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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을 안내고 있는게 아니라 못내고 있는 겁니다

Alfie2023.11.19 13:21조회 수 1506추천수 3댓글 8

발매와 동시에 대박이 날 엄청난 음악성과 대중성을 갖춘 앨범.

그래서 대중에게는 인기를 끌 앨범

또한 리스너들에게는 칭송을 받을 앨범

평단에겐 클래식이라는 평가를 받을 앨범

 

그런 앨범을 만들어놓은 사람이

그 앨범을 안내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런 앨범을 만든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지 그 앨범을 최대한 빨리 내지 못해서 안달이 나죠.

 

이 앨범을 빨리 내면 낼수록

내가 최고의 뮤지션이고 국힙원탑이란걸 증명할 수 있는데

모든 이들의 찬사를 받으며 잘나가는 슈퍼스타가 될 수 있는데

누가 안냅니까. 미쳤습니까. 안내는게 아니라.

 

그런 훌륭한 앨범이 없으니까.

그런 앨범을 못만들었으니까.

지금까지 만든 곡들로는 앨범 만들어 내봤자

스스로 모자라다고 생각하니까 결과가 안좋을게 뻔히 보이니까.

한마디로 자신이 없으니까

내고 있는것이죠.

 

 

 

간단히 비유하면 이런겁니다.

드레가 디톡스를 이미 다 완성시켜놨고 그 완성된 곡들의 퀄리티가

크로닉, 2001 후려뺨칠 정도의 어마어마한 클래식인데

과연 그 곡들을 드레가 정신병자라서 악의적으로 리스너들을 엿먹일려고

일부러 앨범을 안낸 것일까요

 

아니면 디톡스를 낼거라고 이미 발표는 옛날에 해놨는데

그 디톡스가 계속 발매시기를 놓치고 연장되다 보니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앨범에 대한 대중의 기대치가 너무 압도적으로

드레 스스로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져서

지금까지 만들어놓은 곡들로는 도저히 그 어마어마한 기대에

부응할 수 없다는 자신의 판단이 서서 앨범을 끝내 못낸 것일까요

 

만들어놓은 곡들이 없는건 아니에요

스눕과 에미넴이 이미 인터뷰에서 여러차례 말을 했습니다

자신들이 디톡스에 작업참여를 했고 자신들은 디톡스를 들어도 봤다고

 

그러니까 디톡스란 앨범에 들어갈 곡들 자체가 없는게 아니에요

곡들이 작업이 끝나도 예전에 끝났어요

단지 그 곡들이 디톡스라는 이름에 대중이 걸고 있는 그 어마어마한 기대치에

부응할 정도의 퀄리티가 아니라고 드레 스스로 판단을 한거죠

 

 

 

음악적 창의성에는 유통기한이 있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빈지노 도끼 더콰이엇 드렁큰타이거 에픽하이 그 누굴 봐도

이들이 가장 창의적이고 음악적으로 빛나던 시기에는

매년 창작물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어요

마치 화장실에 틀어놓은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처럼

 

그런 시기가 빠르면 10대, 느리면 20대에 시작해서

보통 30대 초중반, 운좋으면 30대후반까지 쭉 이어집니다

팬들에겐 이때가 가장 행복한 시절이죠

다음날 눈뜨면 새로운 프리스타일이 나와있고

학교 좀 다니고 직장 좀 다니다 보면 앨범이 나와있죠

 

근데 그 시절이 영원하지가 않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앨범이 나오는 주기가 점점 길어지더니

나중에는 앨범 하나 나오는데 2년 걸리고 3년 걸리고

근데 그게 단순히 기다리는 시간의 문제면 괜찮아요

 

문제는 그 몇년 죽도록 기다려서 나온 앨범이 노비츠키야

에픽하이 요즘 앨범같은 퀄리티야 다아나믹듀오 최근앨범 퀄리티야

이게 딱히 퀄리티가 나쁘지는 않은데

분명히 랩을 잘하긴 잘하거든요 기본적인 근본이 있으니까

원래 랩을 아주 잘하는 사람이 몇년 지난다고 갑자기 랩을 못해지진 않아요

그리고 음악도 후지지도 않아요 음악도 괜찮아 나쁘지 않아

흥얼거릴 멜로디도 있고 비트도 괜찮고 랩도 잘했어 근데 근데 근데

 

가슴 한켠에 싸한 감정이 생기죠 팬들은.

아.... 한 시대가 갔구나.

미친듯이 피처링괴물로 활약하면서 씬 다 씹어먹고

매년 명반 쏟아내고 명곡 쏟아내면서

힙합씬의 리스너들 뿐만 아니라 일반대중에게까지 인기가 있었던

그때의 그 눈부시게 빛났던 그 젊은 시절의

빈지노는

에픽하이는

도끼는

지금은 없구나. 그 시대가 저물었구나.

 

 

 

요걸 느낄 수 있을때가 되면

- 왜 앨범 안나옴

- 빨리 앨범내세요 뭐하세요

- 예전처럼 활발한 활동 왜 안하시나요

이런 말을 하는게 실례라는걸 느끼게 됩니다

 

지금 게을러서 안하는거 아니거든요

이제 못하는거거든요

손님이 김치 좀 더 주세요라고 했는데

주인이 김치를 일부러 안주고 있는게 아니고

이제 김치냉장고에 김치가 없다고 다 먹어서

 

개인적으로 제이지가 떠날때를 정확히 알고

적당한 시기에 잘 떠났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은퇴한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예전처럼

활발하게 매년 앨범을 내고 있지도 않죠

그도 그럴것이 제이지의 마지막 앨범을 낼때쯤에는 딱 느낌이 왔어요

이 아티스트가 지금까지 보여준 것보다 더 새로운 것을 할 수는 없다

여기서 랩이 더 나아질수도 없고 음악이 크게 달라질수도 없고

딱 그쯤에서 뒤로 물러나는게 깔끔했어요

 

메시나 호날두가 굳이 유럽에서 계속 선수 뛰겠다고 고집을 부린다면

주전이 아니라 후보선수로라도 몇년을 더 뛸수 있을지도 모르고

코치겸 선수 이렇게 간다면 10년 더 갈수 있을지도 모르죠

근데 그거는 이제 근근이 살아남는 것 밖에는 안되는 것이고

 

박수칠때 떠난다는게

 

이게 진짜 비인간적으로 엄청나게 힘든일이라는걸

한살한살 나이가 들수록 사무치게 느낍니다

이게 남의 일이면 말하기가 쉬운데

막상 자기 일이되면 정말 절대로 받아들일수가 없을것 같아요

저는 빈지노를 보면 예전의 빈지노의 총기와 반짝임과 열정이 다 빠지고

그냥 한때 랩 잘했던 행복한 결혼생활을 즐기고 계신 중년아저씨가 보이는데

이게 내가 제3자라서 이렇게 생각하는거지

내가 막상 빈지노 그 본인이었으면 절대 이게 인정이 안될거거든 마음속으론

 

괜히 아저씨들이 영포티니 뭐니 하는게 아니라니까

자긴 아직도 마음속엔 20살 그때하고 똑같은거 같은데

뭐 나보고 아저씨라고 틀딱이라고 꼰대라고

아니 무슨 소리야 나는 아직도 젊은이인데 나 정도면 동안인데

ㅋㅋ 이런 소리가 안나오겠냐고요 당연히 나오지

 

 

암튼 글이 길어졌는데 하고싶었던 말은 간단합니다

여러분이 좋아하던 아티스트가 몇년동안 앨범을 안내고 있으면

그건 앨범을 안내는게 아니에요

못내는 거에요

그러니까 너무 닥달하시면 안됩니다 게으르다고 해서도 안되고요

 

그 사람도 그런 엄청난 명반을 만들수 있으면 당장 내고 싶을 거에요

근데 지금 그런 명반을 못만드는 거에요

그래서 못내고 있는 거에요

 

그니깐 몇년째 앨범 한장도 안나오고 있는 사람은 놔줘야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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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 근본주의자Best베스트
    5 11.19 14:26

    노비츠키를 듣고 빈지노의 시대가 저물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구나

  • 11.19 13:41

    앨범이 안나오는 데엔 말씀하신 부분도 분명 작용할거라 봅니다. 그래서 저는 작업물 안나오는 아티스트들에게 별 감정이 안들긴해요.

     

    근데 비슷한 맥락으로 보면 꾸준히 작업물을 내는 아티스트들이 끊임없이 도전하고 자신을 증명하려하는게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로 드신 빈지노가 그대로 음악 접어버렸다면 계속 전설로 칭송되고 말았을텐데 굳이 '감 다 죽었네'라거나 '이제 퇴물 아님?' 소리를 들을 수도 있는 작업물을 냈으니 말이죠.. 그게 누군가에게는 더 큰 선물이 되기도 하고요.

     

    이센스나 에픽하이나 도끼나 마찬가집니다. 특히 도끼는 미국행 이후로는 힙합팬들의 관심도 많이 식어버린 것 같은데 계속 허슬하고 있죠.

     

    각자의 방식대로 노력하고있는 아티스트들을 그거에 맞게 잘 응원하면 될 것 같아요.

  • 11.19 14:18

    셀프메이드의 한계

  • Cmx
    11.19 14:57
    @李知恩

    이게 핵심이라고 봅니다.

     

    이렇게 혼자 앨범을 끌어나가는 데 강박있는 장르가 없을듯.

  • 5 11.19 14:26

    노비츠키를 듣고 빈지노의 시대가 저물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구나

  • Cmx
    1 11.19 14:56
    @근본주의자

    빈지노의 또 다른 예술적 감각을 엿 볼 수 있은 작품이긴 했지만 일리네어 시절 빈지노는 아무도 부정하지 않는 국힙원탑이었죠ㅎㅎ...

  • 1 11.19 14:31

    저는 노비츠키 듣고 오히려 빈지노에 대한 기대치가 올라갔습니다.

    빈지노 키즈들이 우후죽순 생기고 2010년 초반 빈지노의 퍼포먼스가 지금 와서는 빛이 바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기존의 피제이, 시미 프로듀싱 배제하고 작법도 바꿔서 신선했죠

  • 11.19 15:42

    빈지노의 노비츠키는 이미 부와 명예, 커리어 등 이룰거 다~ 이룬 30대의 베테랑이 어떻게 하면 모두를 감탄하게 할 수 있는지 대단한 방식으로 보여준 앨범이라 생각하는데요..

  • 11.19 17:49

    빈지노 제외하면 다 어느정도 공감되네요.전 빈지노 보면 무협지에 나오는 은둔고수같더라고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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