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리스틱 스웨버는 테이크원은 물론이고 국민들에게도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봅니다.

테이크원 자체를 디스한 건 타당하죠.

테이크원의 이번 리드머 디스가 좀 뜬금없다는 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고,

녹색이념의 사운드 문제는 제법 거론되어오기도 했으니까요.

그래서 제 비판이 좀 억지같을 수도 있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시간이 좀 지난지라 지금 굳이 비판할 동기도 희미하죠.

하지만 최근에 리드머 디스 사건을 계기로 녹색이념에 대해 생각해보다가, 저로서는 좌시할 수 없는 지점을 느꼈습니다.

녹색이념.... 사실 암전 한 곡을 제외하면 저도 다시 굳이 듣진 않았죠.

그러나 그 한 곡은 제가 주저없이 꼽는 인생트랙입니다.

녹색이념을 생각하다가 암전을 떠올리니, 갑자기 정말 화가 많이 나더군요.

'이건 어쩌면 일제 강점기 독립 운동가
타협보다 죽음을 선택한 그의 이념과
약간 닮아있어'

'이건 어쩌면 한국 광주 민주화 운동가
빨갛게 물들어버린 그의 얼굴과
약간 닮아있어' 

'이건 어쩌면 오늘 광화문 앞에
닿지 않는 목소릴 내는 그들과 같애'

버벌진트를 인용한 훅에, 한국이 지금에 이르기까지

목숨을 내놓으며 헌신한 사람들을 시대순으로 나누어 넣으므로서 변주를 가했죠.

곡이 진행될수록 테이크원의 감정이 점차 고조되다가, 마지막 훅에서는 정말 치열한 호소.

2010년대 한국 민주주의를 우리가 누리는 것은, 모두 저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퓨처리스틱 스웨버가 테이크원에게 개똥같은 앨범 싸질러놓고 지랄한다고 했던걸로 기억합니다.

저도 엘이에 올린 게시글 봤는데, 네, 테이크원에게 실망하고 디스리펙트하는 건 이해합니다.

사운드가 별로였다는 의견 제기를 물고 늘어질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헌데, 녹색이념에 버젓이 들어간 이 곡마저 개똥같다고 지껄이신다면,

전 정말로 퓨처리스틱 스웨버 당신에게 분노할 겁니다.

지금 당신은 한국 민주주의가 정착한 과정을 개똥같다고 한 것과 같아요.

엄연히 민주주의가 제공하는 문화적 환경을 당신도 향유하고 있으면서도

그 환경을 세우기 위해 고혈도 모자라 목숨까지 내놓을 각오를 해야만 했던 이들을 모독한 거라고요.

당신은 테이크원만 모욕한 게 아니란 말입니다.

암전 누가 프로듀싱한 건지 압니까? 올해의 앨범 소리가 나오는 '킁'을 전부 프로듀싱한 제이키드먼을 모욕하셨고,

독립운동가를 모독하셨고, 민주화운동가들을 모욕하셨고,

추운 겨울날 발 동동 굴려가며 박근혜 퇴진을 외쳤던 시민들도 모욕했습니다.

물어보고 싶습니다. 이 군상들 모두가 정녕 개똥같으십니까?

2016년 12월 31일 녹색이념 발매일에 광화문에서 암전을 들었고, 

그 이후의 한국에 살고있는 저로서는 퓨쳐리스틱 스웨버 당신의 발언에 분노를 금할 수 없고,

도저히 용납이 되질 않습니다.  

힙합이 사회 정의를 외쳐야 한다는 인식과 시선은 예나 지금이나 개소리죠.

그건 강요할 수 없는 걸 압니다. 저같아도 그걸 강요하느니 문화의 질을 높이는 데 신경쓸거고요.

허나 테이크원은 음악을 통해 한국과 그 구성원들에게 한없는 헌사를 바쳤습니다.

녹색이념을 통해 밝힌 한국 문화를 향한 치열성과 진정성은 제가 진심으로 테이크원을 존경한 계기가 되었고요. 이런 자세는 국힙에서 비교될 수 있는 이가 손에 꼽아요.

테이크원에게 사과하는 건 바라지도 않습니다.

퓨처리스틱 스웨버에게 재차 묻습니다. 과연 녹색이념이 개똥같다고 모독받아 마땅한지요.

감히 일개 리스너가 무슨 영향력이 있겠냐만, 개인으로서는 당신의 대응을 두고두고 기억할 겁니다.  

ps. 이방인콘 덕에 즐거우실 국게 여러분의 기분을 잡치게 만들게 되어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그래도 적어야 할 글이라고 느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