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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iché

2mhf1k2021.09.17 03:35조회 수 1728추천수 17댓글 5

처음 cliché를 들었을 때, 초반부 <VISION 2021> - <Bittersweet> - <Challenge>로 이루어지는 초반부 트랙이 워낙 압도적이었어서 귀가 확 사로잡혔었다.

워낙 비트도 화려하고 키드밀리 특유의 쏘아붙이는듯한 플로우가 인상적이어서 홀린 듯이 다음 트랙들을 이어 들을 수 있었다.

이후 <Blow>-<Citrus>-<Face&Mask>로 이어지는 트랙들은 이전의 세 트랙과는 다르게 차분해진 분위기로 이런 저런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 다음 <Intro>의 기계음이 섞인 듯한 훅으로 다시 분위기를 띄우는가 싶더니 <Leave my studio>에서는 냉소적인 가사와 담담한 느낌의 훅으로 회의감을 드러낸다. 그 후 아마 그 회의감에서 비롯된 듯한 감정은 <cliché>-<Bankroll>로 대중들에 대한 실망, 스웨깅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타이틀 곡인 <Midnight Blue>와 <Outro>로 훈훈한 결말을 맺고 앨범이 끝이 난다.

이게 처음 내가 이 앨범을 접했을 때 받은 느낌이었다. 초반과 후반에 분위기 전환도 잦아서 재미있고 곡 하나 하나가 다 좋아서 아주 여러번 들었다. 프로듀서와 mc의 합작앨범은 아무래도 mc에게 이목이 쏠리기 마련인데, 키드밀리의 뛰어난 랩 스킬이나 다른 여러 요소들을 생각하더라도 이번 앨범은 프로듀서의 공이 크다고 생각했다. 사운드가 그만큼 좋았다. 3-40번은 넘게 돌려 들었을거다.

그런데 이 앨범을 들을 수록 4번째 트랙인 <Blow>가 아쉬웠는데 1~3번째 트랙들과의 낙차가 너무 심하기도 했고, 트랙 마지막 부분에선 엄마와의 전화로 뭔가 가족애를 보여주는건가 싶더니 <Intro>에선 '엄마 아빠 미안해 근데 해준 것도 없는데 내가 이룬 걸 줘야 돼' 이러고 있고 하니 어이가 없었다.

또 사랑을 노래하는 <citrus>도 물론 이전 곡에서 조금 차분해진 분위기를 생각할 때 막 이상한 느낌은 아니지만 전반부 후반부 스웨깅하는 곡들인데 중간에 쌩뚱맞게 사랑을 노래하고 있으니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알고보니 멜론 등에 나와 있는 앨범의 트랙 순서는 프로듀서인 dress가 이지리스닝을 위해 의도적으로 배치한 것으로, 곡들의 배치가 서사 내용과는 상관이 없었다.

대신 cd의 트랙 순서는 키드밀리가 원래 진행하고 싶었던 서사대로 곡들이 배치되어있다. 그리고 멜론 상세보기 페이지에서도 친절하게 Narrative 순서가 소개되어 있었다.

원래 서사 진행대로 하면, <Leave My studio>로 시작한다.

이 곡에서는

'난 이제 sick and tired

쏟아지는 시선들은 내가 어딜 가던

쏟아지는 dm

쏟아지는 mail

쏟아지는 전화'

'난 너가 상상도 못하는

바닥까지 찍은

곳부터 여기까지 왔고

이젠 될 듯 그만둬도'

이렇게 키드밀리가 느낀 번아웃, 공허함, 회의감 등을 표현한다. 피처링 선우정아님 보컬이 곡 분위기와 잘 어우러져서 한층 더 곡이 풍성한 것 같다.

두 번째 트랙인 <Face&Mask>는 펜데믹 상황에서 예술인의 고민을 담은 곡이다.

'가면 쓰고 쇼한

근본적인 이윤

행사 뛰면 성공

우린 명반이 아닌

하루 세 탕이 결국 꿈인 듯이'

라고 하며 누가 몸값을 올리느냐의 싸움인 시대에서 무엇이 예술이냐고 묻는다.

자신이 하고 싶은 예술과 돈 되는 예술 사이에 상충이 있는 것 같다. 또, 코로나(mask)로 인해 업계가 불황인 점도 갈등을 부각시키는 요소다.

'진짜 내가 내고 싶은 앨범은 맞냐고

물음 일단 생명 연장해야 되니 닥쳐'

라는 가사도 나온다. 이러한 갈등은 좀 더 뒤에 나오는 트랙인 <cliché>에서 더욱 부각된다. 이 트랙이 <Leave my studio> 뒤에 배치됨으로써 키드밀리가 느꼈던 회의감이 이러한 내적갈등에서 비롯된 것임을 추측할 수 있었다.

마스크를 쓰는 시대와 가면쓰고 잘나가는 형들 붙어먹는다는 가사가 Face & Mask 와 맞아 떨어져 신선한 느낌을 준다. 이러한 벌스들 사이에서 Stay home keep safety라는 훅은 냉소적인 느낌도 준다.

이러한 회의감이 새 번째 트랙인 <Intro>에서는 분노와 왜곡된 시선으로 나타난다. '엄마 아빠 미안해 근데 해준 것도 없는데 내가 이룬 걸 줘야 돼' 라는 구절은 멜론 순서로 들었을 때 가장 이해가 안 됐던 가사인데 이렇게 보면 이해가 된다.

그 다음 트랙들은 <Challenge>-<Bittersweet>-<Bankroll>-<VISION2021>-<Cliché>순인데, 앞선 이유로 인한 회의감으로 인해 냉소적으로 바라보며 스웨깅을 보여준다.

<Challenge>는 들을 때 마다 너무 재밌다. 누가 멜론 댓글 창에서 비트에서 춤 추는 것 같다고 하던데 그게 딱 맞는 표현이다.

<Bittersweet>은 베이스랑 ron 목소리가 진짜 인상적이다.

<Bankroll>은 중간에 비트가 급격히 바뀌면서 오케이션이 피쳐링으로 들어와 신선한 느낌을 준다.

<VISION2021>은

'래퍼들 통장엔 겨울이 와

Diamonds diamonds 난 얼려 얼음도

God flow

너흰 none

난 이미 legend like 설운도

실패는 너희 사정' 가사가 인상적이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냉소를 오히려 자신의 스웨깅으로 활용하고 자신의 목표를 과시하며 2021 비전을 보여준다.

위 네 곡들은 그렇게 뭐 의미있는 가사가 있다기 보단 정말 듣는 재미가 있는 것 같다. 앨범에 이런 곡들이 없으면 지루해서 끝까지 못 듣는다.

<cliché>는 가사가 살벌하다. 그리고 주제가 명확하다.

'그 말은 내 사랑 노래 듣기 싫음 가시게나

그 말은 내 옛날 노래처럼

해달란 놈 아가리에다

난 너가 힙합 듣기도 전에부터

여기에 살았어'

본인이 하고싶었던 예술 ('Instagrammer girl' 같은 자동차에서 따라부를만한 노래를 만들고 싶었다 함)을 하며 다양한 예술적 시도를 했는데, 그에 대해 대중들이 반감을 가지고 욕을 하니 회의감을 느끼고 '알았어. 알았으니까 내가 하던 뻔한거(cliché) 할게' 가 주제였다.

'넌 내가 변했다지만

안 변한 놈들은 망했어

근데 내가 변했다면서 내 가치를 깎아'

에서도 한번 더 확인할 수 있다.

이 노래 후반부를 기점으로 키드밀리의 내적성장이 보여지는데,

첫 번째는

'So I’m back with this cliche shit 넌 pay for it uh Fuck the respect 됐고 이젠 원해 차트 1위 uh'

라며 자신이 원래 하던 것으로 돌아오겠다는 다짐을 한 부분이다.

두 번째는

(10년 전의 나에게)

'Family first 돈은 다음 명심해

이 돈은 가고 네 곁엔 가족만 남거든 난 다 잃었지

So I do for my momma and papa'

라며 자신의 가족을 돈보다 더 중요시 여기는 모습이다. <Intro> 때의 왜곡된 시선에서 많이 발전한 모습이다.

이는 뒷 트랙인 <Blow> 마지막 부분에서 키드밀리가 엄마에게 전화를 거는 것과 이어진다.

<Cliché>에서 내적성장을 이루고 <Blow>-<Midnight Blue>-<Outro>로 연결된 후 <Citrus>로 사랑을 이야기하는 흐름은 서사적으로도 사운드적으로도 훨씬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Blow>에서

'원래 빌려 썼는데 빌려주네

이 기분은 이상하지 you don’t know

...

첫 만남에 우리 집까지 왔어 넌'

이라는 가사는 뒤에 있는 곡들과 매치가 된다.

<Midnight Blue>는 남자(키드밀리)와 여자(보컬)가 대화를 나누는 듯 한 곡이다.

'말해줘 날 맘에 뒀다고 해

너를 생각해 니 색은

midnight blue yeah

그건 내가 좋아하는 color'

'내가 사랑을 주면

넌 뭘 팔거니

내 미래를 걸면

넌 무얼 내놓겠니

토막이 난 이름 뒤로

우린 거래를 했네

팔리지도 사지도 않을 뭐 그런 걸

다만

손을 내밀면 넌

티 없이 맑은 개가 되지'

서로 주고받으며 묘한 긴장감과 아름다움을 준다.

<Outro>에서는 자신의 힘듦을 토로하고 자신의 완전한 내적성장을 모여준다.

'아들 전부 다 괜찮아

내가 이길 거야 내 생은

그리고 가져다줄게 내 전부

또 예쁜 엄마 손자'

'이젠 현재만 보고 살아 가족 위해 벌어'

'여기까지 들어준 내 fan

말로 못 해 내

삶을 바꿔준 당신들이 행복하길 원해'

'해서 너에게 잊혀졌지만

결국 난 다시 돌아와

내 차례는 간 걸 알지만 결국 다시 돌아와'

이렇게 전개가 되고 이어지는 <Citrus>는 정말 새롭게 들렸다.

원래는 너무 전개가 엉뚱해서 안 듣고 넘기곤 했던 곡인데, 가장 마지막에 희망적인 가사와 멜로디로 노래하는 곡으로 나와 피날레같은 느낌을 주었다. 내적성장을 이룬 후 비로소 냉소적인 시선을 버리고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앨범 순서를 알고 나니 드디어 서사가 조금은 이해 된 것 같고, 이번에 앨범을 사길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쟁쟁한 후보들이 많겠지만 올해의 앨범에도 들어갔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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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 9.17 07:19

    오 해석 정말 깔끔하네요!

    개인적으로 1~3트랙의 배치가 언제들어도 너무좋아서 음원판으로 자주듣긴하지만 감독판에서 배치해놓은 서사가 정말 세심해서 놀랐던...

  • 9.17 08:35

    항상 들을 때마다 곡 순서가 좀 의아했는데 이제 이해가 되네요 감사합니다ㅏ

  • 9.17 11:17

    사운드적으로는 음원사이트 트랙 순서가 좋고 가사적으로는 cd 트랙순서가 좋더라구요 이거에 대한 인터뷰도 있었던것 같아요. 저도 음원사이트에서 123번트랙 배치 좋아하는데 전체 돌릴땐 cd 순서가 좋아요

  • 9.18 00:43

    오 님덕에 잘 이해했에요

  • 9.18 14:07

    개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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