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술자리에서 손윗사람에게 욕설을 뱉는 친구를 지적했던 적이 있어요. 저도 언어생활이 바른건 아니지만, 좋지 않게 보였거든요. 그 친구는 너무 솔직하게 원래 본인이 욕을 많이 하는 편이라며, 그 욕설을 뱉은 사람에게 일일히 사과를 하겠다고 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어요. 그 과정에서 저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어요. 내가 뭐라고 이런 얘기를 했지? 내가 당사자도 아닌데. 욕설의 대상이었던 당사자들은 그런 얘기를 들어도 아무렇지 않았을 수 있는데. 실제로 그렇기도 했어요. 내가 무슨 대법관이라고 그런 얘기를 지적했지하고 후회했어요. 술이 많이 됐던 터라 이런 생각을 전하지는 못했지만, 그 후에는 미안하단 말밖에 할게 없더라구요. 솔직히 말하면 그냥 내가 보기에 좆같아서 지적한거였죠. 더 솔직히 말하면 내가 뭐라고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아니야 쟤는 잘못됐어 더 미워할 이유를 찾아야해 라는 생각도 했어요.
오만한 생각인데, 저스디스의 디스는 저처럼 좆같았기 때문에 지난 디스들을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일이 있는데 어떻게 이렇게 행동할 수가 있지? 또 내 주변에도 이런걸로 손해본 사람들이 있는데.. 하는 생각으로 그랬다고 감히 넘겨짚어봐요. 심지어 본인의 랩 네임인 곡을 음원으로 낼 정도라면 정말 너무나도 무언가를 바꾸고 싶은 굳은 심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본인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정말 멋지다고 생각해요. 저스디스는 제가 그의 존재를 인지한 이후로 항상 그런 행보를 보여줬어요. 그의 랩 스타일은 정말 시원하면서, 그 메세지도 너무나도 시원하죠. 저스디스의 랩을 들으면 청각적 쾌감이 엄청나게 느껴져요. 심지어 indigo같은 곡에서는 캐치한 라인도 너무나도 잘 불러줬죠. 문제는 언행불일치였죠. 이런 얘기를 하기는 뭐하지만, 특히 힙합을 듣는 리스너들은 언행일치에 민감한 것 같아요. 저도 그렇구요. 어느 순간 그의 날이 곤두선 랩들이 불편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이번 앨범은 여실히 넉살의 이야기를 저스디스보다 더 설득력 있게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이 생각은 분명히 제가 vmc팬이기 때문이고, 미디어에서 비춰진 넉살의 이미지 때문이며, 저스디스의 너무나도 직설적인 디스가 불편한 사람이기 때문이에요. 아마 넉살이나 저스디스나 이 글의 제목이 굉장히 불편할 거에요. 예술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길게 풀어낸 앨범과 커리어를 단 한줄로 저렇게 치부해버렸으니까요.
두 사람은 디스할 때 서로가 얼마나 미웠을까요. 저는 손윗사람에게 욕설을 한 친구가 실제로 욕설의 당사자들에게 사과할때도 참 미웠습니다. 너무나 가식적인것 같고, 그 사과와 욕설의 온도는 굉장히 달랐거든요. 저스디스나 넉살도 서로를 엄청나게 미워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팬들은 서로의 의견과 논거를 찾기 바빴고, 단지 청각적 쾌감으로 즐기는 사람도 결코 적지 않았죠. 엄청난 논란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끊임없는 미워함의 연속이었던 것 같아요. 감히 비교하자면 제가 계속 사과한 친구를 미워하고 싶은 이유를 계속 생각했던 것처럼요.
그런면에서 이 앨범은 넉살이라는 사람의 고민과 생각을 잘 풀어냈다고 생각해요. 앨범 전체로 저스디스와 vmc의 디스의 중점이었던 이야기, 그것에 대한 고민들을 자신의 언어로 완성시켰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겪은 일과 스스로의 정체성의 대한 고민을 담아내면서 랩의 준수함과 앨범이라는 긴 서사의 완성도도 엄청난 성취인 것 같아요.
지금와서 그때의 디스를 생각하자면.. 고민을 계속하는 사람과, 확신이 있지만 그때 그때 달랐던 사람. 이렇게 생각이 들 정도로, 그의 고민이라는 것으로 풀어낸 이야기로 채워진 앨범이 너무나도 설득력있었습니다.
you want the rhythm without the blues? 넉살의 이야기는 결코 그렇지 않아요. 자신의 고민을 이토록 여러가지 은유와 장치들로 멋지게 표현하는 사람이 있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스디스의 랩이 달고나로 만든 빵이라면, 넉살의 랩은 달고나로 만든 틀을 완성시킨 것 무언가 같아요. 누구에게나 직접적으로 욕하고 본론을 말하는게 더 편하고 기분이 좋겠죠. 다만 그게 전부일까요? 같은 얘기를 하는 사람이라도, 그게 그 사람의 전부인 것 처럼 얘기하는 사람과 그게 그 사람의 고민의 결정체로 느껴지는 사람의 말은 무게가 다르겠죠.
쓸데없는 제목과 얘기가 길었네요. 너무나도 좋은 앨범입니다. 잘 들을게요. 래퍼는 랩으로 말해라? 너무나도 결과물로 보여줬습니다.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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