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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화나를 좋아하는 이유:육체는 단명, 허나 근성은 영원

title: Tyler, The Creator (IGOR)Neti2022.01.01 19:43조회 수 1996추천수 12댓글 5

라임은 힙합 음악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훌륭한 비트, 인상적인 톤, 호감이 가는 외모, 대마초 흡연 경험, 엘이의 네임드 닉네임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 라이밍을 못하는 래퍼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국힙에서 라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래퍼가 한 명 있습니다.

 

 

 

네 바로 래원…이 아니라 화나입니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구태의연함에 눈 떠][큰 태엽 앞에 묶여]버린 [끝에 억압될 운명]
[그 대열 안에 줄지어] [구태여 남의 틀 속]으로 [늘 태연하게 끌려]가 그[들의 요구 아래 무릎 꿇어]’

 

(화나-red sun, 나무위키에서 베껴옴)

 

이 외에도 라이모닉 스톰, 가면무도회, 동전 한 닢 등 수많은 벌스들에서 위와 같은 묘기를 선보입니다. 순전히 라임의 양만 따지면 국힙에서 단연 대적할 사람이 없죠.

 

 

 

 

 

저는 화나의 랩을 들을 떄마다 어렸을 때 레고를 조립하던 추억이 떠오릅니다.

 

블록을 쌓는 것 처럼 단어의 무더기 속에서 딱 자신이 필요한 부품들을 선별하여 빈틈 없이 차곡차곡 채워 넣는 화나의 랩은 마치 저의 슈퍼스타 디스트로이어처럼 견고하고 아름답습니다.

 

다만 화나의 라임은 단순히 청각적인 쾌감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저는 올해 수능을 망쳤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제가 공부를 충분히 열심히 하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맞습니다. 제가 커뮤질만 안 했다면 아마 모든 과목이 10점씩은 올랐을 것 같습니다.

 

다만 제 주변인들을 봤을 때, 꼭 노력한 양과 결과가 정비례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물론 노력을 하지 않고 좋은 결과를 얻기는 어렵지만, 충분히 노력했지만 순간의 불운이나 실수로 인해 원하던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는 빈번하게 보였습니다.

 

아티스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도 수많은 래퍼들이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가며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겠지만, 그들 모두가 명반을 내고, 리스너들에게 인정받고, 자신의 이름을 떨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죠. 결국 사람들이 보는 건 노력한 과정이 아니라 최종적인 결과니까.

 

 

다만 화나의 경우에는 조금 특별합니다.

 

국어사전을 3번 읽었다는 남자답게 어떤 고전에서나 쓰일 듯한 단어들까지 꺼내가며 라이밍을 하는 모습, 그러면서 뚜렷한 주제성과 스토리텔링까지 가져가는 모습은 화나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가 랩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게 합니다.

 

우리가 듣는 것은 고작 3~4 분짜리 곡이지만, 그 속에서 책상에 앉아 있는 화나의 3~4 시간, 어쩌면 이를 훌쩍 뛰어넘는 길이의 고뇌가 같이 느껴집니다.

 

제가 이 글을 쓰기 위해 재활용을 버리러 나가라는 어머니의 말씀을 무시하고, 평소라면 히오스를 돌리고 있을 저의 소중한 오후를 투자하면서 온갖 고통과 시련을 넘어섰다고 호소해봤자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것입니다. 놀랍게도 모두 사실이지만.

 

하지만 화나가 똑같은 말을 했다면 의심하는 사람은 없겠죠. 그의 라임들은 청자로 하여금 자신의 근성을 직접 체험하고, 이해하고, 또 인정하게 만듭니다. 좋은 결과 앞에는 반드시 피나는 근성이 있다는 사실을 직접 상기시켜주는 것이죠. 더 나아가, 이는 청자가 화나를 더 신뢰하게끔 만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날이 오면’, ‘power’, ‘광흥창에서’ 같은 트랙들이 훨씬 깊이 있게 다가옵니다. 화나는 그런 말들을 꺼낼 ‘자격’이 있으니까요.

 

 

 

 

최근 화나의 정규 5집이 나왔습니다. 많은 분들이 솔컴 시절의 향수가 드러난다고 하는데 저는 솔직히 그 세대가 아니라서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허나 확실한 것은 화나의 우직한 근성이 또 한 번 무언가를 해냈다는 것입니다. 떄로는 신나게, 떄로는 어둡게, 때로는 차분하게, 때로는 열정적으로 계속해서 분위기를 바꿔가며 쏟아붇는 화나의 랩은 2021년에도 여전히 독보적입니다. 역시 육체는 단명이나 근성은 영원하는 것. 화나의 랩은 귀로 듣는 근성입니다.

 

앞으로 화나의 행보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또 기다립니다.

 

사랑과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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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 1.1 19:48
  • 1.1 19:58

    근신 김성모 랩신 화나

  • 1.2 13:00

    급식들에게나 빨리는 래원의 의미없는 아무말 라임대잔치와 반대로

    화나는 메시지와 라이밍 두가지 압도적인게 정말 대단함

  • title: Tyler, The Creator (IGOR)Neti글쓴이
    1 1.2 16:04
    @가로사옥

    애초에 둘이 전혀 다른 스타일의 랩이라고 생각해요

    전 래원도 좋아합니다

  • 1.2 22:42

    Ayeee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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