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민혁 [해방] 감상

일단 스카이민혁의 랩 자체에 대한 저의 평가는 그동안 좀 왔다갔다 했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스카이민혁에 대한 평가가 가장 높았던 시기는 오히려 많은분들이 싫어하시던 쇼미때입니다. 당시 스카이민혁의 랩은 테크닉적으로 엉망이었습니다. 박자는 다 나가있고 목소리 톤도 조절을 못하고 랩 디자인도 특출날 것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정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뿜어져나오는 개성과 에너지가 오히려 이 래퍼를 특별하게 만들어줬습니다. 그리고 왜인지 모르지만 이 래퍼가 랩을 시작하면 랩에 대한 평가는 둘째치고 이목을 확 끌어 사람을 집중시키는 것이 있었습니다. 기리보이의 근거나 설명없는 ’쿨하다’는 평가가 가장 정확했다고 봅니다.

그러나 그 이후에 나온 작업물들에서 스카이민혁은 저에게 그만큼의 임팩트를 주지 못했습니다. 랩 실력은 비약적으로 상승했지만 그 날것의 매력과 개성이 사라졌다고 할까요. 다른분들이 칭찬 많이하고 좋아해주신것도 알지만, 저는굳이 ’스카이민혁‘을 찾아들을 이유가 크게 없어졌습니다. 원석을 다듬는 과정에서 깎아내지 말아야 할 것마저 깎아내버린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해방]앨범에서는 그 중간지점을 정확히 찾아낸 느낌이 있습니다. 물론 앨범 프로듀싱이 좋아 더 좋게 들리는 이유도 있겠습니다만, 스카이민혁의 랩 또한 많은 부분에서 적당합니다. 여기서 적당은 mediocre 의 느낌이 아니고 adequate 의 느낌입니다. 스카이민혁이라는 래퍼에겐 이 표현은 저는 큰 칭찬입니다.

물론 스카이민혁은 제 탑 엠씨 리스트엔 못올라올겁니다. 저는 귀가 굉장히 주관적이라 남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어떤 래퍼의 아주 작은 부분에도 거슬려서 못듣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카이민혁에게도 그런부분이 제법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아듣게 하네요. 그정도만 되어도 일단은 충분하지 않을까요? 앞으로도 스카이민혁의 작업물이 드랍되면 가서 찾아들을듯 싶습니다. 혹시 모르잖아요. 또 저를 놀래켜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