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the mane'을 다루기에 앞서 두가지를 확실히해두고싶다
1.FREE THE MANE "END OF AMEN"은 비프리 커리어 사상 최악의 앨범에 가깝다
2.의도는 구린 결과물을 정당화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에서 중점적으로 다루고싶은건 본작의 '의도'이다
이유는 단순한다
내가 아니면 누구도 이런 글을 안 쓸 거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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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THE MANE은 명백한 컨셉트 앨범이다.
선공개 싱글 'DO IT'의 의미심장한 커버가 보이는가?
빛나는 피라미드 뒤에 네명의 거대한 외계인(으로 추정되는 존재)들이 서 있다.
물론 커버 말고는 해당 곡에서는 컨셉을 체감할만한 요소는 거의 없다.
본작의 컨셉트 앨범이라는걸 파악하기 위해서 확인해야할 요소는 프리 더 메인 발매 후 그가 진행한 인스타 라이브다
1시간 20분의 방대한 분량을 확인하고싶지는 않을테니 핵심적인 요소만 옮겨서 써보겠다
"'우선 우리는 어디에서 왔을까요?'를 답을 하면서 그 다음 질문
왜 피라미드, 고대 이집트 이런 걸로 커버아트를 했는지로 넘어가겠습니다.
음모론을 많이 다루는 미국의 팟캐스트를 봤는데 거기에 이제 Billy Carson이라는 어떤 아저씨가 나와 가지고
Billy Carson
음모론, 대체역사 커뮤니티에서 유명한 작가이자 연구자.
이집트나 수메르와 같은 고대 문명이 외계 존재의 영향을 받았고 엘리트들이 지구의 역사를 은폐하려한다고 주장한다.
처음으로 인류가 사용한 글로 만든 성경에 대해서 얘기하는 걸 봤어요.
그게 이제 상형문자보다도 훨씬 전이고 그게 뭐냐면 Cuneiform,
Cuneiform이라는 글씨인데
(*Cuneiform : 쐐기 문자 또는 설형 문자는 수메르인들이 기원전 3500년경부터 사용했던 문자로 현재 기록/발굴 중 가장 최초의 문자이다. )
그게 바로 첫 성경인데 그걸 이제 백인들이 번역해 가지고 자기들이 편집도 해서 성경으로 만들었다 이런 얘기를 듣는데
우와, 그때부터 뭔가 혼자 엉뚱하게 상상하던 것들이
그 사람의 의견과 일치하더라고요.
그사람의 의견은 또 무엇이냐면 옛날에 백인들이,
그 Cuneiform을 처음 찾은 백인들이 쓴 책을 토대로 나중에 백인들이 처음부터 자기들이 만든 것처럼 행세를 하고 다녔다는
설명을 해주는 거예요
아무튼 그때부터 저는 이집트 피라미드에도 빠지게 됐고
'이것은 이제 외계인들이 만들었다'
여러분들이 할리우드 영화를 통해 많이 접한 내용일 텐데요 특히 프로메테우스 같은 영화를 보면
이제 개척자, 디자이너들이 내려와서
어떤 dna를 지구에 퍼트린 다음에 그게 이제 바다에서 살아남아 가지고 오랜 시간이 시간을 거쳐서 이제 인간이 됐다 뭐 이런 내용인데
저는 암튼 그걸 믿게 됐습니다 그걸 믿습니다
우리는, 외계인들이 우리의 조상들인 원숭이 같은 이제 그런 것들과 섹스를 해가지고 우리가 태어났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현재 무슨 소린지 모르지? 근데 아무튼 검색을 해봐.
아눈아키, 아눈아키가 이제 우리들을 만든 신들이야
아눈아키는 일종의 신이나 신화적인 존재로서, 수메르인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신이나 신성한 존재로 여겨졌다.
아눈아키는 지구와 인간 생명을 창조한 것으로 간주되었습니다.
수메르 신화에 따르면, 아눈아키는 지구에 생명을 부여하고 인간을 창조하는데 관여했다.
일부 연구가들은 수메르 신화가 성경의 원형이며 엔키와 엔릴이 성경의 야훼와 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근데 이제 그 신들을 인간들을 뭘했었냐면 우리를 노예로 이제 금을
캤습니다 이건 다 팩트입니다 이건 다 Cuneiform,
인류가 처음으로 쓴 책에 다 기록이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도 꼭 찾아보시고
아무튼 여러분들이 검색해서 검색해서 저한테 또 알려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종교적으로 믿는 것도 아니고 뭐녀면 그냥
이게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들이라는거.
근데 이거이 이야기들은 낯설지도 않은게 왜냐면 할리우드가 옛날부터 유대인들은 이걸
먼저 알고 우리에게 계속 영화를 통해 계속 우리한테 전달해 줬어.
근데 아무튼 뭐 믿든 말든 나는 그게 재밌어
그래서 그렇게 생각을 하고 이런 내용으로 그냥 앨범을 만들었습니다
앨범이 좀 그런게 없는 거 같지만 다 있어 다 내용이 있어요
일부러 가볍게 넣었어 그래서 우리는 어디서 왔냐 그게 그겁니다
그래서 뭐 이제 그래서 고대 이집트에 빠지게 됐고,
피라미드는 과연 무엇일까? 과연 인간이 만든 거냐 아니다 절대로 인간이 만들 수 없었다
그때는 왜냐면 그 이후로도 만들 수 없었고 아 그 이후로 이제 다른 지역에 만들었지
피라미드를 뭐 예를 들어 고구려가 차지하던 지역에도 그런 비슷한 피라미드 있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이 외계인들도 늙고 또 그 다음에 자식들이 만든
거기 때문에 이제 기술이 좀 떨어지죠
왜냐면 전달이 잘 안 됐으니까.
이 천재적인 이게 아무튼 그래서 외계인들과 이제 그런 걸 많이 생각하게 됐습니다.
존나 이상하죠
근데 그런 이상한 일들이 세상에 너무 많아 지금 당신들이 믿는 거는.
너무 그 정부가 여러분들한테 한 정보를 그냥 준거를 여러분들 다 소화시켜서
'이게 맞구나' 이렇게 생각하는데 아닌 거 같아
머리가 어질어질해지는 내용이지만 사실 기존에 음모론에 흥미가 있었다면 꽤나 익숙한 이야기일것이다.
(이 내용에 대해 자세히 알고싶다면 해당 영상을 참고)
'수메르 신화에 등장하는 엔키와 엔릴 형제가 금을 캐기 위해 원숭이를 실험해서 만든 것이 인류이다. 그 과정에서 일어난 일들이 구약 성경과 수메르 신화의 내용들이며 그 외계인들은 한참전에 지구를 떠났다. '
라는 내용으로 비프리가 말했듯 이미 유명한 내용이기에 수많은 창작물 속에서 계속해서 변주되어 나타난다.
그리고 이 신화와 그로부터 파생된 이야기들은 공통된 주제의식을 가진다.
'인류는 그들의 신(창조주)로부터 버림받아 남겨졌다'
FREE THE MANE "END OF AMEN"
본 타이틀을 직역하면 이런 의미가 된다.
'인류를 자유롭게 하라. "아멘의 끝"'
아멘이 기도할 때 하는 말인건 다들 알 거고, 아멘의 끝이라는 건 곧 기도의 끝을 의미한다.
즉 신에게 의존하지 않고 인류를 자유롭게 한다는 의미이다.
소싯적에 만화좀 봤다면 당연히 베르세르크의 해당 장면이 떠오를 것이다.
'기도하지마! 손이 놀잖아!'
신의 존재를 부정하여 기도 따위는 하지않고 인간으로서 살아가겠다는 의지.
니체, 베르세르크, 진격의 거인 등에서 수 없이 다룬 '그 이야기'를 비프리는 이번 앨범에서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재밌게도 여기서 비프리는 한번의 변주를 줬다.
'힘에의 의지'를 강조했던 니체인만큼 누구보다 빡센 사운드와 강렬한 메세지가 주를 이루는 앨범일법도 한데
최근 냈던 그 어떤 앨범보다도 힘 빠진 비트와 랩, 가사들이 앨범의 주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왜 이렇게 당찬 포부에 비해 힘 빠지는 음악들이 주를 이루는지는 가사에서 드러난다.
사람들은 내가 연예인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아직 있어 바닥에
지금도 카드값 내라면서
카드회사에서 죽일 듯이 연락해
내 작업 환경도 열악해
근데 너처럼 핑계대기 싫어 늘 최선을 다했네
-DO IT
근데 나는 진짜 말로 되지 부자
근데 아직 아니라서 뛰지 투잡
너는 늦장부려 나는 시간날때마다 자주 들어 투팍
-KING KONG
공격적인 태도와 자신감은 여전하지만 본작에서의 비프리는 꽤나 약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신에게 맞서며 인간의 의지를 대표하는 당당한 초인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초인(위버멘쉬)이 아니기 때문이다.
*위버멘쉬는 니체 철학의 용어로 기존의 환경을 지배하는 삶의 의지에 적대적이고 나약함을 긍정하도록 하는 도덕과 계율(그의 시대에는 기독교적 윤리)을 벗어나 자신의 정신을 자유롭게 활용하는 인간인 동시에 그 초인적 사상을 대중에게 알리고자 노력하는 인물이다.
비프리는 부자가 되고 싶지만 아니기에 투잡을 뛰어야하며 명반을 냈지만 아직도 바닥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이 사실을 애써 부정하지도않고 오히려 담담하게 인정한다.
그가 이번 앨범 발매에 맞춰 택시 기사로서의 부업을 공개하고, 마지막 트랙에 관련된 스킷을 넣은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신에게 의지하지 않을것이다.'
가 바로 본작을 관통하는 주제인것이다.
동시에 비프리는 (캐치하기 정말 어렵지만) 아까 인스타 라방에서 언급한 인류의 기원과 자신의 종교관에 대한 이야기를 어느정도는 작품에서 풀어내고있다.
"안녕하세요 3대째 인류의 탄생을 연구하고 있는 과학자 집안 김동원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네, 안녕하세요.
자, 인간은
어디서 왔을까요?
저희 아버지와 할아버지도 밝혀내지 못하셔서 저도 아직 고민 중입니다.
(...)
그렇군요.
근데 오늘의 대화에 참여하셨잖아요?
할 말이 그것 밖에 없는 건가요? 지금?(웃음)"
실없는 소리로 보이겠지만 이 대목의 의도는 분명하다.
그는 '주류학계'에서 말하는 인류의 기원을 조롱하고있다.
사실 전 인류가 어디서 왔는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저희 아버지, 할아버지도 알고 계셨지만, 그 사실을 누설하다가 결국 발각 당해 정부에게 사살당하고 말았습니다.
네, 근데 여기서 이분들이 말도 안되는 저능아 대화하는 걸 보고 제가 화가 나서 공개하겠습니다.
인류는 어디에서 온 게 아니고 애초에 인류는 여기 있었는데 그 자리에 우주가 오고 태양이 오고 지구가 온겁니다.
인류는 애초부터 있었습니다.
인류가 애초에 지구에 있었다고요?
인류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둥둥 떠있었는데 그곳으로 우주가 날아오고 그걸보고 태양이 같이 놀자고 날아오고 거기에 지구가 쏙 들어가서 인류는 지구에 있게 된 겁니다.
(게스트들 웃음)
어디, 혹시 어디 대학 나오셨나요?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어렸을 때 여의어서 저는 공부를 하지 못했습니다.
(게스트들 웃음)
(라디오 되감는 소리)
아니 음식을 한참 전에 시킨거 같은데 왜 아직도 안 왔지?
나가 봐야겠다
어 열어진 적이 없는데 음식이 집 안에 들어와있는데요?
화자는 '태양과 우주'(신,초월적인 존재를 대표함) 이전에 먼저 인류가 있었고 인류를 따라 우주와 태양, 지구가 따라왔다는 내용을 주장하고있다. 다른 모두는 그 의견을 비웃지만 '문을 열지도 않았는데 음식이 이미 집에 들어와있다'라는 말을 통해 그의 말이 옳았다는 사실을 암시하고있다.
아까의 아눈아키 이야기를 생각하면 분명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본 트랙의 의도 또한 명확하다.
신과 종교라는 개념이 탄생하기 전에 인간이 먼저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본작이 이런 거창한 주제의 콘셉트 앨범임을 알아볼 수 있는 명확한 요소는 사실상 이정도가 전부다.
'너 요즘 운동은 하니
항상 많이 웃길
나는 아눈나키
내 KTM 타고 올라 오르막길'
'나는 거짓말을 안해 과대포장
마치 변호사 아니면 목사
나는 RAP GOD 나를 불러 여호와
YES I SMOKE WHOL LOT , 놀라
이건 나의 종교집단 나는 힙합음악에만 집착
이건 성경 bible
알겠니 차이를
해 우리 종교에 가입을
ay state of mind
길잃은 영혼들이 깔려있는 대학로'
'나는 설명할수 없는 음악적인 불가사의
마치 피라미드'
같은 라인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곡의 주제와는 상관없이 지나가는 한줄짜리 라인정도이고, 이외에는 아까 말한 콘셉트의 흔적조차없다.
그중에서도 백미는 본작 최고로 난해한 곡일 '대화의 시작'이다.
"유교 만든새끼 누구야 시발
유교때문에 내가 화나서
타임머신을타고
유교를 만든 새끼가있던 시절로
나는 돌아가
유교만든새끼 대화해봤는데
이새끼 너무 답답한 시발롬
유교만든 새끼 난 개좆같네
유교를 만든새끼 목졸라서 죽여
어 어린노무 새꺄 유굔 있어야되
왜냐면 어 유교는 너를 지켜줄 수 있어
안그러면 내가 내 손자를 키워서
너를 존나 패게 할꺼야 예
유교힙합 예 유교힙합 예
유교를 지키면 너의 목숨을 지킬 수 있어
이건 유교에 대한 대화
나는 사실 아무것도 몰라
나는 개 하이
너의 말 안통해
나의 마이크를 통해
내 몸에 있는 에너지를 쏟아
나는 지금 SO HIGH"
유교를 주제로 유교 비판자/유교 옹호자/중립
구도로 세명의 의견교환이라는 컨셉의 곡이 아니었을까 추정되지만 보다시피 취지는 벗어난 듯 하다.
굳이 억지로 의의를 만들어보자면 '유교에 대한 대화'라는 거창한 주제로 의미없는 헛소리만 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
유교를 희화화하는 것 아닐까 싶다.
총평
FREE THE MANE은 그저 힘 빠지는 랩과 가사로 도배된 비프리의 망작이란 평가를 받기에는 분명 흥미로운 지점들이 존재한다.
유명한 음모론을 기반으로 한 종교적 성찰, 니체적 주제의식에 대비되는 힘빠지는 가사와 랩, 택시 투잡을 뛰는 것이 밝혀지면서 보충되는 앨범의 서사 등등..
하지만 서두에서 말했듯 의도는 결과물을 변명하지 못한다. 애초에 비프리의 라방을 체크하지 않았다면 의도 조차 이해하기 힘든 앨범이니 변명의 여지조차 없음은 분명하다.
다만 그럼에도, FREE THE BEAST 이전에 FREE FROM HELL이 있었듯, 그는 남이 쉽사리 가지 않는 길을 한발짝 내딛은 것이라고 생각해보고싶다. 이 이후에 그가 보여줄 것이 어떤 것일지 짐작조차 안되지만 나는 여전히 기대하고있다.
그는 분명 최고의 래퍼니까.
ㅈ문가. 고매한 말은 다 쓰네..
다른 것들은 차치해놓더라도 한 글에서 어투 정도는 통일해주시는 게 좋아 보입니다.
흥미롭네요 그렇지만 프더메는 수작입니다
와 추천
ㅈ문가. 고매한 말은 다 쓰네..
어그로 끄는 글도 아닌데 넘 공격적인거 아님???
아 다시 보니까 최근 이센스 관련 어그로 확 끌었던 글쓴이였군요
다른 것들은 차치해놓더라도 한 글에서 어투 정도는 통일해주시는 게 좋아 보입니다.
흥미롭네요 그렇지만 프더메는 수작입니다
👍👍
좋은 해석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저도 이것저것 조합해서 대충 윤곽은 생각하고 있었는데
예상치 못한 부분들에서 유기성을 짚어내는 해석에 감탄하며 읽었습니다 특히 배달음식 부분이요
뭐 여전히 다른 앨범들에 비해 빈약하게 들리는건 사실이나 또 다음 앨범을 그만큼 기대하게 만드는게 비프리라는 래퍼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아 윗댓들 왜 이렇게 반응이 안좋나 했더니 한창 엘이 뜨겁게 달궈놓으셨던 분이었네요… ㅋㅋㅋㅋㅋㅋ
뭐 그와 상관없이 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좋은 인사이트 담긴 글 잘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프더메 > 프더비 3
재밌네요
두 번인가 돌리고 말았던 앨범인데
이렇게 비하인드를 알고 나니 재밌게 느껴지네요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즐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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