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쓴 글입니다.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는 말아주세요.
‘빈곤 포르노’라는 말이 있습니다.
동정심을 자극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가난을 더 자극적이고, 과장되게 묘사하는 영상이나 사진 등을 뜻하는 말입니다.
이는 시청자들을 속이고 가난에 대해 잘못된 프레임을 가지게 하는 아주 악질적인 행위입니다.
현재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여러 단체들에서 빈곤 포르노를 단절하기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만 안타깝게도, 빈곤 포르노 못지않은 위험성을 가진 ‘청춘 포르노’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 않습니다.
오늘 소개할 재지팩트의 1집 ‘life’s like’는 대표적인 청춘 포르노 중 하나입니다.
한국 힙합의 대표적인 명반 중 하나이자,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인데요.
10년이 지났지만, 앨범 속 빈지노의 랩은 여전히 섹시합니다.
빈지노 이후로도 수많은 실력 있는 루키들이 등장했지만, 그 중에서 빈지노처럼 ‘자연스럽게’ 랩을 잘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박자를 자기 내키는 대로 밀고 당기면서, 발음을 늘리고 줄이면서 물 흐르는 듯 진행되는 랩은 여러모로 독보적입니다. 이런 식으로 단어와 단어 사이가 툭툭 끊기지 않고 유연하게 연결되며 생겨나는 그루브는 빈지노 랩의 최대 장점이죠.
시미 트와이스의 재즈 샘플링 위에 얹어진 빈지노의 유려한 랩. 저는 이를 ‘섹스’라고 정의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이 작품이 포르노인 이유는 단지 그 때문이 아닙니다.
Life’s like는 20대의 사회 초년생이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같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애인을 재촉하는 ‘아까워’, 음악을 하면서 새벽까지 밤을 지새우는 ‘각자의 새벽’ 등 젊은이의 순수한 사랑과 뜨거운 열정이 앨범에 가득 담겨져 있습니다. 앨범을 돌리다 보면 마치 귀로 보는 틴드라마 같은 느낌도 듭니다.
술집에서 헌팅을 시도하다 실패하고, 어머니의 연락을 귀찮아하며 피하려 하고, 당장 나오지 않는 성과에 조급하는 등 다소 미숙한 모습 역시 보여주지만, 오히려 그런 부분들마저 ‘청춘’이라는 이름 하에 아름다게 포장됩니다.
개인적으로 빈지노의 가사는 24:26 이후의 것들을 더 좋아하지만, 오히려 이때 당시의 풋풋하면서도 신선한 느낌의 가사들을 그리워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확실히 이 때 당시에 빈지노가 가지고 있던 포지티브한 바이브는 현재의 빈지노와는 또 다소 다르죠.
Stranger’s theme에서 보여주는 인간적인 방황은 vibra와 smoking dreams를 거치며 마무리됩니다. 그가 시간을 즐기고는 있지만, 생각 없이 낭비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죠.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여러모로 탄탄한 구성으로 이루어진 작품입니다.
이렇듯 life’s like는 청춘을 아주 아름답게 표현해낸 역작으로, 많은 사람들이 빈지노의 대한 동경과 20대에 대한 환상을 품게 만들었습니다.
‘원래 인생은 지면서 배우는 거랬지. 그런데 난 너무 많이 지는 거 아닌가?’
최엘비의 ‘섹스’에 수록된 가사입니다. 많은 청자들의 공감과 눈물을 이끌어낸 가사이기도 하죠.
젊음은 항상 아름답지는 않습니다. 미숙한 열정이 되려 크고 작은 실패를 불러오기도 하죠.
물론 빈지노 역시 이를 알고 있습니다. 다만 그에게 실패란 그저 넘어서야 할 대상에 불과합니다. vibra에서 드러나듯 그는 자기 자신에 확신을 갖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모든 많은 사람이 자기 자신을 믿고 있지는 않습니다. 모두 지금 거울을 통해 자기 모습을 들여다봅시다.
솔직히 우리 대부분의 모습이 빈지노보다는 블랙넛에 더 가까울 것입니다. 아니, 솔직히 저는 블랙넛도 개성 있게 잘생긴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객관적으로 저는 블랙넛보다 못생겼습니다. 저는 우선 제 얼굴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지 못하겠습니다.
빈지노는 술집에서 들이대다가 차였지만 저는 들이댈 용기도 없습니다. 빈지노만큼 마르고 왜소하지만 딱히 마음이 살찐 것 같지도 않습니다. 차라리 공부라도 잘해서 빈지노보다 더 좋은 대학에 들어갔으면 좋겠지만 그는 서울대생입니다. 이쯤되면 화가 납니다. 이 울분은 독립음악을 통해서 겨우 해소했습니다.
저도 life’s like를 정말 좋아했고, 또 많이 들었습니다. 빈지노를 동경했고, 또 그처럼 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배신감이었습니다. 그가 만들어낸 너무나도 아름다운 환상에 그저 속고 만 것입니다.
물론 대부분 제가 부족해서 그런 것이지만 못난 저는 이마저 재지팩트의 탓을 하고자 합니다.
따라서 존경하는 배심원 여러분, 저는 이 자리를 빌어 재지팩트의 life’s like를 고발하는 바입니다.
사랑과 평화




나에겐 환상인 것이 빈지노에겐 일상이더라...
그러니까 포르노를 많이 보면 된다 이말이죠?
"Thank God Cuz he gave us porno"
오 글 형식이 재밌네요. 잘 읽었어요
결국 이말은 24:26와 독립음악을 번갈아 평생 들으란 말이죠?
"Thank God Cuz he gave us porno"
제가 느낀 바랑 너무 똑같은... 20대 대학생인데 두 앨범 맨날 듣고 있습니다
나에겐 환상인 것이 빈지노에겐 일상이더라...
아쿠아맨마저 자기 지인이야기를 써서 만든 인싸갱리얼알파메일 임성빈 아이앱 불매합시다!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천재의 음악… 그냥 음악으로 들읍시다😂
크으 끊고싶어도 절대 끊을수없는그것.....
아무리 빈지노가 가사를 통해서 청춘의 마음을 대변한다고 해도... 그 사이에 벽을 느끼는건 여전한 것 같습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현실을 알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더 잘 팔린게 아닐까요. 우리 현실은 가사보다 훨씬 복잡한걸 은연중에라도 알고서 노래를 들음으로써 그런 감정을 느끼는 일종의 대리만족을 한거죠
주변인들에게 "내 청춘은 'lifes like'보다는 'Anything goes'" 라고 하고서는 맫씨의 ep를 돌리던 기억이 있네요.
그러니까 포르노를 많이 보면 된다 이말이죠?
누가 뭐라 해도 내 이야긴 죽지 않아
파란노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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