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범선생이 일하는 방식은 원래
어느 영역에 도전하고 정복해서 자기 영역을 넓게 확장하는 스타일이지,
어떤 예술적 고뇌끝에 맛깔나는 정수를 한 방울 똑 떨어뜨려서
10년 20년 들을만한 명작을 만드는데 공들이는 스타일은 아니지요.
그게 장점이 되어 여러 영역을 정복해나간 끝에
락네이션에 도장 쾅 찍으며 제이팍이라는 상품은 미국으로 역수출되었고
2019년 5~6월 현재 제이팍이 어느 영역까지 정복했는지에 대한 스크린샷을 찍어 기념비적으로 저장한게
딱 지금 엘범인것같습니다.
이 엘범을 통해서 감상할 수 있는 큰 부분 중 하나는
그의 영향력과 콜라보 동원력이 어디까지인지
(비지니스적으로는, 엘범 트랙리스트 자체가 투어 멤버의 예비 리스트겠네요)
그리고 그가 랩으로 커버할 수 있는 비트의 스팩트럼이 얼마나 넓은지... 겠네요.
(1번트랙 비트부터가 각잡고 "코리안아메리칸힙합종합선물세트"를 만들겠다는 각오를 보여줍니다.)
더불어,
한국에 계신 분들은 관심 없는 영역일 수 있겠습니다만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으로서 느낀점 하나 붙입니다.
어느 인종이든,
자신이 그 분야의 주류인종이 아닌 곳에 진입하면 먼저
"내가 각잡고 하면 너네 주류인종보다 너네걸 더 멋있게 더 잘 해"
하는 증명을 제대로 박아놓음으로써 편견을 종식시키고
그로부터 비로소 편견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활동을 하고싶어하는 컴플렉스를 갖게됩니다.
제이팍은 제 생각엔 Jin과 Dumb 이후로 흑인/백인 힙합커뮤니티에서 저걸 증명한 세 번째 사례이고
이 엘범은 그런 방향의 간지를 담고있는것같습니다.
덕분에 저는 미국 친구들이 한국 힙합 어떤거 있냐고 물어보면 주저없이 추천할 엘범이 생겼습니다.
(제 최애케는 VJ와 빈지노지만 이들은 특정 맥락 안에서 감상해야 더 멋지기때문에 있는 그대로 추천하는건 무리였거든요).
전 박재범의 의도를 프리뷰를 통해서 들어서인지 이앨범이 대단하다고 생각됨.
피처링진에 대한 어떤 말이 나올꺼란것도 파악하고 낸 앨범임.
박대협의 신보를 단순한 음악모음집이라 여기는 것은
짧은 식견에 지나지 않소이다.
노부는 과거 철목진(鐵木眞)이란 사내와 조우한 적이 있는데
그는 푸른초원의 웅대한 기상을 지닌 자로, 중원을 넘어 서하, 호라즘까지
그의 말발굽 소리가 닿는 곳마다 자신의 영토로 만들었었지...
박대협에게서 철목진과 같은 대영웅의 모습을 보았나이다.
박대협 역시 한글에 익숙치 않듯이, 철목진은 글쓰는 법을 몰랐으나
허나, 땅을 종이삼아 자신의 기록을 써내린 위대한 대칸이며,
박대협의 신보역시, 이와 같다고 볼 수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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