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리스너들이 구리다고 느끼고 라임이 없다고 했는지
문득 궁금해져서 옛날 작업물과 요즘 작업물을 비교해서 들어보았습니다.
제가 어릴 때 좋아했던 곡들부터 검색으로 찾은 곡들까지 들어보았으니 전성기 시절의 웬만한 건 다 들은 것 같네요.
산이의 커리어를 과거 - 과도기(2018-2019?) - 현재
세 단계로 나눠서 보겠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속도감 있는 박자로 랩을 하는 건 같았습니다.
다만 역시 라이밍의 측면에서 크게 차이가 느껴졌는데,
과거에는 문장의 끝마디마다 확연히 알 수 있는 라임을 박아서 자연스럽게 고개를 흔들 수 있었습니다.
나는 [화끈해], [다른 애]들과는 [다르네] 또 새로 나와 [따끈해]
주목 나만 [바라바라바라봐], 내가 싫다면 [다른사람알아봐]
가사를 안 봐도 사운드적으로 귀를 바로 때립니다.
그리고 문장 끝마디마다 라고는 했지만 계속 변칙적인 박자에 라임이 튀어나오죠? [화끈해] - [다르네] 가 아니라 중간에 [다른 애]가 삽입되어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요소들이 해당 부분이 계속 생각나게 만들어, 소위 ‘랩을 찰지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플로우도 빠른 박자감을 베이스로 깔고는 가지만 다양한 플로우를 구사합니다.
<산이 소개하기>가 과거 산이의 랩스타일을 단번에 알 수 있는 쫀득한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백과 함께 아웃사이더를 피쳐링한 <S.O.B.>에서도 특유의 여유 있는 플로우를 볼 수 있습니다. (그나저나 블록버스터에 있던 사람들은 어디서 뭐하고 사는지 모르겠네요..)
과도기에서는 어떨까요?
이 시기에는 진짜 발매 음원이 별로 없습니다.
그는 다들 아시다시피 정신병자들과 싸우며 2018년 싱글 <기레기레기>를 발매합니다. 이때부터 애매한 멜로디의 빠른 랩을 구사하기 시작하는데요, 이 플로우의 특징은 천천히 발음해도 괜찮은 어절들을 ‘급하게’ 굴리기 시작합니다. 이전에 산이가 하던 ‘빠른 랩’은 빠르게 말하더라도 필요한 부분에서는 계속 비는(뭔가를 발음하지 않는, 이센스 RADAR에서 ‘벌어야겠네 쉬었어 실컷’에서 ‘겠~네’, ‘실~컷’ 등등 + 그냥 랩과 랩 사이의 공백이라고 생각하시면 이해하기 편할 겁니다) 박자를 둬서 목소리와 드럼, 비트가 모두 조화를 이루는 느낌이었으나 이때부터 점점 여유가 없고 몰아치는 플로우를 구사합니다. 아싸나 조광일 등 속사포 래퍼의 특징은 일단 알아듣기 쉽게 또박또박 발음하거나, 발음을 굴리더라도 직관적으로 귀가 라임을 알아먹을 수 있게 배치하는데 산이의 ‘몰아치는 랩’은 둘 다 만족하지 못하는 구성입니다. RADAR의 예를 계속 들자면 김심야가 훅에서 비트에 맞추어 telele…를 뱉는 걸 떼레레렐레ㅔ 하는 식으로 어거지로 박자를 줄인 느낌? 쓰다 보니까 박자를 억지로 줄인다는 표현이 적절한 것 같네요. 마치 그림판으로 그림 크기를 조정하면 비율이고 뭐고 강제로 짜부되는 것처럼.. 근데 심지어 랩은 빠르게 할수록 발음도 짜부되니 더욱 부각되는 것 같습니다.
(본문의 주제와는 조금 비껴나가지만, 산이는 이 시기에 낸 앨범인 <Ballad Rap Song>에서 음악에 자신감이 없어졌다는 것을 토로합니다.)
그렇게 현재에 이르러서는,
대부분의 벌스에서 타격감이 느껴지지 않고 애매한 톤과 멜로디와 함께 되도 않는 빠른 박자로 말 그대로 ‘조져버리는’ 랩을 하게 됩니다..
그나마 피쳐링 벌스에서는 낫다고 하지만, 말 그대로 그나마 낫다 정도지 크게 다른 점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과도기 부분에서 언급했던 수많은 단점들을 그대로 가져온 채 여유 없는 박자에, 비트와 충돌하고, 짜부된 듯한 랩 삼위일체를 달성한 것 같습니다.
저는 산이를 좋아합니다.. 음악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을 때부터 무료공개곡들을 들었고 맛좋은산을 들으며 흥을 채웠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산이는 과거에 자신이 말하던 부정적인 모습으로 변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발라드 랩 송에서부터 이어진 기나긴 슬럼프를 꼭 극복하고 리스너들에게 ‘힙합’을 다시 들려줬으면 좋겠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냥 오랜 팬으로서 옛날 산이는 이제 놔준지 오래고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거 행벅하게 음악 생활 하길 바라는데 걍 가만히 있다가 여기저기서 쳐 맞는거 보믄 좀 안쓰러울때가 있음
난 딱 마이크스웨거 산이 편부터 뭔가 이상함을 느꼈음.
애정과 정성이 느껴지는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근데 라임이고 뭐고 가사도 톤도 전부터 저는 불호였어서,, 지금 잣대로 그때 곡을 평가하는 게 부적절할진 모르겠는데 초반 곡들도 처음 들을 때부터 구렸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함
단순한 라이밍은 오히려 촌스러운 역효과가 난다고 생각해요 정말 세련되게 곡에 묻을 거 아니면 그냥 라임 맞추는 음절을 줄이는 게 나을지도
그때나 지금이나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건 맞아요 저도 스카이민혁 안들어서 이해할 수 있음
현재 산이의 문제점은 단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심하게 뭉개지는 발음. 글쓴이분께서 말씀하신 것 처럼 플로우는 빠르게 가져가는데
혀가 자꾸 꼬이니까 안쓰럽다는 생각밖에 안들더라구요.
그냥 좀 내려놓으면 훨씬 듣기 편한 음악이 나올 것 같은데.. ㅠ
톤도 호불호가 갈리고 라임도 예전이랑 변하기도 했지만 다 그냥 부수적인 문제고 발음이 진짜 9할입니다...
과거 산이는 글쓴이께서 언급하신 것처럼 문장 끝마다 확실한 라임을 박아넣어서 발음 뭉개지는걸 막는 완충역할을 했는데 지금은 그냥 빠르게 가져가기만 하니...
또 나이를 먹어감에따라 어쩔수없이 예전만큼의 텅트위스팅이 안되는것도 있을거구요
그냥 오랜 팬으로서 옛날 산이는 이제 놔준지 오래고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거 행벅하게 음악 생활 하길 바라는데 걍 가만히 있다가 여기저기서 쳐 맞는거 보믄 좀 안쓰러울때가 있음
동감 이젠 행복하게 음악하면서 후배들 양성했으면 좋겠음
난 딱 마이크스웨거 산이 편부터 뭔가 이상함을 느꼈음.
진짜네요.. ;; 여기서도 랩이 어색했네
랩은 둘째치고 행보?가 별로임 저한테는
자꾸 빠르게 욱여넣는게 구리게 느껴짐ㅜ.. 기레기레기나 웅앵웅 정도의 까불기+랩+말장난만 해도 원탑소리 아직도 들었을텐데
랩지니어스나 맛좋은산은 지금 들어도 좋은거같음
일단 랩이 재밌음
산이가 jyp에서 나오고나서 힙합팬들이 기대한건 산이의 원래 랩실력이 jyp의 뽕끼 가득한 비트가 아닌 제대로된 죽여주는 힙합비트에서 발휘되는 모습이었을 텐데, 산이는 대신 한여름밤의꿀 같은 곡들을 하면서 대중성이 짙은 행보를 보여줬죠. 사실 개인적으로 제가 느낀건 그때도 "아쉽다"이지 "실망스럽다"는 아니었어요. 언젠가 산이가 이 씬으로 돌아와 좋은 노래 들려주면 좋겠다. 랩실력이 아깝다. 하는 그런 생각이었는데. 슬럼프에 빠진 이후로는 그마저의 기대감도 들지 않네요 ㅠㅠ 그래서 사실 쇼미때 기대 많이 했어요. 산이가 실력있는 프로듀서들 비트에 제대로 힙합 보여주면 좋겠다 했는데.. 그마저도 ... ㅠㅠ 더 아쉬운게 사실 이제는 시간이 너무 지나서 산이가 옛날 실력 찾는다해도 언급하신 1번이 좀 크게 다가오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촌스럽게 들릴 수 있는데, 이바닥에서 촌스럽게 들리면 진짜 끝일 수도 있어서, 그래서 새로운걸 시도하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 타이밍만 잘 맞았다면 다른건 몰라도 명반 하나 정도는 나왔을 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산이가 구려진 이유는 ‘과해졌다’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느끼기엔 딱 랩서커스 때부터 과해진 것 같아요 그러다가 쇼미번복시즌때 본전 뽑나 싶을정도로 하더니 그 후엔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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