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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홀트 컴필레이션 앨범-Orca-Tape

title: Late RegistrationAlonso20002022.08.15 22:57조회 수 1463추천수 6댓글 12

https://blog.naver.com/alonso2000/222849259053

 

 

 

 

코홀트 크루의 활동은 짧고 굵었다. 부족한 활동량으로 인해 이들의 전성기는 10년도 안되어 막을 내렸지만, 이들이 한국 힙합에 끼친 영향력은 실로 거대했다. 음악 내외로 '범고래', '닌자', '뉴 서울'과 같은 키워드를 통해 확고한 캐릭터를 구축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캐릭터를 몽환적인 트랩과 여기에 어우러지는 유연한 랩, 그리고 'ORCAWEAR'라는 패션 브랜드를 통해 리스너들에게 성공적으로 주입했다. 여기에 당시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에서 제일 큰 인기를 지녔던 레이블인 하이라이트 레코즈의 지원까지 더해지며 이내 이들은 소위 '범고래 소년단'으로도 불리는, 열성적이고도 탄탄한 팬덤까지 가지게 되었다. 물론 이들의 지향하는 음악도 하이라이트 레코즈의 음악적 정체성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쳤고, 실제로 하이라이트 레코즈의 첫 번째 컴필레이션인 'HI-LIFE'(2013)는 코홀트의 색이 짙게 밴 앨범이었다. 크루와 레이블의 이상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이들은 2010년대 초중반, 한국 힙합에 막강한 영향력을 휘두르게 된다. 'Orca-Tape'은 이러한 영향력의 중심에 위치해있는, 범고래들의 가장 빛나던 나날을 상징하는 앨범이다.

앨범의 정체성은 역시 어둡고 돕(dope) 한 트랩 앨범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일등공신을 꼽자면 단연 크루의 막내 격인 키드 애쉬(現 Keith Ape)일 텐데, 보이스 샘플의 운용을 통한 음산한 분위기를 조성해 내기도 하고('Time', '소문내 리믹스 (Spread The Word Remix)'), 공간감 있는 전자음과 느릿한 드럼으로 몽환적인 사운드를 연출해 내기도 하는 등('명왕성') 키드 애쉬의 세련된 프로듀싱이 앨범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반면 오케이션의 전작 '탑승수속'(2012)의 상당 부분을 함께 했던 홀리데이의 프로듀싱은 스트링 소스나 브라스가 전자음과 섞이는 등('You Not', 'New Seoul') 보다 맥시멀한 사운드로 앨범에 타이트한 부분을 형성한다. 후일 키드 애쉬의 가장 주요한 파트너로 활약하게 되는 주니어 셰프(당시에는 '이준석'이라는 본명으로 활동했다.)가 'Helium'을 통해 긴박한 분위기로 앨범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기도 하고, 또 KangKook이 감성적인 프로듀싱을 시도하며 앨범의 마지막에 감동적인 깊이를 더해주기도 한다. '트랩'이라는 키워드로 묶이는 이 거칠고 어둑한 사운드를 묶기 위해 이들은 범고래 다큐멘터리나 애니메이션에서 샘플을 따오기도 하고, 또 여러 스킷이나 브릿지로, 그리고 앨범 내내 반복되는 범고래 울음소리를 통해 효과적으로 앨범의 사운드적인 유기성을 형성한다. 이로써 코홀트는 자신들만이 지닌 색을 영리하게 표출해냄과 더불어 유행의 첨단까지 절묘하게 섞어내는 데까지 성공하였다.

 

 

 

 

코홀트 크루는 음악 뿐만 아니라 영상제작, 패션 등 광범위한 분야의 인물들이 모인 문화집단이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Orca-Tape'이 음악 앨범의 형태를 가진 이상 이 컴필레이션의 스포트라이트는 자연스레 크루의 주요한 세 명의 플레이어들, 즉 오케이션과 키드 애쉬, 레디에게 집중된다. 이 중 오케이션은 전 곡에 두루 참여하며 특유의 낮게 착 깔린, 미끈한 톤을 기반으로 탁월한 완급조절을 곁들이며 앨범 전체를 완벽히 지배하는데 성공한다. 레디가 직선적인 플로우, 그리고 패션에 기반한 재치 있는 비유로 앨범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여기에 키드 애쉬가 허스키하고 지저분한, 독보적인 톤과 더불어 능수능란한 플로우 디자인으로 앨범의 MVP 자리를 꿰찬다. 다만 크루의 맏형인 제이올데이가 '둘러봐 (Look Around)'에서 조금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긴 하는데, 제이올데이가 전업 래퍼가 아닌 것을 생각하면 나름대로 선방했다고도 볼 수 있겠다. 코홀트 크루원들 이외에도, 당시만 해도 코홀트 크루에 입단 전이었던 Play$tar(現 브라이언 체이스)의 풋풋하지만 매끈한 랩, 이때도 강렬했던 지투의 동물적인 랩, 같은 크루인 것처럼 자연스레 섞이는 김아일의 나른한 랩이 '소문내 리믹스 (Spread The Word Remix)'에 독특한 맛을 더하고, 'GangGook'이 지닌 서정성이 팔로알토의 차분하고 담담한 플로우를 통해 극대화 되는 등 외부 참여진들도 앨범의 조연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이러한 능수능란한 각종 협업은 이후에도 XXXTENTACION을 위시한 여러 해외 아티스트들은 물론, 지드래곤, 박재범, 도끼 같은 국내의 거물들과의 성공적인 호흡의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이후로도 이들의 상승세는 꾸준히 이어졌다. 특히 '잊지마 (It G Ma)'(2015)의 대흥행은 이들의 활동 영역이 국경을 넘어가는 기폭제였다. 키스 에이프(=키드 애쉬)가 88라이징과 계약하여 수많은 해외 아티스트와 교류하기도 했고, 오케이션은 YG엔터테인먼트와 손을 잡는 등 이들에게는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 것만 같았다. 이들의 발목을 잡은 것은 이들의 완벽주의였다. 이미 공개된 믹스테이프인 'Dis//connêcT'(2017)를 계속 수정하기도 하고, 오케이션과 키스 에이프는 완성도를 이유로 차기작의 발표를 계속 미뤄왔다. 그 사이에 비프리가 잠시 합류했다가 탈퇴하여 갈등을 겪기도 하고, 크루원들의 마약 의혹이 불거지는 등 내홍도 여럿 있었다. 그럼에도 이들의 존재감이 여전히 강렬한 이유는, 역시 이들이 차세대 아티스트들에게 끼진 영향에서 기인한다. 이센스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던진 '한국 힙합의 80%는 오케이션의 아들' 발언은 차치하더라도, 근래의 한국의 트랩 아티스트들의 흐느적거리는 캐릭터, 독특한 톤의 멈블 랩과 클라우드 랩은 확실히 코홀트의 자장 안에 놓여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 의미에서, 코홀트의 거의 유일한 공식 컴필레이션인 'Orca-Tape'은 한국 힙합의 현재 유행을 규정한 앨범 중 하나로 한국 힙합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Best Track: Helium, 소문내 리믹스 (Spread The Word Remix) (Feat. G2, Play$tar, Qim Isle), (Bonus Track) GangGook (Feat. Paloal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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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2
  • title: Late RegistrationAlonso2000글쓴이
    8.15 22:57

    우리에게 조건이 있다면....그건 무조건이야.

  • title: Late RegistrationAlonso2000글쓴이
    8.15 23:18

    그나저나 프라이머리 스쿨, 파급효과, 더블 다이너마이트, 가리온2도 리뷰해야되는데

     

    하하하

  • 8.16 01:28
    @Alonso2000

    개인적으로 저도 강국 베스트 트랙이라고 생각

  • 8.15 23:03

    둘러봐의 키드 애쉬 벌스를 듣고 충격 받았었던..

  • 8.15 23:12
    @Duksu

    키드 애쉬가 앨범 전체적으로 찢었죠ㅋㅋㅋ

  • title: Late RegistrationAlonso2000글쓴이
    1 8.15 23:13
    @blankk12

    요새 다시 시동거는 것 같은데....

     

    범고래 붐은 돌아온다 ㅠㅠㅠㅠ

  • 8.15 23:14

    진짜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앨범인 것 같아요. 이런게 진짜 Legacy죠

  • 8.16 00:06

    갠적으로 걍 역대급이라생각합니다 10년대에서

  • 8.16 04:09

    게이같은 외모 어서 남자로 돌려놔

  • 8.16 07:58

    우-리-는-다-올-라-가

  • 8.16 15:38

    제이올데이도 둘러봐에서 캐리했다고 생각하는데.. 물론 스킬적으로는 오케이션이나 레디등에 비할 바 아니지만 그 특유의 느낌으로 조져놨음 라인도 나름 재밌구요 ㅋㅋ

     

    I'm straight like a 6 o'clock, 날 몰라봐?

    게이 같은 외모, 어서 남자로 돌려놔

  • SGA
    8.16 18:57
    @SYLENTH

    ㄹㅇ 이거 진짜 좋았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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