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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보여줄 첫 번째 붓터치, Jeffrey White - <SAINT> 앨범 리뷰

title: Dropout Bear (2004)Writersglock2024.01.01 17:51조회 수 595추천수 5댓글 3

https://m.blog.naver.com/alpha314/223308614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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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부터 시작된 힙합 씬의 대격동이 조금씩 잦아드는 요즘, 개인적으로 가장 눈여겨보고 있는 집단은 단연 OKASHII이다. 연세대 힙합 동아리에서 시작된 이 팀은 어느새 AP ALCHEMY의 한 축을 맡으며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올해가 끝나기 이틀 전, Jeffrey White가 멤버 중 첫 번째로 정규작 <SAINT>를 발표했다. 눈에 띄는 점은 믹스와 마스터링에 Matt와 sAewoo가 참여한 것을 제외하면 전곡이 본인 작사 작곡이라는 것이다. 첫 앨범에서부터 이런 자신감 넘치는 작업물이라니, Jeffrey White의 역량이 온전히 드러나는 지점이라 볼 수 있겠다.


 앨범은 예상외로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딘가에 갇힌 것처럼 혼란을 겪고 있는 그는 계속해서 ’나가자‘라는 말을 외치지만 정작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상태다. 그는 탕아 마냥 방탕한 모습으로 여기저기를 떠돈다. 폭력적이고 독선적인 태도로 다른 이들을 헐뜯고, 쾌락에 취한다. 그러다 문득 어느샌가 외롭게 혼자 남은 자신을 발견하고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해 시작했던 자리로 돌아와야 함을 깨닫는다. 그는 다시 ’가야한다‘고 말하고, 이제는 자신이 가야할 곳이 어디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 자신이 바라보는 곳을 향해(아마도 그가 ‘신’이라 일컫는 무언가) 자기확신에 가득 찬 모습으로 그는 걸어간다.


 OKASHII 프로듀싱의 가장 큰 특징을 꼽아보자면 오르간을 비롯한 다양한 신스의 활용과 깊은 공간감, 장르를 규정하기 어려운 스타일이 있겠다. 이는 AP에 입단하고 처음 낸 컴필레이션 <ANTIVANDALISM>부터 뚜렷이 나타나며, 본작의 프로듀싱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마치 공간이 열리는 듯한 느낌의 짧은 인트로 “ROSETTA” -OKASHII는 앨범에서 이런 장치를 자주 사용하는 것 같다- 를 지나면 곧바로 다이나믹한 변주가 이어진다. 2분이 안 되는 곡부터 4분에 가까운 곡까지 다양한 길이의 곡이 있으며, 우리에게 익숙한 힙합부터 힙합의 작법을 벗어나 전자음악의 것을 따온 트랙도 존재한다. 펌핑된 베이스로 미친듯이 달려나가는 “BASS 97’”,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비트로 거만함을 드러내는 “OXXY”, OKASHII 특유의 부피감이 큰 신스와 베이스가 인상적인 “DEMI” 그리고 앨범 서사의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며 아련한 아름다움마저 느껴지는 “SUN”까지, Jeffrey White는 앨범에서 총천연색의 매력을 뽐낸다. 따라서 혼자 끌고 가는 앨범임에도 지루할 틈이 없다. 그의 과감한 손놀림 아래 장르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그 사이에서 새로운 형태의 아름다움이 창조된다.


 이런 경계를 허무는 시도는 이들이 꾸준히 해오던 형태의 작업이다. 이들에게 장르란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닌 듯 보인다. 필요하다면 과감히 버릴 수도 있고, 원한다면 주저없이 뒤섞어버릴 수도 있는 하나의 음악적 재료인 것이다. 이는 어찌보면 점점 장르적으로 세분화되고 심화되어가는 요즘의 시대 흐름이 반영되어있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장르가 세세히 나눠질수록 오히려 장르간 구분이 어려워지고 종국엔 각 부분이 전체와 다를 바 없게 된다. 그리고 이 흐름 속에서 누군가는 그 세분화의 끝까지 파고든다면 누군가는 그 여러 갈래들을 하나로 엮어 나간다. OKASHII는 후자의 길을 택했고 그렇게 그들은 현재 AP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의 음악을 들으면 ‘미래적’ 또는 ‘미래지향적’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SAINT>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OKASHII의 이전작들은 그들이 나아갈 방향을 가리켰다면 본작은 이미 그 길 위에 서있는 것 같다. 미래라는 화폭에 스케치는 끝났고, 이제 그 위에 Jeffrey White가 첫 붓질을 한 느낌이랄까. 이들이 그려나갈 미래란 어떤 색에 어떤 형태일지, 작업물이 하나 둘 나올 때마다 이들이 준비한 신세계가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 같아 마음이 설레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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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시가 더 조명받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보다 앞서 일단 앨범이 너무 좋습니다

다들 한 번씩 들어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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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 1.1 18:02

    진짜 좆되는 앨범인데 제발 뮤비라도 찍어줬으면합니다!!!

  • 1.1 18:02

    이곤 진짜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야함

  • 1.1 21:36

    진짜 앨범안에 들어있는 사운드도 다양하고 질감자체도 굉장히 독보적이라 더 떳음 합니다. 윙스형도 얘내좀 더 밀어줫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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