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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1탈) 과학기술 믿고 화성 갈끄니까~ 'Technocracy'

title: Quasimoto스니꺼즈2021.07.06 20:56조회 수 217댓글 3

https://www.youtube.com/watch?v=W550cnKwiuU&ab_channel=DLightHighest

일탈 - Technocracy

Produced by Keslo

 

제목 'Technocracy'는 기술(technology)과 관료(bureaucracy)의 합성어로 기술이나 과학적 지식의 소유로 사회나 조직의 사상 결정에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의 형태를 가리킵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참고).

 

가사의 내용만큼 케슬로의 비트는 '1984'와 같은 디스토피아 세상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 곡을 소개하는 걸 최대한 미뤘는데 그 이유는 제가 가사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에요잉

 

일단 이해한 것을 최대한 적어볼테니 똑똑하신 횐님들께서 빈 부분을 채워주시면 좋겠네요.

 

자 그럼 큰 거 간다

 

 

(Verse1)

검은 상자, 보이는 거라곤 입출력 단자뿐

당황하지는 마. 제공되는 두꺼운 Manual

자세하고 친절한 해설

몇 가지 단추를 순서에 맞춰

누르는 법을 익히고 난 후

빠른 학습 능력을 과시하는 당신은 분명히

시대를 타고난 능력 있는 문명인

-> TV(검은 상자)를 구매했다. 여러 케이블을 연결할 수 있는 단자들이 보인다. 작동원리는 모르겠지만 설명서대로 이것저것 눌러본다. 단지 이것만 했는데 문명인이란 소리를 듣는다.

추가적인 문제들로 인해

혹시 고민이 된다면 전문가를 초빙해.

호기심 가득한 진지한 표정

달변가에겐 따듯하게 박수를 쳐줘.

-> 설명서대로 했는데 TV가 안 켜진다. 기사님을 부른다. 작동이 안되는 이유를 설명해주신다. 기술을 잘 다루는 기사님이 멋져보인다.

 

Verse1은 과학 기술이 인간의 삶에 얼마나 깊숙히 들어왔는지를 보여줍니다. 과학 기술은 21세기 문명인의 능력을 평가하는 한 가지 지표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Hook)

누구도 전체를 본 적이 없는 거대한 괴물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뱃속

서서히 녹아가

누구도 전체를 본 적이 없는 거대한 괴물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뱃속

서서히 녹아가

 

(Verse2)

머리, 팔과 다리

저마다 한 짝씩 잡고 만들어봤지.

-> 기계의 여러 부품들을 따로 한 짝씩 만든다.

대강 끝내고 사라진 틈을 타

얼추 꿰매어 놓는 또 다른 누군가

-> 그 부품들은 따로 만들어졌지만 '누군가' 그것들을 합쳐 완성품으로 만든다.

성공의 담보는 시간과 돈

또 다른 말로, 무기한 반복

-> 기계가 성공적으로 작동하려면 시간과 돈, 즉 노가다로 반복해서 시도하는 수 밖에 없다.

이론이라는 건 단지

계속적인 직업 창출을 위한 사회적 장치

-> 이론적으로 완벽하더라도 실무에선 안되는 게 부지기수. 이론은 단지 문돌이 혹은 연구원의 밥줄.

결국 안 되면 말고, 되면 팔어.

왜 되는지 절대 묻지는 말고

->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더라도 일단 되면 팔어. 이유는 모르니까 묻지 말고.

운 좋게 걸린 신문과 방송

소위 식자층으로 신분 상승

-> 매스컴에서 '요즘 잘나가는 20대 사업가'로 다뤄주면 공돌이에서 벗어나 교양있는 식자층이 된다.

이어진 뒤풀이 자리

경탄에 찬 눈빛으로 질문이 많지.

사람 좋은 표정, 사실 잘 모른다는 대답

무지조차 겸손으로 비춰지는 세상

-> 다른 교양있는 사람들이 내 전공 관련 질문을 던진다. 넉살 좋게 모른다고 답하니 사람들은 겸손하다고 말해준다. 진짜로 잘 모르는데.

 

Verse2는 과학기술 연구원의 현실 및 그들을 대하는 대중매체의 속성을 보여줍니다.

 

(Hook)

누구도 전체를 본 적이 없는 거대한 괴물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뱃속

서서히 녹아가

누구도 전체를 본 적이 없는 거대한 괴물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뱃속

서서히 녹아가

 

(Verse3)

나타나는 뚜렷한 징조

이 순간만을 그려왔을지도

치밀하게 지시된 노림수에

깊이 잠식당한 국경과 도시들

-> '과학 기술'이란 놈에게 잠식 당한 전세계.

그가 보여준 기적을 본받아

빵으로써 구현된 거짓 구원

-> 예수가 오병이어의 기적, 즉 빵 복사 버그를 쓴 것처럼 과학 기술 역시 인간의 배를 부르게 해주었다. 과학은 현대시대의 예수.

양육한 개체들을 볼모삼아

한 바탕 거대한 인질극을 꾸며.

완성된 혁명 - 성공적으로 수정된 주종 관계

이제는 거꾸로 편성된 구조 안에

무력한 모습으로 주저앉네.

-> 과학기술이 없으면 우리의 자식들은 지금보다 힘들고 불편한 삶을 살게 된다. 지금에 이르러 함부로 과학 기술과 척을 질 수도 없는 상황. 어쩌면 인간이 과학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과학이 인간을 선택하는 것일지도?

각자 뇌 속에 내장된 Software

분산된 체계의 전형적인 모델

-> 이미 인간의 뇌는 기계와 하나가 되었다. 뇌기일체. 인간 한 명 한 명이 과학 기술에 잠식되어 그것 없이는 살 수 없는 몸이 되버렷!

박멸이 불가능한 병렬 회로

점점 더 진화 과정이 정교해져..

-> 한 명 한 명 전부 과학 기술을 체화하고 있어서 이 세상에서 과학 기술을 제거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게 '과학 기술'이란 놈은 음침하게 인간과 세계의 속으로 파고 들어 생존해나간다. 무친 진화 과정.

 

(Hook)

누구도 전체를 본 적이 없는 거대한 괴물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뱃속

서서히 녹아가

누구도 전체를 본 적이 없는 거대한 괴물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뱃속

서서히 녹아가

-> 이 곡을 듣고 '과학 기술이 뭐가 그리 나쁜데?'라는 생각이 들면 이미 당신은 그의 뱃속에 있는 것... 과학 기술이 인간의 삶에 얼마나 깊게 자리잡고 있는지, 과학 기술을 잡고 있는 자의 권력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당신은 모른다... 당신은 아직 아무 것도 보지 못했다... 일론 머스크 믿고 도지코인에 올인한 당신은 서서히 녹아가고 있다...

 

 

힙플: Ignito, Revenans 앨범에서도 이미 잘 보여주셨지만, 이번 앨범 트랙들도 장엄하고 탄탄한 가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네 분이 작사를 할 때 주제나 표현의 모티브는 어디서 얻나요?

 

일탈: 저희 곡 주제 자체는 누구나 한 번쯤 살면서 생각하게 되는 것들이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Technocracy의 주제는 '기술에 지배당하는 인간'인데, 이것이 현대 사회의 큰 문제라는 점은 모두들 피부로 느끼실 겁니다. 저희 가사의 특질이라면, 단순히 '기술에 지배당하는 인간의 모습'을 병렬적으로 읊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왜 인간이 기술에게 지배당할 수밖에 없는가?' 와 같은 구체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는 겁니다. 그러면서도 직접적인 기술보다는 응축된 표현을 통하여, 짧다면 짧은 verse에 보다 많은 의미를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https://hiphopplaya.com/g2/bbs/board.php?bo_table=interview&wr_id=7236&sca=&sfl=wr_subject&stx=vital&sop=and&scrap_m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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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 1 7.6 22:12

    한 번 전에 말했듯, 제가 일탈 가사 중에 최고로 치는 가사 중 하나입니다. 이 가사에 나온 고민은 이공계 영역으로 딥하게 파고든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것이고, 그것을 문학의 힘을 빌려 표현한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면서 놀라웠습니다.

     

    인류의 과학 지식은 엄청나게 방대해지고 진보했습니다. 그렇게 진보된 기술로 세상은 편해졌지만, 어느 순간엔가 '너무나 발전된' 기술들이 당연하게도 등장했습니다. 이것을 인간의 통제 하에 두기 위해, 관련 지식을 마스터한 전문가는 늘 있지만, 그 전문가마저도 아는게 없거나 조금이라면 어떨까요?

     

    제가 전공하는 의학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그중에서도 내과,그중에서도 순환기내과를 전공하고 있는데요, 의사라면 몸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을 알 거라고 사람들은 생각하고, 실제로 학생 때 모든 과를 배우기는 합니다만, 그후로 과가 정해지면 나머지 과에 대한 지식은 사라집니다. 이를테면 피부과, 안과 지식은 네이버 지식인 정도의 지식밖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럼 내과로 갔으니 내과 지식을 다 알까요? 아니요, 분명 다른 과에 비해선 내과 관련 지식은 조금 더 알지만, 순환기내과를 택했기 때문에 나머지 호흡기 (폐)나 신장, 암 같은 것들에 대한 지식은 점점 잊혀지거나 최신 지견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 순환기내과마저도 부정맥, 관상동맥 등등 각종 서브 스페셜로 나누어집니다. 이런 상태에서 의학을 전공한 사람은 사람의 몸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고 있긴 한걸까요?

     

    일탈은 의학 전공은 아니지만, 기계에 대입해보면 이 노래 가사가 들어맞습니다. 1절에 등장하는 기계는 반드시 TV일 필요는 없습니다. 뭔가 최첨단 검은 상자 모양 기계입니다. 어떤 어떤 기능이 있대서 샀는데, 세부 기능은 뭘까 하다가 매뉴얼을 보지만 두껍습니다. 스마트폰을 산 후 제공되는 매뉴얼을 다 읽어보신 적이 있나요? 그저 '몇 가지 단추를 순서에 맞춰 누르는 법'만 익히면 족하죠. 그러다 문제가 생기면? 전문가를 초빙합니다 (A/S죠). 그러면 그 전문가는 무엇이 문제였고 어떻게 해결했는지 '달변가'처럼 설명해줄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휴대폰에 대한 지식이 늘어났나요? 아마 예전처럼 버튼 몇 개를 만지작거리는데 그칠 겁니다.

     

    2절은 좀 더 일반화된 얘기입니다. 세부화된 지식으로 주어진 기술의 전체를 누구도 알지 못하고 그저 '머리, 팔과 다리' 한짝씩 잡아서 들고 파면, 또 다른 누군가 얼추 꿰매어서 완성시킬 뿐입니다. 이 기술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해하는 사람은 없고, 그냥 엄청나게 분업화가 된 거죠. 어떤 거창한 이론을 배경으로 하여 최첨단 기술을 사용한 발명품이겠지만, 그건 과학 진보가 아니라 그냥 '직업 창출을 위한 사회적 장치'일뿐, 그래서 일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을 뿐입니다. 게다가 이런 지식들이 정말 실용적이느냐 하면, 그저 끝에 가선 '안 되면 말고 되면 팔어'가 중요할 뿐이죠. 그러다 매스컴을 타게 되면 갑자기 뭔지는 몰라도 대단한 사람으로 추앙받고 사람들은 질문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도 결국 머리, 팔과 다리 중 하나밖에 모르는 사람일뿐, 사실 잘 모른다고 대답합니다. 대단한 분이 모른다고 대답한다면 그걸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없죠. '무지조차 겸손으로 비춰질'뿐.

     

    3절은 얼추 비슷하여 생략

     

    후렴의 '누구도 전체를 본 적이 없는 거대한 괴물'도 마찬가지 맥락입니다. 그렇게 기술의 정체를 모르는 것의 문제는, 그 기술이 어딘가서 어긋나서 우리에게 반격을 해올 때 대처할 수가 없단 점입니다. 간단하게는 기계가 고장났을 때 모든 생산 과정이 멈추는 것부터겠죠. AI가 인간을 덮치는 공상 소설과 영화는 많습니다 - 그 미래에 가서도 AI라는 엄청난 기술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있긴 할까요? 그렇다면 AI에 문제가 생기면 어디에 문제가 있고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알 사람은 있을까요? 그저 실생활에 편하니까 (일단 '되니까') 열심히 팔려나갔을 것이고, 산 사람들은 문제가 생기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기술에 종속되버린 인간, 괴물의 '뱃속에서 서서히 녹아가'는 모습이죠.

     

    문학적으로도 그렇지만, 대체로 공격적이고 과격한 V 앨범에서 상당히 고고한 색깔을 띄고 있는 점도 특이하고, 정말 강렬한 인상의 곡이었습니다.

  • title: Quasimoto스니꺼즈글쓴이
    7.6 22:37
    @DanceD

    크으 멋진 곡에 어울리는 멋진 댓글입니다.

     

    저는 과학기술에 종속된 인간 정도로 곡을 해석했는데, 횐님께서는 더 나아가 과학기술의 확장과 분화, 그로 인한 일반인과 전문가의 이해 부족, 그로 인한 파국까지 설명해주셨네요. 훌륭한 댓글 감사드려요!

  • 7.16 08:21

    빵으로서 구현된 거짓 구원은 아무래도 기술이 인간에게 밥줄을 주면서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해줬으나 정작 세상은 기술에 의해 점점 냉대해지는 걸 말하는 것 같아요. 겉으로 보기엔 구원같아 보이나 실상은 점점 사람 간의 관계가 끊어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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