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트랙은 제목부터 의미심장한 ' system '입니다. 잔잔하고 언더워터 느낌나는 기타 루프부터 단순하지만 단단한 드럼과 중간중간 들리는 신스로 이 앨범이 뉴메탈 성향이 강함에도 아이언의 비관적이며 수위 높은 가사들과 시너지를 일으키며 음산한 분위기를 이끌어갑니다. 벌스2까지는 기자와 경찰, 언론 등등 대한민국의 어두운 부분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디스합니다. 동시에 아이언만의 날 것 감성의 가사들로 그가 얼마나 분노했는지 또한 와닿읍니다. 그렇게 동시에 진행되는 시크릿 벌스에서는 그 유명한 지드래곤, 송민호, 탑, 승리의 디스가 시작됩니다. 방탄소년단 연습생으로도 있던 그가 대한민국 연예계의 추악한 면을 간접적으로 디스합니다. 분명 맨 처음 반응들은 ' 얘 뭐라는 거냐? ' 와 같았지만 현 시점에서 우리는 아이언은 틀린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가사가 되었네요. 파격적인 시작을 알립니다.
제가 아까부터 뉴메탈을 언급하는데 그 이유는 바로 앨범명이기도 한 ' rock bottom ' 이라는 곡 때문입니다. 반항기 가득한 음악과 철렁거리는 금속 사운드의 거친 베이스, 간간이 사운드를 챙기는 신스와 파괴적인 드럼, 디스토션 잔뜩 먹인 일렉 기타 등등... 특히 훅에서 정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힙합 앨범에서 이렇게 샤우팅을 외치며 턴업시키던 훅이 또 있었나요? 아이언은 그저 천재라는 말 밖에 안 나오는 트랙이었습니다. 이 트랙은 국힙에 한 자리 할 수 있을 정도로 깊은 여운과 인상을 남긴 트랙일 겁니다.
개인적으로 이 앨범에서 roll과 더불어 좀 아쉬운 곡이었습니다. 그나마 roll보단 낫다고 봐야할까요. 슈프림 보이의 랩은 나쁘지 않은데 좀 너무 익살스러워서.. 저랑은 잘 안 맞더라구요. 아이언의 벌스도 그렇고.. 비트부터 훅도 앞의 2곡에 비하면 좀 촌스러운 느낌이 날 정도로 아쉬웠습니다. 전체적으로 좀 노래 자체가 텅텅 비어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네요.
roll 또한 매우 아쉬운 곡이었습니다. 좀 나쁘게 말하면 이 앨범의 worst track 같네요. 훅은 꽤나 턴업되면서 나름 인상 깊었는데 뭔가 ' rock bottom ' 이라는 앨범에는 안 맞는 느낌이랄까요. 차라리 제가 좋아하는 뉴메탈 밴드인 슬립낫처럼 파괴적인 걸 하다가 잔잔한 음악도 하고 싶으면 어쿠스틱 기타 위주의 음악을 하는 게 맞지 않았나 싶습니다. (참고로 슬립낫은 폭력적인 음악을 하다가 잔잔한 음악을 몇곡 앨범에 넣어서 욕을 엄청 먹은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키도는.. 참 실망이었습니다. 유튜브에 키도 제거 영상이 떡하게 있는 것만 봐도 참...
이 앨범의 또 다른 킬링 트랙인 ' 하남 주공 아파트 ' 입니다. 저도 맨 처음에는 아이언을 매우 싫어했는데 이 곡을 듣게 되고 생각이 참 많이 변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가난을 깨닫는 그의 모습은 참 애처로울 뿐입니다. 훅에서 그는 음악을 듣는 이를 위로하는데 어찌 보면 그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듯이 외치는 말인 것 같기도 합니다. 학창 시절 친구를 흉기로 찔렀던 사실이 이 곡에서 등장하는데, 그 친구가 나중에 아이언의 공연에 와서 아이언에게 ' 너에게 지울 수 없는 싸인을 받은 것 같다. '라고 말 한 일화는 유명하죠. 저도 아이언과 같은 광주 출신 (아쉽게도 광산구에 거주하진 않습니다) 이라서 그런지 더욱 애착이 가는 곡이기도 하네요.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한 ' turn back '입니다. 개인적으로 비트부터 가사, 랩까지 정말 훌륭하고 대단한 곡이지만 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유독 이 곡에서만 아이언의 발음이 좀 더 부각된 것 같더라고요. 가사가 중요한 곡이라서 그런가 좀 아쉬웠습니다. (물론 지금은 가사를 안 보고 들어도 알만큼 많이 들었습니다) 위안부 할머니 분들을 위해 랩을 하다니.. 아이언이 이 세상을 미워하지만 동시에 이 세상 속 어려운 이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닫게 해줬습니다. 위안부 할머니 분들이 원하시는 것은 돈과 보상이 아닌 그저 진심 어린 사과였습니다. 그 분들이 점점 돌아가시는 동안 현실은 계속해서 냉정하기만 한 사실이 정말 안타깝습니다.
' ROCK BOTTOM ' 은 한국에서 전무후무한 앨범입니다. 뉴메탈 특유의 감성을 잘 살렸으며, 아이언만의 독특한 무기들로 귀를 공격하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요. 정말 이 세상의 밑바닥에서 고통을 받는 이들을 위한 앨범인 듯 싶습니다. 정말로 주변에 힘들어하는 친구가 있다면 이 앨범을 들려주고 싶네요.
아이언의 외침은 그저 단순한 분노가 아니었을 겁니다. 그의 외침은 힘든 자들을 이끌 원동력이 되어 다가왔을 터인데 이렇게 한순간에 우리 곁을 떠난 그를 생각하자니 마음이 아픕니다.. 2집에서 또한 사람들을 위해 랩을 한다던 그의 곡들을 못 듣는 것이 정말 안타깝지만, 그래도 더 이상 그가 안 힘들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늘에서 푹 쉬세요 아이언. Rest in peace.
전 ROLL이 앨범 최애곡이자 인생곡 정도로 좋네요.
글 잘봤습니다! RIP 아이언
개인적으로 무도 위대한 유산 특집 때 나온 노래들보다
TURN BACK이 한 수 위라고 생각합니다 R.I.P.
TURN BACK 같은 곡은 웬만한 용기와 사명감, 결정적으로 실력에 대한 자신감 없이는 낼 수 없는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언이야말로 '대체불가'라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리는 뮤지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