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바스코는 앨범을, 음악을 만들 줄 아는 뮤지션입니다.
단순히 랩만 하거나 악만 쓰거나 하는 클라스에서 끝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거죠.
3집과 4집은 많이 회자되고 있진 않지만 씬에서나 그의 커리어에서나 상당히 중요한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4집은 엑소더스(출애굽기)라는 타이틀 하에 각 트랙들을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며 하나의 서사를 만들었으며, 특히 이 죽음을 상징하는 앨범에서 마지막 트랙을 히어로 리믹스로 장식한 것 역시 매우 드라마틱했습니다.
컨셉이든 색깔이든, 노창과 제이킫먼의 프로듀싱이든 참 많이 신경 쓴 앨범인듯 싶었고, 이런 앨범 아무나 못 냅니다. 특히 요즘처럼 다들 무난무난 비슷비슷하게 음악하는 상황에서는요.
Lord keep me shining, Hero, Karma, 뿌리 등에서의 랩 역시 아주 화려하거나 하지는 않다고 해도, 유려한 흐름, 거칠지만 안정된 발성과 톤, 특유의 가사로 vasco's own shit이 무엇인지 증명했다고 보며, 특히 게릴라's 웨이의 가사 구성 역시 인상적이었습니다. 절대 소리만 지르며 악만 쓰는 좆밥 랩퍼가 아니고, 랩퍼로 끝날 사람도 아닌, 앞서 언급한 두 장의 탄탄한 앨범이 있는 그런 뮤지션입니다.
바스코가 한 것은 일단 락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힙합이 아니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사운드적으로 그렇게 경계를 엄격히 나눌 수 있는 장르가 아니라고 보니까요.
암암리에 추종받는 각종 째즈힙합, 칸예, 런디엠씨, 플라잉 로터스,
제이통의 정규앨범, 심지어 투팍의 thugz mansion까지.. 갖다 붙이자면 끝도 없을 거 같아요.
애초에 힙합은 폭력적이고, 갖다 쓰는 거고 그런 거죠.. 디씨에서 심영 가지고 플짤 만들던 것처럼요.
바스코는 기존의 규칙 안에서 나름 생각을 해서 경연에서 승리를 했죠.
라이브에서의 랩이 그리 묻혔다거나 훅을 위해 기 모으기를 했다는 생각도 별로 들지 않습니다.
바스코는 충분히 스킬풀했거든요. 저는 Too $hort도 스킬풀하다고 생각합니다.
바비의 랩은 차력을 하다가 진짜 다쳐서 피가 나고 멍이 든 그런 느낌이었구요.
바스코가 욕 먹는 것도 다 바스코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랩보단 다른 요소가 좀 더 돋보인 무대인 건 부인할 수 없었거든요.
힙합이니 락이니 떠나서 사람들이 힙합에서의 랩을 기대하는 것도 당연하고..
사실 말이 락커 바스코지, 앨범을 들어보면 이 양반이 그렇게 락적인 걸 많이 하진 않았습니다.
락으로 도배된 그런 사람이 아니고, 여러가지 스타일을 소화했던 사람이란 얘기지요.
그렇게 여러 스타일로 어필할 수 있음에도 두 번을 넘어 세 번이나 락을 고수한다는 게
좀 뻔하고.. 저게 락이지 힙합이냐는 반응도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거 같고..
그리고 무엇보다, 본인이 "지금까지의 것들을 뛰어넘는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었습니다 쇼미더머니 초반에요.
그런데 그런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아서 아쉬웠습니다.
그에게 쇼미더머니3 출연은 하나의 모험이었겠지만
쇼미더머니3 안에서는 안전빵만 치고 있다는 인상만을 받았습니다.
첫 방송 때의 그 랩만 빼면 새로운 뭔가가 하나도 없잖아요.
새 가사를 쓰는 것도 아니고.. 새로운 컨셉이나 곡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그 기존 곡을 신선하게 바꾸는 것도 아니고.. 게릴라스 웨이는 원곡에 비해 좀 난잡해졌습니다.
이 글 역시 상당히 난잡하지만 암튼 하고 싶은 말은
바스코는 좋은 뮤지션이지만 쇼미더머니에선 안전빵을 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바스코도 짬이 되는 뮤지션이니 당연히 지금의 반응들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을 것이고, 어차피 뭔가 확 지르는 게 이기는 길이라고 생각했다면, 별로 락 같지 않은 Hero, The 1, let's rock 같은 곡을 선택해서 힙합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띄울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냥 오기에서든 뭐든 잔머리 굴리기보단 하고 싶은 걸 한 것 같음..
말씀하신 것처럼 바스코는 계속 나아지고 있다고 봐요. 랩이든 뭐든.. 파급효과를 들어보니 요즘엔 발성에도 다시 손을 대고 있는 거 같고요. 스윙스랑 합숙훈련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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