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같지도 않다고 생각하는 래퍼들이 꽤 많이 있다. 명단은 말해봐야 서로 마음만 아프니 굳이 말 안 해도 될 거 같다. 이게 왜 좋은지 이해할 수 없는 래핑,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비트들. 댓글에서는 진짜라는데 아무리 봐도 생양아치 인생 기믹 겸 핑계가 래퍼 아닌가? 싶은 사람들.
그리고 내가 처음 본 스카이민혁은 그 중 하나겠구나 싶었다.
새들의왕 이런 거 나올 땐 진짜 래퍼같지도 않았었고, 스윙스가 했던 "난 니 세대가 싫어"는 나름 시원했었다. 몇 번 틀어보려고 해도 이게 왜 좋은 건지, 랩 그렇게 잘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곡은 또 왜 그렇게 많이 낸 건지. 그렇게 역량에 비해 방송 꽤 오래 탄 사람으로 남겠구나 싶었다.
솔직히 말한다. 나는 스민이 싫었다. 박자도 못 맞추고 목소리는 귀 아팠다. 노력의 천재라는 거 그냥 컨셉이겠구나 믿지도 않았다.
odd95 피쳐링한 벌스였을 것 같다. 거기에서 내가 알던 스민이 맞나 싶었다.
어째 정박에 들어가는 것보다 밀리던 게 훨씬 많던 박자들이 다 맞아버리고, 듣기만 해도 귀 아프던 톤이 조절이 되어 자유자재로 쓸 수 있게 되니 정말 훌륭한 무기가 되어 있었다. 딱 그 곡 이후로 스민 내는 건 따라가야겠다 싶었다.
그냥 녹음해서 올린 벌스들도 하나같이 다 좋았고(에베레스트 비트에 한 거, 마지막에 소리지르는 거 참 좋더라), 필리랑 같이 한 리벤지란 곡에서 개인적으로 엄청 놀랐다. 그 뒤로 slow and steady는 지금도 출근할 때 기분차게 한번씩 튼다.
앨범 전반적으로 비트 타입 안 가리고 좋은 걸 골라가져왔다. 놀라운 건, 그 모든 걸 다 수준급으로 소화한다. 뜸하길래 뭐하나 했는데 아무리 봐도 하루에 몇시간씩 디깅하고 괜찮은 거 체크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앨범은 인생을 한번 훑는다.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과정. 받았던 스포트라이트와 동시에 따라왔던 부정적인 덩어리들. 꼽게 보던 놈들을 디스하고, 그 뒤로 안고 있던 억하심정들이 터진다. 내가 날 가두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결국 스카이민혁은 스카이민혁에게서 해방되었다.
그리고 말한다. 나는 잘 되어야만 한다고. 남아 있는 순수한 상승욕과 성공 의지가 과연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선공개 싱글 2곡을 지나 나오는 김태균 앨범에서 보일법한 제목의 4곡 바이브가 진짜 끝내준다. 백미는 10번 공생. 마지막 벌스 들을 땐 올해 처음으로 음악 듣다 헛웃음 나왔다.
확실한 건, 스카이민혁은 랩 존나 못하는, 음악 못하는 래퍼라는 딱지로부터 해방되었다.
나는 스민이 기본기가 참 좋은 래퍼라고 생각하게 될 줄도 몰랐고, 이렇게 미니멀한 드럼 비트를 잘 타게 될 줄도 몰랐다.
그 특유 하이톤이 드럼과 박자에 박힐 때 나오는 쾌감이 이렇게 클 줄도 몰랐으며, 쿤디판다보다 더 좋게 들릴 줄도 몰랐다.
쥐어짜듯 나오는 샤우팅이 진짜 좋은 조미료가 될 줄도 몰랐고, 이렇게 좋은 앨범 낼 줄도 몰랐다.
올해 나오는 것들 따라가며 감명 깊게 들은 앨범은 다음과 같다.
리비도 & HD BL4CK - A prescription for
미란이 - The Drift
이센스 - 저금통
버벌진트 - K-XY : INFP
그리고, 스카이민혁의 해방이다.
아이고 진짜 글을 읽으면서 제 마음을 관통한 느낌이네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이고 진짜 글을 읽으면서 제 마음을 관통한 느낌이네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라방 지금 보고 있어요 팬입니다
두 번째 돌리고 있는데 더 좋음
리비도 에이치디블랙 추
장문추!!!
추천
저와 똑같은 감상이네요👍👍
그 정도라고? 나중에 들어봐야게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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