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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콰이엇-진흙 속에서 피는 꽃에서 MC Meta 벌스의 해석(장문)

힙합082019.11.09 14:42조회 수 3541추천수 17댓글 12

 

 

[MC Meta]
'하나 둘 셋, 수를 세면 소원이' 
해와 달의 숨바꼭질 행복은 저 멀리 
꿈을 꿀 수 없어 깊이 숨어버린 언더그라운드 
랩퍼보단 벙어리 슬픔에 묻혀버린 
낮은 톤의 목소리 넌 알 수 있어 복선이 
깔려있는 콧소리 (으흠) 어떠니? 
합격점을 겨우 넘긴 턱걸이 실패했어 
번번히 하지만 웃어 넌 뻔뻔히 

다시 '하나 둘 셋, 수를 세면 소원이' 
가난한 랩퍼들의 천국 그 첫번째 조건이 
합리적인 사고방식과 경제논리 또 뭐였지? 
상관없어 가진 것을 모두 털었지 
정말로 음악에 난 모든것을 던졌지 거짓말! 
그 반의 반의 반만 걸고 딴데 걸었지 
그래서 넌 돈 좀 벌었니? 배팅도 커졌니? 
그럼 너도 얄짤없어! 이 판에 붙은 거머리 

'하나 둘 셋 후.. 수를 세면 소원이' 
도대체 숨을 쉴 수 없어 너는 보였니? 
난 모르겠어 알 수 없어 모든 것이 꼬였지 
공연과 앨범 우린 언제부터 쫓겼니? 
탐욕적인 마음이 내 목을 계속 조였지 
비겁한 변명은 언제나 기회를 노렸지 
무대에 오를 때마다 난 주문을 외웠지 
'하나 둘 셋, 수를 세면 내 소원이'


엠씨메타의 언뜻 혼란스러운 듯한 가사는 두 화자간의 대화로 해석해야 합니다. 그래야 의미가 명료해집니다.
세 번 반복되는 '하나 둘 셋, 수를 세면 소원이'(이하 소원)의 의미는 그것이 반복될수록 각 부분의 분위기와 메세지가 전달되는 방식을 바꿉니다.(한 벌스에서조차 이런 가사적 성취를 올릴 수 있다는 건 그야말로 경지에 올랐다고 할 수 있겠죠)

우선 첫번째 소원은 성실한 언더그라운드 래퍼의 일상을 나타냅니다. 창문을 쳐다볼 때마다 해와 달이 바뀌는 고된 날 속에서 밤낮없이 일하고 연습하는 래퍼는 그 누구보다 많이 랩(말이지만 말이 아닌)을 뱉어대지만 행복을 잃어버렸으므로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넌'이라고 외치며 어떤 화자가 등장합니다.

'소원'과 더불어 우리가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넌' 입니다. '넌'이 개입할 때마다 충고, 격려의 메시지가 전달되며 마치 두 화자의 대화같은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혹은 관조 이후의 자기평가라고도 할 수 있겠죠. 상황을 분석해 자기객관화를 시킨 다음, 평가할 때는 자기에게 몰입하지 않고 냉정한 태도를 유지하며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너'라고 표현하는 것일수도 있습니다.

'소원'을 기준으로 벌스를 세 부분으로 나누었을 때, 첫 부분에서 가난한 래퍼를 보고 이미 실패를 예감한 충고자는 '복선'을 언급합니다. 무한한 연습을 하지만 이미 행복을 잃고 슬픔에 잠긴 래퍼가 어떻게 성공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어떻게 진정한 성공을 운운할 수 있겠습니까? 행복을 잃어버린 순간 실패는 예정돼있고, 그것이 어차피 너의 목소리에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그 실패는 번번이 반복되고, 행복없는 자의 자위적 웃음은 뻔뻔히 보일 뿐입니다. 절대 '뻔뻔하게라도 웃자'는 뜻의 위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화자는 냉혹하기 그지없습니다.(이것은 자기위로가 아닌 차가운 비판시라는 건 다음 부분에서 명확해집니다.)

두번째 벌스에선 이 가난한 래퍼가 천국을 얘기합니다. 이 지긋한 현실에서 탈출하고 싶은 사람은 유토피아를 꿈꾸기 나름이겠죠. 그러나 그 유토피아의 내용이란 '합리적 사고방식'과 경제논리입니다. 합리적 사고방식이란 다름없는 주류 이데올로기를 뜻할 것입니다. 더 자세히 알 순 없습니다만 그 합리성이란 낭만과 이상에 대한 배격, 계산적 인간관계, 남을 짓밟는 태도 등을 포함하겠죠. 즉 지극히 개인적인 성공신화일 뿐이며,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는 길도 아닙니다.(2019년 지금 다수 래퍼들이야말로 합리적 사고방식의 노예라는 점에서 의미심장합니다. 누군가 작성한 칼럼처럼 긍정과 화합, 낭만과 이상의 가치는 이 합리적 사고방식에 토대를 둔 개인적 성공신화에 처참하게 흡수당합니다. '포지티브 바이브'는 무엇을 위한 것일까요? 공연 많이하고 돈 많이 벌기 위한 포지티브 바이브.)
그리고 나서는 가난한 래퍼는 그 은밀한 욕망을 꿈꾸었으면서도 그것이 본인에게 '상관없다'고 아주 영악스럽고 뻔뻔하게 외칩니다. 비판을 예상했는지 '자기는 음악에 모든 것을 걸었다'며 항변합니다. 자신의 가난이나 헌신이 잘못된 길을 든 것에 대한 방패막이라도 된다는 걸까요?

단호한 화자는 여지없이 개입해 불호령을 내립니다. '거짓말!' 그 이후에는 별로 해석할 필요 없는 강력한 비난들입니다. 너'도' 얄짤없다는 것은 실낱같은 기대를 걸었던 화자의 포기입니다. 모든 희망을 버리고 비판의식이 마무리됩니다. 다만 비판의 메시지가 1부에서 2부로 갈 때 래퍼 개인에 대한 비판에서 이 씬 전체에 대한 비판으로 더욱 확장된다는 점은 기억해야 합니다. 그 사고의 확장 덕분에 3부에서 자신 역시 그 판에 속한 일부로서 혼란을 겪는다는 점을 고백할 수 있으니까요.

비판하는 화자는 3부에서 자신의 상태를 돌아봅니다. 여기서의 화자는 역시 탐욕 앞에서 흔들리는 자신을 마주하며, 결국 비판의 방향을 화자 자신에게도 돌립니다. 물론 '너도나도 다 똑같은 거머리'라고 말하며 개혁을 포기하는 내용까지는 아닐 것입니다.
변명을 여전히 비겁하다고 인식하고 있으니까요. 메타가 말하는 그곳은 가난한 래퍼에게는 '천국' 즉 유토피아겠지만, 화자에겐 여전히 더러운 거머리 소굴입니다. 그래서 화자는 마지막에 소원을 빕니다. '하나 둘 셋, 수를 세면 내 소원이' 이것은 자신의 타락을 막고 옳운 길을 찾아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게 해달라는, 자기 스스로의 양심에 비는 소원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곡인데, 엠시메타의 벌스가 오늘 문득 이상하게 느껴지는 거예요. 래퍼의 자기위로로 들렸던 음악이었는데 아 전혀 아니었구나 하고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곡 해석을 해봤습니다. 10년이 넘은 곡을 이렇게 구구절절 말한게 웃기긴 하네요. 다른 해석은 얼마든지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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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2
  • 11.9 18:07

    좋은 글 감사합니다.

  • 11.9 18:17

    선추천dream

  • 이런 정성글에 더 많은 스웩이 달려야 되는데..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뭔가 느껴지는 부분이 많네요..

    특히 헛된 유토피아를 쫒기 위한 긍정 바이브 흉내에서 머리를 맞은 것 같아요

  • 11.9 19:40

    힙합08님 닉네임 덕에 더 진지하게 읽혔네요 ㅎㅎ 딱 그때부터 the real me 앨범으로 입문했었거든요. 이런 관점으로 들어본 적은 없었는데 해석하신 내용이 상당히 흥미롭네요 .. 엠씨메타의 목소리가 다른 랩퍼들보다 항상 더 짙은데는 이유가 다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바닥에 리듬을 깔아놓은 가리온.. 그 자양분으로 2세대 그리고 그들이 지금 만든 합리적씬에 그들의 그림자가 조그만치도 보이지 않는게 참 안타깝습니다..

  • 11.9 19:41

    더욱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해서 댓글 하나 더 남기고 갑니다 ㅎㅎ 리스너보다는 어쩌면 플레이어들이 봐야할 글이지 않나 생각이 드네요

  • 11.9 20:18

    처음 들었을때 진짜 감탄하며 들었던 벌스를 이렇게 다시 보니 또 새롭네요. 엠씨 메타는 유독 기억에 남는 벌스들이 참 많은거같아요.

  • title: MF DOOMIT
    11.9 21:18

    좋은 글 감사합니다

  • 11.9 22:51

    좋은 벌스에 좋은 해석을 한 좋은 예

  • 11.9 23:26

    모든 래퍼가 시인이 될 필요가 없지만, 이런 가사를 쓰는 래퍼들을 볼 때마다 제가 힙합을 좋아했던 이유가 다시 떠오르곤 하네요.

  • 11.9 23:28

    본문 보고 그 트랙을 오랜만에 들어보니 느낌이 다르게 다가오네요. 메타의 아이들이 앞에서 메타에 대한 존경심을 표한 벌스를 읇었는데, 메타는 자아비판적이면서도 다시 길을 제시하려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진짜 멋있는 트랙인것 같애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P.P
    11.10 02:58

    오늘 유튜브 알고리즘에 떠서 들어봤는데.. 마침 해석글이

  • 11.10 20:09

    이앨범 나왔을때도 이런식으로 메타벌스 해석한 글이 힙플 인기글에 있던게 생각나네요 햐 언제적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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