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플라가 돌아왔다. u n u 시리즈 이후 1년 만의 복귀이다.
이 전 앨범에서 다소 소프트한 느낌의 음악으로 트랙들을 꾸몄던 나플라의 음악은 분명 좋은 평도 있었지만 [Wu] 로 나플라의 음악에 입문한 팬들과 90년대 힙합을 떠올리게 하는 붐뱁 비트 위에서의 돋보이는 그의 딕션과 리듬감을 좋아하던 팬들은 다소 아쉬워하는 모습들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모습을 언제쯤 보여줄까 기대하고 있던 찰나 나플라를 포함한 메킷 레인 멤버들의 단체 대마초 흡연 혐의가 경찰에게 발각되면서 그의 음악은 잠시 들을 수 없었고, SNS 등 모든 활동도 잠시 접고 자숙하는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를 사랑하던 팬들에겐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 사이 소속사를 그루블린으로 옮긴 뒤 지난 8월 말 그가 SNS로 복귀를 암시하는 듯한 게시물들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8월 31일, 그는 Natural High로 팬들에게 돌아왔다.
그의 이번 앨범은 그야말로 나플라 골수팬들이 바라던 그런 음악들로 채워져있었다.
1번 트랙 Mobb Tang 은 제목부터 동부힙합의 전설적인 힙합 그룹 Mobb Deep 과 Wu Tang을 섞어 그가 하려는 음악에 대한 정체성을 드러내었다. 비트 역시 Mobb deepdd의 Shook Ones pt.2 에서 쓰던 사운드를 오마주한 듯한 샘플링을 활용하여 나플라 스스로가 현재 한국 힙합에서 붐뱁 비트 위에 가장 매력적인 래퍼 중 하나로 손 꼽힘을 증명함과 동시에 자신의 자신감을 드러내었다.
그리고 그는 가사 중에 가리온을 언급하기도 하며 한국 힙합에 대한 리스펙 또한 보여주었다. 미국에서 건너와 본인의 음악적 배경은 미국 동부에 있지만 한국 힙합의 역사 또한 새기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을 베끼는 이들 역시 Imitation 이라고 언급하며 자신을 따라하려는 래퍼들은 많지만 자신은 독보적인 래퍼임을 말하고 있는 트랙이었다.
2번 트랙 Karma는 앞선 Mobb Tang에 이어 역시 다소 어두운 붐뱁 리듬으로 그의 앨범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타이트하지 않지만 비트에 착달라붙는 나플라 특유의 딕션은 그가 뱉는 랩에 더 집중 할 수 있게하는 매력이 드러난다.
동시에 "한국은 요새 계속 트롯질" 이라는 가사는 개인적으로 아주 공감이 가는 가사였는데 갑작스럽게 일어난 한국 가요계 트로트 붐이 그저 붐을 지나 모든 방송과 대중음악계를 휩쓸고 있는 현상을 제대로 꼬집었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여전히 오랜만에 돌아온 자신이 건재함을 드러내며 나플라의 강한 정체성을 느끼게 해주었다.
3번 트랙 Run ! (feat. JUSTHIS) 은 아마 이번 앨범을 위해 칼을 갈고 각을 잡아 아주 찢어 놓겠다는 심정으로 만든 노래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된다.
대부분의 한국 힙합 팬들이 보자마자 기대하게 되는 (feat. JUSTHIS) 가 나플라의 음악에 붙어있다는 것은 모두 각오하고 들으라는것 처럼 보였다. 그리고 역시 이들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 곡에서 나플라는 "이미 사람들이 비슷한걸 말하고 있지만 나도 그렇게 해보겠다." 라고 말하고 첫마디를 뗀다. 많은 래퍼들이 "넌 나처럼 못하지, 난 너희를 다 바르지" 라는 뉘앙스의 가사를 흔히 쓴다. Run ! 에서도 나플라가 하고자하는 말 역시 "난 너희와 다르니 넌 도망이나 가는것이 낫다" 라는 의미를 전체적으로 담고 있기 때문에 많은 래퍼들이 이미 말해왔던 주제와 비슷하다. 하지만 그는 흔한 혹은 비슷한 주제를 뱉어도 본인은 다르다는 것을 이야기하기 위해 랩을 시작하기 전 리스너들에게 이를 한번 상기시켜준듯하다. 뒤에 이어지는 가사 역시 "넌 못하지 나처럼, 애써봐도 아마추어, 너네 가사들 다 버려" 라고 이야기하며 "차별화" 되어있는 래퍼라는 자신감을 당당히 드러낸다. 아마 나플라이기에 이런 가사들 역시 그냥 쎈척이 아닌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진실된 가사가 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피처링으로 참여한 저스디스의 가사 역시 아주 인상적이었는데 사이먼 도미닉, 다이나믹 듀오를 가사에 인용하였고, "넌 말만 많고 우린 Rhyme이 많아 Unicorn Shit" 또한 흔한 동물 말과 상상의 동물 유니콘을 연관 시켜 자신들이 특별함을 이야기하는 센스 있는 가사였다.
이 트랙은 현재 뮤비와 함께 공개되어 이번 앨범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트랙인 만큼 확실히 매력적이고 국힙에서 탑으로 손꼽히는 실력을 누구나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간만에 제대로 된 붐뱁이었다.
4번 트랙 NA to the izzo 는 앞서 잔뜩 힘을 주었던 트랙들에 비해 살짝 힘을 플어주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과거 믹스테이프에서 발표했던 "멀쩡해" 처럼 여유로운 느낌의 랩을 보여주며 역시 동부 힙합에 대한 리스펙을 드러냈다. 제목 "NA to the izzo" 역시 Jay Z의 "izzo" 가사를 이용하여 지은 제목으로 보이는 동시에 Biggie Smalls를 가사에서 언급하는 것이 그 증거다.
여전히 앞선 트랙에 이어 자신의 랩에 대한 자부심을 말하는 동시에 앞선 3곡으로 충분히 기선제압에 성공한 나플라가 여유롭게 많은 래퍼들에게 일침을 날리는 모습이 매력적인 곡이었다.
5번 트랙 Shine freestyle 역시 앞선 트랙에 이어 여유로운 플로우의 랩을 선보였다. 이 곡을 들으면서 나플라가 자신의 목소리를 너무나 매력적으로 잘 이용할 줄 안다라고 느꼈다. 물론 전 앨범 u n u 시리즈와 더 과거에도 심플한 재즈 비트나 붐뱁 비트 위에 멜로디컬한 랩을 선보이며 자신의 다양한 매력을 충분히 증명한 나플라이지만 이번 앨범에선 그의 장점들을 더 잘 활용하여 돌아왔다는 것을 Shine freestyle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재즈비트 위 ㅣ, ㅓ, ㅏ 라임을 사용하여 다소 쉽게 귀에 잘 달라붙도록 플로우를 짰지만 자칫하면 단조롭게 들릴 수도 있는데 2절에서 멜로디에 더 변화를 주어 듣는 재미를 추가했다. 간단하게 편히 들을 수 있으면서도 재밌는 요소가 많은 트랙이었다.
6번 트랙은 팔로알토, 더콰이엇이 참여한 오늘도 이다. 한국 힙합계에서 대선배로 불리는 실력있는 래퍼들이 참여한만큼 기대하며 들었다. 확실히 그들의 랩을 확실히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비트였다. 팔로알토는 [Daily Routine], 더 콰이엇은 [Quiet Storm: a Night Record] 시절의 음악이 살짝 떠올랐다. 셋 모두 담백한 랩으로 듣는 사람이 편안하게 고개를 까닥일 수 있는 그런 음악이었다. 힙합씬의 두 베테랑과 새롭게 자신의 독보적인 역사를 쓰고있는 래퍼 나플라의 조합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고 셋의 목소리도 생각보다 잘 어우러져 듣기 좋은 곡이었다. 그리고 특히 평화로운 팔로알토의 가사가 굉장히 좋았는데 비트와 가장 잘 어우러지는 분위기와 내용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7번 트랙 highskool은 과거 been 느낌의 비트 위에서 나플라의 랩을 편안하고 즐겁게 들을 수 있는 매력적인 트랙이었다. 햇빛이 드는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하는 느낌이 드는 분위기 속 자신의 고등학교 시절을 회상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심플하고 담백한 느낌의 나플라의 음악을 좋아하는데 이번 앨범에서 이런 느낌의 트랙이 많아서 즐겁게 들을 수 있었다. 나플라이기에 이런 심플한 랩도 독특한 개성이 돋보이게 만들 수 있지 않나 싶다. 타이트하고 하드한 느낌의 랩 역시 실력에 대한 평가 기준이 되지만 쉬어가는 짧은 트랙 위에서도 빛나는 나플라의 또 다른 면모가 그의 실력에 대해 증명하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8번 트랙 don't fuk wit me는 이번 트랙에서 처음 등장한 트랩비트 트랙이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일단 훅을 아주 잘 뽑았다. 대부분의 트랙의 훅이 좋았지만 이 곡의 비트 위에 중독성있는 단순한 훅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이전에도 자주 트랩을 자주 시도했던 나플라지만 솔직히 붐뱁에서 만큼의 매력을 뽐내진 못했었다고 느꼈는데 확실히 너무 과하지 않은 트랩 비트 위에 나플라의 개성있는 음색이 더 잘 드러나는 이번 곡은 다른 붐뱁곡에 버금가는 매력적인 트랙이었다.
9번 트랙 Ride or Die는 챈슬러의 피처링을 받은 부드러운 알앤비 느낌의 트랙이었다. 얌전한 비트와는 조금 다르게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노는 주제의 곡이지만 전체 트랙 중에 가장 힘을 풀고 편안하게 랩을 하는 나플라를 들을 수 있었다. 뒤에 이어지는 곡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어서 그럴까 다소 심심한 느낌의 곡이었다.
10번 트랙 Sip Slow는 Ride or die 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소프트한 붐뱁이었다. 잔잔한 비트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자신감에 대한 가사가 주를 이루었는데, "모두 기계가 돼 버린 목소리 지루해서 난 또 다시 하품" 이라는 가사로 현재 과도한 싱잉, 오토튠을 이용하는 아티스트들에 대한 저격까지 빠지지 않았다. 부드러운 비트 속에서도 드러나는 그의 날카로운 가사가 인상 깊은 트랙이었다.
11번 트랙은 "흐림" 이라는 뜻의 blur라는 곡이었다. 듣자마자 제목의 의미가 와닿는 노래였다. 나플라만의 감성이 묻어나는 트랙으로 앞서 있었던 강한 느낌의 가사와는 다소 다른 내용의 가사였다. 그리움과 외로운 감정이 묘하게 어우러져 와닿는 느낌이 이 노래의 매력이라고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나플라의 이런 감성이 묻어나는 또 다른 곡인 rain 이 떠오르기도 했다. 확실히 뜨겁게 타오르는 느낌의 나플라도 매력적이지만 불이 강하게 타오른 뒤 조금은 약해진 모닥불처럼 은은하게 감싸오는 나플라의 음악 역시 아주 매력적이다.
12번 트랙 Dreamin' 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위치에 속해있는 트랙이었다. 앞선 1~3 트랙에서 강하게 포문을 연뒤 점점 소프트해져가다 blur 에서 잔잔함과 외로운 느낌이 극에 달해 있을때 새롭게 환기를 시켜주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측히 리듬감있으면서도 감미로운 목소리로 부르는 랩은 별 뜻 없는 가사마저도 담백하면서도 고소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나플라의 음악이 듣기좋은 이유는 랩을 뱉을때 강하게 뱉든 부드럽게 뱉든 부답스럽지 않고 담백하기 때문인거같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트랙이었다.
마지막 13번 트랙은 Paris and Tokyo 였다. 처음 제목을 보자마자 Lupe Fiasco의 Paris, tokyo 가 떠올랐는데 오마주를 하려고 했는지 의도는 확실하지 않지만 잔잔한 느낌은 어느정도 통하는듯했다. 코로나로 인해 활동 반경이 줄어들면서 갈 수 있는 곳이 많이 줄었는데, 아마 나플라의 그런 감정도 어느정도 담겨 있는지 어딘가를 그리워하는 느낌을 충분히 받을 수 있었다. 큰 임팩트를 주는 트랙은 아니었지만 감미로운 나플라의 목소리로 앨범을 편안하게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전체적인 리뷰를 하자면 나플라의 이번 앨범 [Natural High] 는 도전적이지는 않았지만 기존의 나플라가 가지고 있던 매력들을 다시 한번 리스너들에게 보여준것같다. 이전 작업물에서 감성적이고 잔잔한 느낌의 곡들을 선보이며 나를 포함한 많은 리스너들이 나플라의 강렬한 매운맛을 그리워 했는데 이번 앨범 시작부터 그 맛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어서 좋았고 동시에 본인의 감성이 담긴 트랙들을 선보이며 앨범 내에서 전체적인 균형을 확실히 잡았다. 그리고 논란이 이후에도 아직 죽지 않은 폼을 확실히 증명하였기에 나플라의 랩을 기대하고 기다리던 사람들도 그리고 나플라 스스로도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앨범이 아닐까 싶다. 나도 앨범을 들으면서 마음에 안드는 트랙이 없었기에 들으면서 너무 만족스러웠다.
나플라의 [Natural high]는 발매 되자마 각종 국내 음원차트에 100위 안에 들었다. 특히 멜론에서는 전곡이 차트 100위 안에 진입하면서 자신의 건재함을 뽐냈다. 한국에서 힙합의 인기가 많이 높아지긴했지만 나플라의 음악처럼 정통 느낌이 강한 올드스쿨 붐뱁이 차트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기란 어여운 일인데 아마 나플라이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든다.
좋은 음악을 선물해준 나플라에게 감사하는 동시에 앞으로도 좋은 음악과 행보를 기대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이번 앨범 너무 좋았어요 ㅋㅋ 리뷰추!
이번앨범 완전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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