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V0DmAmKUYgw&ab_channel=lovetoken
IGNITO - 불모지대 (feat. 일탈, BANISHIT BANG)
Produced by Kontrix
[IGNITO]
하늘은 붉게 핀 절망을 품고
거듭 뿌옇게 마른기침을 연신 내뿜어대
긴 석양의 끝엔 모든 걸 다 쓸어낼
비가 기다릴지 신께 거듭해 되물었네
비조차 내리지 못해 메마른 눈물과
상처로 덮여 흉측한 얼굴을 한 모습을 봐
그 누군가가 무심하게 흩뿌려 놓은 듯한
하나 둘 피어나는 수북한 먼지 구름만
그 아래 융성하던 생명의 흔적은
자취를 감추고 땅 밑으로 다급히 숨더군
비옥한 녹음과 우수의 추억들은
움츠러든 과거로 바뀌고 두려움 안에 스며들지
태초에 초인이 이름을 짓듯
그 명명 안에 깃든 지배에 관한 거짓들
늦 석양이 비춘 바위 밑으로
솟아나 말라 비튼 이름 모를 풀잎을
어루만질 뿐
이 땅위에 그 무엇도 숨 못 쉬게
거룩하고 장엄한 소리로 읊조리네
불모지대 드넓고 황량한 길에
드리워진 역사가 쓰고 간 운명의 시대
[일탈]
잔해 더미에서 찾은 만화경
아이가 발견한 과거 속 아름다운 화면
남루한 옷을 걸친 애비는
천천히 들려주겠지 슬픈 얘기를
뭐 그런 시절도 있었다네
뜨겁던 거리 위 벌어지는 의로운 주먹다짐
상처가 나면 새 살이 돋았지
접붙여 가꾸던 역사를 꺾기 전까진
아마 그 때 그들이 원했던 건
새하얗게 표백된 전설
지나간 일들은 들추지 말자는
주장 속에 점차 비어갔던 광장
그 덕분에 맞이한 최후는 이제껏
네가 여기서 보고 배운 대로
궤도를 벗어난 작은 행성과의
충돌 하나 예측하지 못한 채로
수모와 좌절뿐이었던 허물을 벗고
그 모든 상흔들을 덮어
노래를 잃어버린 불모지대
도시의 흔적 위에 처량하게 울먹이네
[BANISHIT BANG]
한 인간이 가진 육체와 영혼
그 둘을 동시에 파괴하고자 한다면
희망을 주입해 한껏 들뜨게 한 다음에
한순간 모든 걸 빼앗아버리면 간단해
이 모범수는 자신의 가석방을 믿었지
애초에 가석방 얘기 따위는 없었지
그가 모든 정황에 대해 알게 됐을 때
그는 순간 굳어져 바위가 되어버렸네
십 수 년이 걸렸지 날개를 갖기까지
뒤늦게 알았지 하늘은 없었다는 사실
어떠한 감정도 새겨지기 전에
서둘러 굳어 버린 바위들이 긴 줄을 섰네
그림자가 걷힌 정오를 알리는 시계
한 장님만이 남아서 현실을 직시해
희망이 있기에 절망할 수 없음을
희망이 없다면 절망도 할 수 없음을
이 땅위에 그 무엇도 숨 못 쉬게
거룩하고 장엄한 소리로 읊조리네
불모지대 드넓고 황량한 길에
드리워진 역사가 쓰고 간 운명의 시대
이그니토의 2집 [Gaia]에 수록된 바이탈리티의 단체곡(?)입니다.
아래 인터뷰에 나와있듯 '불모지대'란 주제를 세 명의 MC가 자신만의 관점으로 풀어냅니다.
일탈은 verse가 한 권의 책인 것 마냥 소설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공간적 배경은 사회 시스템이 무너진 황폐화된 세상으로 등장인물은 아버지와 아이입니다(코맥 맥카시의 '더 로드'가 떠오르네요).
쓰레기 잔해 더미에서 아이가 만화경을 발견하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아버지가 '좋은 때가 있었지' 회상하며 아이에게 과거에 일어난 사건을 말해줍니다.
액자식 구성으로 소개되는 그 사건은 만화 원피스의 '공백의 100년'과 닮아있습니다.
'불모지대'는 일탈 특유의 소설식 전개와 눈에 생생히 그려지는 시각적 이미지가 잘 드러난 피처링 verse였습니다.
힙 : 2번 트랙 ‘불모지대’는 일탈과 배니싯뱅(Banishit Bang)이 참여했어요. 두 분과 함께 1번 트랙에 이어 세상의 종말을 더 상세하게 서술해놓은 것처럼 느껴져요. ‘아무 것도 자랄 수 없는 땅’이 되어버린 세상에 대한 일종의 묵시록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파괴’라는 키워드로 해석할 수도 있을 듯해요. 이 곡에 대해 더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이그니토 : 이 곡은 말 그대로 1번에서 이어지는 트랙이에요. 1번에서 뭔가 잘못돼서 안 좋은 상황을 맞이했고 그 상황이 불모지대로 이어지는 건데, 인간들이 세기말이 되면서 두려워했던 것들이 핵전쟁으로 폐허가 된 지구 이런 것들이 있었죠. 90년대 말에 제가 청소년기를 지나면서 그런 것에 대한 작품이나 상상들, 일종의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에 대한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예를 들어 아마겟돈이나 그런 것들이 세기말에 유행을 했죠. 그 이미지를 담고 싶었어요. 폐허가 된 땅에서 한탄하고 슬퍼하는 이야기를 읊조리는 걸 저와 일탈과 배니싯뱅 세 명이 다른 관점으로 풀어냈죠. 인류의 과오에 대한 자조를 넋두리로 풀어내는 곡이고, 이런 가사에서 그 둘이 제일 잘 어울릴 것 같았어요.
(https://hiphopplaya.com/g2/bbs/board.php?bo_table=interview&wr_id=164&sca=&sfl=wr_subject&stx=%EC%9D%B4%EA%B7%B8&sop=and&scrap_mode=)
<더 로드>같은 작품들이 눈 시퍼렇게 뜨고 존재하는 마당에, "시적" 또는 "문학"이란 수사가 대중음악에 너무 잘 달라붙는다고 생각하는 1인입니다. 불모지대 3인방 정도면 모를까.
+ 개인적으로 이 트랙에선 배니쉿뱅이 압도적이었네요 벌스 전에 브릿지로 고조시키는 구성도 맘에 들고.
BB도 상당히 오랜만의 랩 작업인데 가사가 인상적이었어요 이그니토가 바이탈리티 영입하려고 한 이유를 알겠어요
개인적으로 순수하고 깨끗한 이미지의 아이가 잔해더미에서 찾은 과거의 아름다운 세상을 담고 있는 만화경을 줍고 본다는 것이나 그 뒤에서 남루한 옷을 걸친 아이의 아버지가 아름다웠던 과거의 이야기를 해주는 것에서 이미지들끼리 너무 잘 연결되어서 더 막힘 없이 몰입해서 들을 수 있던 것 같아요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