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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M - HANNAH 작업기 글 (긴 글 주의)

title: VULTURES 1loding2020.12.27 08:51조회 수 606추천수 6댓글 5

1. 애꾸

QM(이하 Q) : 첫 번째로 작업한 트랙이다. WAS 까지의 나는 내가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남들과 다르고 내가 더 뛰어나다고. 이러한 생각을 갖고 있을 때 작업한 곡이며 두 번째 정규를 시작할 곡이라고 확신하며 작업을 하였다. 상구형에게 입단곡 이후로 가장 먼저 들려드린 곡이기도 하다. 앨범을 여는 곡이기 때문에 가장 많이 비트가 교체되었으며 그루브함을 살리기 위해서 가사의 양을 줄였다. VMC 에 합류하게 되고 난 직후의 내 상황이라고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
Konquest(이하 K) : 제노바이브가 만들어 놓은 비트 데이터를 받아서 트랙을 마무리하였다. 앨범의 첫 번째 곡이라는 점에 집중하여 청취자가 앨범 전체의 톤과 전개방식을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작업하였다. 가사의 내용과 음악의 흐름이 같이 걸어갈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고, 2절에서 QM 형의 상황이 VMC 입단 이후 그 전과 달라졌다는 느낌을 음악적으로도 느낄 수 있도록 테마를 한 번 전환해주었다.
Xenovibe(이하 X) : "애꾸" 는 QM 형에게서 가사와 아카펠라를 먼저 받아 비트를 후작업하게 된 트랙이다. 그만큼, 원곡 비트에서 전달하지 못 했을 그루브와 분위기를 현재 비트로 더 직관적이고 효과적으로 전달할 방식을 고민하게 되었고, 그 결과로써 각 벌스의 편곡 진행을 기존 붐뱁 비트가 취하던 루프 형식을 가능한 많이 벗어나 가사 전달을 위해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꾸준히 다른 스타일로 바뀌어 가는 구조를 택했다.
주로 쓸쓸하고 차가운 감성이 주를 이루게 하고 싶었고, 그로써 트럼펫 및 재즈에서 자주 쓰이는 계열의 실로폰 등을 주로 이용하게 되었다. 리듬계열 악기도 분위기 전달력의 증폭을 위해 유리컵에 무심하게 떨어지는 얼음 소리, 열쇠의 짤랑거리는 소리 등 씁쓸하고 차가운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일상 소음 장치를 퍼커션 역할로 대체하기도 했다. 모든 악기 소스 하나 하나 전부 "애꾸" 라는 소외된 자의 쓸쓸한 이미지, 즉 "감정선" 이라는 단 하나의 원초적 요소를 위한 고민과 계싼을 통해 골랐기에 그만큼 최대한 감각에 의존해 임했던 작업이었고, 또 그만큼 애착이 많이 가는 트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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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냄새 (feat. O'nut)

Q : 전체 곡 중에서 가장 마지막에 작업한 트랙이다. 사실 가사 안의 ‘국물이 시원하다.’라는 라인이나 ‘아빠의 냄새’라는 말은 결혼을 하고 정말 아빠가 되었을 때 쓰려고 아껴뒀던 라인들이다. 하지만 곡을 선별해 나가는 과정에서 트랙들이 많이 빠지게 되었고 결국 아빠의 스킷과 함께 들어가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HANNAH라는 앨범의 스펙트럼을 조금 더 넓혀준 트랙이 되었던 것 같다. 곡을 완성한 후 후렴 부분을 듣다가 바로 떠오른 사람이 바로 내가 너무 좋아하는 오넛이었다. 오넛과 항상 작업을 같이하자면서 하지 못했는데 이번 곡을 함께하게 되어 너무 기쁘다. 듣자마자 바로 ok가 나온 후렴이기도 하다. 다솔아 고맙다.
K : 작업순서상으로는 거의 가장 마지막에 작업을 한 트랙이다. 제노바이브가 만든 비트 위에 녹음작업을 하고 그 뒤에 편곡 작업을 맡아서 했다. 앞뒤 트랙과 깔끔하게 연결되게 할 필요가 있었다. 원래는 신스 베이스로 작업된 곡이었는데, 기타와 일렉 베이스 세션을 받고 드럼 킷을 일부 수정하였다. 오넛님의 목소리가 매우 인상 깊었고, 후렴이 돋보이게 하기 위해 신경을 썼다.
X : 이전에 개인적으로 만들던 별개의 비트가 있었는데, 그 곡은 사실 소소한 고독함이 묻어있으면서도, 역으로 훅 파트에 Saw 신스가 깔려, 귀엽고 발랄한 이미지가 섞였기에, 사실 큐엠형이 이 비트에서 ‘아빠의 냄새’라는 서사의 영감을 얻게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그 위에 ‘아빠의 냄새’라는 가사 주제와 스토리가 얹어지자, 바로 편곡 수정에 쓸 만한 수많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게 되었고, 바로 'saw 신스의 제거, 기타릭의 추가, 스토리 전개에 걸맞는 변주 및 가사 내용에 적절한 효과음 추가' 등의 여러 가지의 편곡 수정으로 분위기에 무게감을 실었다. 스윙감이 넘치면서도 미니멀한 드럼 연주 방식으로 본 곡의 매력과 그루브함에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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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홍유택

Q : 이 스킷은 내 생일날 핸드폰으로 녹음되었다. 마지막 이십 대의 생일날 부모님에게 이제 서른을 맞는 나에게 하고픈 말이 있으시냐고 물어봤다. 진지한 얘기를 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걸 전체로 핸드폰에 담았다. 아빠 사랑합니다.
K :  난 우리 아버지도 한 번 사는 인생 폼 나게 살아가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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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통의 삶

Q : 보통의 삶. 내가 가장 싫어했던 말은 보통이다. 그랬던 내가 보통의 삶이야말로 가장 힘들고 영위하기 어렵다는 걸 깨닫게 되는 트랙이다. 어느 정도 이십대를 보내고 나면 보는 주변 사람들이 대충 정해진다. 동네 친구들과 가던 술집을 가고, 술집은 그대로인데 우리는 변한다. 전 여자친구와 직업 가치관 때문에 헤어졌었다. 지금도 가끔씩 내가 유명한 래퍼였다면 헤어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원래 앨범 전체에 HANNAH의 목소리가 등장할 예정이었지만 그 컨셉을 덜어내고 결국 이 곡에서만 살아남게 되었다. 본격적인 서사가 시작되는 곡이기도 하다. 아 술 먹고 싶다.
K :  소재와 가사를 먼저 받았다.  붉은 조명의 포장마차를 떠올리면서 작업했다. 2절에 "핸드폰 재생목록에 절반이 랩퍼면서~" 하는 부분에 2017년에 만들었던 <쇼미 더 머니 6 사이퍼>의 비트를 넣었다. 공감되는 가사 내용에 맞춘 것과 더불어 프로듀서로서 나의 상황을 자조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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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중앙차선 (feat. 이현준)

Q : 작업 기간이 가장 길었던 곡이다. 처음에 이 곡을 구상했을 때는 트랩곡으로 구상했었다. Konquest에게 비트를 받았지만 마땅히 가사가 나오지 않아 고민하던 중 Xenovibe가 영국의 힙합 아티스트에게 넘겼던 곡이 다시 돌아와 내가 작업하게 되었다. 피처링을 구했던 기준은 두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 가사를 잘 쓸 것, 두 번째 연기가 가능할 것. 이 두 가지를 충족시키는 래퍼는 내 기준에선 별로 없었고 그렇게 EK에게 먼저 연락을 했었다. EK는 현재 떠오르는 아티스트 중 최고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케줄상 작업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현준이는 이미 보석집이라는 트랙에 보컬로 참여를 한 상태였다. 한 사람의 이름이 앨범에 두 번이나 들어가는 것을 별로라고 생각한터라 오래 고민했지만 결국 현준이와 함께하게 되었고 좋은 한수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아마 이번 앨범이 나오고 나면 나 못지않게 사람들에게 사랑받지 않을까 싶다. 서로 주고 받으며 소리 지르는 라인들은 내 가사를 따라부르게 하였고 ‘삼성아파트’ 라인이라던가 ‘딸이름은 보통’이라는 라인들은 직접 넣어달라고 부탁하였다. 현준이 역시 이 곡에 엄청난 노력을 들여 거의 다섯 번 이상 벌스를 수정했던 걸로 기억한다. 보통의 삶이라는 곡에서부터 이어진 상진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해주었는데 결말 부분에 눈치챈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결국 상진이는 나이기도 하다. 내가 취업하고 이른나이에 딸을 갖게 되었다면 겪게 되었을 상황. 그리고 그런 상진이가 꿈이란 것은 사치라면서 이야기하게되는데, 사실 가끔 생각했다. 내가 당장 식구들을 먹여살릴 돈을 벌어야 함에도 꿈을 쫓을 수 있을까?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그러하다면 혹은 그러지않더라도 무한한 존경을 보낸다.
K : 나는 청소년기 내내,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도 하우스 푸어(집을 가지고 있지만 무리한 대출이자로 인해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로 살아왔다. 항상 애매하게 부유했고, 애매하게 가난했다. 가사 내용을 듣고 상진이가 큐엠형이고 큐엠형이 곧 상진이라는 점에 공감했다. 후렴구 없이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 구성인 만큼 음악적으로 전개되는 느낌을 확실하게 줄 필요가 있다 생각해서 후반부로 갈수록 고조되는 연출을 하였다. 그리고 곡 전체를 리드하는 콘트라베이스를 조금 더 좋은 연주로 바꿀 필요가 있다 느껴, 베이시스트 이연준형에게 베이스 녹음을 받았다. 완벽한 연주였다
X : ‘중앙차선을 사이에 두고 논쟁을 펼치는 두 사람, 꿈, 현실, 돈, 가난, 딸의 이름, 보통, 상진...’ 큐엠형에게서 전화를 받으며 메모했던 단어들이다. 이 단어들을 포스트잇에 적어 모니터에 붙여놓고, 작업했던 비트들을 하나씩 뒤져보거나, 새로 분위기에 맞게 비트를 만들어보는 데에 꽤 긴 시간을 할애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 중, 이전 한 영국 아티스트와 작업 중이던 비트 하나가 콘셉트와 딱 맞아떨어졌고, 큐엠형 또한 굉장히 맘에 들어 하셨다. 곧바로 인스타 디엠으로 그 영국 아티스트에게 사과의 메시지와 함께 자초지종을 설명드렸고, 감사하게도 그분이 흔쾌히 이해해주셨다.
하지만 기존 방식에선 찾아보기 힘든 전개 방식, 랩에서 묻어 나오는 싸움 연기, 감정의 격양 등을 그 편곡 그대로 받아내기엔 무리가 있었기에, 대폭적으로 편곡 수정에 돌입했다. 다행히도 정복이와 함께 좋은 해결책을 중간중간 찾아내면서 훌륭한 마무리를 해냈고, 생전 처음으로 해보는 실험적인 편곡 진행이었던 만큼, 이 트랙의 작업을 통해 많은 영감과 즐거움,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었다. 이런 신선한 작업을 시도해볼 수 있게 되어 정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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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다음에 (feat. Youn)

Q : 이 앨범을 구상하는 단계에 있을 때 Konquest에게 받은 곡은 두 개였다. ‘다음에’와 ‘그랬대’였는데, 이 두 비트를 지하철에서 들으면서 울었던 기억이 난다. 실로 나의 감정을 움직이는 비트였고 상구형도 들으시고는 바로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셨다. 사실 이 곡은 조금 신파적이진 않을까 걱정되는 트랙이기도하다. 17년도 WAS를 내기전 동생의 생일날 있었던 이야기를 썼다. 너무 과하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했지만 어쩌겠는가, 이 곡엔 이 이야기를 쓸 수 밖에 없었다. 사실 ‘그랬대’의 내용을 이 곡에 써보기도 했었는데 잘 어울리지 않았다. 쓰면서 많이 울기도 했던 곡이라 이렇게 나온 것 같다. 동생은 당연히 가족이기 때문에 내 인생에서 뺄수없지만 항상 나를 응원하고 여러 가지 방향을 제시해주는 사람이다. 고맙다는 말을 이 자리를 빌려 전한다. 후렴에 참여한 Youn이라는 아티스트는 눈치를 챈 사람도 있겠지만 Roydo라는 보컬이다. 내 음악을 들었던 사람들에겐 친숙한 이름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엔 작곡만 부탁하고 외부 아티스트와 작업을 하려고 했었는데, 오랜 회의 끝에 Youn의 가이드가 너무나 잘 어울린다는 의견이 다수였기에 참여하게 되었다.
K :  이 앨범에서 내가 가장 첫 번째로 만든 비트이다. 이 비트의 작법과 사운드 디자인을 기준으로 앨범 전체를 이끌어 나갔다. 2018년 봄은 나에게 굉장히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였고, 뮤지션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고 있던 시기였다. 프로듀서라는 직업을 생업으로 하게 되니 생각보다 자신의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음악 때문에 힘든 건 음악으로 밖에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특정한 소재는 없었지만 오롯이 감정을 담은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비트를 만들었다. 비트를 다 만들었을 때 처음으로 내가 만든 곡에 내가 눈물을 흘려봤고, 가제는 Freedom이라고 하였다. 음악에게 구원받은 기분이었다. 얼마 뒤 부모님 집 근처에서 큐엠형과 얘기하면서 비트를 들려줬고, 사연을 말해줬다. 다행히 큐엠형도 내가 비트에 담아낸 감정을 감지해 주었고, 이후에 <다음에> 라는 곡으로 완성이 되었다. 솔직한 가사가 어울리는 곡이라 생각했고, 큐엠형의 가사는 충분히 솔직했다 생각한다. 바보같은 얘기지만 후에 편곡 하면서 2절 가사 때문에 몇 번 더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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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뺏어

Q : WAS에서의 나는 상당히 날이 서있고 부정적인 사람이다. 지금도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확실히 다르다. 작년의 가사와 지금의 내가 끊임없이 싸우면서 결국 나도 변하게 되었음을 시인하는 곡이다. 차붐님의 데자와라는 가사를 넣었는데, 나 역시 친구들과 소주에 초코우유를 한겨울에 마셨던 기억이 있다. 성공의 기준이란 무엇일까? 얼마를 벌면 부자라고 할 수 있을까? 도대체 정답은 무엇일까. 난 모르겠다. 평생 모를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사람은 변한다. 오히려 곡 제목을 ‘변해’라고 지었어도 좋았을 것 같다. 가끔은 남의 것을 빼앗더라도 내가 행복해지고 싶은 생각이 든다. 난 이기적이고 나약하다.
K : 가사가 너무 아팠다. 다른 표현 방법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아프다.” 라는 말이 내가 가사를 전달받았을 때 받은 가장 정확한 느낌이었다. 그 감정을 잘 담아내고 싶었다. 작업을 하다 보니 편곡 난이도가 상당한 곡이었다. 한 편의 모노드라마를 보는듯한 가사 구성에 곡 전개를 어떻게 해야 할지 한참 고민했다. 처음에 결정된 비트를 철회하고 처음부터 비트를 다시 만들기도 했다. 간주 부분의 춤춰봐, 웃어봐 하는 부분이 인상 깊었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내기 위해 루프가 아닌 연주 파트로 만들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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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보석집 (feat. 이현준, 김태균)

Q : 이 곡도 아마 거의 초기에 작업했던 곡일 것이다. 사실 보석집이라는 이름은 태균이와 내가 만든 집단으로써 알려져 있긴 하지만 원래는 미리 정해둔 이 곡의 제목이었다. 둘이서 집단 이름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던 중에 그냥 형 앨범에 피쳐링한 ‘보석집’으로 하는거 어때요? 라는 태균이의 말에 동의하여 나오게 된 집단이다. 보석집은 내가 행복한 돈을 벌고 싶다는 다짐이기도하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어 이야기하지만 보석집은 ‘크루’가 아니다. ‘움직임’이다.
K : 큐엠형 벌스는 인스타그램에 한번 공개 된 적 있었던 벌스이다. 당시에 형이 모니터 메모장 하나 띄워놓고 영상으로 랩하는 걸 찍어서 올렸는데, 회사에 있는 형들과 같이 들으면서 다 같이 감탄하였고 내가 큐엠형과 “같이 작업하고 싶다”라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데 큰 영향을 주었다. 내가 큐엠형 커리어상 가장 좋아하는 벌스 중 하나이기도 하다.
X : ‘보석집’ 작업과정은 정말 개인적으로 신기한 경험이었다. 새 작업창을 열고 샘플 소스를 찾던 중, 본 곡에 전반적으로 깔려있던 그 블루지한 기타 샘플을 듣게 되었다. 그러자마자 뭔가의 홀린 듯. 바로 그 위로 킥, 스네어, 퍼커션 등을 차례차례 얹기 시작했다. 계획에 없던 즉흥적인 시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머릿속엔 처음부터 이미 수백 번씩 시나리오를 돌려본 뚜렷한 큰 그림이 존재했던 것처럼...
그렇게 드럼과 기타를 얹자마자, Jazzy한 맛을 가미하기 위해 콘트라베이스와 트럼펫을 올리고, 그렇게 어느 정도 비트의 기본적인 틀을 만들게 되었으나, 그중에도 뭔가가 부족했다.
그렇게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쭉 고민하면서 소스를 뒤지던 도중, 앞서 말한 그 기타 소스가 들어있던 폴더에 있던 한 샘플 제목중 'Bar'라는 단어 하나가 유독 눈에 들어와, 바 안에서 그 음악을 듣는다고 상상하며, (너무 예측 가능한 재즈를 제외한) 어떤 장르의 보컬이 이 곡에 노래 잘 어울릴지를 생각하니, ‘네오소울’이라는 해결방안이 떠오르게 되었다. 곧바로 네오소울 관련된 샘플팩을 찾아보다 한 보컬 소스를 찾아 얹어봤더니, 너무 잘 어울리고 마지막 방점을 찍은 거 같은 느낌이 들어, 바로 그 트랙 그대로 초안으로써 큐엠형에게 보내게 되었다.
감사하게도 큐엠형 또한 비트가 맘에 들었다 했고, 나는 어떤 주제가 나오게 될지를 기대하던 차, ‘보석집’이라는 주제가 나오자, 보석집의 이미지가 비트와 잘 맞물리는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져, 굉장히 잘 맞아떨어지는 주제 선정이었음을 느꼈다. 또한 개인적으로, 비트의 리듬 파트에 들어가 있는 ‘잘그락, 잘그락’거리는 Foley소스가 ‘보석집’이라는 제목과 어우러져, 예상치 못한 감성 캐리(?)를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 흡족했었던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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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그랬대

Q : 만들면서 가장 많이 울었던 곡이다. 아버지와 있었던 가사에 대한 기억은 내가 스무 살 무렵이었는데, 그 기억이 깊게 자리 잡아 10여 년이 지난 지금 이 곡을 만들게 되었다. 엄마 아빠는 내가 태어날 때부터 엄마 아빠였다. 하지만 엄마 아빠도 처음으로 부모가 된 것이고 나 역시 그럴 것이다. 부모님 사랑합니다.
K :  내 작업순서 상으로는 두 번째로 작업한 곡이다. 처음에 내가 담아낸 감정은 쓸쓸함, 허무함 정도였는데 큐엠형이 좋은 스토리 라인과 연출로 잘 살려내주었다. 들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1절에 “우리 아빠 운다.” 파트는 마음 편하게 넘어가기가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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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김보경

Q : 우리 엄마는 내 공연에 자주 오시는 편이다. 친구분들과 자주 오시기도 하고 아마 공연장에서 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어느 날 엄마가 갑자기 꿈을 꾸었는데 무대 위에서 랩하는 꿈을 꾸셨다고 했다. 꿈은 자기도 모르게 상상한 것들이 조합되어 재생되는 것이라고들 하지 않나. 그렇게 엄마에게 노래를 부탁하였다. 물론 엄마가 성당에서 성가대를 하고 계셨기도 했고, 어렸을 적 기억에 엄마와 노래방을 가면 ‘와 엄마 노래 잘부른다’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생각보다 너무 잘해주셔서 놀랐고 HANNAH 공연 때 김보경이자 우리 엄마인 그녀의 라이브를 처음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K :  어떻게 멜로디를 구성해야 어머님께서 쉽게 노래를 부르실 수 있을지 오래 고민하였다. 아무래도 전문 가수가 아닌 분과의 작업이다 보니 음역대, 음절 수 등을 꽤나 신경 쓰면서 만들었다. 그런데 실제 녹음을 해보니 노래를 정말 잘하셨고 녹음 시간도 얼마 안 걸렸다. 괜히 걱정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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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HANNAH

Q : 원래는 ‘그랬대’가 이 앨범의 마지막 트랙이었다. 하지만 이 앨범을 관통하는 트랙이 마지막에 나왔으면 좋겠다는 상구형의 피드백을 듣고 작업하게 된 트랙이다. 결과적으로 이 곡의 전 트랙인 ‘김보경’의 가사에도 영향을 주었다. 그리고 빼서는 안 될 트랙이 되었다. 직장인들은 항상 가슴속에 사직서를 품고 살아간다는 이야기를 보았다. 난 직장을 다니진 않지만 입사지원서를 품고 살아간다. 난 평생 랩을 하고 싶다. 이게 없으면 죽을 것 같다. 하지만 음악으로 내 사람들을 지키지 못하고 내 삶을 영위하지 못한다면 더 힘들 것 같다. 과연 내가 음악으로 평생 먹고 살 수 있을까? 결국 ‘열심히 해야지’라는 말로 끝나는 물음이지만 아직까지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고민하는 문제이기도 할 것이다. 우린 모두 같은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이 곡이 당신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K : 앨범의 마지막 트랙인 만큼 앨범 전체의 주제를 요약해서 전달할 만한 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비트 작업을 할 때 가제도 Ending Credit으로 적었다. 마치 연극에서 커튼콜을 보는듯한 느낌을 연출하고 싶었고 큐엠형이 앨범 전체에 있던 가사 구절들이 하나씩 등장하는 방식으로 그걸 구현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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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아실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글은 큐엠이 HANNAH가 나올 때 같이 만든 홈페이지 http://hannah.support/ 에서 써져있는 작업기 글입니다.

한 20일이었나 그때 큐엠 Q&A 방송에서 HANNAH 홈페이지가 짧은 기간안에 사라질것이라고 말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런 글이 곧 사라진다는게 좀....아쉽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엘이에 글로나마 간직해보려 합니다. 만약 HANNAH 첨 감상하시는 분들에겐 여러모로 도움이 될거 같기도 할거같고요.

갠적으로 국힙 TOP10 앨범을 말할때 당당히 한 자리 하는 앨범중 하나가 HANNAH인데 돈숨 발매되고 HANNAH의 판매량도 늘어나는 등 재조명된다는게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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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엠 흥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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