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루셜스타 - Fontana di Trevi
(각종 어워즈에서 작년 12월 작품까지 포함시켜서 저도 그렇게 해봤습니다)
로마의 트레비 분수를 모티브로 만든 곡입니다. 1절은 트레비 분수의 시점, 2절은 본인의 시점에서 곡이 진행되며 마지막으로 트레비 분수와 같은 존재가 되고싶은 진심을 표현합니다.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어떻게 분수를 보고 이런 생각을 했을까'라고 감탄했었네요. 사실 크루셜스타의 톤이 제 취향이 아니라서 노래를 즐겨듣진 않았는데 이 곡과 같은 앨범의 '할머니'라는 트랙은 정말 잘 들었습니다.

허클베리피 - DNA (Feat. 딥플로우 & 사이먼 도미닉)
곡 얘기에 앞서 커버를 너무 잘 뽑았다고 생각합니다. 전곡 프로듀싱을 요시가 했다는걸 한눈에 보여주면서 허클베리피의 재기발랄함까지 보여주는 유쾌한 커버입니다. 84년생 동갑내기인 허클베리피, 딥플로우, 사이먼 도미닉이 힙합을 가볍게 보고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뼈 때리는 충고를 해주는 트랙입니다. 허클베리피랑 사이먼 도미닉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딥플로우의 라이밍이 돋보였습니다.

씨잼 - 포커페이스
씨잼이 올해 보여준 모습은 특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센스나 XXX같은 아티스트의 경우는 기대치를 충족시켜준 느낌이라면(물론 엄청난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만) 씨잼은 리스너들의 기대치를 아득히 뛰어넘고 씨잼이란 아티스트에 대한 인식 자체를 바꿔버렸습니다. 그 중심엔 킁 앨범이 있었고 그 안에서도 포커페이스는 '앨범 자체가 포커페이스를 위해 달려왔다'고 느껴질만큼 킬링트랙이라고 생각합니다.

창모 & 해쉬스완 & 애쉬 아일랜드 & 김효은 - BAND
이전 앰비션 공연을 보면 마에스트로를 비롯한 창모의 무대가 독보적인 반응을 받아냈었는데 마침내 앰비션 자체를 확실히 각인시켜줄 수 있는 대표곡이 나왔습니다. 물론 여기서도 창모의 훅이 큰 역할을 했지만 자신의 벌스에서 확 집중시키는 해쉬스완, 피날레를 폭발적으로 장식한 김효은, 몇몇 사람들의 의아한 시선을 뿌리치면서 앰비션에 완벽한 합류를 알린 애쉬 아일랜드까지 본인만의 매력을 맘껏 뽐냈습니다.

릴러말즈 - 야망 (Feat. 애쉬 아일랜드 & 해쉬스완 & 김효은 & 창모)
제목과 피쳐링진을 봤을 때 예상했던 곡 분위기랑 달라서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이내 다행이라고 생각했네요. 원래 'Please', '방에 혼자 있을 때', 'Trip', '두 개였으면 해'와 같은 릴러말즈의 감성을 좋아하는데 본인은 물론 다른 앰비션 멤버들까지 곡에 맞게 잘 활약해줘서 6분이 넘는 긴 곡임에도 지루하지않게 잘 들었습니다.

팔로알토 - 가리온의 약속의 장소는 어디였을까 (Feat. 비와이)
힙합 팬들이라면 제목을 보고서라도 한번씩은 들어본 트랙이 아닐까합니다. 팔로알토의 가사의 힘이 크게 나타난 곡입니다. '내가 가진 여러가지 중에 가장 최고라 생각하는 한가지. 집 옷장에, 주차장에 없어. 근데 난 내 사람들과 나누지. 안 아깝지, 기쁘게 써'. 정말 멋진 가사입니다. 그리고 훅까지, 팔로알토는 (제 기억엔)거북선을 기점으로 명실상부 훅 장인의 반열에 올랐네요. 최근 기분이 별로 좋지만은 않은데 듣고나서 위로받는 기분이었습니다.

이센스 - RADAR (Feat. 김심야)
김심야의 톤은 제 취향이 아닌데 처음 이 곡을 들었을 때 김심야의 훅을 듣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Telelelele는 물론이고 Nonono로 치고 들어올 때부터 '이건 개쩌는 훅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왔고 적중했습니다. 같은 앨범의 'CLOCK'에서 보여준 모습도 정말 좋았습니다. 이센스 곡을 두고 김심야 얘기만 해서 좀 뻘쭘하지만 이센스도 두말할 필요 없이 멋진 래핑을 보여줬습니다.

비와이 - 초월 (Feat. 씨잼)
기타 선율을 비롯해 전체적인 느낌이 아련하고 흑백의 드라마같은 느낌을 줍니다. 앞부분에 30초 가량의 인트로가 있는데 앨범 전체로 들을 때는 앞서 말한 느낌을 증폭시키는 효과를 줄 수 있겠지만 저처럼 한곡 반복으로 듣는 사람에겐 흐름이 끊기는 느낌을 주기도 하더군요. 조금 아쉽긴하지만 그걸 감안하고서라도 비와이의 중독적인 훅과 씨잼의 벌스가 좋았습니다. 비와이 콘서트에 다녀오신 분들에 의하면 조만간 뮤직비디오가 공개될 것 같습니다.

박재범 & 기린 - Baddest Nice Guys (Feat. 사이먼 도미닉 & DJ 웨건 & DJ 라이트)
웬 남자가 소리를 지르면서 곡이 시작해서 깜짝 놀라긴 했지만 비트가 드랍되면서 저절로 고개가 움직였습니다. 올드스쿨 느낌 물씬 풍기는 비트와 DJ들의 멋진 스크래치, 래퍼들의 래핑까지. 들으면서 정말 귀가 즐거운 트랙이었습니다. 화기엄금이 나오기에 앞서 먼저 이 트랙을 듣고 기대치가 치솟았었죠. 그리고 기린의 찰진 라이밍이 중독적이었습니다.

사이먼 도미닉 - ya ain't gang (Feat. 제이올데이, 시모)
올해 막연히 '예전 모습이 그립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모범답안을 제시해줬다고 생각하는 사이먼 도미닉입니다. 사이먼 도미닉이 발표한 화기엄금 EP엔 트랙수보다 피쳐링진의 수가 더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존재감이 희미해지거나 주도권을 빼앗기는 느낌을 전혀 주지 않습니다. 앨범을 확 휘어잡는 베테랑 래퍼의 면모를 볼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폭발적인 래핑과 훅을 보여준 ya ain't gang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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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보면 뻔한 리스트라고 볼 수도 있는데 뻔하다는 것도 올해의 트랙들이란 것의 증거가 되겠죠.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일리네어 3인방의 곡이 없어서 의외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네요. 내년에 멋진 활약 기대합니다.
그리고 올해도 아직 4분의 1이 남았기 때문에 앞으로 나올 곡들도 기대됩니다. 일단 오늘 발매되는 그루비룸X릴러말즈 앨범부터 잘 들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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