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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명 발매 당시 힙합씬 반응.txt

okens2019.08.02 21:10조회 수 8335추천수 15댓글 39

요즘 걸출한 앨범들이 많이 나오다보니 이전 세대의 명반들도 재조명을 받는 분위기네요.

그 중에서도 누명에 대한 언급이 굉장히 많은데, 많은 분들이 당시의 반응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것 같아서 짧게 글 좀 써보려구요 ㅎㅎ

당시엔 스마트폰 자체가 없던 시기라 유튜브, 인스타 등 우리가 지금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플랫폼들이 전무했습니다.

지금처럼 힙합문화가 소비되고 노출되는 매체 자체가 굉장히 적었죠. 핸드폰의 스트리밍 앱으로 음악을 듣는다는 것도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

뮤지션들 뮤직비디오도 힙합플레이야, 리드머같은 사이트에서 보거나 아티스트의 싸이월드(ㅋㅋㅋ)에 직접 들어가서 보는 시대였답니다.

그리고 거의 모든 힙합 뮤지션들이 돈을 못 버는 시대였어요. 래퍼들은 뭔가 고행을 하는 수도승의 느낌에 가까웠달까요?? 지금과는 참 많이 다르죠? 언더vs오버, mp3 사용 찬반 등등 현재 힙합 커뮤니티의 토론 주제와는 많이 다른 이야기들을 하곤 했죠. 너무 삼천포로 빠지네요..^^;;

아무튼 당시 힙합씬은 대략 이런 분위기였고, 버벌진트는 이 때 이미 국힙 원탑 대우를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하지만 요즘 어그로 끄는 래퍼들과는 차원이 다른 광역 어그로를 끄는데다가,

일부 리스너를 지진아라고 표현하며(무명 커버의 닭은 버벌진트가 생각하는 모자란 리스너들을 표현했다고 하죠. 후에 인터뷰에서 닭도 과분했다며 바퀴벌레로 했었어야했다고...) 노래와 인터넷을 넘나들며 싸우기 바빴고, 검증되지 않은 라이브 실력, 아이피 사건, 오버클래스 크루원들의 실력논란 등 아무튼 당시엔 스윙스+비프리+블랙넛을 다 합친 정도의 이슈 메이커였어요 ㄷㄷㄷ

아무튼 그런 혼란스러운 상황, 긴 진통 끝에 나온 음반이 바로 <누명>이었습니다. 발매 직전까지도 기대와 우려, 조롱들이 섞여 시끄러운 상황이었죠.

이미 선공개된1219epiphany와 the grind만으로 진짜 엄청난 앨범이 나오긴 하겠구나 싶었지만 실제로 나온 누명은 그런 기대치 자체를 가뿐히 넘긴 앨범이었습니다.

당시까지 한국힙합씬에서 리스너들이 명반이라고 꼽는 앨범이래봤자 가리온1집, 피타입1집, 디제이소울스케이프 1집 정도였어요. (좀 더 넓히면 The Z 1집, 드렁큰 타이거 3집, 데드피 1집 등..)그만큼 이상하리만치 그 때는 명반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금기시 되는 분위기가 있었죠. 리스너들도 솔직히 엄청 보수적인 분위기였구요 ㅠ

그런 힙합 커뮤니티였는데...누명은 발매되자마자 모든 리스너들이 만장일치로 명반이라는 딱지를 붙여줬습니다. 창의성과 기술적인 부분은 둘째치고, 버벌진트라는 아티스트가 영혼을 태워 구워낸듯한 음반에서는 불꽃처럼 이글거리는 아우라가 앨범 전체를 관통하고 있었고, 그를 좋아했든 싫어했든 근 몇 년간 그를 지켜본 리스너들이 느끼는 누명에 대한 몰입도라는건.. 에넥도트와 동급이거나 그 이상이였습니다.

단순히 당시 게시판 분위기로만 보면 체감상 이방인 발매때의 5-6배 정도는 후끈했던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진정한 의미의 한국힙합 명반의 등장이라며 흥분했었던 기억이..(가리온은 이미 있던 곡들을 모아 낸 음반이고, 솔스켑은 힙합의 범주에 넣기에는 조금 애매하고, 피타입은 랩의 방법론적인 부분에 지나치게 치중했다는 의견이 많았어요)

뭐 지금 대충 더듬어본 기억은 이러네요 ㅎㅎ 아마 당시 힙합을 즐겨듣지 않으셨던 분들이라면 아무래도 누명이라는 앨범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을겁니다. 음악이라는게 아무래도 맥락이 중요하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명 속에서 불을 토하는 듯한 버벌진트의 랩은 한번쯤 경험해봐야할 한국힙합 교과서의 가장 중요한 페이지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좀 소심한 아저씨 느낌이지만 왕년엔 지금 어그로꾼들 다 씹어먹는 캐릭터였다는 것도 재밌는 감상 포인트가 될 듯 하군요 ㅎㅎ

이런저런 옛날 생각도 많이 나고 해서 스마트폰으로 한번 적어봤습니다 다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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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9
  • 1 8.2 21:19
    앨범의 순수한 완성도도 완성도지만, 작품이 담고있는 주제와 표현법까지도 굉장히 파격적이라 당시 힙합 리스너들에게 큰 충격을 줬었죠.
    지독한 찌질함과 키보드 워리어 기질때문에 모던라임즈, 페이버릿, 무명 등의 걸출한 앨범을 냈어도 리스너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렸던 버벌진트였는데 그 수많은 안티들도 누명이 나온이후 버벌진트가 한국힙합의 제왕임을 결국 인정할수밖에 없었음
    리스너들과 헤이터들을, 오직 음악으로 인정하게하고 굴복시킨 가장 완벽한 사례라고 생각해요
  • okens글쓴이
    8.2 21:29
    @알아들어
    그렇죠! 저도 글 쓰다보니 새삼 버벌진트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 8.3 14:29
    @알아들어
    Hater들에게도 2 thumbs 받는 기적적인 놈
  • 22
    8.2 21:30
    스나이퍼사운드로 히팝 입문했을때...
    누명이 하도 명반이라길래 듣는데 이상한 기계음과 영쿡으 저세상 랩을 듣고
    다 돌리지도 않고 어머 이게 뭐람 하면서 mp3에서 지웠다가
    짬이 좀 차고 다시 들었을때의 그 충격이란...
    정말 내가 지진아였구나라고 뼈저리게 느꼈던 앨범입니다
  • @22
    ㄹㅇ 힙합은 짬이 좀 차면 신세계가 열리는 느낌
  • okens글쓴이
    8.2 21:33
    @22
    ㅋㅋㅋㅋ누명 피쳐링은 지금도 도무지 이해가 안가네요 ㅋㅋ
  • 22
    1 8.2 21:41
    @okens
    그래도 영쿡은 나중에는 좋아졌어요 사수자리vol.2에선 더좋았고
    하지만 웜맨과 ovc앨범의 노도갓은... 대체 왜 마이크 안뿌셨지?
  • 8.2 22:06
    @22
    노도앨범 한번씩 돌리긴 하는데..그 특유의 비트가 좋아서ㅋㅋ
    이 사람이 랩만 안했다면 좋은 앨범이었겠다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ㅋㅋ
  • okens글쓴이
    8.2 22:21
    @22
    와 노도... VJ를 처음으로 이새끼뭐지??하고 생각하게 한 분이였죠..
  • 8.2 21:37
    @22
    아앗... 그 피쳐링...
  • 1 8.2 21:53
    @22
    저는 반대로 당시 스나이퍼 극까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의 저는 힙합을 기술적인게 다라고 생각 했던것 같음 지금 다시 돌려보니 스나이퍼도 충분히 고 평가 받을만한 뮤지션이였음 랩,비트메이킫 능력은 딸려도 음악의 본질을 잘 이해한 사람이었다고 생각함 저는 오히려 당시보다 더 신선하게 들림 추억팔이 절대 아님 저 진짜 싫어했었음
  • 8.2 22:05
    @넌나의비올레타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당시 스나이퍼한테는' 가짜힙합 '프레임이 씌워져있었던것같애요
    '저 래퍼들의 음악을 듣는 귀는 수준 낮아' 같은...
    무브먼트, 버벌진트 등이 스나이퍼 혹은 스나이퍼 사단을 겨냥한 라인들이나 인터뷰등을 내서 그런지.. 뭔가 힙합씬 공공의 적같은 오명이 씌워져있었지 않았나..싶어요ㅜ
  • @샤라웃힙
    확실히 그당시 언더부심 물타기가 너무 심했죠 저는 그때 솔컴 오버클래스 빠돌이였음 저도 자연스럽게 그 물타기에 편승한 그런케이스 같아요 당시 붓다 앨범 다 안돌리고 몇몇곡들만 듣고 깠거든요 시간이 지나고 스나이퍼 6집 4집 3집 그리고 최근 앨범까지 다 돌려보니 확실히 높은 평가 받아도 되는 뮤지션인것 같아요 랩스킬이 의미 없어지고 비트도 간결해지는 요즘 다시 들으니 그때보다 더 편견없이 듣게 되더라고요
  • okens글쓴이
    8.2 22:18
    @샤라웃힙
    스나이퍼 따돌림은 클럽 공연에서 여성을 비하했다는 근거없는 루머부터 시작됐었죠...소문의 사실여부를 떠나 스나이퍼 들으면 힙알못이라는 이상한 인식이 퍼져서..참 안타깝습니다. 음악 참 잘하는 분인데요. 이런거 보면 예나 지금이나 힙합 커뮤니티는 참..
  • 8.2 22:32
    @okens
    그거 디지가 디스했던 이유아니었니요? 여자보고 냄비라고 했었디고
  • 8.2 23:03
    @정동규
    맞을거에요ㅋㅋ명분은 그건데 막상 랩은안하고 욕만 했던것같은데..제목이 난 니가 정말 싫어 였었나..
  • 8.3 00:23
    @22
    저도 스나이퍼듣다가 누명누명하길래 ad hoc이란 곡을 처음 들었는데 ㅅㅂ이게 뭐지?하고 들었는게 뭔가 계속 듣게됨
    근데 전 아직도 딱히 와 이거 씹명반이네 이런거 못느낌 걍 law한 버벌진트네 좋네 이정도지
  • 1 8.3 11:40
    @cold_p
    (귓속말로) raw인거 아실텐데 순간 헷갈리셨나봐용!
  • 8.3 20:54
    @뿌뿐딩
    제가 좀 무식해서요 ㅋㅋ 지적 감사합니다
  • 8.3 01:54
    @22
    노도 그래도 4집 want you back에서 야무졌음
  • 8.2 21:42
    저도 그때 갓 입문했던때라
    감사하게도 그 감동을 느껴봤습니다
  • 1 8.2 21:57
    누명 앨범 내기 전에는 제이독과의 디스전과 네이버 1위 요구, 그리고 ip사건 등으로 커뮤니티들 여론이 안좋았던걸로 기억나네요. 그 여파였는지 누명 내기전에 '누명 간보기'라는 리믹스앨범을 666(맞나?)장 한정 발매를 했는데, 품절 안되서 조롱 받기도 했구요ㅜ
    그 여론을 음악으로 뒤집어버린게 누명이죠. 누명 다음에 낸 사수자리 믹테에서 본인도 '헤이터들에게 마저 투떰스업 받아버리는 기적같은 놈'이라고 언급했었는데 딱 맞는말이었죠ㅋㅋ
    오랜만에 누명 뽕 차오르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 8.2 21:58
    한가지 문제는 당시 일어났던 아이피 조작 사건
  • 8.2 22:45
    @DanceD
    ㅋㅋㄹㅇ 키보드질얘기 항상 안빠졌죠 힙플에서 ㅋㅋㅋ 저도 당시 힙플미친듯이 했었어서 기억나네요
  • 8.3 03:35
    @DanceD
    아이피에 대해 조금만 알면 이런말 못 했을텐데ㅋㅋㅋ
  • 8.3 10:10
    @적적적
    당시 비제이 말이 맞을 수 있다고 주장을 했지만 어휴 답답한
    집전화 번호 앞 세자리 같다고 엇 천분의 일 확를이다!라 할만한 사람들ㅜ
  • 8.3 07:18
    @DanceD
    아이피 사건이 발생한 시기가 08년 2~3월 쯤이었고 그 사건은 오히려 누명의 영감 중 하나였죠
  • 8.2 22:26
    댓글에서 스나이퍼 이야기도 그렇고 버벌도 버벌이지만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글이네요. 진짜 누명 돌리고 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 8.2 22:32
    누명은 한가지 단점이 있는데 그게 피쳐링진...
  • 8.2 22:55
    옛날얘기하나 now here we go
  • 8.2 22:56
    진짜 버벌진트같은 천재가 한국음악계에 투신했다는걸 감사해라.
  • 8.2 22:58
    그당시 스나이퍼사운드 광팬이였는데 오버클래스 소속 케이준이 붓다베이비 디스해서 버벌진트는 애당초 손도 안댓던 기억이나네요 그러고 시간이지나 누명들엇을때 충격이란...
  • 8.2 22:59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2012년에 입문한 전 vj 굉장히 차분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서 저때 vj 이미지가 상상이 안돼요..
  • 8.2 23:14
    레전드
  • 8.3 01:33
    지금 들어도 요즘 국내힙합 앨범보다 세련됐음. 보석이 그렇듯 마스터피스는 시대를 넘어서 여전히 빛나죠
  • 8.3 03:37
    진태형이랑 일촌이였었는데 ㅋㅋㅋㅋ
  • 8.3 06:59
    심지어 당시 국내게시판에 제이지vs버벌진트란 글이 올라왔는데
    반정도는 버벌이 미국에서 태어났으면 제이지였을 거라고 했던 기억이..
  • 8.3 07:08
    힙합을 7년들었지만 누명은 언제 들어도 국힙 최고의 명반... 음악을 가리지 않고 듣지만 누명은 정말 최고의 명반입니다
  • 8.3 10:29
    오랜만에 지진아 얘길 듣는데.. 지진아가 아닌 척하는 거보단 그냥 다 좆까 하고 꼴리는 거 듣는 리스너가 젤 멋짐 굳이 저 새끼 저딴 거나 듣네 하는 평가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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