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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유의 과잉된 스타일에 대한 호오, 혹은 그 예술성에 대한 갑론을박을 제하고 볼 때, 현시점에서 BTS가 한국 대중음악에 끼치고 있는 영향력은 유례가 없을 정도로 거대하다. 특히나 BTS의 음악에 대해 고평가를 하고 싶은 부분은, 스타일이 이렇다 저렇다 이런 얘기를 떠나, 음악에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서사를 담으며 공감대를 쌓으려 노력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군 복무 문제로 인해 2022년에 본격화된 각 멤버들의 솔로 작업물 가운데서 이 'Indigo'가 가지는 의의는 결코 가볍지 않다. BTS의 시작점부터 함께 해온, 팀의 중핵인 RM의 첫 공식 정규 앨범이라는 데서 그렇고, BTS가 지닌 최고의 장점인 개인적 서사나 사상을 가장 단적으로 느낄 수 있다는 데서 그러하며, 해외의 참여진들은 물론 국내 인디 씬의 아티스트들까지 적극적으로 품으며 경이로운 음악적 스펙트럼을 완성하였다는 부분에서 특히나 그렇다.
BTS의 사운드에서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피독과 최근 들어 하이브-빅히트 뮤직의 음반에 자주 참여해 온 프로듀서인 GHSTLOOP이 프로듀싱의 근간을 이루고, 여기에 RM과 협업 경험이 있거나, RM 본인이 흥미를 가진 아티스트 중 해외에서는 혼네(HONNE), 국내에서는 이이언과 은희영이 합류하여 여느 아이돌의 솔로 음반 가운데서도 가장 다채로우면서도, 가장 인디 지향적인 사운드가 완성되었다. 네오 소울적인 요소가 반영된 붐뱁 넘버인 'Yun'을 시작으로 팝적이고 훵키한 넘버인 'Still Life', 자신이 어린 시절 좋아하던 다이나믹 듀오나 에픽하이 식의 훵키한 힙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All Day'로 이어지는 구성은 워렌 지, 얀키 등 올드스쿨한 성향의 아티스트들과 안정적인 호흡을 보여줬던 과거의 RM(혹은 랩몬스터)를 아는 이들이라면 충분한 반가움을 느낄 만한 것이다. 반면 그 뒤로 케이팝 특유의 장르-리스함을 마이너리티한 방식으로 그려내는 부분에서는 RM이 다양한 디깅을 통해 대중음악의 다양한 분야에 대한 깊은 조예를 갖추었다는 것이 느껴진다. 은희영의 프로듀싱 하에서 완전히 포크로 새거나('건망증'), 재지한 피아노와 블루지한 기타, 힙합적인 드럼을 절묘하게 섞어가며 어쿠스틱한 지점을 형성하기도 하는('No.2') 부분을 통해 앨범 전반의 호흡을 고르는 부분에서는 뚜렷한 영리함이 느껴졌다. 또한, 혼네(HONNE)나 이이언, 닥스킴 같은 인물들을 기용하여 앰비언트하고 어반한 얼터너티브 알앤비('Closer')부터 그로테스크한 익스페리멘탈 힙합('Change pt.2'), 아예 락과 힙합의 중간지점에서 기묘하게 뒤섞인 독특한 음악('들꽃놀이')까지 선보기도 하고, 브릿 팝이 가볍게 섞인 일렉트로 팝 넘버('Loney'), 청량한 시티 팝('Hectic')에 이르기까지 RM은 앨범 전반에 걸쳐 다채로운 사운드를 넘나든다. RM 본인은 '10개의 트랙마다 장르가 다 다르다 보니 이를 묶는 과정이 어려웠다'라며 겸손함을 드러냈지만, 대부분의 케이팝 아티스트의 솔로 커리어에서 흔히 범하는 실수인 '있어 보이는 테마를 전하려다 빠져버리는 오글거림'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예술관이나 취향, 망각과 외로움, 도시의 삶, 더 나은 자아나 이상적인 존재로의 추구, 변화, 후회하지 않겠다는 다짐 등의 소재들을 담백한 프로덕션과 이전보다 차분해지고 견고해진 로우 톤의 랩과 보컬, 그리고 평소 이상으로 공들여 정제한 언어들로 컨트롤하는 모습을 보면 약간은 덜 겸손해도 될 듯싶다. 막 이립을 앞둔 이 아티스트의 솜씨에서 담백한 능수능란함이 느껴진다.
한국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국제적으로 맹활약하고 있는 보이밴드의 리더의 솔로작인 만큼, 참여한 게스트들의 범위 또한 방대하다. 그러나, RM은 이러한 게스트들에 매몰되지 않고 오히려 이들을 통해 주제의식이나 정서를 성공적으로 강화시켰다. 가령 앨범의 시작을 윤형근 화백에게서 빌려온 진지한 예술관으로 채우는 'Yun'에서는 네오 소울이라는 장르 자체를 상징해도 무방한 인물인 에리카 바두의 목소리를 빌려와 자신의 관점에 설득력을 불어넣고, 다이나믹 듀오나 에픽하이 류의 경쾌함을 토대로 개인의 취향과 자아에 대해 성찰하는 'All Day'에서 타블로가 언제나처럼 촌철살인의 펀치라인들로 RM과 메세지를 주고받는 것이 대표적인 예시이다. 한편, 폴 블랑코, 콜드, 그리고 앤더슨 팩(Anderson .Paak) 등 현 시점의 흑인 음악 씬에서 확고히 자리 잡은 이들을 끌어들이면서도 김사월, 체리필터의 조유진, 박지윤 등 신과 구, 메인스트림과 인디를 넘나드는 보컬들을 기용하여 힙합이나 알앤비의 궤도를 능숙하게 벗어나기도 하는 등 여기서도 RM의 능숙한 스펙트럼 조절이 잘 드러난다. 특히, 동갑내기로서 시티 팝 위에서 RM과 서울에서의 삶에 대해 대화하는 콜드의 모습이나, 혼네의 몽환적인 프로덕션에 자연스레 스며드는 폴 블랑코의 금속성 넘치는 보컬, 체리필터의 뜸해진 활동으로 들을 기회가 흔하지 않게 된 조유진의 시원한 고음으로 대표되는, 곡의 여러 정서들을 성공적으로 증폭시키는 이러한 게스트들의 퍼포먼스들이 이 앨범이 품고 있는 다양성을 확장시켜 주는 명품 조연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지드래곤 이후로 수많은 아이돌들이 솔로 노선을 택했지만, 음악적으로도 호평을 받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었다. 그런 의미에서, 'Indigo'가 보여준 준수한 완성도는 나름대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BTS로서 가진 입지를 공격적으로 활용하여 완성된 방대한 게스트들과 프로듀서진들도 이 앨범의 완성도에 단단히 한몫을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이러한 방대한 영역의 아티스트들과 음악들을 아티스트 본인의 뚜렷한 에고로 단단히 융화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여러 번의 믹스테이프나 사운드클라우드 음원들을 통해 멤버들 자신의 취향, 혹은 음악적 성향을 구축하게끔 유도한 빅히트 뮤직의 전략이 제대로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여기에 하나 더, RM이라는 아티스트가 지닌 여러 가지 생각이나 마음가짐들을 앨범 전반에 과하지 않게끔 녹여 냄으로써, 'Indigo'는 케이팝 아이돌들의 솔로작 중 가장 아티스틱한 작품 중 하나로 거듭날 수 있었다. 2022년에도 언제나처럼 쏟아져 나온 케이팝 앨범 중, 가장 개인적이면서도 가장 큰 공감을 주는 작품이다.
Best Track: Yun (with Erykah Badu), All Day (with Tablo), Closer (with Paul Blanco, Mahalia)




'너무 좋게만 말하는거 아니냐'하고 생각할 수도 있을것 같습니다만,
그거는 제가 진짜 너무 좋게 들어가지고 어쩔 수가 없드라구요 ㅎㅎㅎㅎ
참여진 보고 생긴 기대감을 충분히 채워주는 작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너무 좋게만 말하는거 아니냐'하고 생각할 수도 있을것 같습니다만,
그거는 제가 진짜 너무 좋게 들어가지고 어쩔 수가 없드라구요 ㅎㅎㅎㅎ
참여진 보고 생긴 기대감을 충분히 채워주는 작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그간 리뷰가 없던건 시험기간 크리 ㅠㅠㅠㅠ
잘 읽었습니다!
항상 잘 읽구 있습니당
진짜 좋았음
솔로 앨범이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는 늦게 나와서 아쉽지만 되게 괜찮더라고요
구구절절 맞는말입니다. 슈가 솔로 앨범에 충격을 받아서...Rm도 별반 다르지 않겠지란 편견가지고 들었는데, 오히려 편견을 깨는 앨범이었습니다. 종종 듣네요
지금도 듣고 있는데 진짜 잘 뽑은 앨범인 것 같아요
RM 본인이 가진 모든 수단을 적절히 사용해 만든 수작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Lonely 개좋다 진짜 하
박지윤 목소리 너무 좋았음 진짜
아이돌 솔로 앨범중에서 제일좋게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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