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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범 정규 4집-EVERYTHING YOU WANTED

title: 박재범Alonso20002023.03.04 11:13조회 수 1846추천수 5댓글 5

https://blog.naver.com/alonso2000/223034354031

 

 

 

 

AOMG를 위시한 소위 '박재범 사단'이 등장한지 얼마 안 되어 장르 씬의 노른자에 위치할 수 있던 데에는 그 수장인 박재범의 성실함이 제일 주효했다. 실제로 AOMG 초기의 박재범은 15트랙이 넘어가는 거대한 볼륨과 장르 마니아들의 취향을 두루 만족시키는 정규 작을 1년 단위로 드랍하는 등 레이블에서 가장 허슬하는 아티스트이기도 했다. 'WORLDWIDE'(2015), 그리고 지금 이 리뷰에서 다룰 'EVERYTHING YOU WANTED'는 이 시기의 박재범, 그리고 나날이 승천하던 AOMG의 위상을 상징하는 앨범이라 할 수 있다. 특히 'EVERYTHING YOU WANTED'의 성과는 놀라웠다. 완연한 힙합 앨범이었던 전작과 달리 순도 높은 알앤비 트랙들로 19트랙을 채웠고, 그 사이를 여느 때보다 농익은 박재범의 보컬로 이었다. 여기에 한창 탄력을 받던 레이블 메이트들이 조합된 결과, 'EVERYTHING YOU WANTED'는 2016년에 나온 알앤비 앨범 중에서나 박재범의 디스코그래피 가운데서나 가장 강렬한 무게감을 가지게 되었다.

앨범을 지탱하고 있는 두 정서가 있다면 끈적함과 청량감이다. 그리고 박재범 사단이 지닌 최고의 자산이라 할 수 있는 여러 프로듀서들이 그 사이의 대들보가 된다. 특히 박재범의 죽마고우이자 오른팔이라 할 수 있는 차차 말론의 솜씨는 'EVERYTHING YOU WANTED'에서도 가히 으뜸이라 할 만하다. 시작부터 슬로우 잼('Replay', 'I Don't Disapoint')과 트랩 소울('Feature')로 앨범 전체에 은은한 바디감을 조성한 다음, 이를 팝적인 래칫 넘버들('All I Wanna Do', 'Solo')과 누 디스코('Limousine')의 청량감으로 뒤집어 버리고, 중간에 날카로운 트랩('Only One'), 시원한 댄스홀-뭄바톤('Me Like Yuh')과 퓨처 베이스('FOREVER'), 깔끔한 칠웨이브('AQUAMAN'), 몽환적인 피비 알앤비('2nd THOTS')를 오가며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은 온전히 차차 말론의 솜씨이고 그 품질 또한 압도적으로 우수하다. 그중에서도 박재범의 솔로 커리어 초창기의 곡을 슬로우 잼이라는 기본 틀만 남긴 채 완전히 세련되게 환골탈태시킨 '전화기를 꺼놔 Remix'는 단연 백미다. 그 사이사이로 우기(WOOGIE)와 그루비룸이 어쿠스틱한 팝 알앤비('곁에 있어 주길 (Stay With Me)', '사실은 (The Truth Is)'), 혹은 공간 감 있는 트랩 소울('Alone Tonight', 'I Got This')로 파고들고, 한편으로는 AOMG의 간판 프로듀서인 그레이가 'DRIVE'에 넵튠즈나 팀발랜드스러운 미니멀한 터치를 가하며 앨범의 버라이어티함을 형성한다. 이렇게 완성된 앨범의 흐름은 해외 메인 스트림의 그것에 굉장히 충실해졌는데, 그의 초기작들인 'New Breed'(2012)나 'EVOLUTION'(2014)에는 아직 묘하게 케이팝스러운 느낌이 남아있던 것을 감안한다면, 확실히 2010년대 중반에 들어 박재범의 장르적 이해도가 확실히 완성되었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만큼 'EVERYTHING YOU WANTED'의 사운드적인 완성도나 세련미는 탁월하다.

 

 

 

 

'WORLDWIDE'에서 보여준 무지막지한 물량공세보다는 살짝 덜하지만, 박재범의 커리어 내내 느껴지는 '협업의 미학'은 'EVERYTHING YOU WANTED'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엘로(ELO)가 촉촉한 음색으로 '전화기를 꺼놔 Remix'의 요염함을 극대화하는가 하면, 차차 말론과 후디(Hoody)의 담백함도 앨범 곳곳에서 훌륭하게 작동한다. 특히 세 트랙이나 참여한 후디는 순수함과 관능의 영역을 오가며 앨범의 히로인 역할을 훌륭히 수행한다. 로꼬나 그레이 같은, AOMG의 간판급 아티스트들도 특유의 유연하고 맑은 퍼포먼스로 앨범의 청량함에 스며든다. 한편, 우기나 그루비룸이 그레이보다도 더 큰 프로듀싱 비중을 가져간 데서도 알 수 있는 사실이지만, 'EVERYTHING YOU WANTED'에는 앨범 발매 후 다음 해에 발족된 레이블인 하이어 뮤직(H1GHR MUSIC)에 대한 예고편의 의미도 있다. 아니나 다를까 레이블 출범 이후 오랫동안 레이블의 선봉장으로 맹활약한 식케이가 'Alone Tonight'에 강렬한 싱잉 랩 퍼포먼스를 남기고, 시애틀에서 온 라즈 사이먼(Raz Simone)의 멜로딕한 벌스도 'Only One'의 날카로운 전자음에 더없이 잘 어울린다. 흥미로운 게스트를 한 명 꼽자면 역시 한국계 캐나다인 비트박서인 코리안 FX(KRNFX)이다. 누 디스코로 흘러가던 'Limousine'의 후반부가 리드미컬한 브레이크 비트 사운드로 성공적으로 전환된 데에는 실제 드럼 머신을 방불케 하는 코리안 FX의 깔끔한 비트박스가 주효했다. 비트 스위칭과 음악적 시도를 통해 80년대 블랙 뮤직의 여러 부분들을 성공적으로 복각해낸 한 사례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2010년대 중반의 행보를 통해 박재범은 장르 뮤지션으로서의 입지를 성공적으로 구축하게 되었다. 무게감 있는 앨범들과 싱글들, 피처링 참여 곡들을 내고, 한편으로는 레이블과 협업이라는 두 가지 무기를 통해 장르 씬에서의 자신의 영역을 차츰 넓혀갔다. 이러한 성실성을 통해 박재범이라는 한 아티스트의 개인적 기량 또한 차츰 향상되어갔다. 'EVERYTHING YOU WANTED'는 이 빛나는 나날의 한 가운데에 위치한다. 장난기와 경쾌함, 섹슈얼함과 은근한 진중함을 오가는 박재범의 캐릭터가 영어와 한국어라는, 박재범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두 언어로 섬세히 구현되어 있고, 영미권 메인스트림의 기조를 완벽히 구현해낸 세련된 프로덕션은 이를 성공적으로 뒷받침한다. 과잉되지 않은 박재범의 뛰어난 보컬은 덤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박재범의 알앤비 뮤직에 기대하는 모든 것이 'EVERYTHING YOU WANTED'에 담겨 있는 셈이다. 장르가 요구하는 멋을 가장 박재범스러운 방식으로 구현해낸, 그의 커리어에서 가장 중요하고 빛나는 위치에 우뚝 서있는 명작이다.

Best Track: All I Wanna Do (K) (Feat. Hoody, Loco), Limousine (Feat. KRNFX), 곁에 있어 주길 (Stay With Me), Me Like Yuh (K) (Feat. Hoody), 전화기를 꺼놔 Remix (Feat. 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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