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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에스키모(Club Eskimo)는 2010년대 후반 한국 흑인 음악 씬의 얼터너티브한 부분을 주도하다시피 하였다. 크러쉬와 DEAN이라는 두 알앤비 슈퍼스타가 이들의 하입을 이끌어 냈고, 그 뒤로 오프온오프와 그 보컬인 콜드, 크루의 유일한 래퍼인 펀치넬로 등이 그대로 그 흐름을 이어받아 떠올랐다. 공식적인 음원은 물론 사운드클라우드까지 종횡하던 이들의 움직임은 곧 언더그라운드에서 일약 얼터너티브 붐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하였다. 클럽 에스키모의 프로듀서 겸 DJ인 밀릭(millic)의 정규작인 'VIDA'는 이러한 흐름을 가장 잘 대표하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밀릭은 전자 음악을 기반으로 흑인 음악의 여러 부분을 종합해 세련되고 실험적인 결을 만들어 냈고, 이를 국내는 물론 세계 각지에서 불러모은 플레이어들이 성공적으로 구체화하며 'VIDA'는 당시에 나온 여느 프로듀서 앨범보다 힙스터적이면서도 대중성을 완전히 잃지 않은 작품으로 완성될 수 있었다.
밀릭이 서늘한 악기 운용으로 그려내는 다양한 스펙트럼은 이 앨범의 백미라 할 수 있다. 퓨처 베이스 풍의 전자적인 드럼을 뼈대로 삼아 밀릭은 공간감 있는 악기 운용으로 차갑고 차분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이러한 분위기는 얼터너티브한 자장 안에서 블랙 뮤직의 다양한 부분을 오간다. 예컨데, 'I'M GOOD'이나 'PARADISE'같은 경우에는 힙합의 문법을 따르고, 'SOMETHING'이나 'CAN'T WAIT', '보물섬'은 보다 알앤비적이며, '문'을 통해 베이퍼웨이브 내지는 시티 팝의 영역까지 두드리는 식이다. 이러한 사운드는 퓨처 웨이브에서 재지한 스윙 리듬으로 변주되며 그 위에 보컬과 랩이 교차로 등장하는 'IGLOO'에서 절정을 맞는다. 특히 'VIDAHOLLYWOOD #250'에서 어떠한 보컬 퍼포먼스 없이 사운드 디자인이나 악기의 변화를 통한 다채로운 편곡으로 어떠한 배경이나 장소를 연상시키며 앨범의 분위기를 보다 스탠더드하게 전환시키는 부분은 프로듀서로서 밀릭의 영리함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앨범이 상당히 다양한 장르를 지향하고 있음에도 앨범의 사운드적인 응집력이나 유기성은 상당히 수준이 높은데, 이는 그만큼 밀릭의 차가우면서도 행복감 넘치는 사운드 디자인이 앨범 내내 일관적으로 유지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행복'이라는, 어쩌면 가장 범인류적이고 보편적인 감정을 테마로 삼은 앨범인 만큼 밀릭은 세계 각지의 얼터너티브한 아티스트들을 한데 전시시켜 놓았다. 호주(TA-KU), 미국(JULIUS), 아일랜드(레지 스노우(Rejjie Snow)), 필리핀((((O))) a.k.a June Marieezy) 등 다양한 국가에서 가져온 칠한 퍼포먼스를 통해 밀릭은 앨범의 전반부에 보편성을 쌓고, 이러한 보편성은 앨범의 후반부에 배치된 한국의 아티스트들로 그대로 전달된다. 특히 밀릭이 소속된 두 집단인 팬시 차일드(FANXY CHILD)와 클럽 에스키모가 크루 단위의 호흡을 맞췄다는 부분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는데, 팬시 차일드를 통한 팝적이고 대중적인 어프로치부터 클럽 에스키모의 차가운 청량감까지 밀릭은 각 크루에 맞춰 적절한 프로듀싱을 가하며 앨범의 흐름을 당긴다. 특히 'IGLOO'에서 크러쉬와 DEAN이 보여주는 기깔나는 멜로디 디자인과, 'PARADISE'에서 페노메코와 지코의 통통 튀는 퍼포먼스는 단연 앨범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다. 한 편으로는 한국 포크의 거두인 장필순같은 의외의 이름이 앨범의 후반부에 아름다운 색채감을 더해주거나, 락과 포크, 일렉트로니카를 오가는 신예 싱어송라이터인 한(HAN)이 이상향을 찾아가는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부분이 앨범의 경쾌함과 시원함을 배가시키기도 한다. 익숙한 동료들과 세계 각지의 실험적인 아티스트들, 국내의 거목과 신예들까지 종합시키며 앨범의 실험성과 대중성, 프로듀서 본인의 개성까지 높은 수준으로 만족 시키고 있는 것이다.
클럽 에스키모가 보여준 여러 얼터너티브한 결과물 중에서도 'VIDA'는 흥미로운 부분이 많은 앨범이다. 무엇보다도 일렉트로니카라는, 자신의 주장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메인 스트림의 블랙 뮤직적인 부분을 성공적으로 반영했고, 그 결과 'VIDA'는 상당히 아티스틱하면서도 어느 정도의 대중성을 유지하고 있는 앨범이 되었다. 여기에 상당히 국제적이면서도,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게스트들을 통해 앨범의 장르성을 성공적으로 구축하였으며, 이를 통해 '행복'이라는 주제의식 또한 은은하게 완성시켰다. 특히, 앨범의 추상적인 표현들을 통해 청자로 하여금 주제에 대한 상상의 여지를 남기고, 그 여지를 앨범의 사운드로 밀어붙여 설득력을 얻는 구성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이후 밀릭이 본인의 활동보다 외부 프로듀싱, 혹은 파익스 퍼 밀(PAIX PER MIL)이라는 자신의 레이블을 통한 후방지원에 활동의 초점을 맞춘 만큼, 이 앨범의 시원하고 아련한 정취가 문득 그리워지는 것같다.
Best Track: CAN’T WAIT (Feat. (((O)))), IGLOO (Feat. CLUBESKIMO), 문 (Feat. 장필순)
캬 리뷰 좋네유
리뷰 잘읽엇슴다. 저는 프로듀서 앨범중에서 Vida 넘는거 아직 못봤네요
개좋은데 앨범 또 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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