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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도약, 최성 <HUMHUM>

ILoveNY2023.12.23 20:57조회 수 1653추천수 4댓글 12

(1)

 

난 최성에 대해 잘 모른다. 크러쉬/자이언티/딘의 퓨처 베이스 삼대장이 뜨고, 하이라이트/일리네어/저스트뮤직 - 코홀트/딥코인을 통해 트랩이 한국에 본격적으로 들어온 다음. 텐타시온의 이모랩을 한국에서 나름 창의적으로 모방한 그룹에 속하는 듯한데, 이때는 내가 국힙이든 외힙이든 힙합을 그리 열심히 듣지 않던 시절이다.

 

(2)

 

그동안 밀린 앨범들을 하나하나 듣던 중에 발견한 사람이 최성이다. <전설>이었던가? 그냥 한국에서 이모랩하는 사람이구나, 그정도의 감상이었다. 물론 나름의 "감성"이 있고, 이건 배울 수가 없는거라서 중요한 것이긴 하지만, 그 이상으로 가기에는 무언가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 앨범도 누가 글을 올리기에 별 생각 없이 들었는데....음 이건 리뷰를 길게 써야할 가치가 있다 느꼈다.

 

(3)

 

<HUMHUM>은 힙합 앨범이라 하기에는 뭐하다. 최성의 랩도 랩이라기보다는...예전 팻두 스타일의 나레이션 랩 - 노래에 가깝다. 게다가 프로덕션의 기본도 힙합이나 일렉트로니카라기보다는 캐롤 등의 고전적인 "광고 음악"에 가까웠다. (물론 후반에는 조금 일렉트로니카 느낌이 나는 트랙들도 있긴 하지만.)

 

하지만 이 단어들로는 최성의 목표가 잘 드러나진 않는다. 최성의 목표는 "패러디"다. 최성은 일부러 설탕을 잔뜩 바른, 행복한 유년기가 생각나게 하는 장르들 (1번 orion의 캐롤, 5번 eat the parents에서 나온 노골적으로 <인어공주>의 언 더 더 씨에 대한 패러디, 4번 bada에서 싸구려 신스로 패러디된 결혼 행진곡까지)을 (잘 안들리지만) 전복적인 대사들과 노이즈, 노골적인 싸구려 프로덕션을 통해 뒤집는다.

 

여기까지야 뭐....한국에서는 드문 목표이기 때문에 칭찬 받을만하지만, 패러디로서의 퀄리티는 살짝 물음표다. 이런 패러디는 원래 프로덕션이 A급이지만 가사만 B급일 때, 진정으로 '먹힌다고' 생각하는 입장인데, 이건 노골적인 퀄리티 저하를 통해 B급을 만드는 일종의 '키치'처럼 느껴졌다. 키치 - 패러디의 단점은 이걸 자주 듣게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왜냐고? 못 만든 곡이니깐. 의도한 것일지라도.

 

(보론 ; A급 프로덕션이지만 가사가 B급이라서 먹히는 그룹의 대표로는 노라조가 있을 것이다. 노라조 음악은 웃기지만, 가사로만 웃길 뿐 곡 퀄리티가 좋기에 자주 들을 수 있다. 한편 B급 프로덕션의 키치라도 그 자체로 먹히는 경우가 있긴 하다. 패러디가 아니라, 무언가 주류와는 전혀 다른 감수성일 때. 지금 당장은 이런 예로 이박사 정도가 생각난다.)

 

(4)

 

하지만 이 앨범에는 (최성이 의도한 것인지 아닌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의도하지 않았다고 여기는)  놀라운 순간이 존재한다. 2번 parasite complete나 10번의 gingerman 같은 트랙이다.

 

여러 가지 사운드 소스를 뒤섞은 다음에 꽤 팝적인 멜로디로 엮었는데 정말 이상한 일이지만 애니멀 컬렉티브(Animal Collective)가 생각났다. 한국에서 이런 사운드를 하는 사람이 있었나? (여기서 사이키델릭함을 빼고, 패러디도 빼고, 부서질듯한 노이즈와 섬약함을 넣으면 공중도덕이 되긴하지만....)

(게다가 저 중저음의 낭송조로 멜로디를 타는 건, 패닉의 2집 <밑>이 생각난다. 꽤 좋았다.)

 

다른 건 다시 들을 것 같지 않지만, 2번 parasite complete만큼은 다들 한 번 들어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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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2
  • 2 12.23 21:15

    최성 열혈팬이지만 유일하게 손에 안가는 앨범

  • ILoveNY글쓴이
    12.23 21:16
    @Xtentacionn

    그럴 것 같아요. 최성 전작 몇 트랙 들어본게 다지만, 이번 앨범과는 사운드에서는 결이 꽤 다르더군요. 게다가 정서도 이번 앨범이 좀 더 노골적인? 위악적인? 그런 느낌입니다.

  • 최성 전작을 최애 앨범중 하나로 꼽을 정도로 좋아해서 이번 앨범은 좀 아쉬웠는데 원래 앨범은 여러번이상 돌려야 진가를 느낄 수 있더라고요...리뷰 잘 읽고 한 번 더 들으러 가겠습니다

  • ILoveNY글쓴이
    12.23 21:18
    @롤링라우드롤렉스롤스라이스

    전 이런 사운드가 더 맘에 들긴 하지만....이게 최성의 기존 팬들이나 힙합 팬들에게 먹힐거라는 생각은 잘 안들긴하네요. 게다가 앨범 전체 프로덕션이 전체적으로 들쭉날쭉한게 어떤 목표와 아이디어를 가지고 만든게 아니라, 느슨한 아이디어가 있고(패러디) 그때그때 생각나는데로 만든, 그런 싱글 모음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 12.23 21:40
    @ILoveNY

    저도 최성 모든 앨범을 최애로 꼽을만큼 좋아하는데 이번 앨범은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지금껏 최성 앨범에서 들어보지 못한 사운드 뿐만 아니라, 적어도 저에게는 앨범을 다 돌리고 나니 앨범 전체에서 전하고 싶은 아이디어가 전해진 것 같네요. 최성 앨범중에서는 Dabda 다음으로 유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 ILoveNY글쓴이
    12.23 21:48
    @솔토띵

    음...혹여 오해하셨을까 생각해서 글을 더 적자면, "싱글 모음"이라는게 유기성이나 통일된 아이디어가 부재하다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곡들 간의 사운드 편차가 좀 크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크게 (1) 제가 좋아했던 애니멀 컬렉티브 같은, 여러 샘플들을 겹겹이 쌓은 사이키델릭한 팝 (2) 기존 클래식적 요소가 강한 음악들을 패러디한 음악 (3) 일렉트로니카 느낌이 나는 트랙. 이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을텐데, 이 세 가지 사운드가 하나의 앨범으로 잘 융화되는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12.23 22:01
    @ILoveNY

    아..제가 오해했네요ㅜㅡㅜ 저도 사운드 편차가 크다는건 동의합니다. 그리고 글보고 animal collective 들어봤는데 정말 저 트랙들이랑 비슷한 느낌이 나네요.. 덕분에 좋은 아티스트 알아갑니다 ㅎ

  • 12.23 22:03
    @ILoveNY

    예전부터 작성자님 리뷰 봤는데 저도 왜 이 음악이 좋은지 싫은지 잘 설명하고 싶네요 ㅠㅠ 혹시 음악 전공이시거나 따로 공부를 하시나요?

  • ILoveNY글쓴이
    1 12.23 22:13
    @솔토띵

    음악 전공은 아닙니다. 아쉽게도 전 음감이 그리 좋지 않아서요.

     

    음악이 좋은지 싫은지 설명하는 건, 공부의 문제라기보다는 전 습관(?)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좋다/싫다는 생각이 들면, 그게 자기 생각이고 느낌이기 때문에 문장이 나올 때까지 곰곰히 생각하다보면, 뭐라도 적을 수 있을 겁니다.

     

    이게 무슨 장르다, 이게 뭐랑 닮았다 이런 것들은 그저 그런 설명을 위한 부차적인 것이라 전 생각합니다.

  • 12.24 01:33

    ㅋㅋㅋ안타깝지만 갈수록 별로...

  • 12.24 17:33

    3번트랙은 어떻게 들으셨나요 전 2번-3번 흐름이 너무 좋았고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본이베어가 생각이 나더라고요?

    제 베스트는 3번이라.. 궁금합니더

  • ILoveNY글쓴이
    12.25 12:02
    @Notthatserious

    3번도 좋아요. 전 3번도 여전히 애니멀 컬렉티브가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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