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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엠 & 프레디 카소 프로젝트 EP-Empire State Motel

title: 박재범Alonso20002023.01.03 18:31조회 수 745추천수 10댓글 6

https://blog.naver.com/alonso2000/222973323155

 

 

 

 

최근 힙합이 차츰 대중화되며 갈수록 팝에 가까운 방향으로 변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랩'만이 줄 수 있는 순수한 타격감의 쾌감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도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들 중에서도 특히 주목해야 될 것이 있다면 소위 '네오 붐뱁'으로 칭해지는 사운드이다. 붐뱁 특유의 단순한 리듬과 고전적이고 어두운 샘플링을 가져오되, 트랩에 가까운 BPM을 가져오거나 드럼을 거세하고 그 역할을 베이스를 비롯한 다른 요소로 메꾸는 등의 다양한 변칙을 적용하는 것이 네오 붐뱁의 기본적인 콘셉트다. 2010년대 후반에 이르러 그리셀다 레코즈가 에미넴의 전폭적 지원을 통해 떠오르며 Ka, 락 마르시아노 등의 선구자들도 재조명되었고, 한국에서도 딥플로우, 피타입, 서리 크루 등 많은 아티스트들이 이러한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시도하기 시작했다. 프레디 카소는 현재 한국에서 이러한 시류를 가장 잘 구현하는 프로듀서로, 특유의 정교한 샘플링으로 자아내는 쫄깃한 바이브는 그 대체재를 찾기 어렵다. 이미 딥플로우, 피타입, 디젤 등 유수의 아티스트와 합을 맞추며 날것의 네오 붐뱁 사운드를 선보여 온 바 있는 프레디 카소지만, 의외로 2017년부터 합을 맞춰온 프레디 카소의 제일의 페르소나인 큐엠과의 협업에서는 그러한 그리셀다 적인 테이스트가 덜한 편이었다. 그랬으니 만큼, 아예 작정하고 네오 붐뱁으로 파고듦은 물론, 큐엠이 가사적으로 변화를 시작하고 있는 'Empire State Motel'은 단연 돋보일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프레디 카소의 꾸덕한 그루브가 앨범을 주도한다. 앨범의 시작부터 건조한 베이스와 미니멀한 드럼으로 고전적인 짜임새를 구축한 다음, 그 위로 재지한 피아노 샘플과 블루지한 기타 샘플이 교차하며 고전적인 쾌감을 선사한다. 특히 훅없이 벌스 만으로 꽉 채운 'Empire State Motel'의 타격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드럼 룹을 지속적으로 변주한다거나, 'VIP Interude'의 고전미 넘치는 소울 샘플링, 'Room 334'에서의 색소폰 샘플 운용, 그리고 앨범 곳곳에 설치된 영화 대사들로 자아내는 극적인 맛은 큐엠이 섬세하게 자아내는 언어들과 긴밀히 상호작용하며 8트랙 16분 가량의 짧은 앨범에 극적인 부분을 형성한다. VMC라는 나름대로 안정적인 레이블과 계약하고, 또 그의 정규작인 '돈숨'(2020)이 성공하며 그의 살림살이가 피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그가 '돈을 쓰는 것'에 적응하는 모습이 조금도 변치 않은 시니컬한 어조와 견고한 하이톤, 독특한 라임 설계로 조성하는 찰진 그루브로 그려진다. 특히 물질적 성공에 치중하는 래퍼들의 가사적 클리셰를 풍자하는 '하이패스'에서 병역 문제를 비꼬는 가사 바로 뒤로 군대 문제에 대해 비판했던 '용서받지 못한 자'(2017)의 비트가 스쳐가고, 'Gucci Talks To Me'에서 명품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뱀 가죽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뒤, 명품을 뱀에 비유하며 물질적 부유에 적응하지 못하고 불안해하는 모습을 묘사하는 부분은 특히나 큐엠의 센스가 돋보였던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앨범의 게스트들에게서는 일종의 경향성이 보인다. 하나는 큐엠의 하이톤과 상반되는 낮은 톤의 래퍼들이 주를 이룬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들이 대부분 벌스가 아닌 후렴구를 책임진다는 것이다. VMC와 기존에 가까운 사이를 유지하던 오이글리가 발음을 흘려가며 깔끔한 타격감을 형성하고, 우원재가 착 가라앉은 톤으로 뱉는 멜로디컬한 훅도 찰진 그루브와 중독성을 자랑한다. 특히, 드릴과 트랩 위주의 음악을 하던 구본겸이 무게감 있는 목소리로 날 것 그대로의 가사를 내려찍는 부분의 임팩트가 상당하다. 물론 큐엠과 프레디 카소의 음악적 측근들도 앨범에 건재하다. 앨범에서 가장 순도 높은 랩 씻이라고 할 수 있는 '입'에서 손 심바의 직설적인 라이밍과 디젤의 터프하고 단순무식한 훅, 그리고 큐엠의 칼칼한 그루브가 교차되는 순간은 같은 크루로서, 또한 콜라보 경험이 있는 아티스트로서 음악적 시너지가 특히나 돋보였던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자신이 지닌 물질적 입지가 바뀌었음에도 이 젊은 리릭시스트는 아직도 변치 않는 재기 발랄함을 자랑한다. 사실 최근의 힙합 씬에 있어 메이저하다고 볼 수 없는 붐뱁 스타일을 아직도 고수함은 물론, 레이블 메이트이자 음악적 페르소나인 프레디 카소의 터치를 거치며 'Empire State Motel'은 '가장 최신의 붐뱁'을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특히, 큐엠의 가사가 본격적으로 성공이라는 제재를 다루기 시작했고, 이것이 불안과 냉소 등 큐엠의 음악이 기존에 지닌 색과 이어지며 끝내 '냉장고의 음료수를 던져 터뜨리고 모텔을 나서고 마는' 결론으로 나아갔다는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다. 이러한 스토리텔링의 완성도가 16분가량의 짧은 길이에 구애받지 않았다는 점도 놀랍다. 결과적으로, 'Empire State Motel'은 성공의 과정에서 느끼는 과도기적인 감정을 자신이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다뤄낸, 꽤나 '성공적'인 앨범이 되었다.

Best Track: 입 (feat. Son Simba, dsel), Gucci Talks To Me (feat. 우원재), Empire State Mot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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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 1.3 18:43

    5점 만점에 3.5~4점은 받을 만한 앨범!

  • 1.3 18:44

    늘 양질의 글 잘 보고 갑니다!

  • 1.3 18:45

    앨범 들으면서 읽으니 더 잘 읽히네요.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 1.3 19:05

    말씀대로 건조하고 미니멀한 구성인데도 랩이 좋아서 듣는 재미가 있음

  • 1.3 20:29

    좋은글 감사합니다. 베스트 트랙 듣고 좋아서 풀로 돌렸습니다. 좋네요

  • 1.3 21:11

    뭐 cities aviv나 얼 스웻셔츠 정도로 극심한 샘플링 기법을 원한 건 아니었기에 저는 프레디 카소의 비트 뽑는 능력에 대해서 아주 만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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