤죽박죽에다 엉망진창이다. 청춘은 자신들의 지난 시절을 그리워하는 어른들이 멋대로 예쁘게 포장해버린 성장통이다. 도대체 왜 꽃피고 날 따뜻한 봄날에다가 젊음을 비유한단 말인가? 당장에 꽃은커녕 싹조차 틔워내기도 버거운 것이 현실인데. 도대체 삶의 어느 한 구석에라도 봄볕이 들었던 적이 있었나? 세상은 얼어붙어 있고 시간은 무정하게 흘러가는데. 그 틈바구니에서 어떻게든 하루하루 버텨가는 것만으로도 젊음은 충분히 저주할 만 하다. 실패의 참혹함과 결별의 환상통, 막막한 방황과 잠 못 들 수많은 밤으로 버무려진 그 뭣 같은 놈의 젊음, 그 시간을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지금 행복하냐, 지금 좋으냐, 묻는다면 당장에 쌍욕이나 주먹이 날아올 지도 모른다. 젊음은, 저주다. 피할 수조차 없기에 더욱 더 뭣 같은.

대뜸 젊음과 청춘에 대한 악담을 퍼부은 까닭은 아마도 <Lifes Like>를 듣고 괜히 심사가 뒤틀렸기 때문일 것이다. 가끔 그럴 때가 있다. 평소에 잘 듣던 음악도 왠지 모르게 갑자기 심술이 날 때가. 청춘과 젊음의 대명사와도 같은 이 앨범을 듣다 보니, 그리고 이 앨범이 그렇게도 그 아름다움을 잘 그려냈다는 찬사를 보다 보니 짜증이 났다. 아니, 당신들의 젊음은 그렇게 멋지고 아름다웠던 거야? 젊음이, 청춘이 그렇게 곱다, 아름답다 소리를 들어야 하는 거야? 그래, 그렇다면 내가 나서서 한 번 그 작자들의 붕 뜬 청춘예찬을 끌어내려봐야겠다. 그런 심통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런 구차한 욕심은 매번 앨범을 재생할 때마다 기화되고 만다. <Lifes Like>가 가진 순수함은 앨범을 듣는 그 누구라도 자연스레 입꼬리를 끌어올리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그러니 매번 앨범이 다 끝난 후, “Smoking Dreams”의 여운을 느끼다 보면 ‘내가 뭘 하려고 했더라’라며 머쓱하니 뒤통수를 문지르게 되는 것이다.

리뷰의 편의성을 위해 <Lifes Like>를 몇 개의 장으로 나누어볼까 한다. 앨범의 첫 장은 ‘자신감’이라는 주제로 정리해볼 것이다. 미국의 재즈 힙합 그룹 A Tribe Called Quest를 오마주한 첫 트랙인 “A Tribe Called Jazzyfact”의 청량한 에너지는 단박에 청자를 휘어잡는다. 재지팩트의 맴버인 빈지노와 시미 트와이스를 소개하는 이 곡은 자신들이 하는 음악이 무엇인지  청자에게 분명히 전달한다. 정석과도 같은 인트로가 지나면 빈지노가 자신감을 가득 담아 가사를 짜낸 “?!.”가 이어진다. ‘나보다 빛나는 목걸이는 안 걸쳐/ 겉치레 보다는 오로지 나 먼저’라는 가사는 젊은 빈지노의 패기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후 “Addicted2”에서는 다양한 건반 사운드를 조합한 시미 트와이스의 비트가 춤을 추며, 그 위에 오토튠을 가미한 빈지노의 랩이 스텝을 맞춘다. 모든 사람들은 무엇인가에 중독되어있다는 내용은 이들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잘 담아내고 있다.

사랑은 젊음에 있어서 뗄래야 뗼 수 없는 존재다. 그러니 두 번째 장의 제목은 ‘사랑’이라고 이름 붙이면 좋을 것 같다. 이 앨범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큰 히트를 친 트랙은 “아까워”이다. 연인과 보낼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아까웠던 것은 비단 빈지노 뿐만이 아닐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은 언제나 화살처럼 지나간다. 이런 공감대가 해당 트랙의 큰 성공을 가져왔을 것이다. 이어지는 “Kissinterlude”는 시미 트와이스의 샘플링 감각이 극에 달한 곡이다. 간질간질한 피아노 트레몰로 멜로디는 은유적이지만 야릇한 빈지노의 가사와 어우러져 은밀하고 달콤하게 타오르는 키스의 과정을 묘사한다. 이후 금요일 밤의 헌팅을 묘사한 “Friday Move (TGIF)”와 애인 있는 여자를 유혹하는 “Close To You”를 지나면 세 번째 장으로 진입하게 된다.

앨범의 첫 번째 랩 피쳐링과 함께 시작하는 세 번째 장은 ‘혼란’이라고 불러본다. “Take A Little Time (Feat. Sean2Slow)”은 슬럼프에 괴로워하는 빈지노와 그런 빈지노를 다독이는 셔니슬로우의 가사가 대비되며 따뜻한 온도를 띤다. 그런가 하면 “Mom’s Call (Feat. Verbal Jint)”에서는 어머니의 따뜻하지만 귀찮은 잔소리 전화에 대답하는 상황이 일상적인 대화 표현들로 나타난다. 어머니의 잔소리가 귀찮지 않았던 사람들이 있을까? 나이가 들며 점점 소중해지지만 그때는 달갑지만은 않았던, 이 마음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그저 애틋한 마음으로 들을 수밖에 없는 트랙이다. 이후 시미 트와이스가 “Jamminterlude”로 기량을 한껏 뽐내고 나면 “각자의 새벽 (Feat. Dok2 & Beatbox DG)”이 찾아온다. 각자 자신만의 과제와 고민들로 분주한 새벽의 풍경이 펼쳐지고, 그 사이에서 참여진들은 자신의 스킬을 뽐낸다. 자신을 규정하려는 이들의 시선에 대한 삐딱함이 담긴 “Stranger’s Theme”에 이어지는 “Vibra”는 산뜻한 재즈 비트와 아름다운 가사가 어우러진 명곡이다. ‘난 말랐다 허나 내 마음만큼은 살쪄/ 내가 망한다 해도 부자같은 내가 가족/ 날 안아줬던 너의 심장은 절대 안 잊어’ 듣는 이의 마음도 따뜻하게 덥혀주는 명가사다. 아마도 앨범은 여기서 끝날 예정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앨범이 젊음과 청춘을 대표하는 앨범으로 여겨진 까닭이 아직 더 남아있다.

마지막 장은 ‘꿈’이다. 터지는 색소폰과 함께 시작되는 앨범의 마지막 트랙인 “Smoking Dreams”는 차원이 다른 무게감으로 청자의 앞에 등장한다. ‘왜 난 이럴까/ 물음표로 수놓인 밤하늘/ 나를 내려다 보는 Star/ 괜히 오늘따라 더 높아 보이기만 하네’ 혼란과 방황은 젊음의 동반이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찬란히 빛나는 것이 꿈이라는 원석이다. 그 원석을 찾기 위해, 찾아 벼르기 위해 수없이 고민하고 고민하고 고민하는 것이 청춘의 의무라면, 분명 “Smoking Dreams”는 그 의무에 대한 지침서와 같은 곡일 것이다. 꿈이 큰 만큼 어깨에 실린 무게도 무거워지고, 내뱉은 숨의 무게도 함께 무거워진다. 담배는 그 무게를 태우기 위함일까. 밤하늘이 부옇게 빛나는 것은 내뿜는 연기 탓일까, 빛나는 별빛 탓일까. 꿈을 좇는 나는 담배 연기처럼 흩어져버릴까, 밤하늘에서 별처럼 빛나게 될까. 어둠은 안도가 되지 못하고 별빛은 안내가 되지 못하는 밤. 나는 어디에 서 있을까.

앨범의 모든 트랙에서 빈지노의 랩에는 불이 나고, 시미의 비트 프로듀싱에는 빛이 난다. 2010년에 발매한 앨범이라는 것이 무색할 만큼 빈지노의 랩은 세련미가 넘쳐난다. 적당한 한영혼용과 부드럽게 흘러가는 플로우는 이미 이때부터 빈지노의 랩은 거의 완성되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가사 면에서는 요즘의 시류와 맞지 않는 표현들이 종종 보이나, “아까워”의 현실적인 가사나 “Vibra”와 “Smoking Dreams”의 시적인 가사들은 비슷한 생각을 한 번이라도 했던 사람들이라면 심장에 박힐 만한 것들이다. 시미 트와이스의 폭 넓은 재즈 샘플 활용은 빈지노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섞이며 그 향이 폭발적으로 증폭된다. 이들이 Jazz라는 정체성을 활용하는 데는 그 누구보다 시미 트와이스의 비트가 중요하게 작용했는데, 그가 수많은 명곡들에서 추출한 에센스들은 이 앨범이 그 무엇도 대체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위상을 차지할 수 있게 했다.

고통은 삶의 흔적이며 성장의 촉진제다. 우리가 젊음을 아름답다고, 청춘을 빛난다고 말하는 까닭은 사랑이 꽃피우고 고민이 달아오르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재지팩트는 그 계절의 모든 순간들을 고뇌와 환희, 사랑으로 노래한다. “삶이란 이런 거야.” 이들이 젊음으로 우리에게 건내는 한 문장이다. 나답게 살아가고, 뜨겁게 사랑하고, 치열하게 고민하며 그 누구보다 높은 꿈을 꾸는 것. 젊음이란 그런 것이고, 삶이란 그런 것이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저는 지금 훈련소랍니다

잘 읽어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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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 3.16 16:06

    훈련소에서도 글을 올릴 수 있나요?

  • 3.17 09:44
    @공ZA

    요즘 폰 가능이여 ㅋㅋㅋ 이제 훈련소에서도 엘이 글 쓰는 시절이 오네요

  • 3.16 16:39

    잘읽었습니다 ~

    당장에 꽃은커녕 싹조차 틔워내기도 버거운 것이 현실인데.

    이 문장 맘에 드네요..

     

    이유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문단 시작할때 앞에 스페이스 다섯번 하시면은 가독성이 더 좋아질거 같아요 ~

     

  • 3.16 21:11

    캬 진짜 우주명반

  • 3.16 21:13

    H.O.M 매거진에서도 너무 잘 읽은 리뷰였는데 다시 봐도 좋네요

    몸 건강히 다녀오시길...

  • 3.17 19:38

    글 참 잘 쓰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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