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R엘범 며칠 돌리고, 엘범 유기성에 대해 내린 결론: 유기성이 아쉽다는 평은 오해

원래 DPR 크루의 음악은

내 차에 누가 타도, 우리집에 누가 와도,

자신있게 틀어놓을 수 있는 음악으로서의 가치가 있었음

차에서 쿵쾅쿵쾅 틀어놓아서 도로에서 다른 사람 귀에 들려도

힙해보이면 힙해보였지,

누구도 구린음악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고퀄 안전빵 음악

트랜디하고, 힙하고, 취향 안타고, 근데 고퀄이고, 음잘알처럼 보이고

또 누가 요새 뭐 들어야하냐고 물어봐도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그런 음악

이전까지의 엘범들은 다 그런 기능적이고 힙한 소품같은 음악을 모아놓은 소품집같은거였고

그 능력을 훌륭하게 수행했음

엘범의 유기성이 없어도 문제가 되지 않았고

모든 팬이 그것에 만족했고

딱히 엘범의 유기성을 기대받는 팀도 아니었음

그냥 그 자체로 하나의 BGM 플레이스트기만 하면 엘범구성은 충분히 오케이였음

그와중에

이번 엘범은 마치 크러시의 최근 엘범처럼 각잡고 엘범 유기성을 살려본 DPR 크루의 첫 시도임

그런 시도를 완결했다는데서 DPR크루가 만들 수 있는 작업스케일이 성장했다는걸 보여줌

그래서인지 이 엘범의 총괄적 서사성에 대해 사람들이 예만하기 귀를 기울임

그런데 본인에게 아쉬운건

그 평가가 되게 박함

물론 예술에 대한 평가는 청자의 몫이기에

유기성이 낮다는 평가도 유효함

그들이 짜낸 스토리가 모두를 납득시키지는 않았다는 소리니까

하지만 본인의 경우는

그들의 스토리에 100% 납득된 사람으로서

이들이 제시한 스토리를 해설해서 알려야할것같은

이상한 사명감같은걸 느낌

그 스토리:

DPR크루의 거대한 성공 이후

홍다빈씨는 거대한 현타와 혼란을 느끼고 burn out되어버렸는데

인생에서 현타와 지침을 느낀 누구나가 그러하듯이

지구에서 떠나서 잠시 혼자만의 세계로 진입하게됨

(에픽하이가 3집의 성공 이후 극도의 번아웃을 느끼고 회사의 오더를 다 씹고 4집을 작업하러 두문불출한것과 같고, 그 의미에서 DPR의 이 엘범은 마치 에픽하이의 4집같은 위치)

이게 첫 트랙부터 SOS까지의 이야기고

이건 Legacy의 뮤비 내용이기도 함

우주선이 폭발해서, 홍다빈씨가 탈출함

그런데 뮤비가 어떻게 끝나냐면

엘범재킷의 진공포장팩을 하나 챙겨서 탈출함

탈출해있는동안 먹고 살 수 있는 일용할 양식인인양

여기서부터 재미있는 비틀기가 일어남

보통 이런류의 스토리는, 결국 이세계로 떠난 뒤

거기서 어떤 경험을 하고

또 어떤 교훈을 얻고 원래 세계로 돌아오는게 클리셰임

파랑새 동화, 영화 매드맥스4, 피터팬, 이상한나라의 엘리스, 등등

근데 이번 엘범은 그 클리셰를 비틂

이세계로 추락했는데

거기서 자기가 챙겨간 일용할 양식으로 꾸려낸 새로운 세상이

너무 너무 좋고 만족스러운거임

즉 Oh girl -> Kiss me -> Neon의 흐름은

Jasmine flower에게 ‘oh girl’ 하면서 kiss했더니 기분이 neon같아지는 과정

그래서 결론은 legacy임

지구에서는 상업적 성공이 최고의 가치어야한다고 생각하라는 프례셔에 끊임없이 노출되고 내 프라이버시가 침범당하고 중계당하는 방식으로만 돈을 벌어야하함

반면 자신만의 토성에 가서 자신만의 세상을 구축한 홍다빈씨는

지구의 요구사항을 다 무시하고

토성에서 자기 작품의 퀄리티와 자기 꿈 하나를 위해 자신을 갈아넣어서 legacy를 만드는게 목표가 되는거임

그래서 legacy의 가사 내용이

지구인의 문화(작품의 퀄리티나 예술적 주체성보다 상업적 성공이 우선시되는)에 fuck you를 날리는 선언인것

그래서 마지막 트랙은 no rescue needed,

즉 나는 추락했지만, 여기서 낙원을 찾았기때문에 구조대는 필요 없다는 의미의 마무리

그리고 이 엘범 재킷은

홍다빈씨가 토성에서 낙원을 발견하는데 도움을 준 바로 그 일용할 양식의 진공포장임

즉,

리스너들에게

‘너희도 세상이 너무 버겁고 너만의 토성으로 도망가고싶다면

나처럼 이 일용할 양식(=이번 엘범)을 챙겨가서 통해 너만의 토성을 발견해봐’

라는 초대장임

따라서 본인은 이번 엘범의 완결성과 유기성을 아주 높게 평가하며

앞으로 나올 후속 뮤직비디오를 아주 아주 기대하고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