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이유야 많겠지만, 내가 힙합 장르를 좋아하는 이유는 오롯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때문이다. 처음 들었던 힙합인 <lifes like>의 vibra에서 뭔가를 느꼈던 이유도 공감할 수 있는 경험을 가지고 모두가 생각하지 못한 철학을 끌어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 키츠요지의 <돈이 다가 아니라는 새끼들은 전부 사기꾼이야> (이하 돈다새) 에서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것은 예견되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 앨범은 그런 면에서 전형적일 만큼 힙합적인 앨범이다.
이 앨범이 다른 여타 앨범과 다른 이유는 그것이 인간 조승환의 진실한 내용만을 담고 있을 뿐만이 아니라, 1번 트랙인 "play station"에서 제목과 완벽히 역설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플레이 스테이션이라는 물질과 아버지의 존재 혹은 사랑이라는 가치를 교환해야 했던 경험은 그에게 돈이라는 가치에 극한의 양가감정을 갖게 한다.
그때 난 사랑을 원했어.
씨발 돈이 아니라
그때 이후로 난 변했어.
씨발 돈이 다인 나로
그때 내 기분은 거지 동냥 받듯 받은 게임기
어디서 났대? 그 돈이 이걸로 피하려고 그 책임감
어림없지 나는 어려도 대가리 안에 다 넣었어.
좆같은 돈 좆 같은 돈 돈이면 다 되네 씨발꺼
돈이 다가 아니기 때문에 이 이야기가 시작될 수 있었음은 흥미로운 지점이다. 플스는 분명 초등학교 3학년인 조승환에게는 돈만큼이나 물질적인 가치를 지닐 텐데, 플스를 받은 그는 기뻐하지 않고 오히려 기분이 좆같아진다. 사랑을 돈으로 채우는 아버지의 태도에서 거지가 된 기분을 느끼고, 돈이 있다면 사랑을 다시 교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하며 잠을 뒤척인다. 돈에 대한 광적인 집착은 여기서 시작된다.
"암매장","성공시대","Yohji Yamamoto"에서는 돈에 대한 광적인 집착을 보여주면서, 성공시대에서 어릴 적 과자를 훔치다가 아버지에게 맞았던 사건을 언급한다. 개 패듯이 맞았지만, 전혀 반성하지 않았다는 가사를 남기는데, 이것은 나중에 키츠요지가 "춤","Moneda","부잣집 딸내미"로 이어지는 돈을 훔치는 거지 왕초 기믹을 견고히 하는 기반이 된다.
어른들께 용돈은 안 드려 근데 세배는 존나 잘 드려
이제 친척들은 나를 보자마자 바로 걍 숨어
어떻게든 찾아내 새 지폐로 받아내
야마 야마 돈에 눈 돌아가 등 뒤가 보여 막
돈에 미쳐서 난 돈 돈 돈 난 돼지고기만 쳐먹어
이슬람교 애들 앞에서마저 쳐 먹다 뒈질까봐 토꼈어
누가 날 막을 수 있냐 어디에 날 가둘 수 있냐
앨범 동명의 트랙에서는 사기꾼에게 지르는 비명과 같은 날카로운 래핑과 웃음기를 뺀 가사들이 이어진다. (필자의 최애 트랙이기도 하다) 앨범을 집중하고 들어왔다면 이 곡에서 전율이 느껴졌으리라 생각한다. `교복을 못 빨아 물 안 나와 학교를 못 나가 이런 씨발놈들아 좆도 너네가 뭐를 알아` , `당장 너 밥은 먹었냐 야 그것도 돈 아님 안돼` 같은 가사들은 청자에게 키츠요지의 가난과 돈에 대한 집착을 공감하게 한다. "암매장"부터 분산되어있던 앨범의 서사를 집중시키는 트랙으로 꼭 필요한 트랙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춤"부터 "성공시대"에서 뿌려놓았던 복선을 회수한다. 개 패듯이 맞았어도 전혀 반성하지 않았던 조승환은 거지 왕초 키츠요지가 되어 `네 돈`과 춤을 추게 된다. 그 춤은 누구보다 처절하고 한스럽다. 그 춤은 리듬을 타고, 돈이 많아 레슨을 받는다고 해서 단숨에 깨칠 수 없는 것이다. 이 트랙에서 언급하는 춤은 힙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랩 레슨을 받고 리듬을 탄다고 해서 키츠요지의 힙합을 흉내 낼 수 있을까? 그는 유일한 그만의 힙합을 춘다.
"Moneda" 에서는 내가 돈을 훔친다고 해서 너희가 나를 욕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사람의 목숨보다 돈이 우선되었던 기억을 꺼내며 다시 한번 "play station"의 역설을 생각하게 한다. 10살 아이에게 플스와 가정을 맞바꾸게 한 경험과 암에 걸린 할머니가 돈이 없어 병원에서 쫓겨나야 했던 경험. 세상은 사람 목숨보다는 돈이 중요해 보인다. 다시 한번 돈에 대한 집착을 확언한 키츠요지는 지옥에서 벗어나고자 남의 돈을 훔치는 결론에 다다른다. 아무도 돈을 훔치는 키츠요지를 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옳고 그름 좆 까 뭘 따져? 돈 준다거나 함께할 거 아님 닥쳐
난 세상에 구제불능 쓰레기
세상은 나에게 돈 없으면 지옥이 됐지
이런 난 씨발새끼 okay 인정 욕도 하고 신고하려면 해
이런 난 악마 새끼 okay 인정 근데 있는 새끼들이 더 해
돈이면 다 되잖아 okay 인정 사람 따위 신경 써서 뭐 해
돈이면 다 되잖아 okay 인정 사람 목숨 따위 뭐가 어때?
춤, Moneda, 부잣집 딸래미는 이전 트랙에 비해 비트와 랩이 부드럽게 진행되는데 가사에 대비되어 더욱 그 상황을 부각하는 장치로 활용된다. 부잣집 딸래미는 기타 연주까지 활용되면서 비교적 신나는 무드가 진행되지만, 여전히 비참한 정도로 가난했던 어린 시절에 대한 회상과 돈에 서린 한을 풀어내는 목소리에서 더욱 절박한 기조를 유지한다. 똑같이 학교에 다니지만 누군가는 짭을 사다 여자친구에게 들키는 수치스러운 경험을 하고, 누군가는 남자친구에게 고가 브랜드의 옷을 사주는 시혜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굴하지 않고 밥도 굶어가며 부잣집 딸내미인 여자친구의 시혜를 바랐던 어린 조승환은 청자에게 생각할 지점을 남긴다.
이어지는 트랙인 "쌔스끼"에서는 임금을 체납 당했던 경험을 살벌하게 풀어낸다. 돈을 훔치지 말래서 그들의 말대로 적법하게 노동했음에도 불구하고 돈이 체납되고 사장들은 법을 마음대로 어겨가는 걸 보며 키츠요지는 돈을 훔쳐야 한다는 당위성을 얻는다.
없는 병신으로 살 바엔 있는 씨발놈이 훨 낫네
존나 돈의 원리 나는 간파해 바로 때려쳐 버려 일 좆같네
쫓아 다닐 바엔 쫓겨다녀 벌지 못한다면 씨발 훔쳐
무시 당할 바엔 몰려다녀 그러니 돈이 돈과 돈을 불러
나한테 더 어울리는 걸 그냥 냅둘거야?
내 몫을 안 준다면 나는 뺏을거야
사기꾼 같은 돈을 나보다 먼저 법정에 세울거야
좆같은 돈 let`s get it get get get get
그리고 마지막 곡 내 앞에는 돈 내 뒤에는 짜바리로 앨범의 막을 내린다. 키츠요지에게 있어서 돈은 애증의 대상이다. 무엇보다 돈을 원하지만 사실 키츠요지에게 돈은 원하는 것을 얻게 위한 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갈비를 먹어서, 가족들과의 외식에 신났던 어린 아이는 플스를 쥐고 돌아오는 거리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여자친구에게 쪽팔리지 않으려 짭을 사던 조승환은 여자친구가 준 고가의 선물을 쥐고 무슨 감정을 겪었을까. 앨범을 집중해서 듣고 그 감정선을 치열하게 따라왔다면 그를 응원할 수밖에 없는 앨범이다.
best track : 12579
베스트 트랙이 다섯개?!?!? 요거또 들어봐야겠네욜..
제가 좋아하고 자주 듣는 노래 위주로 적다보니 5개나.. 너무 좋은 앨범이니 꼭 들어보세요!
감사합니다~!
잘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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