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 달의하루 (Dareharu)
Track : 염라 (Karma)
Release : 2020.01.31 (YouTube), 2020.03.20 (음원)
Label : Self-Released (YouTube), 샌드박스네트워크 (음원)
Genre : Pop Rock
Artist : 달의하루 (Dareharu)
Track : 너로피어오라 (Flowering)
Release : 2020.04.24 (YouTube), 2020.05.26 (음원)
Label : Self-Released (YouTube), 샌드박스네트워크 (음원)
Genre : Pop Rock
이제는 낡아버린 우리의 봄을 사가세요
프로듀서 (故)ampstyle과 보컬리스트 초희로 이루어진 동인음악 팀 "달의하루"는 대세 비디오 크리에이터 람다람과 작업한 데뷔곡 〈염라〉로 2020년 한국 동인음악계를 들썩였다. 이에 힘입어 후속곡 〈너로피어오라〉도 못지않은 인기를 끌며, 9월 7일 현재 각각 거의 1000만, 500만 조회수에 가까워지고 있다. 무엇보다 동인계 특유의 커버곡 문화가 달의하루 곡을 중심으로 활발히 이루어졌고, 국내를 넘어 동인음악의 근원지인 일본 유명 우타이테의 커버 영상 역시 인기를 끌기도 했다. 그 음악적인 완성도와, 스토리 있는 애니메이션의 영상미 등이 합쳐져 입소문은 서브컬처 애호가들을 넘어 일반 리스너에게로까지 전달됐다.
염치없이 이렇게 소개하지만, 부끄럽게도 동인음악에 대한 정의부터 시작해서 실제적 씬의 양상에 대해서 아는 바는 전무하다. 그럼에도 나는 달의하루 곡 발표 당시 동인음악계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의 심상치 않은(?) 반응들을 기억하고, 그 이례적인 히트는 분명히 씬에 있어서 중요한 기록이자, 새로운 활력으로 작용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참고로 ampstyle은 국내 대표 동인음악 그룹 S.I.D-Sound의 멤버였고, 초희는 게임음악 OST 등의 활동을 해왔다.)
그래서 새삼스럽지만 두 작품이 일본발 서브컬처씬의 록 사운드를 대놓고 계승한 것은 분명하다. 그들 음악 스타일이 J-Pop을 표방함은 원작자도 인정했을 뿐더러, 특히 〈너로피어오라〉에서 보이는 "가면을 벗기 시작하니 / でも静かに[데모 시즈카니]"나 "봄을 사가세요(春を咲かせよう, 봄을 꽃피우자)" 등의 일본어 애너그램은 영향의 출처와 향유 대상을 분명히 한다. 작곡가 ampstyle은 언젠가 자신들의 곡이 해외 리스너에게는 'K-Pop'으로 수용되는 현상에 위화감을 표하기도 했다. 다만 팬 및 리스너층 일각에서 벌어진 'K-Pop이냐, J-Pop이냐' 논쟁은, 무의미하다고 보지는 않지만, 조금 더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아야 할 측면이 있다. 왜냐하면, 현재까지 보여준 달의하루 음악은 정석적인 서브컬처 록과도 차별화되는 지점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트랩 비트나 싱잉-랩과 같은 동시대 블랙뮤직의 요소가 짙게 혼재되어 있는데, 특히 K-Pop이 그 역사적으로 블랙뮤직의 흐름에 강하게 영향을 받으며 성장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본곡이 일각에서 K-Pop으로 수용되는 이유 또한 단순히 언어 때문이라고만 보기도 힘들 것이다.
〈염라〉를 듣다보면 합주가 보여주는 에너지를 생각하게 된다. 현란한 피아노와 날카롭고 끈적한 기타, 생동감 넘치는 베이스 등 세션 각각의 에너지가 넘치는데, 밸런스 있게 맞아들어가며 충돌하지 않고 곡을 성공적으로 풍성하게 만든다. 후렴으로 넘어가는 대목에서 긴장감을 고조한 뒤, 초희의 보컬 퍼포먼스가 폭발하는 전개의 쾌감, "그래요 그래요 좋아요 좋아요 나예요 나예요" 부분에서 리듬에 맞춰 영상이 교차하며 반전을 거듭하는 부분, 2절로 넘어가면서 808 베이스와 오토튠을 사용해 감정의 낙차를 장르의 변주로 나타낸 부분 등이 인상적이다.
합주의 밸런스가 인상적인 이전 곡에 비해 〈너로피어오라〉의 인트로는 분명히 강한 소리의 위압이 느껴지고, "비주류적으로 전심전력으로 격정적으로"의 훅에 이르러서는 그 가사답게 기계음을 진하게 덧칠하며 과잉을 드러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약점이 아닌―개인적으로는 오히려 더 좋아하는―이유는, 벌스 파트의 대부분이 미니멀하게 구성되면서, 구간의 밸런스를 뭉개는 대신 전체적인 전개의 밸런스를 맞추는 방향으로 선회하여, 기승전결과 감정의 고저가 더 확연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또한 블랙뮤직의 요소가 전개 한가운데 녹아들며 장르의 차별점을 더했고, 이러한 멈블-싱잉-랩의 요소를 바탕으로 해서 이전 곡의 다소 아쉬웠던 한국어 가사의 말맛을 오히려 발음을 뭉개면서 더 살리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소위 트렌디하다 여겨지는 랩-싱잉과 오리엔탈리즘-팝적인 고풍스러운 창법이 한 곡 안에서 어색하지 않게 조화되는 것 또한 인상 깊다. 브릿지에서 〈염라〉의 모티프를 잠시 인용하기도 하는 연주는 역시 현란함을 담보할 뿐만 아니라 긴장감과 혼란을 더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일전에 이랑의 곡 〈환란의 세대〉를 리뷰하면서 함께 떠오르는 음악으로 달의하루에 대해 팝적인 감각과 신화적 언어로 자살 문제를 은유한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짧은 언급이었기에 상당히 단정적으로 말했지만, 실토하자면 여전히 곡의 시나리오 전체상은 잡히지 않는다. 다만 파악할 수 있는 건 모두 하나의 불교적 세계관을 공유하며, 관계의 틀어짐과 죽음을 중심 주제로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이를 위와 같이 언급한 이유는 〈환란의 세대〉에서 보인 '죽음' 담론의 보편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이고, 특히 〈염라〉를 수용하는 데 있어 "인생 마지막의 숨을 든 채로 몸을 던져버리잖아" 같은 라인은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환란의 세대〉가 그랬던 것처럼―사실 두 곡의 이야기는 보편적이기 이전에, 오히려 지극히 화자 중심적인 이별 노래에 가깝다. 사실 그 모순이야말로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주는 지점이 아닐까 싶고.
이를테면 "회자정리인가요, 슬그머니 거릴 두는 게?"처럼 종교적 이치와 관계의 실체를 대조하는 라인은 몹시 꼬이고 가시 돋친 방어기제처럼도 들린다. 그래서 자기와 경계선을 그으려는 상대를 향한 원망을 드러내는데, 그러나 화자는 결코 온전하 피해자일 수 없다. 'Karma'(업보)라는 영제부터 그렇고, "거짓말하는 건 난데" "배신감은 항상 독차지" "사랑했었지만 사랑받은 기억은 거짓말처럼 아 아미타"와 같은 라인들,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지는 '하루'와 '하양'이 실은 일체라는 점까지. 유성은은 사랑과 이별, 행복과 절망이 아닌 조금 색다른 주제를 다룬다고 평했지만, 사실 표현 방식 즉 세계관의 차별화이지, 주제 자체는 "타임라인 저 아득히 아래 쌓여"버릴, "흔한 인간사"다.
오히려 나한테 있어 도전이 되는 독해는 〈너로피어오라〉인데, 우선, 너와 나 사이에 그어져있던 줄은 내가 나였던 경계선이고, 그것이 녹아든 시선 안에 갇힌다는 것은 곧 피아(彼我)의 경계가 허물어졌다는 뜻인가? 그러나 그 뒤에 바로 '너의 빛 / 나의 어둠'의 대비 또한 모순적인데, 그렇다면 후렴부의 "닿는 것은 나여야 해 / 너(여)야만 해"와 같은 교차는 피아의 분리인가, 합일인가? "나인 그대로 피어나고 싶"다는 결론 또한 그것의 분리에서 비롯된 것인가, 합일에서 비롯된 것인가? 나로 피어난다면서 왜 제목은 '너로피어오라'인가? 애초에, '너'는 누구인가? '나'의 분신인 '하양'인가, 관계의 대상인 '미타'인가? 아니, '너'는 '나'인가?
사실 이런 구별에 의미를 두는 것 자체가 우문일테다. "어차피 한 마디만 벗겨내면 비어있대요". 〈염라〉가 이별의 징조를 포착한 데서 오는 고통의 노래라면, 〈너로피어오라〉는 이미 관계의 끝을 보고, 미련과 체념을 오가면서 갈등하는 노래다(물론 단정은 못 하지만). 어쩌면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요"라고 말을 건네는 이와 "만월에 다시 피어난 악에 받친 선의 아래에"라고 묘사하는 이는 서로 다른 화자일지도 모른다. 섣부른 위로의 위선을 드러내려는 일련의 과정. 그래서 "시들어 갈 뿐인 추억 위에 화관을 씌우자" 라인에서 노래된 '추억'의 모습을 일차적인 감정으로는 나 또한 끝내 아름다운 무언가로 받아들였지만, 냉정하게 이 행위는 상당히 어리석게 보이기도 하고, "이제는 낡아버린 우리의 봄을 사가세요"의 라인과 더불어 톡 떼어내어 거시적으로 볼 때면, 행복을 미래에 대한 기대가 아닌 과거의 추억에서 찾아내 끝없이 노스탤지아를 탐하는 시대상이 엿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바로 지금에 와서 그 가사를 다시 볼 때, 이를 단순히 냉정하고 비판적인 시선만으로 바라볼 수 없게 되었다. 우리는 실제로 그 문장을 지은 바로 그 당사자를 갑작스럽게 떠나보냈고, 실례를 무릅쓰고 이 글을 쓰고있는 것 또한 그의 흔적을 부족하게나마 추억하려는 목적이기 때문이다. 나는 달의하루의 곡을 진심으로 즐기고 사랑했다.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감상의 차원을 넘어서, 독자적인 세계관과 음악의 파급은 동인음악계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고, 레트로식 뮤직비디오의 완성도 높은 대표작이기도 하며, 관계의 단절과 죽음의 문제를 깊이 있게 통찰한 시리즈로서 달의하루의 음악, 특히 〈너로피어오라〉는 올해 만난 노래 중 최고의 국내 팝 트랙으로서 내심 손꼽고 있기도 했다.
죽음을 인용하면서 역설적으로 온전치 못한 삶의 면면을 위로하는 노래. 상실의 고통을 현란하게 감추는 소리와 단절의 불안 가운데 정갈하게 요동치는 노랫말에 자주 위로를 얻었다. 이 감상을 더 일찍 정리하고 제출했더라면. SNS에서 종종 달의하루 주접을 떨 때마다 활발히 반응을 남겨주셨기에, 그를 알던 짧은 시간동안에도 더 친근감이 있었다. 달의하루를 통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만들고 공개할 생각에 들떠있던 모습이 선해, 아직도 그의 부재가 믿기지 않는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인생 한 기간을 동행한 추억이 담긴 소중한 음악을 선사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가신 길 부디 편히 쉬시길 바라며, 삼가 故 ampstyle(예은수) 님의 명복을 빕니다.


https://blog.naver.com/ings7777/222084191134

헉.....? 마지막 문단에서 놀랐네요 맙소사.....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노래 두 곡 정말 잘 듣고 있었는데 ㅜㅜㅜ
저도 친구한테 듣고 깜짝놀랐네요...
잘 듣고 있었는데 갑자기...
진짜 좋아하던 밴드에요ㅠㅠ rip
음악 되게 좋았는데 아쉬울 따름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두 곡다 오토튠 안썼으면 훨씬 좋았을 거 같은 느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나왔을 때 정말 좋게 들었었는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던 장르는 아니지만 형이 좋아해서 나쁘게 생각하진 않고 있었는데 갑작스런 부고 소식에 깜짝 놀랐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나왔을때 너무 좋게 들어서 신곡 기대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런 부고 소식에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다음곡 기다리고있었는데 너무 충격이네요 RIP
헉 저두 다음곡 기다리고 있었는데 넘 갑자기 떠나셨네요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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