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X) 자이언티 - Zip 리뷰

절대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수능이 끝나고 폭풍처럼 2024년이 되었습니다 ㅎㅎ

이제 열심히 그리고 정성껏 다시 리뷰 올려보겠습니다!!

올해 첫 리뷰는 힙합은 아니지만..... 자이언티의 정규 3집 'Zip' 리뷰입니다!

늘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하고요 피드백도 언제든 환영입니다!! 그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https://blog.naver.com/parzival0604/223312906769 

 

 

 

 Zion.T, 그의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과 매력적인 음색은 그를 명실상부 '음원깡패' 자리에 올려놓았다. '양화대교, 꺼내 먹어요, 노래, 눈' 등 수많은 곡들을 상위권에 차트인시키며 자신이 음원강자임을 증명했고 대중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똑똑히 각인시켰다. 그러나 2018년, EP 'ZZZ' 이후로 간간히 몇 번의 싱글 발매와 '쇼미더머니' 등의 방송 출연만 있을 뿐, 잠잠한 그의 앨범 소식은 팬들을 애태우게 만들었다. 그랬던 Zion.T가 새로운 앨범을 발표했다. 2023년 12월 6일, 정규 2집 'OO' 이후 약 6년 만에 드디어 정규 3집 'Zip'으로 그는 돌아오게 된다.

 

'지금 내가 이 얘기를 해도 되나? 이런 모습이어도 되나?'라는 확신이 안 생겨서

그래서 앨범을 못 내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좀 확신이 생겨서 이번에 [Zip]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 겁니다.

(중략)

저는 이번 앨범이 말하자면 '제 첫인상을 만들자'라는 생각도 있었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어떻게 각인되고 이어가고 싶은가, 내가'

그런 부분에서 좀 해답이 되었던 그런 테마와 음악들인 것 같아요.

- Zion.T, 유튜브 <우키팝> '자이언티님과 새 앨범 트랙 리뷰' 中 -

 

 

 

 

Zip (2023. 12. 06 / 10트랙 / 26분 44초)

-트랙

1. How To Use (intro)

2. UNLOVE (prod. HONNE) <Title>

3. 모르는 사람 <Title>

4. 내가 좋아하는 것들 (feat. Benny Benack III)

5. V (Peace) (feat. AKMU) <Title>

6. NOT FOR SALE

7. 투명인간

8. 불 꺼진 방 안에서 (feat. 윤석철)

9. 돌고래

10. 해피엔딩.

 

 

흑백 배경의 앨범아트 속 눈까지 내려온 머리카락, 그리고 검정 뿔테 안경을 쓴 남자는 Zion.T이다. 정규 1집 'Red Light'와 정규 2집 'OO'와 동일하게 앨범아트에 Zion.T의 얼굴이 등장한다. 앨범아트를 자세히 살펴보면 긴 머리카락에 가려진 두 눈은 정면이 아닌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다.

 

시선이 다른 곳으로 향한다는 것도

뭔가 어떤 지향성이나 아티스트가 바라보는...?

저는 그런 무드가 보이진 않지만 전달될 거라고 생각해서

그 사진을 A컷으로 고른 것 같아요.

- Zion.T, 유튜브 <우키팝> '자이언티님과 새 앨범 트랙 리뷰' 中 -

 

그리고 앨범명 'Zip'은 두 가지의 의미를 지닌다. 우선은 '압축파일'로써의 Zip과, 말 그대로 '집'이라는 의미다.

 

집이 갖는 공간의 의미도 있고,

사람들이 사는 공간에서 어우러질 수 있는 앨범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담았어요.

그간 제가 해왔던 커리어의 뾰족했던 부분들을 한 데 모은

압축파일 같은 앨범이라는 의미도 담았고요.

- Zion.T, 한국일보 -

 

중의적인 의미의 앨범명 'Zip'처럼 앨범은 집에 있는 것과 같은 편하고 따뜻한 느낌을 머금고 있으면서도 그 외의 낭만, 애상감 등의 다양한 분위기도 가득 담긴 압축파일의 형태로 잘 묘사되어 있다. 2번 트랙 'UNLOVE'나 8번 트랙 '불 꺼진 방 안에서'와 같이 청자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주제의 곡들부터, 4번 트랙 '내가 좋아하는 것들', 10번 트랙 '해피엔딩.'처럼 덤덤하게 Zion.T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곡들도 있다. 또한 9번 트랙 '돌고래'처럼 Zion.T의 경험에서 파생된 창의적인 곡도 존재한다. 그래서 청자는 특정 곡에 공감하며 앨범에 쉽게 몰입하다가도 다른 곡에선 Zion.T의 예술적 감각을 느끼며 노래와 함께 그려지는 환상을 체험할 수 있다.

 

 

 

청자는 앨범을 들으며 Zion.T의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R&B와 Soul은 물론, 발라드와 재즈까지. 심지어 5번 트랙 'V (Peace)'에선 시부야계 음악 스타일(일렉트로니카 음악 바탕에 팝이나 펑크 음악을 곁들인 일본 음악의 한 트렌드로 1980 ~ 90년대에 유행했던 장르)도 소화한다. 이러한 앨범 내의 다양한 장르들은 청자가 그가 전달하고자 한 분위기와 메세지를 효과적으로 이해하고 그로부터 풍부한 감상을 만드는데 기여한다.

그렇지만 피쳐링에서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듯이, 이번 앨범에서 단연 돋보이는 건 재즈이다. 세계적인 재즈 트럼페터이자 재즈 싱어인 'Benny Benack III'와 재즈 피아니스트 '윤석철'이 이번 앨범에 힘을 더했다. 앨범 내내 Zion.T의 목소리와 조화롭게 울려퍼지는 재즈는 청자가 기분 좋게 그루브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저는 되게 (재즈가) 본능적인 장르라고 생각해요.

본능에 의해서 표출하고, 표현하고,

그리고 실시간으로 즉흥적으로 표현하고 이런 그런 특성이 있잖아요.

저도 음악을 할 때에 있어서 어떤 본능에 되게 집중 하는 편인데

그런 부분에서 좀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좀 가까이 갈 수밖에 없는 장르라고 생각을 해요.

- Zion.T, 유튜브 <우키팝> '자이언티님과 새 앨범 트랙 리뷰' 中 -

 

또한 앨범에서 인상깊은 점은 각각의 노래들이 지니고 있는 의미이다. Unlove는 애플뮤직에서 플레이리스트에 있는 곡을 삭제할 때 뜨는 표시인데, 이를 인간관계에 비유해 서로의 관계를 쉽게 끊어버리는 현실을 말하는 곡이 2번 트랙 'UNLOVE'다. 이 곡은 영국 아티스트 'HONNE'가 프로듀싱을 맡았는데, HONNE 특유의 밝은 신스팝 위에서 Zion.T는 현재 사회의 관계에 대해 얘기한다.

 

뭔가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를

좋아하던 노래 지우듯이 지울 수 있고...

(중략)

그래서 지금 사회와 가장 잘 어울리는 노래가 아닐까

싶어서 만든 곡이지.

- Zion.T, 유튜브 <조현아의 목요일 밤> 'EP 49' 中 -

 

그리고 연인과의 관계, 애정을 팔 수 없다고 말하며 그 중요성을 강조하는 6번 트랙 'NOT FOR SALE'과 어느 정도 인지도 있는 사람이 대중들의 선호와 상관없이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작업, 행동들을 '하고 싶은 말'이라는 단어에 비유한 7번 트랙 '투명인간'. 자신의 옆에 있어준 '너(= 배우자, 가족, 연인)'에게 덤덤하게 고마움을 전하는 8번 트랙 '불 꺼진 방 안에서'까지, 곡의 의미를 알고 다시 가사를 곱씹어본다면 더욱 몰입감 있게 앨범을 느끼고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번 'Zip' 앨범을 언급할 때 뮤직비디오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우선 2번 트랙 'UNLOVE'이다. UNLOVE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완벽주의자의 헤어짐을 그리고 있는데, 헤어질 때마저 규칙에 따라 순차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뮤직비디오 마지막이 되서야 여자가 처음으로 여자가 눈물을 흘리는데 이에 이별선물로 선글라스를 주는 점도 인상깊다. 하나 놀라운 점은, 이 뮤직비디오의 시나리오를 모두 Zion.T가 직접 적었다고 한다.

 

제가 직접 시나리오를 적었어요.

'완벽주의자, 결벽증 환자, 나르시스트이고 소시오패틱한 사람.

그런 사람이 이별한다면 어떻게 하고 싶을까.

완벽한 이별을 하고 싶지 않을까?

내가 생각에는 상대방의 눈물을 보는 것이다.

눈물을 봐야 내가 이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라고.

- Zion.T, 삼십대중소인의 이슈 -

 

또한 3번 트랙 '모르는 사람'의 뮤직비디오도 최민식 배우의 출연 소식으로 인해 많은 화제가 되었다. Zion.T가 6년 만에 돌아온 만큼 2023년 앨범 발매 때는 자신이 요즘 사람들에게 모르는 사람일 수도 있을거라 느꼈고, 자신이 잘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도 막상 알고보면 잘 모르는 사람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한다. 이러한 이 노래의 주제에 맞게 Zion.T는 뮤직비디오에 최민식 배우를 섭외했다.

 

노래 주제가 '모르는 사람'인데

최민식 배우님은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는 분이지 않나.

모두가 '잘 안다'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잘 모르는 분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어서

이 이야기에 가장 잘 어울리는 분이지 않을까 했어요.

- Zion.T, 한국일보 -

 

그리고 '모르는 사람'의 뮤직비디오엔 개미가 등장하는데, 이는 최민식 배우의 출연작 중 하나인 <올드보이>에서 가져온 래퍼런스다. 올드보이의 대사 중 '외로운 사람은 다 개미환각을 본데요.'라는 대사가 있는데, 뮤직비디오에서도 후반부에 최민식 배우가 개미를 손으로 잡고 펴보지만 개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곤 최민식 배우는 개미가 환각이었음을 깨닫고 웃다가 정색한뒤 집으로 들어간다. 즉, 개미는 그가 우리가 모르는 사람이자 외로운 사람임을 드러나게 해주는 뮤직비디오의 장치라 생각된다.

 

 

 

물론 싱글 앨범을 두, 세장 내는 게

정규 앨범 한 장 내는 것보다 더 수입이 많은 것은 맞아요.

그럼에도 정규 앨범이 중요한 이유는

진정성을 가진 뮤지션이 브랜딩의 요소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선택이기 때문이죠.

- Zion.T, 스타투데이 -

 

긴 공백기를 깨고 6년만에 돌아온 그의 정규 앨범은 요즘 사람들에게 Zion.T가 누구였는지를 되새기는 것보단, 그의 이미지를 리브랜딩한다는 의미가 더 크다. 이 앨범을 통해 기존 Zion.T를 기억하던 사람들은 반가움을, 새로운 청자들은 이게 Zion.T의 음악이구나를 느끼는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나 그의 독보적 음색과 재즈의 조화는 훌룡했고, 저마다의 의미를 가지고 청자에게 경험을 환기해주는 10개의 트랙은 앨범이 끝난 후 여운이 남게 했다.

이 앨범을 통해 그는 현세대에 자신이 누구인지를 소개하고 각인시켰다. 2023년, Zion.T는 새로운 증명사진을 찍은 것이다. 성공적으로 리브랜딩한 그의 다음 행보, 그리고 다음 행보에선 어떤 음악 스타일을 보여줄지도 기대된다.

 

여러분이 이 열 곡 중에 단 한 곡이라도

데리고 키울만한 노래가 있기를 바라며 작업을 마무리했어요.

다시 한번, 들어주셔서!

제가 계속 음악을 만들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Zip.

- Zion.T, Zip 앨범 소개글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